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썅년의 방송 생존기-11화 (11/85)

〈 11화 〉 2. 그녀가 골드를 버는 방법.

* * *

­ 늘잠수하는남자님이 500골드 기부.

메이드복, 치마 제일 짧은 걸로.

귀에 울려 퍼지는 빵빠레 소리, 하영은 기부메시지를 보고 자본주의가 가득 담긴 미소를 지었다. 원래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는 쉬운 법이다.

­ 꿀벌아넣을게님이 600골드 기부.

바니걸 ㄱㄱㄱ

기부 메시지가 생기자마자 새로운 기부 메시지가 떠올라 가린다. 골드가 자동으로 복사되는 상황,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여기서 최대한 서로 신경전을 벌이게 해야 한다.

“아! 꿀벌님! 바로 치고 올라가는 거 좋습니다! 메이드복 컷컷! 역시 꼴잘알! 메이드복? 어림도 없지!”

하영은 두 손을 모아 손뼉을 쳤다, 동시에 금방이라도 결정을 내릴 거라는 듯, 목소리의 속도를 높이며 시청자들에게 초조함을 이끌어낸다.

이때 추가로 필요한 것은 시청자들의 배알을 꼴리게 할 만한 단어.

거기다가 최대한 배알을 꼴리게 할 단어에 힘을 주며 꿀벌과 다른 취향을 가진 시청자의 경쟁구도를 부추겨야 한다.

하영은 이들의 취향에 맞게 꼴잘알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 야스마스터님이 700골드 기부.

이 새끼들 이제 보니 다 꼴알못이네 ,ㅅㅂ 여기선 당연히 서큐버스 복장이지.

역시.

하영의 짐작대로 바로 기부 메시지가 떠올랐다. 들어온 골드의 양을 보니 자동으로 입 꼬리가 계속 올라간다.

시청자들은 맨 처음 야스하면 100골드 준다던 짠순이와 동일인물들인가 싶을 정도로 골드를 뿌리고 있다.

“아, 야스마스터님! 700골드로 1위! 사실 저도 서큐버스 좋아하거든요~”

하영은 반쯤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시청자를 칭찬했다. 내가 입는 건 싫지만. 나도 남자인지라 서큐버스가 좋다. 서큐버스, 그건 남자의 꿈이다.

­ 천신대가리멈춰님이 800골드 기부.

이 새끼들 대가리가 다 멈췄네. 요즘은 천사나 성녀같은 애들이 음란하게 구는 게 최고임 그러니까 관능적인 천사 세트로 가자.

서큐버스, 악마 계열이 나오면 그 와 정 반대되는 취향도 가만히 없을 수 없는 법. 서큐버스라는 메시지가 나타나기 무섭게 정반대되는 취향의 옷을 원하는 시청자가 나타났다.

“크, 신성한 분위기의 그녀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는 것! 캬! 최고죠. 아 이런 게 진짜 꼴림을 아는분이 거거든요.”

천사, 야한 천사는 나도 좋다. 오직 전 남자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 하영은 그것을 노렸다.

­ 방송계의유니콘님이 1,800골드 기부.

화끈하게 4자리로 간다. 웨딩드레스 불만 없제?

100골드 씩 오르던 기부의 단위가 손 큰 시청자에 의해 4자리로 올랐다. 경쟁이 과열되는걸 보고 자신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과시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아, 여기서 또 이렇게 갑자기 강자가 등장하셨습니다! 우리 방송계의유니콘님! 그렇죠! 웨딩드레스가 빠지면 섭섭하죠!!”

빠르게 오던 기부 메시지가 갑작스럽게 오른 단위로 인해 뚝 끊겼다.

만족스럽지만. 난 아직 배고프다. 어떻게든 다시 기부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비교적 적은 골드로 이 야해 빠진 몸뚱이를 자신의 취향으로 덮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선생님들! 진짜 이렇게 놓칠 겁니까? 이런 좋은 기회를?”

