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73화
“내가 그때는 너무 당황해서 그랬어.”
레일라는 소네트가 제게 다가오는 걸 보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소네트가 레일라의 손을 잡으며 그녀를 제 쪽으로 끌었다.
“결혼하면 정부는 안 만들기로 했잖아, 소네트.”
소네트는 레일라의 말에 픽 웃었다.
소네트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기뻐 보이기까지 했다.
레일라는 당황해서 소네트를 바라보았다.
“나 조금 기쁜데.”
“……왜? 지금 상황이 기뻐?”
“어. 네가 질투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
소네트는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이내 배시시 웃으며 레일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레일라는 그가 대체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 있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둘은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닌 건가 싶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리가 없을 테니까.
아직 윌리엄에게선 보고가 오지 않았다. 휴고가 준 주소로 윌리엄이 사람을 보내 지켜본다고 했었다.
그러나 아직 어떤 보고도 받질 못했다. 확인한 건 휴고가 준 주소가 정말 이 여인이 있었던 곳이라는 정보뿐이었고.
“레일라, 사실…… 이건 내게 조금 부끄러운 일이기도 해서. 그래서 그랬어. 나를 용서해 줄래?”
“무슨 일인데 그래? 나 조금 무서워지려고 해.”
레일라의 대답에 소네트가 그녀를 끌고 소파로 갔다. 그러고는 레일라를 앉혔다.
그녀의 맞은편에 소네트의 손님인 여인이 앉았다. 소네트는 당연하다는 듯 레일라의 옆에 앉았다.
“손 좀 놓으면 안 될까?”
“응, 안 돼.”
소네트가 웃으며 레일라의 말을 거절했다.
레일라는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건가 싶기도 했다.
“차를 좀 마시고 싶은데요, 레일라 영애.”
레일라는 제게 웃으며 말하는 여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가 일어나려는 순간 소네트가 설렁줄을 당겼다.
대기하고 있던 캐서린이 문 앞에서 대답하자마자 소네트가 일어나 문을 빼꼼 열며 말했다.
“차를 좀 내와 줘. 세 명.”
“네.”
그런 다음 다시 자연스럽게 레일라의 옆에 앉았다.
여인이 입을 열었다.
“레일라 영애는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저는 영애처럼 예쁜 분을 처음 봬요.”
“아, 감사해요. 그쪽 분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세레스라고 해요.”
“그렇군요, 세레스 영애.”
“호호호. 저는 영애는 아니랍니다.”
세레스의 말에 레일라는 역시 그녀가 귀족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레스가 어떠한 보석 장신구도 없었기에 평민일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귀족 여인도 아니면서 소네트와 붙어 다녔다니. 그럼 정말 정부일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둘은 아주 살가워 보였다.
레일라는 소네트 때문에 계획이 어그러진 것 같아 표정이 어두워졌다. 휴고가 머저리 같긴 했어도 이 말은 진실이었던 듯했다.
-똑똑
‘차를 준비해 왔습니다, 아가씨.’
“들어와.”
“아니, 내가 갈게.”
소네트는 문 앞으로 가 차가 담긴 트레이를 받아 왔다. 그러고는 문을 꼭 닫고 돌아와 트레이를 올려두었다.
그러자 세레스가 티세트를 세팅하고는 차를 따라 주었다.
“빨리 마셔. 그래야 레일라한테 설명하지.”
“아, 네.”
세레스가 목을 축이듯 차를 홀짝였다. 레일라는 제게 친절하던 소네트가 명령조로 말하는 모습에 조금 당황해서 소네트를 보았다. 그러자 소네트가 세레스를 보며 굳혔던 표정을 언제 그랬냐는 듯 녹이며 레일라를 향해 웃었다.
“사실 저는 브루스 후작가의 딸이에요.”
“네?”
“제 어머니께서도 본래는 후작가의 정부셨는데…….”
세레스가 눈치를 보듯 말하자 소네트가 빨리 말하라는 듯 무심한 눈으로 재촉했다.
“저는 딸로 인정을 못 받아서요.”
“네?”
“후작님께서는 정부가 꽤…… 많으셨었거든요. 지금 후작 부인도 그분들 중 하나셨고요.”
“아……. 네.”
“그래서 더 인정을 못 해 주시더라고요. 저 말고도 꽤 많습니다.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요.”
레일라가 진짜냐는 듯 소네트를 바라보자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사람들은…….”
“네, 전부 오라버니께서 몰래 도와주고 계세요. 아버지께선 나 몰라라 하셨더라도 오라버니께선……. 책임감을 느끼고 있거든요.”
레일라는 그 말에 소네트를 조금 다시 보게 되었다.
“정말이야, 소네트?”
“……응. 사실대로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왜 숨겼어? 나쁜 일이 아니잖아.”
레일라가 당황해 묻자 소네트가 귀를 붉히며 말했다.
“나쁜 일이야. 그리고 우리 집안이 그렇게 형편없는 곳이란 걸 알면…… 네가 나를 떠날 것 같아서 그랬어.”
“……소네트.”
“그래도 내게 정부가 있다고 오해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어.”
소네트가 차마 레일라의 눈을 볼 수가 없다는 듯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레일라의 손은 꼭 잡고 있었다.
“나, 정말 어떤 여인이랑도 깊은 관계였던 적 없어. 난 정말 아버지 같은 사람이 아니야.”
“……응, 알아. 나는 소네트를 믿어.”
그 모습에 레일라는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해 버렸다. 소네트는 그녀의 말에 안도한 듯 눈시울을 적시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해명하지 않아서 미안해. 네가 정말 떠날까 봐 너무 두려웠어.”
“소네트.”
“앞으로 네게 어떤 비밀도 만들지 않을게. 이런 일로 힘들게도 하지 않을게.”
“……소네트.”
“맹세할게. 그러니까 용서해 줘.”
소네트가 그녀의 손을 제 뺨으로 가져가며 말하자 레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그럼 셋이서 종종 보자.”
레일라는 소네트가 어쩌면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언니라도 불러도 될까요?”
“네, 그래요, 세레스 양.”
“고마워요, 언니. 우리 오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세레스가 웃으며 레일라를 보았다. 레일라는 어딘지 모르게 세레스가 시베르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
“저야말로요.”
둘은 악수했다.
그리고 소네트는 그 모습을 보며 행복하다는 듯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