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57화
“왜 레일라 같은 애 편을 드십니까!”
휴고가 소리치며 바이마르 공녀의 모습을 한 레이니어의 앞에 씩씩거리며 섰다. 레일라는 그런 휴고 앞에 서며 바이마르 공녀를 보호하려는 듯 휴고를 바라보았고.
“얘처럼 천박한 애랑 친해지면 공녀님만 손해이십니다! 시베르에게 했던 것처럼 공녀님 애인도 뺏으려 들 거라고요!”
“너도 참 미친 사람이구나.”
레일라는 휴고가 화를 내자 점점 냉정해졌다.
“말은 바로 해야지. 시베르 언니가 내 약혼자들에게 관심을 보인 거지, 내가 먼저 그랬던 적은 없어.”
“하지만 이아나스코비치도 인정했어!”
“이아나스코비치도 나랑 먼저 교제했지. 그러다가 시베르 언니의 애인이 된 거잖아? 그럼 순서는 당연히 내가 먼저고, 그 다음이 언니 아니니?”
“야!”
“네가 정말 멍청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어. 휴고. 너랑도 헤어져서 정말 다행이다.”
레일라가 비웃듯 말하자 휴고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누가 헤어져 준대? 넌 내 거라고!”
그 순간 휴고가 레일라의 팔을 잡았다.
“어차피 시베르랑은 잠깐 노는 거였고! 너랑 결혼해 준다고 했잖아!”
“놔! 나는 너 같은 거 필요 없어! 네가 말했던 게 사실이라면 너는 왜 나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니?”
레일라가 허를 찌르자 휴고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게 다 가짜니까!”
그 순간 주위가 고요해졌다.
“하, 그래. 시베르가 네 헛소문을 내고 다닌 건 맞아. 그래서, 뭐? 그래서 내가 너 책임지겠다잖아!”
“너 나랑 헤어졌다고 한 거 잊었니? 네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던 것도 잊었어?”
“그땐, 네가 아이히만이랑은 애도 가졌으면서 나랑은 키스도 안 해 주니까 그렇지!”
“내가 그때 뭐라고 했니. 나는 손 잡은 사람도 네가 처음이라고 했어.”
“그걸 누가 믿어?!”
휴고가 더 뻔뻔하게 소리치자 레일라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너는 믿었어야지. 네 말대로 나와 결혼하고 싶었다면.”
그 순간 휴고가 분노에 차 주먹을 들었다. 그 순간,
-퍽!
“꺄악!”
레일라의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진 것은 바이마르 공녀였다.
“공녀님!”
“꺄아아악!”
“로날드 소백작이 공녀님을 때렸어!”
“세상에, 미쳤나 봐!”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1층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1층을 구경하기 위해 2층과 3층, 그리고 4층의 손님들까지 내려와 있는 상태였기에.
“감히 저를 때리셨군요, 로날드 소백작.”
“아, 아니! 이건 공녀님이 멋대로 앞으로 나서셔서……!”
“흐윽…… 공녀님, 괜찮으세요?”
레일라는 재빨리 울며 바이마르 공녀을 걱정하듯 바라보았다. 공녀와 눈이 잠시 마주쳤는데, 그 순간 붉게 변한 눈동자가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이 돌아오는 게 보였다.
“감히.”
바이마르 공녀가 레일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 일은 아버지께 고하겠습니다.”
“아, 아니! 공녀님! 이건 레일라를 때리려던 겁니다! 저는 절대로 공녀님을 때리려던 생각이 없었어요!”
휴고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바이마르 공녀의 근처로 다가갔다. 그러자 레일라가 확고히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나가, 휴고. 넌 정말 안 되겠어.”
“야! 너 날 사랑하잖아! 네 남편이 될 사람이 지금 곤란한 상황인데 이럴 거야?”
“누가 내 남편이 된다는 거야? 난 너 같은 거 다신 보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내 남편은…….”
레일라는 소네트라고 말할까 하다가, 자신을 대신해 뺨까지 맞은 레이니어 때문에 입이 떨어지진 않았다.
“절대 네가 되진 않을 거야.”
“끌어내.”
바이마르 공녀가 제 기사들에게 손짓했다. 기사들은 공녀가 뺨을 맞은 모습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호위 기사들이 제 구실을 못해 공녀가 맞은 셈이니까.
실상 그들은 레일라 아비에르가 맞을 줄 알고 멀뚱히 보고 있던 것뿐이었다.
“공녀님! 해명하게 해 주십시오! 공녀님!”
그렇게 휴고는 끌려 나갔고.
휴고가 나가자 쥐 죽은 듯 고요한 1층에서는 다들 눈빛만을 교환하고 있었다.
“레일라.”
“네, 공녀님.”
“뺨이 아프네요. 제가 대신 맞았으니, 레일라는 제게 앞으로 빚을 진 거랍니다.”
“감사합니다, 공녀님. 그리고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음 번 제 티파티에나 와 줘요.”
“네, 물론입니다.”
그렇게 바이마르 공녀가 레일라의 머리를 쓰다듬듯 헝클어뜨리며 계단 위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내려다보던 제 일행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돌아가지.”
“네, 공녀님!”
“네!”
“공녀님, 괜찮으세요?”
“흐어엉……! 다 부으셨잖아요!”
바이마르 공녀의 친우들이 그녀의 근처로 몰려들며 우는 소리를 했다.
“내일 봐요, 레일라.”
“아, 네!”
그렇게 그들은 바이마르 공녀를 따라 나갔다.
“의사를 보러 가요, 공녀님!”
“공작저의 의사들이 시내에 있는 의사들보단 유능할 거란다.”
공녀는 여유롭게 말하며 발걸음을 뗐다.
이 일은 기사까지 났고.
훗날 몬트는 이 일을 계기로 사업을 더 확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