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89화
3개월로 당긴다던 결혼식은 황후가 대차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2개월로 줄어 있었다.
레일라는 이대로라면 정말 결혼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다.
바이마르 공녀는 정말로 아나시스 황태자와의 관계를 재고하려는 건지 건강을 핑계로 저택에 칩거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받는 유일한 손님은 레일라가 유일했다.
“정말 예금만 이체하면 이자를 10%나 준다는 건가?”
레일라는 아비에르 백작저의 응접실에서 아나시스 황태자를 독대하고 있었다.
“초기에만요.”
레일라는 차명으로 사 둔 비셔스 은행의 영역을 넓히려는 척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이자를 20%로 설정했다. 그러나 20%는 너무 막대한 금액이었기에, 10%로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실상 10%도 엄청난 액수였다.
중앙은행은 정말이지, 막강했다. 새로 생겼던 은행들이 줄줄이 도산한 것도 그래서였고.
그렇기에 레일라는 그나마 얇고 길게 목숨을 부지하는, 그나마 2인자인 비셔스 은행을 레이니어를 통해 사 두었다.
“참고로 저희 비셔스 은행은 초기 3달만 그렇게 할 거예요. 그리고 매주 이자를 결산하려 해요.”
“그럼 금세 적자가 될 텐데.”
“신규 고객이 계속 생기면 괜찮아요. 그리고 딱 3개월 간이라서요.”
레일라는 이런 폰지 사기를 자신이 직접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러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소네트와 결혼하게 되는 것도 암담했지만, 결혼한 뒤 아나시스 황태자의 정부가 되는 삶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았기에.
“내 비자금은 조금 맡겨 보도록 하지.”
“정말요?”
“네 사업이 쓸모가 있는지 확인하면 어머니께도 말씀드려 두겠어.”
아나시스 황태자는 바이마르 공녀가 정말로 아픈 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공녀의 측근으로 정평 난 레일라를 보며 제 이득도 취하고 사심도 채우고 있었다.
“세상에. 너무 감동이에요.”
레일라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하자 아나시스 황태자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내 어머니가 예금하시면 돈으로 좀 괴롭혀도 돼. 그래야 그대가 임신부터 해도 막지 못하시겠지.”
“아, 네.”
레일라는 기회만 생기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그가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내 처음을 함께 한다는 걸 영광으로 알아.”
“네, 그럼요.”
그러면서도 지난번, 레이니어가 심어둔 기억 때문에 차마 그녀의 방에서는 만날 수가 없었다.
또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자신에게 레일라가 어떻게 실망할지 안 봐도 뻔했으니까.
그러면서도 레일라라면 자신이 부족하더라도 버리지 못할 여자로 보였다. 그래서인지 황태자는 그녀가 편하면서도 하찮게 느껴지곤 했다.
“소네트 브루스도 웃기겠어. 내 자식을 자기 자식인 줄 알고 기를 테니까.”
“그러게요.”
“뻐꾸기 같겠군.”
아나시스 황태자는 그렇게 말하며 제 다리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레일라를 향해 웃었다.
“그나저나 공녀의 병이 많이 깊은가?”
“아, 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세요. 이제 정말 약혼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아지셔서요. 전하께 송구하대요.”
‘갑자기 파혼하면 가문과 황실에도 누가 될 거예요. 그러니 시간을 갖고선 파혼하려 해요.’
레일라는 바이마르 공녀의 말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공녀처럼 박색인 여인을 안아야 하다니. 황태자라고 다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야. 알겠어, 레일라?”
“네, 그럼요.”
레일라는 공녀가 박색이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바이마르 공녀의 지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얼굴은 오히려 그녀가 좋아하는 미인상이기도 했다.
“지금처럼 공작저를 들락이면서 공녀의 상태를 확인해.”
“네, 그럴게요. 저는 전하를 위해 지금도 그러고 있답니다.”
레일라의 말에 그는 픽 웃으며 한가롭게 남은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