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72)화 (72/108)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72화

“소네트!”

소네트는 레일라를 보자마자 인사도 없이 문 쪽으로 거칠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머! 밀지 말아요!”

“꺄악!”

그러나 소네트는 그런 말들을 무시하고는 빠르게 나가 버렸다.

아나시스 황태자는 그런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약혼자가 좀 이상한 사람이군, 레일라.”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요…….”

“어머나.”

레일라도 당황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레이니어 때문에 사내의 가슴을 보는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완전히 다 드러난 흉부를 보자 어딘지 모르게 더웠다.

하필이면 그가 제 약혼자이기도 해서.

그가 겪은 수치심을 대신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저런 몸을 좋아하나, 레일라?”

“네? 아…… 아뇨. 너무 낯설어서……. 그런데 소네트가 정말…… 무인이군요. 몰랐네요.”

그녀는 당황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러자 싸늘한 표정을 감추며 웃던 레이니어가 다가와 말했다.

“레일라 영애 취향은 잘 알겠군요. 가슴이 크고 흉근과 복근이 몹시 발달한 사내라는 것 정도는요.”

“그런가?”

아나시스 황태자가 추궁하듯 묻자 레일라는 바이마르 공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런 몸이 싫지는…… 않죠.”

아나시스 황태자는 탄탄한 몸이긴 했지만 레이니어나 소네트처럼 누가 봐도 기사 같은 근육질에 커다란 몸은 아니었다. 키는 컸지만.

“레일라는 저와 취향이 좀 다르네요. 저는 이지적인 분위기가 좋던데.”

바이마르 공녀가 레일라를 보며 웃었다. 그러자 레일라가 공녀의 얼굴을 보고는 조금 안도하며 말했다.

“우린 정말 취향이 다르네요, 공녀님.”

그렇게 그녀를 안심시킨 후 레일라도 붉어진 얼굴로 배시시 웃었다.

아나시스 황태자는 그녀의 말이 그저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지만, 어쩐지 거짓말로도 웃음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를 비웃듯 계속 웃는 것은 루텐베르크 왕세자인 척 변장한 레이니어뿐이었다. 제 몸이 소네트 브루스보다 훌륭한 걸 알고 있었기에.

“이만 돌아가지.”

아나시스 황태자가 기분이 상한 듯 마저 말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 레일라가 눈치껏 제 기분을 풀어줄 줄 알았으니까.

그러나 레일라는 순진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웃고선 말했다.

“그럼 저는 루텐베르크 왕세자 저하와 가겠습니다. 두 분, 다음에 봬요.”

“뭐?”

아나시스는 당황했으나 레일라가 정말 모른다는 듯 순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기에, 화가 나려다가 누그러들었다. 애초에 화가 난 것도 소네트의 몸을 보고 그녀가 부끄러워한 것 때문이었으니까.

“제가 아비에르 백작저까지 모시죠. 걱정 마십시오, 전하.”

레이니어가 그렇게 말하고는 가면을 손으로 만지다가 웃었다. 그런 뒤 레일라를 에스코트한 채로 가 버렸다.

“우리도 갈까요?”

아나시스 황태자는 바이마르 공녀가 옆에 남은 걸 다시금 상기하며 애써 웃었다. 그러고는 그녀를 데리고선 바이마르 공작저로 향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