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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66)화 (66/108)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66화

“친구끼리 도와야죠.”

레일라는 그 말이 바이마르 공녀가 아나시스 황태자와 공녀 자신을 이어 달라는 의미인 걸 알고 있었다.

“제가 듣기론, 전하께서는 적극적인 여인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그게 정말인가요?”

“네. 오히려 전하야말로 적극적일 수 없는 입장이잖아요?”

레일라는 그렇게 말하며 공녀와 눈을 마주쳤다.

“전하께서는…… 아시다시피 효자셔서요.”

“아, 그렇죠.”

바이마르 공녀는 라미엘라 황후의 입김이 얼마나 센지 떠올리고 있었다.

아나시스 황태자가 만나는 여인의 대부분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 어머니인 라미엘라 황후가 정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레일라가 그와 함께 황실 무도회에 다녀왔다고 해서 곧장 미워한 것은 아니었다. 황태자의 옆자리에는 수많은 여인이 있었으니까.

그가 옆자리를 계속 비워 두는 이유도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란 걸 공녀 역시 모르지 않았고.

“전하가 조금…… 가엽네요.”

바이마르 공녀가 저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자 레일라가 씩 웃으려는 입꼬리를 감추며 말했다.

“전하께서는 그래서 어떤 것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는 입장이긴 해요. 그래서…… 소극적이신 거 같아요.”

“저런.”

레일라의 말에 공녀는 확증 편향처럼 마치 아나시스 황태자가 제게 잘해 주었던 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짝사랑하던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처럼 느끼는, 그 모든 특별하지 않은 일이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제게 그렇게 말하셨던 걸 보면 공녀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걸지도 모르겠어요.”

“어머…… 정말요?”

“네, 그렇지 않고서야 공녀님에 대해 그렇게 자세히 알 리가 없잖아요?”

레일라의 말에 바이마르 공녀가 볼을 붉히며 웃었다. 공녀의 기분이 좋아진 걸 보자 다른 영애들도 레일라를 인정하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관심 없는 상대를 자세히 보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맞아요. 그리고 사내들은 시야가 좁잖아요.”

“맞아요. 여인들처럼 시야가 넓지 못하긴 하죠.”

다들 그렇게 거들며 바이마르 공녀의 확신에 무게를 더해 주고 있었다.

“제가 저택으로 돌아가자마자 황태자 전하께 말씀드려 볼게요.”

“어머나.”

바이마르 공녀는 그렇게 레일라에게 기대를 갖게 되었다.

레일라는 원작에서 본 공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녀가 아나시스 황태자의 외관에 넘어갔더라도 그 실체를 깨닫고 나면 마음이 뜰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공녀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레일라는 라미엘라 황후와 아나시스 황태자를 이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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