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1. 1차 튜토리얼
* * *
아가리롤스타: 이제 누가 찐따냐?
“스타님과 낭만검객 그리고 skaw375님을 제외한 모두가 찐입니다.”
아가리롤스타: 그게 맞제~
미션석세스: ㅂㅅ 흑우쉑 좋단다. ㅋㅋ
낭만검객: 응~ 골드 없는 찐따라 안 들려~
아가리롤스타: ㄹㅇㅋㅋ
***
신나던 수금 타임이 끝난 후, 하영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상태창을 받은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원래대로라면 상태창을 받은 즉시, 사용자 앞에 상태창이 펼쳐져야 했다. 그래야지만 상태창안에 적혀져 있는 사용설명을 토대로 상태창의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
그러나 하영은 상태창을 받고도 상태창을 보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소설에서 읽은 내용대로 자신의 상태가 적혀져 있는 종이를 상상해봤음에도 상태창을 꺼내지 못했다.
하영은 혹시 다른 소설과 헷갈렸나 싶어서 생각나는 대로 상태창이라고 불러도 보고, 속마음으로 ‘스테이터스 오픈’까지 해봤으나 어림도 없었다.
‘아니, 이게 왜 이러지? 날 엿 먹이려는 건가?’
답답함에 화가 약간씩 올라올 때쯤, 하영은 채팅창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뻘쭘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천신대가리멈춰: 애 ㅂㅅ임? 지 혼자 뭐함?
아가리롤스타: 윗 새끼 대가리 터졌냐? 원래 이런 댕청미가 꼴리는 거야, 알았냐? 이 꼴알못새끼야. 대가리에 죽음 정통으로 맞아서 생식활동 멈추기 싫으면 닥치고 ㄹㅇㅋㅋ나쳐라 진짜.
skaw375: 이분 갑자기 왜 이리 화남?
미션석세스: 교접하고 싶을 정도로 썅년이 꼴렸는데 욕하니까 화난 듯. 갑자기 스윗한척 오짐.
야스마스터: 교접이 아닙니다. 야스입니다.
상태창은 어떻게 쓰냐고 물어보려던 하영은 생각지도 못한 난장판에 잠시 정신을 놓고 채팅창만 바라봤다.
잠깐 안 본 사이에 채팅창이 도로 저급해져 있었다.
‘…이래서 스트리머들이 그랬던 거구나.’
하영은 왜 방송하는 사람들이 채팅창을 힐끔힐끔 보는지 알 것 같았다. 봐도 바도 새로웠다.
낭만검객: 그래서 스킬은 어떻게 써야 하냐면은…
꿀벌아넣을게: 아니 아가리롤스타 이 새끼 미침? 지가 제일 ㅂㅅ인데 왜 나댐?
아가리롤스타: 꿀벌 봐라 방장아, 저런 애들이 ㄹㅇ 위험한 애들이야.
성녀혐오함님이 1골드 기부.
성녀에게 욕하면 1,000골드.
성녀혐오함님이 1골드 기부.
성녀에게 찐텐으로 욕 들으면 5,000골드.
성녀혐오함님이 1골드 기부.
성녀 죽이면 100,000골드.
여신따먹고싶다: 이 새끼는 또 뭐임? 컨셉 ㅈ같이 잡았네.
성녀혐오함: 성녀 혐오함. 다른 방에도 똑같은 미션 걸러 갈거임. 미션 완료하면 다시 돌아옴.
야스마스터: 아니, 여신아 그런 닉네임 달면 안 부끄러움?
방송계의유니콘: ㅋㅋ 닉네임수준 똑같은 놈들끼리 잘들 노네.
천신대가리멈춰: 진짜 위에 애들이 아직 신인 거 보면 천신 새ㄲ(경고 2회)
하영은 다리 아픈 것도 잊을 정도로 채팅을 집중해서 봤다.
보다보니 묘하게 재미있었다. 이게 방송의 참맛인가?
skaw375님이 1골드 기부.
10분 내로 상태창 도착할 거예요. 잘 키워주세요. 저는 다른 신도들에게 상태창을 나눠줘야 해서, 이만.
“네? 상태창을 키워요?”
멍하니 채팅창을 보며 걷던 하영은 기부 메세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상태창이 도착하는 건, 스킬이 들 개방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쳐도 뒷내용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 상태창을 키운다? 어떻게 키우지? 상태창 스킬에 레벨이라도 달려있나?
하영이 깊은 생각에 빠져들던 그때, 일행의 선두에 서 있던 이들에게서 묘한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하영은 금태양을 데리고 급히 선두 쪽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다 같이 동굴을 탐사하는 것보다는, 입구가 좁은 이 동굴의 특성상 지원자를 받아서…”
그곳 에는 선두에 있는 이들이 발견해낸 동굴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혼잡했던 이전과 다르게 서준영을 중심으로 큰 원형을 만든 다음, 원 가운데로 한 명씩 나와 의견을 조합했다.
