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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65)화 (65/108)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65화

“그러니까 윌리엄을 이용해서 안 좋은 소문을 내려 한다는 거군?”

윌리엄은 레이니어로 변장한 상태였다. 그는 대부분 가면을 쓰고 지냈으나, 붉은 눈동자와 검은 머리카락 때문에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가짜였지만.

“네, 그렇더군요.”

레이니어는 보좌관인 리아르의 보고를 들으며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수법이 너무 뻔한데.”

레이니어는 픽 웃으며 종이를 흔들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니까 이러는 거잖아.”

“예상하셨던 거 압니다.”

“그래도 이렇게 멍청한 수법을 아무렇지 않게 실행하다니.”

“아나시스 황태자가 멍청한 것도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레이니어는 아나시스 황태자의 멍청함은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그가 그런 멍청한 선택을 한 이유도 알고 있었다.

레이니어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돌자 백성들 사이에선 이 팍팍한 삶에 구원자가 나타나리라는 여론이 퍼졌다. 아나시스는 레이니어의 평판을 땅에 떨어뜨려 그런 희망을 버리게 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문도 퍼졌군.”

“마저 읽어 보시죠.”

“호오. 남녀 안 가리고 밝힌다고?”

“그건 윌리엄이 숙맥이라 당한 것 같더군요.”

레이니어는 제 호위인 윌리엄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여인을 사귀어 본 적 없던 그는 여인이 손만 잡아도 식은땀을 흘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바보였다.

여인과 눈을 마주치면 피하는 건 당연했고, 긴장해 말실수도 잦았다.

레일라 앞에서는 레이니어가 두려워서 애써 안 그런 척한 것뿐이었고.

“계속 두실 겁니까?”

“어, 계속 둬.”

“……예, 알겠습니다.”

리아르는 이 상황을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재밌어하는 레이니어가 의아했다. 그러나 그는 제 주군이 일할 때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현명하고, 누구보다 지략적인 주군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토 달지 않고 실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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