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82화
“허윽……!”
소네트는 제 바로 옆으로 떨어진 번개를 보며 몸을 떨었다.
보통은 번개가 이렇게까지 가까이에 떨어지면 전부 감전되어 죽는다. 그런데 지금 떨어진 번개는 그에게 닿지 않았다. 마치 경고만 하듯이.
“어머, 놀랐네.”
레이니어가 레일라의 말투를 따라했다. 하지만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아서 대충하고 있었다.
“너무 큰일을 겪어서 저택으로 돌아가야겠다. 소네트, 잘 가.”
“레, 레일라!”
소네트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러면서도 붉게 변한 레일라의 눈을 보며 소리쳤다.
“당신! 레일라가 아니지!”
“그게 무슨 헛소리실까.”
소네트는 지금 제 앞의 분홍 머리카락에 붉은 눈을 한 사람이 레일라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도 두려움이 몸이 벌벌 떨리고 눈을 마주칠 때마다 포식자에게 무기 하나 없이 던져진 기분이었다.
“얼른 돌아가, 소네트. 안 그러면 또 벼락 맞겠다.”
레일라의 어조를 흉내 낸 그것은 소네트에겐 절대로 레일라일 수 없었다.
그렇게 레이니어는 안으로 들어갔고, 소네트는 충격에 빠져 빗속에 그렇게 멍하니 서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가 백작저 안으로 달려 들어갔을 때는.
“레일라 아가씨께선 아파서 쉬고 계십니다.”
“아비에르 백작을 만나게 해 줘.”
“백작께서는 입궁하셨습니다.”
“백작 부인이라도 만나게 해 줘.”
“백작 부인께서도 함께 입궁하셨습니다. 시베르 아가씨의 일 때문에요.”
소네트는 그렇게 빈손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기에.
“아나시스 황태자께서는…….”
“그분은 이미, 한참 전에 환궁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어도 믿을 수가 없었다.
“레일라가 나올 때까지 난 여기 있겠어.”
소네트는 이 저택에 사용인들밖에 없다는 걸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레일라의 근처에 레이니어가 있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들어, 차마 그녀의 방으로 갈 수가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달려 들어갈 수도 있었거늘.
그러면서도 그 의사가 레일라에게 바라는 게 대체 뭘까, 알 수 없이 겁이 나기 시작했다.
“예, 알겠습니다.”
소네트는 전쟁에도 자주 참전했었다. 그렇기에 감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동안 레이니어에게 느꼈던 의미 모를 공포와 두려움.
그 눈을 볼 때마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며 달아나라고 본능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절묘한 위치에 떨어진 번개까지.
그리고 그 번개가 떨어지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놀라지 않던 태도까지. 마치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번개를 조종하는 사람처럼.
레이니어는 정말 인간이 맞는 걸까? 인간도 아닌 게 왜 레일라 주위를 맴도는 거지?
다만 소네트는 그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달하자, 자신이 레일라에게 품은 마음과 레이니어가 레일라에게 바라는 게 다르다는 생각에도 도달하게 되었다.
소네트는 레일라와 결혼하고 싶었다.
그러나 레이니어가 바라는 건 그런 걸까? 그렇다면 자신과 그녀가 약혼하는 걸 두고 볼 리도 없을 텐데?
그럼 인간의 기준에서 벗어난 무언가가 필요해서 레일라의 근처를 배회하는 걸지도 모른다.
“근데 그럴 수 있나……?”
“예?”
소네트는 어느새 응접실 소파에 앉아 비에 젖은 채 물끄러미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의 시야에는 찻잔에 담긴 다홍색 홍차가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소후작 각하?”
레일라의 약혼자인 그를 걱정하듯 시종이 물었다. 그러자 소네트가 고개를 홱 돌렸다.
“레일라는 정말 혼자 있나?”
“캐서린과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래.”
캐서린은 레일라의 측근 시녀였다. 그녀가 같이 있다면, 자신이 우려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소네트는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게 대체 뭔지 알아봐야겠어.”
“예?”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빠르게 아비에르 백작저에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