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1. 1차 튜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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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주요 소재로 다룬 창작물은 재밌다.
끔찍한 일을 당한 주인공이 자신에게 해를 입힌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탄산이 가득한 사이다를 마시는 것 같다.
특히 먼치킨이 되어 복수를 시작하는 내용은 사이다를 마시다 못해 통째로 붓는 느낌이라 더 좋았다.
사회초년생이라 가슴에 답답함이 많이 쌓였던 나에게는 그런 사이다가 많이 필요했고, 많이 마셨다. 덕분에 나는 내가 누구로 빙의 됐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2번째 탑 등반은 복수와 함께’라는. 먼치킨 주인공이 복수하는 것이 주 내용인 야설에 등장하는 썅년이었다. 정확히는 본인이 아니라 방금 막 썅년에게 빙의 된 사람이지만.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썅년이 주인공에게 제일 먼저 복수 당하는 인물로, 보는 이도 통쾌해할 정도로 확실하게 복수 당해,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캐릭터였다는 것이다.
본명은 아마…
“정하영씨 괜찮습니까.”
그래, 저런 이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낯선 세계로 끌려와서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합니다.”
이름 모를 남성은 멍하니 서 있기만 하는 하영이 진심으로 걱정되는 듯, 단단히 타일렀다.
하영은 그런 남성을 멍하니 바라봤다.
호감형 외모를 가진 남성이었다. 목소리 또한 차분해 주변 인물의 호감을 쉽게 살 것 같은 남성이었다. 그러나 소설에 등장한 주요인물의 특징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외모로 보건대 발이 넓을 것 같으니 친해지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딱히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귀찮으니 대충 말하고 돌려보내는 게 좋겠다.
“혹시 어디 불편하신 곳 있으십니까? 만약 있다면 미리 말씀해주세요. 미리 알아 둬야 이후 조금이라도 몸이 편해지니까요.”
남성은 어린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어른처럼 하영에게 더 다가왔다. 남성의 눈이 하영의 다리를 흘겨보았다. 단순한 시선 처리 같았으나 하영은 남성의 눈에서 성욕을 느꼈다.
“…예 혹시 문제가 생기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하영은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지만, 쓰디쓴 사회 경험 덕분에 입으로 욕설을 내뱉는 것은 멈출 수 있었다.
“…만약 어디 문제가 생겼다면 즉시 알려주세요.”
남성이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세계의 떨어진 충격으로 살짝 맛이 가버린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영은 순간적으로 보였던 그의 성욕을 기억하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보는 사람 같았어.’
남자일 때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 동시에 처음 경험해본 감정이었다.
그러나 처음 마주하는 상황임에도 하영은 남성이 주는 시선이 성욕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몸으로 살면 분명 자주 마주할 감정이겠지.’
암담한 상황에 여러 감정이 하영의 몸을 감쌌다. 두렵고 무섭고 우울했다.
‘시발 잦같네.’
그러나 처음 겪어 보는 상황인지라 그런 감정들 보다는 혼란스러움이 더 컸다.
“야! 빨리 이쪽으로 와봐!”
사람들이 뭉쳐있는 곳에서 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하영의 주변을 서성이던 남자를 급히 불렀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뜨면서도 여러번 하영을 돌아봤다.
하영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렇게 둘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이래서 잘생긴 새끼들은 안 된다니까. 아주 못된 놈들이야.”
남자의 시선이 사라지고, 하영은 멀어져 가는 남자를 향해 중지를 세워준 후. 고개를 틀어 주변을 둘러봤다.
나무가 가득한 숲 속과 푸른 초원이 각각 반씩 차지하고 있는 묘한 지형. 사람들은 그 기묘한 지형의 가운데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선은 이곳을 벗어나 안전한 장소를…”
“제가 읽어본 책에 따르면 이럴 경우 의식주를…”
1명, 2명 3명…
언뜻 보기에도 사람의 수가 많았다. 족히 100명은 넘어 보였다.
처음에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이었지만, 시간이 약간 지나자 목소리가 격양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하. 지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이게 무슨 소설 속도 아니고 지랄 좀 하지마라.”