하영은 현재 자신의 몸에서 얼굴을 제외한 가장 뛰어난 부위인 허벅지를 만지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불을 지피기에는 골드의 단위가 한 번에 뛴 것이 너무 크다. 이들에게서 골드를 더 뺏어오기 위해서는 아직 더 입을 털어야 한다.

“아니 선생님들. 조금 전에 기부한 골드. 아깝지도 않으십니까? 진짜 이렇게 웨딩드레스 입힐 거예요?”

여기서는 조금 전과 다르게 최대한 천천히 말해야 한다. 골드를 기부한 이들에게 이런 좋은 기회를 정말 이렇게 날릴 거냐고 고민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 늘잠수하는남자님이 1,500골드 기부.

치마 짧은 메이드복. 그 이외에는 허락 못 한다.

1,500골드, 조금 전의 1,800골드보다 적지만 이 시청자는 이미 전에 500골드를 기부한 전적이 있다.

“아! 500골드 더하기 1,500골드 총 2,000골드! 역전!”

엄청난 기부의 연속, 보통사람이라면 옷도 공짜로 받을 테니 여기서 멈추겠지만. 난 아니다.

한번 써먹은 콘텐츠는 오랜 기간 텀을 두고 써먹어야지 효과가 좋은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정하영의 몸으로 빙의되기 전, 바로바로 나오는 콘텐츠보다 1개월마다 나오는 꿀잼 콘텐츠들을 시청자가 더 기다린다는 사실을 내 몸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이 옷 입히기 콘텐츠는 내가 써먹기 제일 쉽고, 이득을 제일 얻기 좋은 콘텐츠다.

한번 할 때마다 골드를 최대한 뽑아야 한다.

게다가 지금 있는 시청자들이 더 많은 골드를 써야 다음이 콘텐츠를 할 때마다 반발심리가 적게 작용한다.

‘만 골드 써서 원하는 걸 얻은 시청자는 다른 사람도 같은 걸 그 금액, 아니 그 이상을 써서 얻기를 원할 거거든.’

한마디로 나보다 싸게 가져가는 건 용납 못 한다. 라는 생각이 그들의 몸을 지배 하리라는 것이다.

‘이득을 챙기며 동시에 미래의 내 몸값까지 보장받는, 이 말도 안 되는 효율 이건 절대 포기 못해.’

하영은 결심했다. 이왕 버린 자존심, 소설 속 진짜 정하영과는 다른 계열의 썅년이 돼서라도 최대한 이득을 얻기로.

“바니걸을 좋아하는 꿀벌님 600골드 버리실 겁니까? 여기서 1,500골드만 더 기부하면 1등인데? 이 야해 빠진 몸뚱이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바니걸이 사냥하는 거 보고 싶지 않으세요?”

하영은 래퍼라도 된 것 마냥 빠르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빠르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초조함을 주는 것과 동시에 직접 시청자를 언급함으로써 골드를 낸 다른 이들의 경쟁심리까지 부추겼다.

그 결과.

­ 꿀벌아넣을게님이 1,600골드 기부.

바니걸! 바니걸! 바니걸! 바니걸! 바니걸! 시2발! 하영아 골드 넣을게!

다시 울려 퍼지는 빵빠레. 오늘 하영은 12시가 지나기도 전에 이전 날에 받은 골드를 합친 것보다 몇 배는 많은 골드를 벌었다.

‘물론 힘내라고 받은 만 골드를 제외했을 때 가정이지만.’

어쨌든 이는 엄청난 금액임이 분명했다.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방송 2일 차 하꼬가 받을 금액은 아닐 것이다.

“자! 야스님, 천신님, 유니콘님 이대로 멈추실 겁니까? 아, 나였으면 이미 손해 본 거 골드 더 쐈다!”

“자자! 이 시간이 끝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또 자존심이거든요~ 한번 굴린 주사위? 절 때 못 물립니다.”

하영은 이제 박수도 마구 쳐가며 시청자들의 기부를 요구했다. 아니, 강제했다.

