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2. 그녀가 골드를 버는 방법.
* * *
아가리롤스타: 벗겨? 옷을? 왜?
늘잠수하는남자: 2일 연속으로 내 잠수를 이끌어 내다니, 네년. ‘천재’ 로구나?
천신대가리멈춰: 하영이가 천재년이긴 하지ㅇㅇ 천하의 재수 없는 년.
야스마스터: 우리는 천하의 재수 없는 년을 썅년이라 부르기로 약속했어요.
인방인생하급신: 너랑 느그엄마만 약속함 우린 한적 없음.
꿀벌아넣을게: 이 시대 최고의 썅년 정하영 이 시대 최고의 썅년 정하영! 이 시대 최고의 썅년 정하영!
옷 벗기는 게임을 한다는 충격적인 말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대부분의 기존 시청자들은 하영이 또 하영 짓을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환호했지만, 새로 들어온 시청자들은 그녀의 미친 발언에 큰 혼란을 느꼈다.
바른말만씀: ?
병신을보면짖는개: ?
악질방송만보는사람: 여기 방송 좀 맵네요;
tyam442: 지금 들어 왔는데, 원래 이런 방송인가요?
검은콩나물: 나도 본지 얼마 안 돼서 모름 ㄷㄷ
군침도는사람: 군침이고 나발이고 어지럽네.
소드마스터거품임: 소드마스터는 거품인데 이분은 뇌가 거품이네.
하영은 명백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 두 부류의 채팅에 웃음을 삼켰다.
새로 들어온 시청자의 파릇파릇한 모습도 보기 좋았고 자신의 콘텐츠에 감화된 시청자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하지만 내가 필요한 건 파릇파릇하고 귀여운 시청자가 아니라, 골드를 퍼주는 시청자란 말이지.’
하영은 새로 들어온 시청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심어 두기 위해 최대한 선해 보이는 사람처럼 웃었다.
그러나 특성이라는 거대한 이익을 앞에 둔 지금. 그녀의 미소는 선해 보이기보다는 욕망에서 우러나오는 야릇한 미소에 가까웠다.
“자! 그럼 이제 콘텐츠의 진행 방식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이쪽을 봐주세요.”
그런 사실을 모르는 하영은 2일 차치고 매끄럽게 방송을 잘 이어간다며 속으로 자화자찬을 했다.
어린이애호가: 가슴이 없어서 어려 보이는 체형이라 왔는데. 표정과 하체가… 굉장하네.
내이름은야스머신: 17금, 여자 방송이라 분탕 치러 왔는데 ㅅㅂ 이게 17금? 천신 드디어 미쳐버린 건가?
건강한언어습관짝: 건강한 언어 습관을 전파하러 왔는데. 방장님은 다른 습관을 먼저 들이셔야 할 듯.
낭만검객: 아니, 그래서 우리 하영이가 싫음?
내이름은야스머신: 아ㅋㅋ 고건 아니고.
아가리롤스타: 우리? 하영이가 니 장난감이냐? 발언 조심해라. 하영이는 모두의 공공재다. 어디에 속할 수 없어.
건강한언어습관짝: 무히려 좋아.
어린이애호가: 살짝 가능 ㅇㅇ
병신을보면짖는개: 월! 월!
하영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뉴비 시청자들의 모습에 어리둥절했지만, 이곳 시청자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하영이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자자! 선생님들 잡담은 그만해주세요! 모두 집중!”
꿀벌아넣을게: 집중!
미션석세스: 집중!
낭만검객: 아니 ㅅ2발 뉴비년들아 하영이가 집중하라잖아.
즉석나비탕24시: ㅈㅅ 집중함.
바른말만씀: 아니 내가 왜 이딴 창(든)년에게 집중해야 함?
천신대가리멈춰: 바른님 창든년 바른말 확실함?
꿀벌아넣을게: 닉언 자제점.
하영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는 시청자들의 모습에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다. 방송이 이렇게 어려운 것일 줄이야.
‘차라리 피 튀기면서 싸우는 게 더 좋고 쉽겠어.’
개인방송인들은 비교적 돈을 쉽게 번다고 부러워했던 과거 자신에 쌍욕을 하고 싶어졌다.
‘아니 이것도 역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 케바케인가?’
어딜 가도 쉽게 돈을 버는 사람은 쉽게 돈을 벌고, 어렵게 돈을 버는 사람은 어렵게 돈을 번다.
하영은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쉽게 골드를 벌기 위해서는 쉽게 골드를 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 이 탐스럽게 생긴 허벅지를 봐주세요!”
하영은 자신의 다리를 가리고 있는 천을 잡고 살짝 옆으로 치웠다. 다른 손으로는 화살표 모양을 만들어 다리를 가리켰다.
낭만검객: 집중!
야스마스터: 집중!
즉석나비탕24시: 집중!
내이름은야스머신: 집중!
미션석세스: 집중!
바른말만씀: 집중!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 다리의 여신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각선미, 새벽 공기 때문에 빨개진 무릎까지.
시선을 끌어 모으는 완벽한 다리에 시청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집중을 외치며 다리에 집중했다. 조금 전까지 서로 죽이려 들던 사람들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의 단합력이었다.
“하, 현타 깊게 오네.”
여러 번 말해도 듣지 않던 시청자가 순식간에 다리에 집중하는 것을 본 하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현재 이 몸을 내가 아닌 내 캐릭터라 생각한 다해도 한계는 있는 법이었다.
