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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103)화 (103/108)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103화

“소네트, 나를 가둘 거니?”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야.”

소네트는 레일라의 표정을 보자 실수했다는 듯 말을 바꾸었다. 그러나 레일라는 그가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묘하게 그가 시베르와 살을 섞었다는 걸 떠올리자 닿는 게 조금 불편해졌다. 정말로 갈 데까지 간 사람인가 싶어서였다.

“그래도 제국엔 그런 법이 있긴 하잖아.”

“그렇지. 그래도……. 웬만하면 안 할게.”

웬만하면.

그 말은 상황이 안 좋으면 가둘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레일라는 지금 상황이 조금 묘하게 느껴졌다. 시베르와 살을 섞고 아이까지 만든 건 소네트였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레일라를 옥죄듯 계속 집착했고.

몬트에서는 계속 그녀를 방해하듯 굴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VVIP실에 와 있는 아나시스 황태자조차 볼 수가 없었다. 소네트가 가지 못하게 해서.

물론 아나시스 황태자를 보지 않는 건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 몬트의 입지를 올려야 했고, 비셔스 은행에 대한 일도 처리가 필요했기에.

“소네트는 날 믿어 줘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소네트를 믿어. 비록 소네트가 우리 언니와 사고를 쳤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생겼더라도…… 나는 소네트가 날 사랑하는 걸 믿어.”

그가 제게 품은 마음은 진짜라는 걸 레일라도 이젠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진심이더라도 그는 매번 그녀를 힘들게 했고, 제 마음을 믿을 수 없게 했다.

“그러니 소네트도 날 믿어 줄 순 없을까?”

“사람을 어떻게 믿어? 나도 내가 그런 일을 당할 줄은 몰랐어. 다 사고였다고.”

소네트가 화내듯 목소리를 높이자 레일라는 슬슬 그가 두려워지고 있었다.

“이참에 너도 임신하는 게 어때?”

“……소네트?”

“내가 불안해서 안 되겠어. 너도 임신한다면 시베르가 가진 아이 따위 필요 없어. 굳이 데려오지 않아도 돼.”

“하지만 반은 네 아이 아니야?”

“반은 시베르의 아이야. 난 그 아이를 평생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소네트의 말에 레일라는 당황했다. 그동안 이성은 지키던 그였건만, 지금은 이성이고 뭐고 핏발 선 눈과 제정신이 아닌 듯한 소네트만이 보였다.

온화하고 다정한 말을 하던 그가 아니라.

“뭐, 뭐 하는 거야?”

그가 레일라의 어깨를 꽉 쥐었다.

“여기서 하려고.”

“뭘? 여긴 집무실이야!”

그러고는 그녀를 들어 책상에 앉혔다. 버둥거리는 레일라를 억누르며 그가 말했다.

“키스라도 하게 해 줘.”

-우르르릉! 쾅! 쾅!

이내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더니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소네트는 그 번개가 몬트 바로 옆의 가로등에 꽂힌 걸 듣고는 눈을 크게 떴다.

‘황족은 신의 핏줄이라 합니다.’

‘죽은 황자가 돌아왔다는 소문이 있긴 했습니다. 근거는 없지만요.’

‘초대 황제께서는 자연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다고 하셨죠.’

소네트는 레일라의 주위를 맴도는 붉은 눈의 사내, 레인이 레이니어 황자라는 걸 다시금 상기했다.

-우르릉쾅쾅!

“하, 하지 말아요!”

레일라가 눈을 질끈 감고는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알 수 없게 소리쳤다.

그제야 소네트는 정신이 들었다.

“미안해.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소네트는 겁에 질린 채 그대로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방 한구석에서 걸어 나와, 천천히 문을 닫고 돌아선 레이니어가 중얼거렸다.

“제가 지금 소네트 브루스를 죽여도, 아가씨가 제게 실망하는 일은 없겠군요.”

“죽이지 말아요!”

레일라는 레이니어의 눈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평소에 보던 다정한 눈이 아니라, 마치 포식자의 눈처럼 사납게 보였다.

“죽이면 우리 계, 계획에 차질이…….”

그녀가 울먹이며 말하자, 그가 손을 튕겼다. 그러자 구겨진 레일라의 옷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무슨 말이든 하시죠. 제가 지금 가서 소네트 브루스의 목을 비틀어 버리지 않게요.”

“아, 아니 이게 무슨…… 왜 또…….”

레일라는 무슨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놀라고 두려워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하…….”

그녀가 울자 레이니어는 한숨을 쉬며 레일라의 발치에 앉았다.

“죽여 버릴까요?”

“하지 말, 라니까요!”

그의 말에 레일라가 더 숨을 크게 쉬며 흐느꼈다. 그는 조금 당황하며 말했다.

“제가 독심술을 할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무릎을 바닥에 댄 채 기사처럼 앉아서 레일라를 올려다보았다. 레일라는 그런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바닥으로 내려왔고.

놀란 가슴이 진정되질 않아 그녀는 계속해서 히끅거렸다.

“제가 말했잖습니까. 저한테는 아가씨 기분이 제일 중요하다고요.”

“아니 왜, 이런, 일이 계속…….”

“이렇게 우시는 걸 보니까 정말…… 참담하네요.”

그는 레일라가 울자 저도 모르게 말이 쏟아져 나왔다.

“날, 날씨 좀 바꿔요!”

그녀의 말을 의식한 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장대비처럼 쏟아지던 비가 이내 그쳤다. 점차 구름이 걷히더니, 다시 맑은 하늘이 나왔다.

“윽, 흐…….”

“반지를 쓰셨어야죠.”

“안, 써도 오, 네요.”

“그야 그렇죠. 그래도 한 번쯤은 쓰시죠. 저를 불러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이런 일이 너무 자주 있어 화가 나네요.”

그의 말에 레일라가 통곡하듯 울었다.

그는 그녀가 진정하며 괜찮아질 때까지 계속해서 달래 주었다.

그렇게 그녀가 그에게 위로받는 사이. 소네트 브루스는 레이니어의 정체를 확신하고, 오베론 왕국의 서신을 독촉하러 갔다. 제 결혼에 다른 방해가 있어서는 안 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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