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74화
“이거…… 정말이래요?”
“유감이지만, 네.”
레이니어는 레일라가 확인한 내용 때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여동생이군요.”
레일라가 눈으로 빠르게 확인한 바는 이러했다.
현 브루스 후작이 소후작 시절부터 여자 관계가 복잡했다는 것. 그리고 그때 들였던 정부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여럿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전 브루스 후작 부인이자 소네트의 어머니는 사고로 돌아가셨으나 사실 그 원인이 사고가 아닌 것 같다는 것.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이 현 후작 부인과 차남이라는 것.
그리고 정말로 현 후작 부인이 다른 정부의 자식들을 인정할 수 없게 후작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브루스 후작가로 시집가신다면 아가씨는 끔찍한 시집살이를 겪으실 겁니다.”
레일라는 다 읽고 나서 레이니어를 바라보았다. 그가 흉흉한 몸과는 어울리지 않는 청초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후작가가 저 모양이면 차라리 파혼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전 파혼은 싫어요. 그리고 결혼은 곧 할 거예요.”
“그렇담 이혼하고 혼자 사는 쪽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이혼하고 혼자 살면 외로울 것 같은데요.”
“외로우면 새 남편을 들이면 되죠.”
“새 남편 누구요?”
“글쎄요. 전문직 새 남편은 어떻습니까. 의사라든가, 변호사라든가. 아니면 대학 교수가 취향이십니까? 황실 공무원은 어떠십니까?”
레일라는 그가 장난하는 건가 싶어 빤히 보았다. 그러나 웬걸, 장난은 아닌 듯 진지한 표정이었다.
“황제는 어때요?”
“황제는 새 남편으로 괜찮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뭘 알겠어요? 황제 폐하랑 제 나이 차이가 몇인데.”
레일라가 저도 모르게 픽 웃었다. 그러자 레이니어가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소네트는 이미 제게 모든 걸 말해서요. 믿을 수 있는 남편일 것 같아요.”
“믿다가 뒤통수 맞으면 훨씬 아프답니다.”
“제가 또 많이 당해 봐서 뒤통수가 튼튼해요, 레인.”
“한 마디를 안 져 주시네요.”
“져 줄까요?”
“제가 지겠습니다. 그럼 예뻐해 주실 겁니까?”
레일라는 어느새 자신을 안아오는 레이니어 때문에 당황했다. 하필이면 그가 바지만 입고 있어서 상체의 열기가 제게 그대로 느껴지고 있었다.
“지겠다면서요……?”
그녀는 그가 제 몸을 내리누르자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저는 항상 지죠. 아가씨께 이기겠다는 마음 자체가 없습니다.”
“왜 없어요?”
“이기고 지고는 제게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그녀는 묘하게 흔들리는 침대 때문인지 가슴도 함께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그의 심박이 적막을 타고 제 귓가로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묘하게 심박이 엇박으로 들리는 것도 그렇고.
“저는 아가씨가 저를 이렇게 봐 주시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깟 말싸움은 영원히 져도 상관없습니다.”
그의 얼굴이 서서히 그녀의 얼굴로 내려왔다. 레일라는 코끝이 닿아 간지러웠는데 호흡을 공유하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까는 이기고 싶은 것처럼 말해 놓고.”
“그렇게 말해야 아가씨께서 이기고 싶어하시죠. 그래야 저를…… 보실 테고요.”
말할 때마다 입술이 닿았는데 레일라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러자 숨을 ‘텁’ 하고 틀어막는 입술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가 익숙하게 제 입술을 탐하는 그를 따라 움직였다.
그녀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올 때마다 그가 순하게 입 맞추는 걸 알았다. 반응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가 집요하게 그녀의 입술을 탐하곤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가 제게 했던 것처럼 그의 입술을 탐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했을 때는 쉬워 보이고 기분 좋았던 것이, 막상 먼저 하려니까 턱이 저리고 어려웠다.
“흡…….”
레일라가 버거워한다는 걸 안 그가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하아…….”
레일라는 숨을 몰아쉬다가 깨달았다.
“피 안 냈어요.”
“다시 해야겠군요.”
그가 싱그럽게 웃으며 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다시 레일라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개었다.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 그녀는 그와 함께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