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썅년의 방송 생존기-6화 (6/85)

〈 6화 〉 1. 1차 튜토리얼

* * *

통 큰 기부에 사연팔이가 흔들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미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서 방송의 기대감을 살렸다.

거기다 후원만 받는다면 지금까지와 다르게 시원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그 결과.

­ 야스마스터님이 100골드 기부.

남자를 잘 아는 처녀 선언. 하영 그녀는 꼴잘알인가?

­ 아가리롤스타님이 200골드 기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꿀벌아넣을게님이 100골드 기부.

남자를 잘 아는 처녀 빗치 등장.

­ 낭만검객님이 100골드 기부.

나에게 소곤소곤 말해오는 남잘알 처녀 빗치? ㅜㅑ 이 씹년 ㅈㄴ꼴리네. 딱대 이년아!

연속으로 들려오는 빵빠레 소리,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소리에 하영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 skaw375: 상태창 도착했음. 위를 보셈

게다가 행복한 소식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위를요?”

하영은 시청자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그러나 보이는 건 푸른 하늘과 구름뿐이었다.

뭐지 버근가?

“하늘에는 구름밖에 없는데요?”

­ skaw375: 구름이 혹시 새 모양임?

채팅을본 하영이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잘 보니 구름들 사이에 새 비슷한 모양의 구름이 있긴 했다.

“아, 새 모양의 구름이 있긴 합니다.”

­ skaw375: 아, 맞네! 그거 잘 보셈, 뭔가 막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지 않음?

시청자의 말에 하영은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봤다.

기운 같은 건 모르겠지만, 확실히 보다 보니 구름으로 이루어진 작은 새의 모양임에도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느껴졌다.

그런데 조금 전과 다르게 새의 크기가 많이 커진 것 같았다.

‘원래 구름의 크기가 막 급격하게 커지기도 하나?’

하영은 난생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에 멍하니 구름을 쳐다봤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구름은 커지는 게 아니었다. 저건 구름이 내게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었다.

“어, 시발. 뭐야 저게.”

구름이 자신에게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고 있었다.

어찌나 빠른지 도망치기에는 너무 늦었다. 저 멀리서 작은 새 모양으로 있던 구름은 어느새 가까운 하늘까지 접근했다.

“어, 어! 어어! 나 죽는다! 시발!”

저 멀리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새의 날개를 떼고 몸통만 보더라도 정하영의 몸의 배는 족히 되어 보였다.

하영은 자신의 코앞까지 온 새 모양의 푸른 구름을 보고 두 눈을 찔끔 감았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고통은 오지 않았다.

‘……뭐지? 아직 인가? 아까 그 빠른 속도라면 지금쯤 충돌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을 텐데?’

하영은 자신에게 다가올 고통을 계속해서 기다렸지만 아픔은 끝까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귀여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새오, 저는 상태창이새오.」

하영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눈을 뜨자, 가만히 하영의 위를 날고 있던 푸른 새가 인사를 해왔다. 생김새가 꼭 조각가가 구름 질감의 찰흙으로 만든 새 같았다.

­ 아가리롤스타: 와 저게 상태창이야?

­ 모든것은순리대로: 호오, 생긴 것이 꼭 서양에 있을 법한 새 같구려.

­ 낭만검객: ???? 아니 뭐냐 저게?

­ skaw375: 내가 만든 상태창임.

­ 낭만검객: 아니, ㅅㅂ 어떻게 날아다니는 새가 상태창이야, 너 빡대가리야?

하영은 낭만검객의 말에 동의했다.

저건 내가 알던 상태창이 아니었다.

­ skaw375: ??? 네가 상태창은 상태창을 가진 소유자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존재’라며. 그래서 내가 내 ‘존재’를 아주 살짝 떼어내서 만듬.

­ 낭만검객: ???? 지랄났다 시발.

­ 여신따먹고싶다: 와, 상태창에대해 대강 알려주면 이런 참사가 일어나는구나.

­ 아가리롤스타: 저거 상태창 아님?

­ skaw375: ㄴㄴ 상태창 맞음. 내가 직접 이름도 지어줌. 저건 파란새 상태창 1호기임.

­ 낭만검객: 파란새 상태창 1호기? 시발 진짜 미친놈인가?

하영은 싸우기 시작한 채팅창을 뒤로 한 채, 자신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새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뭔가 묘한 품위가 느껴졌다. 말투는 이상하지만 어쩌면 굉장한 녀석일지 몰랐다.

하영은 긴장으로 입에 고인 침을 꿀꺽 삼킨 후, 새에게 인사했다. 90도 인사였다.

“그, 반갑습니다. 정하영입니다.”

하영의 인사에 새는 기분이 좋아진 듯 긴 날개를 활짝 펼쳤다,

「반가새오, 저는 상태창이새오.」

하영의 머리 위에서 귀여운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새의 크기가 워낙 커서 그런지 만화에서의 더빙을 듣는 느낌이 났다.