이게 리더의 존재 여부의 차이인가? 확실히 리더가 없던 전보다 안정되고 빠르게 의견의 공유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영은 의견이 나올 때까지 조용히 나무에 기댔다.
옆에 있던 금태양이 같이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재촉했지만 하영은 거절했다.
하영이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 탓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게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좋아, 모두 저기에 정신이 팔려있어.’
하영은 [금창약 생성]을 사용해 금창약을 만든 후, 누가 볼세라 빠르게 발에 발랐다.
그러자 빨개진 부위가 서서히 제 색을 되찾아갔다.
‘오, 효과 괜찮은데?’
치유력을 높여주는 [자가치유]의 버프를 받은 금창약의 회복. 이는 물집 같은 것이 잡힐 뻔한 하영의 발을 순식간에 치유해버렸다.
하영은 그 효능에 놀라 종아리 같은 곳에도 발라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철회했다.
애초에 금창약은 상처를 아물게 해주는 약이었기에 단순 근육통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었다.
거기다가 다리에 바르기에는 사람들에 시선이 너무 잘 모이는 곳이었다. 여기에 바르면 몇 분도 안 돼서 다리에 무엇을 발랐느냐고 말이 오고 갈 것이다.
실제로 뒤늦게 알았던 거지만, 양아치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을 때는 몇몇 남자들이 내 다리를 훑어봤다.
정하영의 외형을 생각하면 비교적 당연한 일이었지만.
여자도 아니고 남자가 나를 이성으로 본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좀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
그러나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여자를 밝히는 그들의 모습에 약간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이힐 신은 여자의 옆쪽에 꽤 귀엽게 생겼던데. 말이나 한번 걸어 볼까.”
하영은 운 좋게 이야기가 흘러가 귀엽게 생긴 여자와 사이가 좋아지는 망상을 했다.
상상 속 하영은 자신의 원래 모습을 되찾고 탑 속에서 그녀를 필두로 하렘을 꾸려 행복한 생활을 보냈다.
“그래. 이게 옳게 된 빙의지.”
상상만 해도 행복한 광경에 하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음욕 백 퍼센트의 추한 미소였으나, 날카로운 미녀의 외형은 그 것 또한 매력으로 소화해버렸다.
***
“하영씨,”
회의가 끝난 후. 서준영이 내게 와서 뭐라 이야기를 했다.
내용은 대충 젊고 힘 쌘 남자들이 동굴 안쪽에 무엇이 있나 확인하고 올 테니 여기서 나머지 사람들과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이었다.
‘… 이것 봐라?’
이야기를 전부 들은 하영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의 남자들, 그와 대비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여자들까지. 왜 이렇게 빨리 끝났나 했더니, 리더 역할을 했던 준영이 한쪽에 의견에 힘을 강하게 실었었나 보다.
“준영씨, 아무리 비상시라지만 젊은 남자들이 희생하는 건 좀 아니라고 보는데.”
하영이 살짝 언성을 높였다.
일행의 표정 대비에, 회사 생활할 때 남자로서 힘든 물건들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힘을 쓰는 일은 다 시키면서, 여자들이 커피를 타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하며 간단한 업무조차 전부 자신에게 떠넘겼었다.
‘개 같은 년들. 그럴 거면 숙직이라도 똑같이 하던가.’
원래대로라면 조용한 걸 좋아하는 하영 성격상. 나서지 않고 불만이 있어도 참았겠지만, 빙의 전, 후로 쌓인 게 많아서 그런지 감정이 주체가 안 됐다.
절대로 행복한 상상을 방해당해서 화난 게 아니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인원을 좀 섞어주는 게 어때요. 난 당신이 빠지면 자원해서 들어갈 생각도 있는데.”
“하하, 하영씨는 걱정하지 마세요. 원래 이런 거는 저희 같은 남자들이 하는 일이니까요.”
하영의 말에 준영은 남자들이 위험한 일을 해야 한다며, 멋진 척을 해왔다.
자신을 여자로 보고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준영의 모습에 하영은 더욱 기분이 안 좋아졌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우리가 나서겠어요? 그렇죠?”
준영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 이쪽을 집중하고 있던 남자들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얼씨구, 이제 나까지 이용하겠다 이거냐.’
능청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준영의 태도에, 더 짜증이 난 하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금태양을 쳐다봤다.
너도 동의 했냐.
절레절레.
금태양은 고개를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그나마 제가 최소한의 눈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아…”
하영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뒤에서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대들지 않는 남자들의 모습에 안타까움마저 들 정도였다.
이 의견에 찬성한 남자들은 아직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기에 의견에 반대를 안 한 것 같은데. 동굴은 고블린의 스폰 장소 중 하나였다.
물론 스폰 장소가 아닌 동굴도 있었지만 그런 동굴은 드물었다.
실제로 주인공도 2번의 실패를 거치고 나서야 안전한 동굴을 찾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운이 좋지 않다면 이들은 빛도 들어오지 않는 동굴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고블린과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걸 확 말해줘 버려?’
