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101화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어떻게!”
소네트는 참담한 기분이었다. 그는 브루스 후작의 진노가 섞인 목소리에도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운다고 해결될 것 같으냐!”
“흐윽, 억…….”
소네트는 분해서 눈물이 났다.
딱 한 번의 실수였다. 심지어 그가 의도하고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었고, 정신을 차리니 시베르와 나체로 함께 있던 것이었다.
그는 지금껏 다른 여인에게 육체적으로 끌린 적이 없었다.
그에겐 언제나 레일라만이 유일한 여인이었으니까.
그런데 대체 어떻게,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여인과 몸을 섞었으며,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 한 번으로 아이까지 가졌다니.
“전 이 결혼 못 합니다! 레일라가 아닌 사람이랑은 못 한단 말입니다!”
“그럼 어쩔 거냐! 하필이면 그 언니를 건드렸어! 왜!”
소네트는 제 아버지가 제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저야 실수였지만, 제 아버지는 실수가 아닌 밤을 더러 보냈다. 거기에 제 자식들을 방치하기만 했고.
적장자인 저를 제외하고는 온전한 귀족도 없었다.
“저는 정말 레일라 없인 못 살아요. 레일라가 아닌 사람이랑 어떻게 결혼한단 말이죠?”
“이미 그쪽 가문과 말은 끝났다. 그러니 너도 그냥 살거라!”
“아버지!”
“신부만 바뀐 거야! 다른 건 다 그대로고 신부만! 어차피 여인은 다 똑같아! 살다 보면 정이 들 게다!”
그 말에 소네트는 마치 제 몸이 더러워지기라도 한 듯 부들부들 떨었다.
“어떻게 똑같습니까!”
소네트가 오열하듯 소리치자 브루스 후작도 답답하다는 듯 마른세수를 했다.
브루스 후작도 실상은 레일라가 마음에 들었다. 레일라는 싹싹하고 사업 수완도 좋고, 황후의 신임까지 얻는 현명한 영애였다.
뭣보다 황실 어른들에게 말도 잘하고, 몬트와 비셔스 은행으로 쌓은 부가 어마어마했으니까.
정말이지 최고의 며느릿감이었다.
그는 레일라가 제 집안의 사람이 되어 소네트와 산다면, 이 냉정한 제 아들도 사람다워질 줄 알았다.
레일라라면 소네트와 함께 지옥으로 가더라도 함께 웃으며 잘 살 것 같다는 믿음도 있었다. 제 부족한 아들에게 완벽한 며느리라고 생각했건만.
그런데 하필이면.
하필이면 아니라고 잡아뗄 수도 없이, 레일라의 언니인 시베르인 걸까.
“차라리 길가의 천민을 안지 그랬느냐!”
“허윽……!”
소네트도 스스로가 증오스럽다는 듯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고 있었다.
“하.”
시베르는 황후에게 찍힌 사람이었다. 지난번 일도 아비에르 백작가에서 황후에게 빌고 빌어서 간신히 모면한 것이었다.
본래라면 제렌 남작이 벌을 받을 때 함께 받았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시베르가 용서받은 것은 전적으로 레일라에 대한 황후의 호의 때문이었다. 시베르에게 벌을 주면 레일라에게도 누가 될 테니까.
제 아들을 끔찍하게 여기는 황후가 레일라를 제 편으로 두기 위해 시베르에게는 황궁 출입만을 금하는 유한 처벌을 내린 것이었고.
“흐윽…… 아버지. 저 정말 어떡합니까…… 저는 정말로…….”
“허.”
“레일라 없이는 못 삽니다. 제 첫사랑입니다. 마지막 사랑이라고요.”
소네트의 무너진 모습을 본 브루스 후작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제 아들이 이러는 걸 처음 보았기에.
“그럴 거면 실수하질 말았어야지! 건드려도 하필……!”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