어찌나 크게 말하는지 서로의 대화에 묻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네.”
하영은 서로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강하게 주장하며, 대화 같지 않은 대화를 이어나가는 그들의 모습에, 세기말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디로 고개를 돌리던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강한 언성이 오고 갔다. 그리고 그건 하영의 근처도 마찬가지였다.
“이봐! 당신! 나이 몇 살이야!”
배가 튀어나온 남성이 중년 남성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남성의 격한 반응에 중년 남성 또한 손가락질하며 맞받아쳤다.
“뭐야 지금 나한테 그런 거야? 허, 나 참. 딱 봐도 나보다 어려 보이는 놈이 어따대고 손가락질이야!”
손가락질 받은 남성이 인상을 크게 찡그리며 중년 남성의 앞으로 다가갔다.
누가 봐도 금방 싸움으로 변질할 대화였지만 그들에게 신경을 쓰는 건 하영 자신뿐, 다른 이들도 이 남성들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와, 이건 뭐. 답도 없네.”
평소의 하영이였다면 어떻게든 말리려 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 그러나 자신의 최후를 알고 있는 처지라 그런지, 지금은 영 내키지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좀 더 싸워서 막장의 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 다 같이 죽자.’
하영은 앞으로 닥쳐올 잔인한 현실도 모른 채, 강한 발언권을 가지려고 큰소리치고 있는 그들을 보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체념의 감정이었다.
하영은 도박을 하다 모든 돈을 잃어, 삶에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주저앉았다.
철퍼덕
땅의 차가운 느낌이 반바지 사이로 올라왔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한 느낌. 하영은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눈을 감았다.
그 순간이었다.
“모두 이쪽을 봐주십시오!”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 남성의 목소리가 숲 속에 울려 퍼졌다. 하영은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을 떴다. 목소리의 정체는 자신의 정신을 깨웠던 이름 모를 남성이었다. 그는 큰 돌 위에 올라가 주변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부탁입니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요! 제발 저를 봐주세요!”
1명, 2명 3명… 남성의 외침에 주변 사람들의 대화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나자 하영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그를 바라보게 됐다.
“그럼 이제부터 현 상황에 대한 제 의견을 말하겠습니다.”
남성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살짝 미소 지은 뒤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선 저것을 봐주시죠.”
남성은 손가락을 하늘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남성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향했다.
[소속된 세계 : 지구 2219]
[튜토리얼 회차 : 321187]
[1차 튜토리얼 : 고블린의 숲에서 30일간 생존하세요.]
[고블린 출현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 1시간 59분 44초]
[보상: 상태창, 1층 귀환 주문서 1개 획득]
“저건….”
사람들이 허공에 떠있는 글자를 보며 뭐라 말을 내뱉으려던 그때.
남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 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손 한번 들어주시죠.”
남자의 말에 손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건 하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
하영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이끌고 숲 속 안으로 들어갔다.
시야가 훤한 평지보다는 몸을 숨길 나무가 있는 숲 속이 생존에 적합하다며 남자가 설득한 탓이었다.
‘좋은 판단이야.’
하영은 일행의 끝을 멍하니 따라갔다.
남자의 판단은 옳았다. 비록 다른 이유로 숲을 고른 것이지만, 5일 차 이후로 나오는 고블린들의 주 무기중 하나인 독침을 막을 수 있는 숲 지형은 다른 지형에 비해 훨씬 생존에 유리했다.
‘하지만 그건 모든 걸 알고 있는 내 상황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지.’
하영은 소설을 읽는 독자처럼 상황을 둘러봤다.
앞으로의 미래를 모르는 몇몇 사람들은 멀쩡한 평야를 두고 숲 속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불만을 품고 투덜거리거나, 남자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짜증을 표출했다.
그러나 남성의 말에 반항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남자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었다.
하영 또한 남자를 인정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몸이 여성인 지금,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으나, 그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에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놈은 낯선 곳에 떨어지자마자 주변을 파악했고, 이를 통해 발견한 사실로 순식간에 사람들을 사로잡았어.’