하영은 고개를 들어 올려 새를 바라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의 인사를 주고받은 하영은 이 낯선 상황에 무엇을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왔다.

슬쩍.

하영은 고개를 틀어 채팅창을 봤다.

­ skaw375: 궁금한 거 다 물어보세요, 일일 횟수 제한은 있지만 분명 다 알려줄 겁니다. 그 새는 당신의 몸과 당신이 아는 것에 한하여 모르는 것이 없는 존재니까요.

하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히 입을 열었다.

“혹시 제 상태창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저는 푸른새 상태창 1호, 당신의 상태창입니다. 」

하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새의 부리에서 여성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전의 새의 목소리가 귀여운 여자가 애교부리는 톤이었다면 이번에는 사무적인 여자가 상사에게 말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이제야 좀 믿음이 가네.

하영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시청자의 말대로 다시 한 번 질문했다.

“제 체력 능력치가 몇인지 숫자로 알려주세요.”

「체력 능력치는 10입니다.」

시스템 하면 떠올릴 법한 여자의 무감정적인 차가운 목소리와 단정한 어조, 이전과 다르게 강한 신뢰가 생성됐다.

“이야! 확실하네! 이거 상태창 맞습니다!”

상태창을 열 수 없으니 내 체력 능력치가 진짜 10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답하는 거만 보면 상태창으로서의 능력은 있는 것으로 보였다.

­ skaw375: 아니, 그런 거 말고 좀 다른 거를 물어보세요.

다른거를 물어보라고? 하영은 시청자의 말에 지금 내가 궁금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급히 생각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내 생존의 여부였다.

사실 방송 설정을 바꾸거나 설정창을 띄워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 시청자의 말대로라면 내가 모르는 걸 상태창이 알 리가 없으니 패스했다.

“내가 고블린을 홀로 사냥하기 시작해서 튜토리얼이 끝날 때까지 생존할 확률은 얼마나 됩니까?”

하영은 새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안 그래도 큰 새가 하늘까지 날고 있어서 새 전체를 보기 위해 열 걸음을 뒤로 물러서야 했다.

「이 상태 그대로 혼자서 고블린을 사냥하며 튜토리얼의 끝까지 생존할 확률은 25퍼센트에 한 없이 가깝습니다.」

새의 부리에서 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하영은 새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초 체력을 올려주는 패시브 스킬을 얻고 추가로 치유 관련 스킬을 3개를 얻었다 해도, 기초는 정하영의 재능 없는 몸과 나약한 현대인의 정신을 가진 나였다.

오히려 이 정도면 악조건을 달고 잘도 20%를 넘겼다고 칭찬해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래도 25퍼는 좀 불안한데, 어떻게 방법이 없나?’

하영은 고민했다, 그러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특별한 선택지가 없는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발버둥은 기껏해야 정하영에게 재능 있는 무기를 찾아 스킬을 배운다는 것 정도인데…

“튜토리얼에서 나오는 무기 중에 정하영에게 어울리는 무기나, 특별한 재능이 있어?”

「없습니다.」

“…전투가 아닌 다른 곳에 재능이 있구나.”

「없습니다.」

“아! 있었는데?”

「아뇨 없어요.」

솔직히 기대도 안 했다. 정말이다.

***

“내게 가장 어울리는 무기를 알려줘.”

하영이 말했다.

「제가 가장 추천해 드리는 무기는 창입니다.」

“활은?”

「최악입니다.」

“그래도 검보다 는 괜찮지?”

「활보다는 검이 더 잘 어울립니다.」

“오케이 땡큐!”

명쾌한 새의 대답에 하영이 씩 웃었다.

그러나 속은 너무 민망해서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 미션석세스: 와 준내 뻔뻔하네.

­ 아가리롤스타: ㄹㅇㅋㅋ

­ 야스마스터: 이년 정신병 있음?

시청자들의 채팅에 하영이 헛기침을 했다.

조금 전까지 하영은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무기가 활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상태창의 단호한 대답은 매우 창피했다.

“큼. 하하하 선생님들 역시 사람은 주변을 적극 활용할 줄 알아야 삶이 편해지나 봅니다!”

­ 낭만검객: 고블린들의 무기에 스킬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죽은 고블린의 무기를 튜토리얼 스킬 슬롯이 남아있는 사람이 무기를 잡으면 스킬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금발양아치를 이용해 활을 든 고블린을 잡은 후 개사기 스킬은 빛의 화살로 튜토리얼 날 먹 한다는 사람 어디 감?

­ 모든 것은순리대로: 허허허허허

­ 야스마스터: ???: 빛의 화살은 맨손으로 활을 잡아당기면 자동으로 빛의 화살이 생성되는 스킬로 활잡이들에게는 필수… 설명충 컷!

­ 인방인생하급신: 잠수타다 왔는데 분위기 왜 이럼?