“자, 여기 봐주세요.”
하영은 무념무상의 경지에 오르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허탈한 목소리로 힘없이 말하며 손가락의 위치를 옮겼다.
다리에서 알약이 있는 상점창 쪽으로.
「일반 특성 알약. 10,000골드 현재 구매 가능 수량 10개」
특성이 봉인되어 있는 알약이다.
최하급부터 최상급까지 봉인되어 있다.
입에 넣는 순간 봉인이 풀린다.
다른 이에게 양도 불가능.
하영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표를 강조하며 입을 열었다.
“이 일반알약에서 중상급 이상 나오면 옷 전부 벗겠습니다. 최상급 나오면 속옷도 벗겠습니다. 그러니 알약 사주세요.”
검은콩나물: ????????
즉석나비탕24시: ?????
군침도는사람: 애 뭐임????
병신을보면짖는개: 월! 월! 월! 월월월!
소드마스터거품임: 잘나가다 갑자기 왜 이럼? 미친년임?
당당하게 아이템을 사달라는 하영의 말에 새로 들어온 시청자가 난리가 났다.
그러나 그 와 반대로 어제 하영의 맛을 본 기존 시청자들은 웃으며 그녀의 말에 호응했다.
방송계의유니콘: 무친련… 무친련… 무친련…
아가리롤스타: 믿고 있었다고 젠장!!!
꿀벌아넣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드가자~ 자~ 드가자~
낭만검객: 새로 들어온 쉑이들 하영이 맛보고 깜짝 놀라는 거 봐라 귀엽누 ㅋㅋ
자본주의맛 방송에 혼란한 뉴비 시청자들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기존 시청자들.
이번에도 다른 반응을 보이는 모습에 하영이 결국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이 시청자들에게 변화를 주었다는 것에서 오는 묘한 쾌감. 거기다가 시청자들을 자신의 손 위에 올려놓고 움직이게 하는 듯한, 전능한 기분까지.
전투 때의 고양감과 비교해도 될 정도로 흥분됐다.
낭만검객: 아니 애는 ㅅㅂ 눈은 죽어있는데 하는 건 너무 귀여워. 진짜 정자 도둑년이네.
꿀벌아넣을게: 정하영! 내 꿀벌침 그만 훔쳐가!
야스마스터: 진짜, 후. 말 안 해도 다들 알지?
군침도는사람: 군침이 싹 도노.
생존게임좋아요: 저기… 죄송한데, 방송진행 좀 해주세요. 자꾸 진도가 안 나가요.
채팅을 보며 웃던 정하영은 방송진도가 안 나간다는 한 시청자의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크흠, 자! 그럼 모두 기부해주세요!”
하영은 무안해진 분위기를 기침 한 번으로 환기 시킨 후 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말을 외쳤다.
“콘텐츠 시작입니다! 지금부터 들어오는 골드는 모두 알약을 구매하는 데 쓰라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하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부가 쏟아졌다.
기부의 사실을 알리는 빵빠레가 지금껏 참기라도 한양 멈추지 않고 계속 귓속에 아른거렸다.
‘아, 이거야! 이거!’
빵빠레의 소리가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소리로 들렀다. 하영의 눈이 탐욕으로 밝게 빛났다.
캐릭터의 옷을 바꿔 입는다거나 노출을 시킨다 해서 돈이 들어온다니 정말 최고다.
“좋아. 좋아! 너무 훌륭해!”
하영은 미친 사람처럼 마구 웃었다.
골드를, 더 강한 힘을 받는다는 사실에 행복감이 흘러넘쳤다.
어쩌면 자신은 방송이 아니라 방송이 주는 그 모든게 탐났던 것일지 모른다.
여러 일을 겪고 맛이 살짝 가버린 하영은 최대한 골드를 받기 위해 노력했다.
“아! 갑자기 좀 덥다! 아침이라 그런가!”
빵빠레 소리가 줄어든다 싶으면 덥다는 핑계로 스타킹을 벗거나 목 부분을 드러냈다.
남자였던 하영은 여자들의 무기를 잘 다룰지 몰랐고, 어색했지만 그렇기에 시청자들의 골드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낭만검객님이 300골드 기부.
썅년 ㅋㅋ 이게 그렇게 좋아?
야스마스터님이 200골드 기부.
애는 진짜 한결같아서 너무 좋다.
꿀벌아넣을게님이 100골드 기부.
하영아 넣을게~
기부하는 골드의 양은 계속 줄어들었지만, 기부를 하는 속도는 줄지 않았다.
자신의 메시지가 다른 시청자의 기부에 묻힌다 싶으면 재빨리 다시 기부를 해왔다.
그렇게 악순환 같은 선순환이 반복됐다.
“기부해주신 선생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하영은 늘어난 골드를 보며 활짝 웃었다.
[보유 67,753G]
25,753골드를 소유하고 있던 하영의 지갑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만약 하영에게 꼬리가 있었다면 지금쯤 꼬리가 마구 움직여서 하늘을 날아 다녔을 것이다.
“선생님들 약 4만 5,000골드 정도 받았으니 딱 5번만 알약을 구매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기부받은 골드로만 알약을 살 예정이었던지라 원래라면 알약을 4번사는 게 옳았으나. 지금은 기분이 좋았다.
인방인생하급신: 믿고 있었다고 제엔장!!!
즉석나비탕24시: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낭만검객: 최상급 가보자~ 가보자~
하영의 통 큰선택에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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