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2. 그녀가 골드를 버는 방법.
* * *
정하영.
재능, 성격, 운에 사용될 능력치가 모두 외모에 몰린 미녀. 히로인도 아닌 주제에 소설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인물.
그런 그녀가 흰 피부와 대비되는 관능적인 검은색 무복을 입은 채 얼굴을 붉히고 있다.
“와. 시발.”
하영은 창피함에 두 눈을 질끔 감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집에서 게임 중이고 이건 내 캐릭터다라는 최면을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걸었다.
그러나 그런 발악도, 냉혹한 현실을 일깨워주려는 듯 부는 차가운 바람에 산산이 부서졌다.
아무리 현실에서 도망치려고 해도. 차가운 밤바람이 다리 사이를 지나갈 때면, 내가 진짜 이런 옷을 입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시발. 나무의 높이가 높아서 더 추운 거 같네.”
하영은 부끄러움을 욕으로 털어버리고 눈을 떴다.
방송계의유니콘: 후, 씹년 꼴리게 생겼다. 애는 처녀가 아니라도 인정한다.
낭만검객: 와. 입에 뭐좀 물려주고 싶네 ㅋㅋ
미션석세스: 아니 애가 좀 어리바리하고 골드를 밝혀서 그렇지 외모랑 성격은 ㄱㅊ다니까?
모든것은순리대로: 최고요 낭자!
꿀벌아넣을게: 하. 그냥 끝내자는 말 무시하고 골드를 더 써서 바니걸 입힐걸. 왠지 반응 안 해줄 거 같아서 멈춘 게 너무 아쉽다.
야스마스터: ㄹㅇㅋㅋ 아니 다음번에 옷 입힐 때는 무조건 서큐버스 착정복 입힌다. 그 이외의 복장은 용납 못한다.
늘잠수하는남자: 응 ㅈ까. 메이드복 입힐 거임.
반응 좋은 채팅창의 모습에 하영이 부끄러움을 완전히 털어버렸다. 부끄러워하기에는 현재 채팅에서 골드의 달곰한 냄새가 너무 강하게 났다.
‘그래 극복하자. 이번 한 번만 할 것도 아니고 수십, 수백 번은 더 해먹어야 하니까.’
하영은 재빠르게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모습을 스캔했다. 밤이라 검은색 옷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흰 다리가 매끄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은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이 꿀 콘텐츠를 계속하려면, 이 복장으로 다른 복장을 입히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더 자극해야 해.’
지금이야 누더기를 입던 하영이 좋은 옷을 입어서 그에 따른 반동 효과가 온 것일 뿐이다.
시청자들이 자신이 선택한 옷을 못 입혀서 드는 아쉬움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게 하려면, 무언가 오래 기억될만한 충격적인 짓을 벌여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성적 매력을 어필하면 이후 채팅으로 내 멘탈이 버티질 못할 거야.’
골드에 눈이 돌아간 하영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너무 성적이지 않으면서도 이 복장의 장점인 다리를 자연스레 부각할 좋은 방법이 없을까?
닭싸움? 아니야. 너무 유치해. 그리고 할 명분도 없어. 그럼 여자들이 자주 앉는 자세로 자연스레 앉아 볼까? 아, 그건 좀 아직 부끄러운데…
“아! 그렇지! 선생님들 잠시 만요!.”
다리라는 단어에 학창시절의 안 좋은 추억이 떠오른 하영이 자신의 추억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오늘 너무 걸어 다리가 뻐근하니 다리 찢기 운동으로 근육 좀 풀고 가겠습니다!”
말하는 것과 동시에, 하영은 몸을 고정한 채 조금씩 다리를 양쪽으로 움직였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확 찢어서 시선을 모으고 싶었으나, 학창시절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다리 찢기를 하다 큰 고통을 느꼈던 하영이었기에, 이 정도 속도가 최선이었다.
그 마저도 그때의 아픔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인지 다리를 크게 벌릴수록 학습된 두려움으로 다리가 벌벌 떨렸다.
여자는 유연하다 했으니 덜 아프겠지?
낭만검객: 하. 다리 떨리는 거 봐라 ㅅㅂ. 이걸 승부 속옷만 입히고 하게 해야 했는데, 하.
모든것은순리대로: 험험. 낭자 유연성이 아주 좋구려.
꿀벌아넣을게: 아 애 다리가 벌벌 떨릴 때마다 내 그곳도 떨린다.
야스마스터: 그곳이 어디인가요?
꿀벌아넣을게: 꿀벌침이요.
역시 이 콘텐츠는 먹힌다. 채팅을 본 하영이 크게 미소 지었다. 그러나 아직 하영이 원하는 채팅은 나오지 않았다. 조금 더 자극해야 한다.
“선생님들 보셨습니까? 이 저의 유연함?”
하영은 골드를 버는 것에 대한 희열을 다리 찢기를 성공한 것에서 오는 희열로 포장하며, 다리를 벌렸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강조했다.
‘나이스.’
이윽고 하영의 눈에 하영이 노리던 채팅이 올라왔다.
모든 것은순리대로: 낭자가 그러는 걸 보니, 젊은 시절 여고수와 한판 했던 게 떠오르는군. 그녀도 다리가 참 잘 찢어졌었지.
현재 입은 복장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온 경험. 지금 시청자들에게는 저런 강렬한 게 필요했다.
하영은 저 채팅을 이용해 옷 입히기 콘텐츠에 대한 걸 시청자에게 어필시키기로 했다.
“선생님들, 모두님의 채팅을 봐주십시오. 저분은 다리 찢기라는 운동에서 그것을 떠올리신 분입니다. 다른 선생님과 승리자인 저분의 차이. 그 힘의 차이가 좀 느껴지십니까?”