“자! 여러분은 아시죠? 이런 기회 흔치 않다는 거~! 이런 야해 빠진 년 방송에서 마구 채팅을 쓸 수 있는 곳 보셨어요? 못 봤으니까 여기 온 거잖아요~”

­ 야스마스터님이 1,700골드 기부.

하, 시발 진짜 더 안 쓰고 싶은데 참을 수가 없다. 애 왜 이렇게 꼴받게 하는 걸 잘하냐?

하영의 입담에 굳게 닫혀있던 지갑이 활짝 열렸다.

“오케이! 야스마스터님께서 서큐버스 복장을 또 미뤄주시네요! 자! 1,700골드로 총 2,400골드 적립!”

­ 낭만검객님이 2,500골드 기부.

와, 내가졌다 씹련아… 진짜 이년 구미호라도 되냐? 정기 갈취하듯이 골드를 갈취해가네. 그런 의미에서 승부 속옷 입어줘.

응 싫어. 하영은 속옷이라는 단어에 기겁하며 빠르게 입을 털었다. 저런 옷은 사양이다.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덜 창피한 옷을 원했다.

“낭만검객님. 2,500골드. 자자 선생님들 지금 보셨죠? 기부 하지 않으신 분들도 2,600골드만 내면 이거 탈환 가능합니다.”

하영은 기부 한도인 만 골드 금액에 맞춰, 슬슬 다음 기부에서 수금을 끝내기로 했다.

그래서 일부로 골드가 얼마 필요한지 알려줬다. 더 기부할 사람은 이 만큼이나 골드를 더 내야하니 포기하라고 이들에게 간접적으로 말한 것이다.

‘거기다가 원래 처음부터 너무 갈취하면 개돼지들이, 아니 시청자들이 낌새를 느낄 수가 있어. 그럼 지능이 올라가서 수금이 힘들어질 거야.’

그러나 하영과 생각과 다르게 이들은 평범한 시청자가 아니었고. 하영이 붙인 불은 그들의 몸집이 큰 만큼 더 활활 타올랐다.

­ 모든것은순리대로님이 2,600골드 기부.

험험. 본좌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별 이상한 것들이 본좌의 권리를 우롱하려 드는군. 낭자, 저 목록에는 없으나 무복을 입어 줄 수 있겠는가?

“무, 무복. 이요?”

갑작스러운 기부에 당황한 하영이 말을 더듬었다. 거기에는 하영은 무복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무복? 무당이 입는 옷인가? 음, 그건 아닌 거 같은데.’

­ 모든것은순리대로님이 50골드 기부.

무복은 무림인들이 입는 옷이라 보면 이해하기 쉬울걸 세.

“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것님 2,650골드 적립되셨습니다!”

시청자의 메시지에 하영이 고개를 숙였다. 저 사람 채팅하는 거나 취향을 보아하니 무협지 광이거나 실제 무림인 같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이 탑에는 모든 존재가 흘러들어 오니까.

“자 그럼 이제 더 기부할분 없죠? 그럼 진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 낭만검객: 아 시발 련아! 어딜 도망가!

­ 꿀벌아넣을게: 내 기부 받아!!! 받으라고 씨발!!!

응 싫어.

궁금증도 풀렸다. 입게 될 옷도 다른 거에 비하면 그나마 괜찮다. 이정도면 만족할 수 있다. 하영은 기부해준 모든 시청자에게 감사를 담아 인사를 하는 것으로 오늘 방송을 마무리했다.

아니, 하려 했다.

­ [시청자 대비 골드 기부율 1등 달성.]

­ [방송의 레벨이 증가합니다.]

­ [방송 LV.2]

­ [방송 : On]

­ [시청자 수 : 15/30]

­ [하루 최소 방송 시간 : 0시간/20시간]

­ [일일 기부 한도 : 인당 20,000]

하영은 골드 수급의 기회를 참을 수가 없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