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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63)화 (63/108)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63화

그렇게 약혼식은 성황리에 끝이 났다.

레일라는 저택에 돌아오자마자 피곤해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똑똑.

“들어와.”

캐서린이 그 말에 레일라의 옆으로 와서 종이를 건넸다.

“누가 보낸 거니?”

“이건 황태자 전하께서 보내신 겁니다. 축하 편지는 전부 옆방에 두었습니다. 선물들도요.”

“그렇구나.”

약혼 축하 선물은 각각의 친구들이 따로 보내기 마련이었다. 레일라는 친구라고는 없었건만, 어째서인지 선물이 와 있는 모양이었다.

“고마워.”

“씻겨 드리겠습니다.”

“10분만 있다가 해도 돼? 조금만 쉴래.”

“네, 알겠습니다, 아가씨. 대신 옷만 좀 풀어 드릴게요.”

“응, 고마워.”

캐서린은 그녀가 코르셋을 조인 채 침대에 누운 걸 보며 걱정된 듯했다. 그녀는 이제 저도 모르게 레일라를 챙기고 있었다.

“캐서린이 내 엄마면 좋겠다.”

레일라는 캐서린이 저를 보는 눈을 모르지 않았기에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새어머니의 수족일 그녀였지만, 지금은 저를 걱정하는 듯 보이기도 했고.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오늘 약혼식에서 그냥, 문득 그랬어.”

“혹시 슬프셨나요?”

“아니, 약혼식은 너무 기뻤지.”

레일라는 캐서린이 옷을 벗겨 주는 손이 느려지는 걸 의식하고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소네트랑 약혼해서 이젠 안 외로울 줄 알았거든.”

“…….”

“그런데 나한테는 어머니가 없다는 게 자꾸 외로운 거 있지.”

“아가씨…….”

“나 너무 욕심쟁이다, 그렇지.”

그녀가 침대에 엎드리자 캐서린이 저도 모르게 손을 멈추며 말했다.

“아가씨 저는…… 사실 아가씨께 그런 사람이 되어 드릴 수 없어요.”

그 말에 레일라가 캐서린을 돌아보았다. 캐서린은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며 레일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백작 부인의 사람입니다.”

“응, 알아. 새어머니가 보내 주신 사람이니 당연하겠지.”

레일라는 캐서린을 보며 애처로운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난 캐서린이 내 시녀로 와서 너무 좋아. 그러니까 계속 모른 척할게.”

그렇게 말하자 캐서린이 울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미련하십니까, 아가씨.”

“모르겠어. 캐서린이 내 엄마 같아서 그런가 봐. 미안해.”

레일라의 말에 캐서린이 제 손등으로 눈을 벅벅 닦으며 말했다.

“앞으로 아무도 믿지 마세요. 저 말고도 모든 사용인은 다 백작 부인의 사람입니다.”

“응.”

레일라는 이제 캐서린이 말로는 백작 부인의 사람이더라도, 실상은 저를 신경 쓸 걸 모를 수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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