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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107)화 (107/108)

쓰레기 남주는 필요 없어 107화

“저 지금 너무 긴장돼요.”

“저랑 키스하셔서 긴장이 되는 겁니까, 아니면 제 아버지를 뵙는 게 긴장되는 겁니까?”

“후자요.”

“전자라고 하셔야 키스가 끝나죠.”

레이니어는 레일라의 말을 듣고는 그녀의 턱을 잡았다. 다시 키스하려는 듯 그가 가까이 오자, 레일라가 그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뭘 좋아하세요? 이런 걸로 기뻐하실까요?”

레일라는 저도 모르게 챙겨온 작은 답례품을 흘끔 바라보았다. 황제의 초대라니, 비록 정식이 아니라도 긴장되는 일이었다.

대외적으로 황후의 사람인 저를 이렇게 몰래 불렀다는 건 정말로 급하다는 말과도 같기도 했고.

“제가 오면 좋아하시죠. 절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시니까요.”

레이니어의 말에 레일라는 조금 안도했다.

“그런데 제가 왜 보고 싶으시다는 걸까요?”

“그야…….”

레이니어는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싶어서 그녀를 바라보다가, 역시 안 된다는 걸 깨닫고는 웃었다.

“제가 아가씨와 동업한다는 걸 알았으니,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아셔야 안심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죠?”

“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는 그녀가 다른 의미로 긴장하는 듯해 보기 좋았다.

마치 애인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듯 긴장한 채 예쁘게 차려입은 것도 그렇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지만 걱정이 돼요. 안 할 수가 없는걸요.”

그러고 보니 부황에게 레일라와 함께 인사하러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게 떠올랐다. 그의 회귀 중 절반은 황제가 된 후 그녀를 만났고, 그 후 절반은 황제가 되기 전에 그녀를 보았다.

지금처럼 황제가 되는 것보다 그녀의 행복을 우선으로 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가씨는 제가 이기적인 사람이라 싫진 않으십니까?”

“레인이 왜 이기적이에요?”

“저는 정말 이기적입니다. 제 행복을 위해 아가씨를 이용했죠. 그리고 아가씨가 행복해질 수 없도록 만든 적도 있습니다.”

레일라는 문득, 그가 정말 인간이자 인간이 아닌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사람도 저와 비슷하게 회귀를 거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레일라는 그가 한 모든 회귀를 알지 못했기에.

경계심이 일어 그에게 모든 걸 말할 수가 없었다.

말하는 순간 지금처럼 지낼 수 없을 것 같았기도 했고.

“사람은 다 그렇지 않나요? 저도 이기적이에요.”

“아가씨는 이기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순진하시죠.”

“칭찬인가요?”

“험담입니다.”

“세상에 앞담이라니.”

레일라는 그의 말에 놀라는 척하며 웃었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장난이라는 걸 알아서.

“저도 이기적이에요. 제가 행복해지고 싶어서 다 이용하잖아요. 사람은 다 자기가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에 열심히 행동하는 거고요.”

그녀의 말에 그는 바닥으로 앉았다. 그가 갑자기 제 무릎에 얼굴을 기대자 그녀는 당황했으나, 조금 불안정해 보이는 그를 이내 가만히 바라보았다.

“만약 제 이기심 때문에 아가씨의 행복을 잃은 적 있다면요?”

“제가 기억 못 하는 부분이라면 상관없어요. 그리고 지금은 레인 덕분에 이룬 게 많은걸요.”

그녀는 그가 정말로 저와 같이 회귀했다는 걸 확신하며 말했다.

그런 속마음을 알지 못한 레이니어는 그녀가 단순히 위로해 준다고만 생각했다.

“그거 아십니까? 세상에는 여러 갈래의 가능성으로 미래가 열려 있다고 합니다.”

“들어본 것 같아요.”

“어쩌면 어떤 가능성에선 아가씨가 제 아내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남편으로서의 레인은 괜찮을 것 같네요. 레이니어는 아니더라도요.”

“어째서죠?”

레이니어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레일라는 그의 눈을 빤히 보며 말했다.

“저는 불안한 사람이에요. 지금껏 이상한 남자만 만난 걸 모르나요?”

“꽃에는 나비만 꼬이는 게 아닙니다. 파리도 꼬이고 모기도 꼬이죠. 해충이 꼬인다고 꽃의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나비도 안 꼬이고 벌도 안 꼬이는데 해충만 꼬이면 꽃의 문제 아닐까요?”

“해충이 세상에 없어야 했는데 꼬인 거니 해충의 문제죠. 전부 박멸하면 꼬일 일도 없습니다.”

그의 말에 작게 위로받은 레일라가 저도 모르게 그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제가 결혼하고 싶었던 남자들이 전부 그렇다면요? 그럼 제게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제가 남자 보는 눈이 없는 걸지도 모르잖아요.”

