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썅년의 방송 생존기-10화 (10/85)

〈 10화 〉 2. 그녀가 골드를 버는 방법.

* * *

서준영.

321회차의 187번째 튜토리얼 층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물이자, 자신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사람.

하영은 그가 무슨 사람인지 모른다. 소설에서 그의 이름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는 단역은커녕 엑스트라조차 되지 못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실력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비록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하영이 무기를 얻고 스킬을 얻어 물리친 고블린과 같은 급인, 무기든 고블린을 맨손으로 때려잡았다.

‘최소한 튜토리얼에서 고생할 사람은 아니야.’

하영은 정하영이 튜토리얼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같은 회차에 서준영이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다.

그렇기에 하영은 그가 소설에 등장하지 못했다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소설 속 진짜 정하영은 강함을 좋아한다. 그녀는 취미로 자신에게 들이대는 강자들의 이름을 이름표로 만들어 수집했다.

‘물론 2회차에서는 10층도 못 간 채 주인공에게 죽긴 했지만.’

중요한건 같은 회차에서 만난 강자인 만큼, 살아있었다면 최소한 한 번쯤은 소설 속에서 정하영과 함께 언급돼야 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름표 중에 서준영이라는 이름은 없었어.’

하영이 소설의 애독자는 아니었지만 웬만한 것은 다 기억했다. 소설의 첫 사이다였던 정하영에 관한 것이다, 잊을 리가 없다. 이름표 중에 서준영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만약 서준영이 초반에 암살 같은 회피불가의 변고를 당해 죽은 것이 아니라면, 생각보다 금방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그래도 이제 짐 덩어리인 정하영이 사라졌으니 조금은 더 성장할지도.’

하영의 생각이 점점 깊숙한 곳으로 흐르던 그때, 하영의 오른손이 진동했다.

「안녕하새오, 에너지 충전했새오.」

오른쪽 손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하영은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오, 마침 잘됐다.”

생각을 급히 정리한 하영이 자신의 오른손을 툭툭 건드렸다.

「호애애, 상태창 괴롭히면 안되새오…」

“빨리 손에서 나와봐.”

「알겠새오…」

하영의 말에 상태창이 손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하영은 자신의 손에서 연기처럼 주변으로 퍼지며 나타나는 새의 모습에 솜사탕이 생각났다.

「상태창, 밖으로 나온것이새오…」

상태창이 잠이 들깬 목소리로 말했다, 그 졸린 사람 특유의 늘어지는 목소리에 하영도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빨리 잠에 들고 싶어졌다.

“저기, 주변에서 제일 큰 나무 보이지? 저기로 나 좀 데려다 줘.”

하영은 재촉하듯 상태창의 날개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상태창이 접혀있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호애에, 식은 죽 먹기인 것이새오.」

상태창의 말에 하영이 등에 올라탔다. 구름 위에 올라간 것 마냥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게 기분이 좋았다. 상태창 그는 좋은 탈것이었다.

‘그냥 애를 침대 삼아 잠을 자볼까?’

하영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만큼 상태창의 등 위는 편안했다.

‘음, 아니야 그러지 말자.’

어조도 그렇고 잠이 많은 것도 그렇고, 상태창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떠올리게 해서 막대하기가 좀 그랬다.

또 무엇보다 상태창은 크기가 너무 컸다. 이런 애를 침대로 삼으면 고블린이나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아도 띄게 된다.

생각하는 사이 상태창이 큰 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하영은 재빨리 큰 나뭇가지 위로 점프했다.

“오, 생각보다 좋은데?”

착지에 성공한 하영은 나뭇가지 위를 걸어 다니며 강도와 넓이를 측정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이 정도면 하영이 누워도 아래위로 공간이 남는다. 게다가 흔들림이 없는 것이 튼튼하고 넓어 잠자기 딱 맞았다. 적어도 자다가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 아가리롤스타님이 100골드 기부.

여기 봐라. 12시 지나서 일일 기부 한도 초기화됐다.

