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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98)화 (98/108)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98화

“아가씨, 제가 황제가 되면 아가씨의 가족을 지금처럼 수도에 두지 않을 겁니다.”

레일라는 레이니어의 말에 잠시 굳어졌다. 키스할 듯 가까웠으나, 키스하지 않고선 그렇게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자 그가 한숨을 쉬며 욕정을 참듯 말을 이었다.

“아가씨의 가족들은 제가 황제가 되는 순간, 아가씨를 죽이려 들 거거든요.”

“죽일 건가요?”

그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처음 생에서 그녀를 마주했을 때는 그녀의 가족은 그녀의 결혼이 오갈 즈음엔 이미 수도에서 쫓겨나다시피 해서 영지에만 처박혀 있었다.

‘우리 결혼식에 아비에르 백작가 사람들은 초대하지 말아요.’

‘이유가 뭐지?’

‘그냥요. 하지 말아요.’

레이니어는 첫 번째 생에서의 레일라의 말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녀를 죽였을지 모를 대상 중 그녀의 가족도 포함되었으니까.

“아가씨께 위해를 가할 수 없게 만들 겁니다.”

레일라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안도하며 그의 허리를 꽉 잡았다.

“시종이면, 목욕도 도와주나요?”

그녀가 도발적으로 물었으나 레이니어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시녀를 불러 드리죠.”

“왜 갑자기 분위기를 깨요?”

“말했잖습니까. 저도 짐승 새끼라고. 아가씨가 제 눈앞에서 씻고 계실 텐데 잘도 참겠습니다.”

“그걸 왜 못 참아요?”

“아가씨도 생각을 좀 해 보시죠. 3천 년 굶었다가 갑자기 눈앞에 케이크가 나타난다면 안 먹고 싶겠습니까?”

“조절할 수 있겠죠.”

“3천 년 굶은걸요?”

“3천 년 굶었어요?”

“중간중간엔 간헐적으로 먹었습니다.”

“그럼 더 잘 참겠네.”

“배고플 때 한 스푼 먹으면 더 참을 수 없는 법이죠.”

“그런 것치고는 몸이 참 좋네요. 군살도 없고.”

레이니어는 그 말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방금 3천 년 굶은 사람한테 케이크를 들이미셨습니다.”

“한 입 먹어 볼래요?”

레일라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레이니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다시 웃는 얼굴이 되며, 웃지 않으면서 웃는 척하듯 말했다.

“전 대식가라서요. 한 입으로는 어림도 없죠. 먹을 거라면 통째로 먹게 해 주시죠.”

“그래요. 시녀한테 케이크 만들어 달라고 할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레이니어의 볼에 키스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떨어진 뒤 욕실로 향했다.

“사용인들이나 불러 줘요.”

“……예.”

그는 무언가 분하다는 듯 웃고 있었지만, 사용인들은 착실하게 불러 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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