그 비유가 실상 자신이었다는 걸 솔직하게 드러내며 레일라는 레이니어를 바라보았다. 이번엔 그가 뭐라고 말할지 궁금했기에.

“말했지 않습니까. 어차피 모든 연애는 다 실패해도, 딱 하나만 성공하면 된다고요. 아가씨는 그 하나를 얻기 위해 수많은 길을 걷고 되돌아오신 것뿐입니다.”

그의 말에 레일라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레인은 정말 이상하네요.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제 행동이 경박하다고, 사내들을 꼬여내는 모자란 사람 취급하면 편하지 않나요?”

“편하다고 불의하게 지낸다면 그 사람은 편함을 위해 불의한 사람이 되는 거죠. 그리고 그런 편함은 제게 필요 없습니다.”

“왜요?”

“아가씨가 불편할 텐데 제가 어떻게 편해집니까.”

당연하다든 듯 나온 그 말은 반문이 아니었기에.

레일라는 울컥해진 마음으로 그의 머리통을 안았다.

“읏…….”

“왜, 왜 그래요?”

순간 레이니어가 고통스럽다는 듯 소리를 냈기에, 레일라는 당황해서 당장 팔을 풀었다.

그의 얼굴이 일순 창백하게 변하더니 붉어졌다. 그러고는 레일라의 허벅지에 귀를 대며 숨을 쌔근거렸다.

“어디 아파요?”

“잠시만요. 너무 아프네요.”

“어디가요? 열나요? 레인도 아플 수 있나요!”

레일라가 당황해 물어보자 레이니어가 픽 웃었다. 그러면서도 아파서인지 몸을 떨었고.

“목에 찬 초커가…… 종종 이렇게 줄어듭니다. 제가 너무 기쁜 생각을 하면요.”

“왜 그런 특이한 목걸이로 찼어요?”

“그래야 제가 엉큼한 생각하는 걸 아실 테니까요.”

순간 그는 식은땀이 나는 얼굴로 레일라의 쇄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제 가슴 위쪽에 살포시 놓여 있던, 목걸이에 걸린 열쇠를 보며 깨달았다.

“지금 그럼 엉큼한 생각을 했다는 걸 실토하는 건가요?”

“그렇죠. 어쩌면 전 평생 이렇게 불시에 목이 졸리면서도 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그의 말은 이상하게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안 풀어 줄 건데요.”

“풀어 주지 마시죠. 지금 풀어 주면 위험합니다.”

그가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감았다. 시야에서 그녀가 조금 사라지면 버틸 만할 것 같기도 해서.

“저 볼 때마다 자주 그래요?”

“안 찼을 때는 잘 몰랐습니다만, 저는 꽤 자주 이러더군요.”

“엉큼해라.”

“제가 좀 많이 엉큼합니다.”

‘원래 잠자리는 다 이렇게 하나요?’

‘어제 그렇게 좋아하더니 왜.’

‘조용히 해요!’

레이니어는 문득, 예전에 레일라와 일상적으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매번 자제하지 못했고, 레일라는 그것을 겨우 따라오면서도 거부하지 않았었다.

한데 꼭 그의 속을 읽기라도 한 듯 레일라가 입을 열었다

“목 조르는 거에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도 있대요.”

“갑자기 어디서 나온 말입니까?”

“그냥 나왔어요. 말 돌리려고.”

“돌리려고 한 것치고는 제가 너무 괴롭네요.”

그가 숨을 고르려 하자 레일라가 그의 눈을 손으로 덮어 주었다.

“안 엉큼한 생각 해요. 음…… 예를 들어, 리아르 경의 벗은 몸?”

“괜찮아졌습니다.”

“이렇게 바로요?”

“화나니까 바로 괜찮아지네요.”

레이니어의 입꼬리가 올라간 걸 보자, 레일라는 그의 눈을 가리던 손을 치웠다.

“왜 화가 나요?”

“아가씨가 리아르 놈의 몸을 상상했다는 게요.”

“아, 리아르 경의 몸은 상상한 적 없는데…… 지금 상상이 좀 되네요. 그러고 보니 어깨가 굉장히 다부지던데.”

-우르릉.

“농담이에요!”

레일라는 밖에 번개가 치자 저도 모르게 다시 그의 머리통을 안았다.

“진정하라고요!”

다행히 마차가 가는 길엔 천둥이 쳤어도 벼락은 내리치지 않고 끝이 났다.

반면에 레이니어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리아르의 집무실에는.

-쾅쾅!

“뭐야!”

벼락이 떨어졌다. 다행히도 그의 바로 앞으로 떨어졌기에, 서류만 모조리 타 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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