잠을 깨우는 빵빠레 소리, 밀려오는 졸림에 잠을 청하려던 하영은 깜짝 놀라 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아, 2일 차 첫 기부 감사합니다, 아가리롤스타님.”

기부를 받았다는 것을 파악한 하영이 웃어른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90도 인사를 했다.

그러자 다시 빵빠레가 울렸다.

­ 아가리롤스타님이 100골드 기부.

인사 잘 받았다, 근데 자기 전에 옷부터 상점인가 뭔가로 구매하자, 좀 추워 보인다.

기부메시지의 말에 자신의 옷을 살펴봤다.

바지는 반바지에 윗옷은 구멍이 몇 개 뚫려 있는 것이 확실히 새벽 추위에 벌벌 떨 것 같았다.

‘새 옷이라…’

하영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이런 일로 어렵게 버는 골드를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옷을 구매하는데 골드를 쓸 것이라면 차라리 돈을 더 보태서 장비를…

‘가만? 장비?’

장비라는 단어에서 깨달음을 얻은 하영의 눈이 커다래졌다.

게임 속에서 장비 대부분은 외형이 예쁘지 않았다. 게다가 성능이 우선시 되는 게임 특성상 아무리 예뻐도 성능이 좋지 않은 장비는 버려진다. 예쁘고 좋은 장비? 거의 없다.

게임 회사는 이 사실을 알기에 외형 부분을 보완할 아이템을 추가로 출시하고는 했다, 그리고 이는 게임 회사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한마디로 게이머의 지갑을 활짝 열게 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골드와 장비 둘 다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슬쩍. 하영이 고개를 틀어 채팅창을 훑어봤다.

­ 낭만검객: 아니, 이 씹련 또 왜 눈깔을 저따위로 뜸?

­ 미션석세스: 뭔가 묘하다, 기분이 그냥 ㅈ같음.

­ 꿀벌아넣을게: ㄹㅇㅋㅋ

­ 천신대가리멈춰: ㄹㅇㅋㅋ

하영은 채팅창을 보며 슬쩍 웃었다.

사람들이 게임 속 캐릭터를 키울 때 가장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의문에

평소 룩딸을 좋아해 선 코디 후 육성을 하던 하영은 그 답을 캐릭터 꾸미기라 생각했다.

캐릭터를 꾸미지 않는 사람들도 자신의 캐릭터를 과시하고 싶은 욕구는 있다. 하영은 저 시청자들도 최소한 그런 욕구는 가지고 있으리라 판단했다.

“자 시청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하영이 해맑게 웃었다. 생기 없는 눈과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 여신따먹고싶다: ??? 갑자기 인사는 또 왜 함?

­ 낭만검객: 벌써 고장 난 듯 ㄷㄷ

“자, 오늘 해볼 콘텐츠는! 옷 갈아입히기입니다.”

­ 꿀벌아넣을게: 옷을 왜 입어?

­ 미션석세스: ㄹㅇㅋㅋ 그냥 벗어 씹련아 넌 그게 가장 ㄱㅊ음ㅋㅋ

­ 야스마스터: 응 아니야 적당히 가려야 더 꼴려.

아직 반응은 좋지 않지만, 시작은 이제부터다.

“큼.”

하영은 본격적으로 약을 팔기 위해 목을 다듬었다.

“상태창아, 1만 골드 이하에서 내가 입을 수 있는 조건이 되는 옷을 전부 보여줘. 내가 입고 싶지 않아 하는 것 위주로.”

「호에? 알겟새오.」

하영의 말에 새가 부리를 벌렸다. 이윽고 저번처럼 부리에서 글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보유 ­ 10,303G]

[웨딩드레스 ­ 112종류]

[산타걸 ­ 12종류]

[에이프런 ­ 9종류]

[바니걸 ­ 5종류]

[바디슈트 ­ 20종류]

[메이드복 ­ 55종류]

[악마 ­ 101종류]

[천사 ­ 101종류]

[제복 ­ 33종류]

글자가 만들어낸 단어를 본 하영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뭐하나 거를 타선이 없을 정도로 입고 싶지 않았다.

