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106화
“레일라?”
레일라는 온몸에 넘치는 힘을 느꼈다. 그렇지만 그 힘이 제 것이 아님은 명확했다. 몸은 따스한데 심장 주위에 있는 힘은 차가웠다.
“소네트가 이상한 말을 하니까 날씨가 변했네.”
소네트는 레일라의 눈을 확인하려 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하늘색이었다. 그는 레일라조차 어쩌면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무언가에게 홀린 게 아닐까 싶었다.
제가 아는 그녀인데도, 레일라가 저를 보며 웃는 걸 보자 기분이 이상했다.
주위에 있던 캐서린은 번개에 놀란 듯 밖을 보며 빗을 꽉 쥐고 있었다. 그러다가 소네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결혼 전에 사내와 함께 있는 건 안 됩니다.”
번개 때문에 조금 놀랐다지만, 단호한 캐서린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난 곧 레일라와 결혼해. 남편이 될 사람이야.”
“남편이 될 분이시니 더 조심하셔야죠. 이미 실수하지 않으셨습니까.”
캐서린의 말이 처음엔 고깝게 들렸다. 그러나 소네트는 이내 그녀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저는 이미 시베르 때문에 그녀에게 큰 실수를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캐서린은 레일라의 시녀였고, 나중에 브루스 후작가로도 데려오겠다 했으니 신뢰하는 사람인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인지 캐서린의 말은 제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소네트에게도 닿았다.
“소네트, 나는 우리가 곧 결혼하게 될 걸 알아. 그래서 네가 이러는 걸 이해하고. 그런데 이러지 않으면 좋겠어.”
“왜? 너는 날 사랑하지 않아?”
“나도 널…… 똑같이 생각해. 그래도 급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레일라가 슬픈 척 웃으며 소네트에게 말하자 소네트는 정신이 확 들었다.
가슴이 더 따스해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실수했어, 레일라. 내가 너무 조급했어.”
그는 그녀가 정말로 제 운명이란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제가 어떤 실수를 하든 바로잡아 주고, 또 용서해 주는 사람이 그녀였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더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녀의 근처에 있는 정체 모를 괴물.
그건 분명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그 괴물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지금도 주위에서 저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괴물이 바라는 게 대체 뭘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레일라도 구하고 제 결혼식도 무사히 하고, 그리고…… 레이니어까지 완벽하게 세상에서 치워 버리고 싶었다.
그는 정신을 차렸지만, 레일라가 원하는 방식으로는 아니었다.
“괜찮아, 소네트. 부부끼리는 그런 것도 이해하는 거잖아.”
레일라의 말에 소네트는 안도하듯 그녀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며 몸을 기댔다.
레일라는 그가 순종적으로 굴자 힘을 쓰려던 생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시동어를 쓰지 않아도, 레이니어의 힘을 받으면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겐 큰 수확이나 다름없었다.
“나를 용서해 줘, 레일라.”
“응, 그럴게.”
그렇게 소네트는 새벽이 되어서야 브루스 후작가로 갔고, 때문에 캐서린도 늦은 새벽까지 레일라의 방에 함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