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71화
레일라는 레이니어가 제게 가진 목적이 저와 소네트가 파혼하면 이루어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소네트가 보였던 행동에 기분이 좋진 않았다.
자신에게 그가 진심일 리 없다고 생각했건만 막상 보니 바람 정도가 아니라 저를 죽일 계획까지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게 사실 같기도 했다.
자신과 머리색과 눈 색이 같은 여자.
정말로 결혼한 뒤 저택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된다면?
지크문드 제국에는 아직 그런 법이 형식상으론 남아 있었다. 남편이 아내를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다면 아내는 나올 수 없었다.
그 법은 사실 귀부인들을 지켜주기 위해 만든 법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외부에 나서고 싶지 않은 귀부인들이 핑계를 댈 때 쓰던 법이었다.
애초에 귀족간의 결혼은 거의 계약이었다.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 걸로 의무를 다한 뒤엔 따로 정부를 두고 사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실상 정말로 제 아내를 가두는 남자는 의외로 없었다.
같은 귀족 사이였기에 정말로 가둔다면 가문간의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고.
하지만 레일라라면 어떨까?
아비에르 백작가는 그녀에게 어떤 관심도 없다. 그녀가 결혼하고 가져올 돈도, 다이아몬드 광산도 다 가져가고 싶어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돈을 지불한 소네트가 자신을 가둬 두고, 아프다는 핑계로 서서히 죽게 만든다면?
혹은 〈인어의 눈물〉처럼 무언가에 중독되어 서서히 죽어간다면? 그럼 누가 자신을 구해 줄 수 있을까?
“울지 마시죠.”
레일라는 울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소네트의 행동 때문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시베르와 이어지게 만들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가 쓰레기인 건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원작에서도 그가 시베르에게 한 쓰레기 짓은 많았으니까.
제게만 보이던 그 모습도 실상 가짜인 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된다면 정말 그와 결혼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가씨.”
“아…….”
“아가씨, 저를 보시죠.”
그녀가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레이니어를 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그의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레이니어는 매번 아니라고 하면서도 레일라를 걱정하고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그럼 왜 소네트와 파혼하라 하는 거지?
그는 제게 제 감정이 제일 중요하다 말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게 굴곤 했다.
“레인은 정말 정체가 뭐예요?”
“저 때문에 슬퍼지신 겁니까?”
“네. 사람은 맞는 건가요?”
“사람 맞습니다. 그리고 저 때문에 슬퍼지신 거라면 저의 어떤 점 때문에 슬퍼지신 거죠?”
“그게 왜 궁금해요?”
“고쳐야죠. 아가씨가 제게 실망한 거라면요.”
그녀는 오히려 레이니어야말로 알 수 없는 사람이란 걸 깨닫자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레인.”
레일라가 부르자 그는 곧장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금 늦게 돌아와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를 밀어내고선 먼저 원래의 자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