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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86)화 (86/108)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86화

“언니……? 소네트?”

레일라는 충격받은 사람처럼 그렇게 서 있었고, 소네트는 당황한 표정으로 레일라에게 다가갔다.

“오해야. 난 당한 거라고.”

“어? 아……. 응, 그런데 이게 무슨 상황인 거야?”

“저 미친 여자가 갑자기 키스했어.”

“어머, 실수야. 볼에 인사차 키스하려던 거라고.”

시베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옷을 털었다.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하필이면 소네트가 움직여서 그런 거고.”

“……미쳤습니까? 어떻게 그런 모욕을……!”

소네트는 진심으로 화가 난다는 듯 주먹을 꽉 쥐며 시베르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레일라의 입장에선 정말 이게 시베르의 계략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동안 소네트가 제게 보였던 헷갈리는 행동들을 떠올린다면, 그가 진심인 것조차 장담할 수가 없었다.

“정말 오해야, 언니?”

“어, 오해야. 나는 소네트에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어.”

“그런 사람이 어떻게 키스까지 해?”

“키스 아니야. 그리고 볼에 입을 맞추려다가 소네트가 움직여서 입에 닿은 것뿐이야.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잖아?”

“이게 어떻게 대단한 일이 아니죠? 방금 그게 제 첫……. 첫……. 크윽…….”

소네트가 진심으로 분개한 듯 주먹을 쥐고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길래 움직이지 말랬잖아?”

그가 샛노란 눈으로 시베르를 보며 말했다.

“여기가 전쟁터였다면 당신은 자객으로 의심받아서 목이 비틀렸을 겁니다.”

“아쉽지만 나는 전쟁터 같은 곳은 안 나가서.”

“언니, 그만 가 줄래?”

“어. 안 그래도 갈 거였어.”

시베르는 그렇게 말하고 가 버렸다. 안내인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셋을 바라보다가 시베르가 나갈 수 있도록 움직였다.

“저는 손님분께서 가시고 대기할 새 마차를 불러두겠습니다. 잠시 두 분께서 집안을 편히 구경하시겠습니까?”

“응.”

“어.”

그렇게 안내인도 달아나듯 시베르를 따라갔고.

레일라는 소네트와 단둘만 남아 멀뚱히 서 있었다.

“우리 좀 걸을까?”

레일라의 말에 소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의 기분이 나빠 보이는 모습이 정말 연기인 건지, 진심인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가 지금 인상 쓰고 있는 이유가 시베르의 키스 때문이 아니라, 제게 들켜서인 걸지도 모르니까.

“더러워져서 미안해.”

“어?”

“너랑 꼭 처음을 다 함께하고 싶었는데……. 지금 내가 너무 더럽게 느껴져.”

“……어……?”

레일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따라오던 소네트가 멈추자 저도 모르게 돌아보았다.

“레일라.”

“……응.”

“나랑 키스하자. 그래야 내가 다시 깨끗해질 거 같아.”

“갑자기?”

“어.”

그가 그녀의 팔을 당겨서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키스하려 들었다. 그 순간, 레일라는 저도 모르게 턱을 틀어서 그의 입술을 피했다.

“지금은 싫어.”

“왜? 너도 내가 더럽게 느껴져?”

“아니. 지금 하면 너랑 내가 같은 마음이라 키스하는 게 아니라, 시베르 언니 때문에 하는 것 같은 기분일 것 같아.”

레일라는 그렇게 변명하며 몸을 떼어냈다. 실상 키스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와 키스할 걸 생각하자 조금 꺼려졌다.

“넌 지금 내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도 배려해 주질 않네.”

“……소네트.”

“가만히 있어. 난 지금 하고 싶으니까.”

그가 그렇게 말하고는 레일라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는 순간 몸이 굳어졌고, 그의 얼굴이 다가오자 놀란 듯 눈을 떴다. 그러자 그가 한숨을 쉬며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방금 한 말은 잊어. 실수야.”

“응.”

“어차피 너는 처음도 아니니까 아무렇지 않겠지. 그렇지만 나는 아니야.”

“전에 말했잖아. 나도…… 처음이야.”

저 말을 했을 당시에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라는 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믿을게.”

그러나 소네트는 애초부터 믿지 않았던 사람처럼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둘은 집을 한 시간 정도 더 돌아보다가 나왔고, 이내 그들을 기다리던 안내인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 다시 오시면 별채를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

“여기 말고 다른 곳을 보지. 여기선 너와 결혼해서 살더라도 아까 그 기분 나쁜 일이 떠오를 것 같아.”

소네트의 말에 레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들은 돌아갔고, 소네트는 레일라를 방까지 데려다주지 않고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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