­ 미션석세스: 한 줄 요약해줌. 활 짱짱! 검 안 씀! 검 쓰는 애들이랑 시비 붙어서 상태창에게 결판 내달라 했다가 창에게 개털림.

“사실 저는 돌잔치에서부터 이 창을 잡아서…”

­ 낭만검객: 지랄하지마라 창년아.

“커험.”

무안함에 크게 헛기침을 한 하영은,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하는 채팅을 무시하며 다시 상태창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내가 가진 스킬의 개수를 알려줘.”

「보유 중인 스킬은 총 4개입니다.」

“음. 그렇구나.”

예상과 다른 숫자에 하영은 살짝 놀랐다. 그러나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튜토리얼의 시작과 동시에 지급 받는 [추가 체력]. 방송에서 기부받은 [자가 치유], [통증 완화], [금창약 생성]. 방송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스킬이 아니라 생각하면 내가 현재 보유한 스킬의 개수는 4개로 상태창이 알려준 것과 딱 맞았다.

‘상태창 시스템도 스킬과는 별개로 취급되었으니 그 와 비슷한 거겠지.’

소설 속에서 상태창은 스킬이 아닌 별개의 무언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별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신기한 시스템이 이 세계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잘 느껴져 좋았다.

‘무언가 특별한 사람이 된 거 같아서 좋네.’

이 곳에 떨어진 후, 최고로 기분이 좋은 하영은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기로 했다.

“그럼, 내가 가진 특별한 능력의 개수와 그 이름은?”

여기서 새가 말하는 대답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이 결정된다.

말을 끝마친 하영의 손에 땀이 흘렀다.

항상 바로 대답하던 새가 머뭇거리듯이 대답에 뜸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영은 조용히 새의 대답을 기다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새의 부리가 들썩였다.

「권능이 2가지 있고, 명칭은 신계방송, 차원상점입니다.」

“역시!”

새의 대답을 들은 하영은 손에 꽉 힘을 줬다.

차원‘상점’ 한눈에 봐도 기부받은 골드로 무언가 사는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임이 틀림없었다.

“그럼 내가 차원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창 좀 보여줘!”

하영의 말에 새가 부리를 크게 벌렸다. 이윽고 새의 부리 속에서 작은 글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보유 ­ 953G]

[낡은 투창 ­ 300G]

[낡은 단창 ­ 500G]

[낡은 창 ­ 700G]

[낡은 풀암 ­ 800G]

[낡은 삼지창 ­ 850G]

다 낡긴 했지만, 생각보다 창의 종류가 많았다.

하영의 눈이 빠르게 품목을 체크했다.

그 중 삼지창이라는 가장 비싼 창이 눈에 꽂혔다.

“삼지창?”

어린 시절 봤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던 포세이돈이 들고 있던 그 무기의 종류 아닌가?

하영은 어린 시절에 봤던 삼지창의 웅장한 모습을 떠올려 봤다. 그리고 삼지창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대입해 봤다.

확실히 그냥 창을 들었을 때보다 멋이 살았다. 게다가 가격도 제일 비싸서 다른 것보다 더 좋을 것 같았다.

[낡은 삼지창 구매 완료.]

구매를 누른 것과 동시에 눈앞에서 삼지창이 떨어졌다.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놀랐다. 이거 제대로 휘두를 수 있으려나.

하영은 삼지창을 잡아서 살짝 휘둘러봤다.

무겁긴 했지만, 추가 체력스킬 덕분에 못 써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영은 새에게 조금 전에 했던 질문을 다시 물었다.

“내가 고블린을 홀로 사냥하기 시작해서 튜토리얼이 끝날 때까지 생존할 확률은 얼마나 돼?”

「혼자서 고블린을 사냥하며 튜토리얼의 끝까지 생존할 확률은 95퍼센트에 가깝습니다.」

“95퍼센트…!”

하영은 생각보다 훨씬 높은 수치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기 하나 들었다고 해서 이 정도로 생존이 쉬워진다니, 놀랄 노자였다.

새는 놀라는 하영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하영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너무 피곤한것이새오, 자러 갈것이새오.]

하영이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기도 전에, 순식간에 하영의 앞에 당도한 새는 하영의 오른쪽 손등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몸에 이상이 생기진 않겠지?”

새가 빨려 들어가고 남은 자리에는 파란색 새 문신이 존재하고 있었다.

“저기 시청자 선생님들? 혹시 제 몸에 무언가 이상이…”

하영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전에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고블린이 생성됩니다.]

[무기 역시 생성됩니다.]

[지금부터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무기를 잡으면 관련 스킬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낡은 삼지창을 잡고 있습니다.]

[스킬 지급중……]

[튜토리얼에서는 존재할 리 없는 무기입니다.]

[상황에 맞는 스킬 찾는 중… 완료.]

[먼 과거에 검투사로 활약하던 고블린이 삼지창을 사용했던 역사가 있음을 확인.]

[기본 창술(최하급) 대신 검투사 창술(하급)이 지급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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