하영은 잠시 숨을 돌렸다. 순간 현타가 와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주인공이 정하영에게 하는 짓을 떠올려보니 더한 짓이라도 하고 싶어졌다.
“평범한 운동이라도 이렇게 복장에 따라 야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다리나 살짝 보여주는 이런 건전한 옷? 선생님들께서 원하는 복장을 입혀 놓은 상태면 2배, 아니 최소 3배는 더 좋은 구경을 하실 수 있습니다!”
누가 들어도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다. 하지만 하영은 당당했다.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면 얼굴에 철판을 쓰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자에게 박히기 싫었다.
“결론이 뭐냐! 골드를 아끼면 안 된다. 이 말입니다! 이것도 하나의 경쟁이에요 경쟁!”
말하는 사이 다리 찢기를 끝까지 성공 시킨 하영은 자신의 운동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복장에 평범한 운동화? 하, 나 같았으면 이거 골드 더 써서 복장에 어울리는 단화 같은 거 하나 사줬다.”
모든것은순리대로: 크윽. 미안하오! 낭자. 이 방에서의 기부는 이미 최대 금액을 넘겼소.
시청자의 채팅에 하영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오늘치를 이미 다 뽑아 먹은 시청자에게는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건 아직 기부할 수 있는 시청자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모든것은순리대로: 하영 낭자… 다리만큼 마음도 착하시구려.
자신의 행동이 한 시청자에게 착각을 심어 준 것 같지만, 별로 쓸모없으니 넘어간다.
지금 중요한 건 이들에게 내 목적을 슬며시 흘리는 것이다.
“아니, 뭐 그런 거 없나? 나는 검은 스타킹 신은 여자가 꼴린다든가. 운동화보다는 구두가 더 좋다던가?”
하영의 말에 잠시 주춤했던 채팅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꿀벌아넣을게: 검스? 하, 이거 또 꼴리네.
낭만검객: 확실히. 저 복장에 팬티스타킹이라면…
모든것은순리대로: 으음, 맞는 말이군. 저 신발보다는 단화가 더 어울리겠어.
인방인생하급신: 나는 머리 모양이나 바꿨으면 좋겠음.
여신따먹고싶다: 그건 안 됨, 내가 하고 싶은 여신은 헤어 스타일이 방장처럼 생김.
늘잠수하는남자: 난 검스 구매해야겠음. 어서 상점 열어 보셈.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들 사이로, 하영의 눈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채팅을 캐치해냈다.
“잠수님 저 진짜 검스 구매해요?”
늘잠수하는남자: ㅇㅇ 구매하기 전에 골드 드림.
시청자의 담담한 대답에 하영은 빠르게 검은 스타킹을 상점에 검색했다. 이런 뜻밖의 이득은 환영이었다.
「호에애. 검은 스타킹 알았새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상점에서 2만 골드 이내에서 제일 비싼 검은 스타킹을 검색해 시청자에게 보여줬고, 시청자는 가격에 맞게 골드를 기부했다.
「흑사의 가죽으로 만든 단단한 검은 스타킹 12,500G」
검은 뱀으로 만든 검은 스타킹. 능력치를 올려주는 장비는 아니었지만, 다리 부분 한정으로 모든 피해 감소가 10%나 붙은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피해 안에는 추위도 포함되어 있었다.
“바람이 추우니 바로 착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영은 검은 스타킹을 바로 신었다. 추위가 그의 부끄러움을 전부 얼려버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원하는 것을 얻고, 골드도 얻은 하영이 만족한 것으로 제1회 옷 입히기 콘텐츠는 끝났다.
하지만, 하영의 수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 그럼 이어서 다음 콘텐츠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영은 잠자기 전 마지막 수금 타임을 가지기로 했다. 정신과 육체에 피로가 잔뜩 쌓였지만. 오히려 지금이기에 써먹을 수 있는 수금법이 있었다.
닉네임은10글자까지: ?????
인방인생하급신: 잠을 안 자고 계속한다고?
야스마스터: 미친? 그녀는 신인가?
여신따먹고싶다: 신이면 한번만 하자.
아가리롤스타: 하영님 빨리 자요, 몸 상해요.
낭만검객: 아 ㅅㅂ 제발 스윗좀 쳐내! 볼 때마다 기분 ㅈ같아진다고.
하영은 채팅창을 보며 의미 모를 미소를 지었다. 저들이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다.
“다음 콘텐츠는. 잠방입니다.”
하영은 곧 물음표로 도배될 채팅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에 시청자들이 하영의 생각에 호응했다.
아가리롤스타: ???
늘잠수하는남자: ??????????
꿀벌아넣을게: 잠방이 뭐임?
닉네임은10글자까지:????????
낭만검객: 잠자는 방송이라고 ㅂㅅ아.
여신따먹고싶다: 한마디로 잠자며 골드 벌겠다는 뜻임 ㅋㅋㅋ 하영이 커엽다. 커여워서 확 박아버리고 싶음.
아가리롤스타: 뭐를?
여신따먹고싶다: 큰 몽둥이를.
대충 예상과 맞아떨어지는 채팅창. 하영은 나뭇가지 위로 로브를 깔고 누우며 현재 낼 수 있는 목소리의 최대로 말했다.
“자고 일어날 때까지 1,000골드 안 모여 있으면, 활동 안 합니다. 로브 덮고 온종일 잡니다.”
사실 더 크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깊은 피로 탓에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하영은 그 말을 끝으로 밀려오는 수마를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낭만검객: 와 이거 완전 골드에 미친 새끼네?
여신따먹고싶다: 골미새 씹팔련.
꿀벌아넣을게님이 100골드 기부.
나머지 900,너희가 알아서 채워라.
인방인생하급신님이 100골드 기부.
하, 어쩌다 이런 시발련에게 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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