하영은 좋은 사람인 척 웃는 준영의 모습에.
순간, 사실을 말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어차피 말해도 소용은 없을 테고 오히려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았냐고 추궁당할 게 너무 뻔했기에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최악의 상황으로는 네가 이곳으로 사람을 모은 범인이라며 마녀 사냥당할 위험마저 있었다.
‘아쉽지만. 뭐라 도울 방법이 없네.’
객관적으로 잘못된 일이라 따져봤자. 일방적인 희생이 익숙한, 한국에서의 생각과 관념이 남아 있는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었다.
‘…어쩔 수 없나.’
결국 하영은 반대하기를 포기했다.
“그럼 들어가 봅시다.”
앞서 이야기된 의견대로, 남자들은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금태양이 살짝 내 눈치를 보긴 했지만, 다들 들어가는데 들어가지 말라 하기도 좀 뭐해서. 갑자기 나올지 모르는 고블린을 조심하라고만 말했다.
그러자 금태양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생긴 거와 반대로 노는 녀석이었다.
‘다 알고 있다고 해서 좋기만 한 건 아니었구나.’
하영은 동굴로 사라져버린 이들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저 여우년 하는 꼬라지 좀 봐.”
“벌써 남자 하나 붙잡고 살림 차렸네.”
남자들이 사라지자마자 뒤에서 느껴지는 여자들의 맹렬한 눈빛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러자 여자들이 나에게 들릴 정도로 크게 떠들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없을 때 확 서열정리 들어가 버릴까?”
“야야, 괜히 그러지 마. 남자들에게 붙어서 혼내주세요 한단 말이야.”
“아아하학 존나 웃겨. 혼내주세요래.”
“하. 여자 망신은 혼자 다 시키는 년이네.”
대놓고 들으라고 하는 여자들의 말에 하영의 기분이 좀 더 안 좋아졌다.
속에 든 알맹이가 남자인지라 여자들의 말에 별 타격은 없었으나 이상형에 가까운 귀엽게 생긴 여자까지 자신을 적대하는 건 좀 슬펐다.
‘역시 인생은 혼자인가.’
하영은 동굴에서 좀 떨어져 있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
평소에 갑작스럽게 회귀나 빙의한 소설 속 주인공들을 보면서 늘 생각했다.
너무 답답하다고. 내가 해도 저것보다는 잘하겠다고.
그러나 막상 같은 상황이 닥쳐오니 이제야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됐다.
갑작스러운 여자 몸 빙의, 답이 없는 미래, 거기에 누가 봐도 내게 긍정적이지는 않은 채팅창까지.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자유자재로 상황을 이끄는 건 정말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아, 여자의 몸과 긍정적이지 않은 채팅창은 그들에게 포함 안 되는 이야기인가?”
하영은 쓰게 웃으며 채팅창을 바라봤다.
닉네임은10글자까지: 새로운시청자받아라!새로운시청자받아라!새로운시청자받아라!새로운시청자받아라!새로운시청자받아라!새로운시청자받아라!
낭만검객 : 뉴비 어서오고.
닉네임은10글자까지: 회귀자임? 빙의자임? 전이자임? 이 집 방장 어디 출신?
아가리롤스타: 여자 몸인데, 남자라는 거 보면 모름? 당연히 환생자지.
야스마스터: 환 생 자지?
미션석세스: 시벌 ㅋㅋㅋㅋ
새로운 시청자의 등장으로 다시 활발해진 채팅창을 보니 여러모로 마음이 심란했다,
‘그래도 할 건 해야 했지.’
내가 이들을 처음 본 것처럼, 이들도 나를 처음 봤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하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오랜 기간같이 지내야 할 이들이니, 내가 처한 상황을 말하면 도움을 줄 이들이 한 명쯤은 있을지도 몰라.’
자신을 신이라 칭할 정도로 무력과 지식을 가진 존재로 추정되는 만큼, 마음대로 행동하는 이들이 많아, 모두가 자신을 돕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있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난 치유 스킬도 있으니까. 쉽게 죽지는 않을 거야.’
원래 계획은 두 명에서 무기를 든 고블린을 사냥하는 거였지만, 치유 관련된 스킬을 얻은 덕에 양아치가 없어도 고블린을 잡을 순 있다. 그러니 양아치가 동굴에서 죽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편하게, 그리고 천천히 조금씩. 내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아보자.’
하영은 다른 이들과 선을 그었다. 그 순간 하영의 안에서 무엇인가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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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큰 나무 뒤. 하영은 그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다. 우선은 현재 상황을 이야기해서 시선을 끄는 것이 좋겠지.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동굴 속으로 들어간 남자들을 위한 기도의 시간을….”
닉네임은10글자까지님이 200골드 기부.
내용, 축약, 간단히.
“빙의자고 전 성별은 남성입니다. 소설이란 매체에 빙의한 거라 미래에 대해 좀 아니까 제가 이상한 짓을 하려 해도 참고 봐주세요.”
하지만 통 큰 기부 앞에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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