하영은 조심스레 그나마 괜찮은 단어인 악마를 눌러봤다.

[귀여운 악마 세트(여) ­ 20종류]

[자극적인 악마 세트(여) ­ 16종류]

.

.

.

[서큐버스 흡정 전용 복장 ­ 30종류]

“와. 시발.”

하영은 재빨리 뒤로 화면을 돌렸다. 그나마 가장 끌렸던 단어가 저러면 천사와 제복은 안 봐도 훤하다.

하지만 반응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시청자의 채팅창도 마찬가지다.

­ 낭만검객: 고장 난 것은 제 머리였습니다. 선생님.

­ 야스마스터: 낭만검객 대가리 대 씨발련아.

­ 여신따먹고싶다: 선생님, 천사 복장으로 부탁드립니다.

­ 꿀벌아넣을게: 응 아니야, 바니걸 해야 해.

­ 늘잠수하는남자: ㅅㅂ 도저히 잠수할 수가 없네.

­ 방송계의유니콘: 늘 잠수하는 잠수부가 올라올 정도로 중요한 순간 ㄷㄷ

­ 아가리롤스타: 어……

올라오는 채팅들. 반응을 살피던 하영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제일 중요한 관심은 끌었다. 이제는 욕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온몸을 덮을 수 있는 로브도 하나 보여줘. 제일 싼 걸로.”

「후드 달린 평범한 로브 ­ 760G」

하영은 조여 오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준비는 끝났다. 졸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입을 털 시간이다.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날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기부 제일 많이 한 사람이 추천한 옷을 입도록 하겠습니다. 아! 참고로 기부 다하고 옷값도 줘야 합니다.”

­ 낭만검객: ?????

­ 야스마스터: ???????

­ 여신따먹고싶다: 선생님???

­ 꿀벌아넣을게: ㅋㅋㅋㅋㅋㅋㅋㅋ

­ 늘잠수하는남자: 아, 잠수 마렵네.

­ 방송계의유니콘: 아니 시발 이걸 누가 해 ㅋㅋ

­ 아가리롤스타: 아ㅋㅋ 닥치고 참여하라고 ㅋㅋㅋ

­ 낭만검객: ㅈㄲ

­ 아가리롤스타: 꼽아? ㅇㅋ 딱대 더 꼽게 만들어줄게.

채팅창이 나쁘다고 걱정할 것 없다, 이전 상황과 다르게, 이건 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이제 하영은 물고기를 낚는 강태공이 된 심정으로 누군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 아가리롤스타님이 100골드 기부.

내가 1등 하면 후드 달린 평범한 로브 입어줘 ㅋㅋ

­ 낭만검객: 아니 ㅆㅂ 저 스윗새끼좀 쳐내 방송 ㅈ노잼 되잖아.

­ 야스마스터: 이걸 진짜해?

­ 여신따먹고싶다: 선생님???

­ 꿀벌아넣을게: ㅋㅋㅋㅋㅋㅋㅋㅋ

­ 늘잠수하는남자: 아니, 노출 빼면 남는 게 없는 방에서 노출을 빼면 어떻게 함.

­ 방송계의유니콘: 진짜. 아가리롤스타 그는 전설이다.

­ 아가리롤스타: 꼽으면 기부하던가 아 ㅋㅋ

물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가리롤스타님이 미끼 옆에 떡밥을 뿌렸다.

누군가가 자신을 앞서나간다는 그 초조함. 내 캐릭터를 꾸미고 싶다는 과시욕, 노출을 보고 싶다는 성욕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아가리롤스타님 100골드 기부! 현재 아가리롤스타님이 1등입니다. 더 기부하실 분 없으면 마감할게요.

하영은 천천히 구매 버튼 쪽으로 손을 움직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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