비록 사람들을 사로잡는데 남자의 외모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긴 했으나, 하영이 보기에는 그는 재능이 있었다.
이 탑에서 살아남을 재능이.
“여러분 조금만 더 힘을 내주세요!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쉴 곳을 찾아야 합니다!”
선두에서 걸음을 옮기던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남자의 옆에 있던 여자들이 남자의 말을 따라 했다.
“그래! 조금만 더 힘을 내 보자고.”
여자들의 말에 남자들이 호응했다. 남성은 자신의 외모를 이용해 여자들을 포섭했고 여자들을 이용해 남자들을 이끌었다.
‘여자들을 이용해 불만을 일행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을 막으려 들 줄이야…’
야설 아니랄까 봐 돌아가는 상황도 매우 야설다웠다.
‘…19금 복수물이 아니라, 평화롭고 행복한 세계관을 가진 백합 소설을 읽었어야 했나?’
만약 그랬다면 이런 악몽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하영은 어느새 일행 사이에 스며든 여자들과 즐겁게 웃고 있는 남자들을 보며 후회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면 무리하게 탑을 오르지 않는 이상은 비교적 안전한 저 사람들과 다르게, 하영은 지금 살아남아 봤자 오래 살아남기 어려웠다.
회귀한 주인공이 정하영을 복수에 대상 중 하나로 지정했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정하영이라는 인물 자체가 특별한 재능이나 스킬 같을 가진 존재는 아니었다.
운 좋게 튜토리얼을 클리어한다 해도, 난이도가 상승하는 10층 언저리에서 몬스터나 사람들에게 목숨을 잃을 것이 너무 뻔했다.
소설 속 정하영 또한 그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뛰어난 외모를 이용해서 강한 남성의 옆에서 빌붙는 형식으로 살아남았었다. 그러나 그건 평범한 남자였던 하영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 식으로 삶을 사느니 죽는 게 나았다.
‘정하영 주옥같은 년, 소설에서도 내 좁은 마음에 답답함이라는 글자를 새기더니. 이제는 현실에서도 내게 답답함을 주는구나.’
남자에게 아양 부리며 사는 자신을 상상해보자, 체념이란 감정에 갇혀 있던 서러움 요동쳤다. 억울함이 폭발할 것 같았다.
하영은 모든 것이 정하영 때문인 거 같았다.
아니, 실제로 반쯤 정하영 탓이 맞았다.
정하영 이 머리 깨진 년은 심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등학교 시절 소심하고 몸집 작은 주인공에게 가짜로 고백했다. 그리고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누가 너 같은 찐따 멸치에게 반하냐며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그 결과 주인공은 모두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학교 제일의 미소녀에게 찐따 멸치로 찍힌 채 학교생활을 보내야 했다.
이러니까 시발 제일 먼저 따먹히고 고기 방패로 쓰이지, 개 같은 년아.
‘그런데 이제 그게 나네. 시발.’
하영은 투덜거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절망했다.
“…시발 다 마음에 안 드네. 왜 이렇게 띠껍지?”
상황이 암울해서일까. 하영은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인공에게 까불거려댄 정하영도, 다 같이 죽을 거를 살리겠다고 앞장서서 행동하는 저 이름 모를 남자도, 그리고 현재 내 상황까지. 그냥 모두 내 앞에서 사라져 줬으면 좋겠다.
“역시! 누님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때 처음 듣는 남자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 왔다. 약간 청소년 같은 목소리였다.
하영은 인상을 찌푸린 채 소리의 근원지인 옆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웬 양아치 같은 남자가 내 옆에 바짝 붙어서 지랄을 하고 있었다.
양아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지 신 나게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누님이 마음에 안 든다는 애가 저 일행의 제일 앞장선 남자 말하는 거 맞지?”
통통한 체형에 머리는 금색이고 피부는 태닝이라도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마치 19금 만화에서나 볼법한 인상이었다.
하영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계속 무시를 하기에는 솔직히 금태양의 외모가 너무 무서웠다. 19금 야설이기에 더욱 그랬다.
“실은 나도 그래. 지가 뭐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데…”
하영은 양아치의 대화를 대강 흘려들으며 앞에 사람들을 따라 묵묵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이왕 죽을 거면 고블린이 아닌 몬스터에게 죽어서 깔끔하게 남자로서 죽고 싶었는데 애를 보니 차라리 고블린에게 죽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 정도로 옆에 있는 금태양은 질이 안 좋아 보였다. 만약 이 놈도 아까 그 재능충과 비슷한 성욕을 가지고 있다면, 내 시체를 언데드로 만들어서라도 끌고 다닐 거 같았다.
‘아니, 이 금태양이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주인공은 백퍼센트 한다.’
정하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실제로 주인공도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바뀐 미래 탓에 복수대상이 이미 죽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주인공은 여자를 언데드 상태로 부활시킨 후 마구 범했다.
‘그리고 질릴 때까지 가지고 돌아다녔지.’
소설의 내용에 따르면 시전자의 능력과 시체의 상태에 따라 자아를 남겨두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회귀자 답게 기본적으로 다재다능했다. 내가 언제 죽던, 시체가 어떤 상황이던 주인공은 반드시 나를 부활시킬 것이다.
“하아…”
그렇게 되면 죽음보다 못한 현실에 살아가게 되겠지.
하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게 펼쳐질 미래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냥 나도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죽기 전에 회귀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이 부적을 구매하기 전으로.
만약 그 타이밍에 회귀할 수 있다면 나쁜 체험 했다 치고, 소설 작가에게 찾아가서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 정도는 봐줄 수 있다.
부적을 만든 회사는 못 봐준다. 이 죽일 놈들은 좀 맞아야 한다.
‘그러니 제발 지금이라도 회귀시켜줘 작가형. 착한 애들 죽일 때는 악플을 달긴 했지만. 이래 봬도 난 형, 광팬이야.’
하영이 그런 생각 하는 순간.
낭만검객: 님, 님 옆에서 따라오고 있는 애 생긴 게 주옥같은데 죽이면 안 됨?
방송계의유니콘: ㅇㅈ 듣는데 ㅈㄴ 시끄러움.
하영의 눈에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글자와 익숙한 대화 내용. 하영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과 비슷한, 그리움을 느꼈다.
아가리롤스타: 드디어 채팅을 봐주네, 방장 ㅎㅇ
꿀벌아넣을게: ㅋㅋ 방장이 채팅 보는 게 소원이라더니 소원 이뤘네. ㅊㅊ
소원을 언급하는 채팅에 하영은 부적을 손에 쥐고 소원을 말했을 때가 떠올랐다.
[소원 인기 방송인으로 인생 날먹하게 해주세요.]
소원을 적다가 갑자기 현타가와서 실제로는 ‘인기 방송인이 되게 해주세요.’ 까지 적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닉네임과 그 옆에 달린 대화 그리고 그것들을 가두고 있는 틀까지, 이건 누가 봐도 방송 채팅창이었다.
‘그래! 시발! 강제로 소설 빙의를 했으면 빙의 특전을 주는 게 강호의 도리지! 나이스! 작가형 믿고 있었다고!’
하영의 눈에 기대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빙의 특전. 그것은 소설에 빙의 된 이들을 위한 타개책 중 하나.
만약 빙의 특전이 방송이라면, 빙의 된 이는 방송을 통해 재화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 나간다.
그러고는 그 힘을 활용해 행복한 인생을 펼쳐 나가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진짜 열심히 살게요.’
빙의하고 나서 처음으로 하영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그러나 그 생기는 다음 채팅을 보는 순간 다시 사라져 버렸다.
미션석섹스: 옆에 있는 놈이랑 교접 시 100골드.
아가리롤스타: 교접 중 골반 한번 돌릴 때마다 50골드 추가!
꿀벌아넣을게: 이 씨발년 눈 봐라 ㅈㄴ 꼴리게 생겼네. 내가 아가방에 주사 한번 놔줘?
skaw375: 와, 어떻게 언어가 저렇게 저급할 수가 있음?
채팅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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