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썅년의 방송 생존기-16화 (16/85)

〈 16화 〉 2. 그녀가 골드를 버는 방법.

* * *

탑에서 스킬은 귀하다. 튜토리얼에서 나눠주는 기본 스킬 외에 다른 스킬이 없는 사람이 태반일 정도다.

하지만 그런 스킬도 특성보다 귀하지는 않다. 스킬은 저층을 넘어가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특성은 고층에서도 쉽게 얻을 수 없다.

그렇기에 재능이 없는 하영에게 이 순간은 매우 중요했다.

재능이 없다는 말. 그건 즉 특성이 하나도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니까.

“선생님들 그럼 가보겠습니다.”

­ 낭만검객: 옷 벗을 준비해라 ㅋㅋㅋ

­ 꿀벌아넣을게: ㄹㅇㅋㅋ

­ tyam442: 그런데 방장님. 진짜 옷 벗으시려는 건 아니죠?

­ 미션석세스: 뉴비야. 하영이다. 믿고 봐라.

­ 천신대가리멈춰: 하영이 오늘 속옷까지 벗게 생겼네. 아 ㅋㅋ

하영은 속옷까지 벗을 준비하라는 채팅에 씩 웃었다. 속옷을 벗고 싶지는 않지만,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졌으면 소원이 없을 거 같다.

“선생님들, 제가 믿어도 되겠습니까?”

구매 버튼을 앞에 두고 하영의 손이 작게 떨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막 나갈 정도로 기대감에 가득 찼었지만, 막상 하려니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일반 알약으로 특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10번, 하영은 오늘 그중 5번을 사용한다. 이는 기회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큰 횟수다. 그만큼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 인방인생하급신: 오빠 못 믿어? 손만 잡고 잘게.

­ 야스마스터: ㄹㅇ 이번에 옷 못 벗긴다? 그럼 나 10일간 야스 안 함.

­ 낭만검객: 나 수탉크래프트에서 옷 벗기기만 20년 한 사람임 믿어 보셈 ㅇㅇ

­ 야스마스터: 방금 내가 한 말 취소, 윗 새끼 보니 안 될 거 같다.

“아! 왜 잘 가다 급커브를 해.”

자신을 응원하는 채팅에 내심 힘을 얻던 하영은 갑작스럽게 초를 치는 채팅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지금만큼은 하영이 자신의 편이라는 사실을 직감한 낭만검객이 빠르게 채팅을 이어갔다. 악질답게 입을 털 때를 아는 시청자였다.

­ 낭만검객: 하영아 내 말만 믿고 바로 달려봐, 내가 유명 연예인들 옷은 다 벗긴 남자야.

­ 야스마스터: 아니 ㅅㅂ 하영아 진짜 저 새끼 하는 거 봐. 중요한 순간에 ㅈ같은 채팅만 치잖아 이거 부정 탔어.

­ 낭만검객: 아니. 겜잘알인 내 채팅이 불편해? 그럼 자세를 고쳐 앉아! 왜 불편하게 채팅을 보고 있어.

­ 검은콩나물: 그런데 수탉크래프트가 뭐임?

­ 미션석세스: 아니 ㅅㅂ 수탉크래프트를 모르는 신이 있음? 뭐 ㅂ신임?

­ 인방인생하급신: 요즘 새로 태어나는 신들은 지구에 수탉크래프트가 있는지도 모름 ㅋㅋ

­ 낭만검객: 저 봐, 저 뉴비를 보라고. 나랑 재네들은 이 정도로 깊이에 차이가 있어. 하영아 나는 수탉크래프트 출시될 때부터 옷 벗기던 남자야. 진짜 나믿고 스트레이트로 5개 연달아 박아봐

가만히 채팅을 보던 하영은 낭만검객의 채팅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탉크래프트에서 옷 벗기기를 해본 입장으로서 그 옷 벗기기와 현 상황은 밀접한 관계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듣다 보니 왠지 믿음이 간다.

“음, 듣고 보니 낭만검객 선생님의 말씀이 맞는 거 같기도 하네.”

평소의 하영이라면 개소리하지 말라 일침을 넣었겠지만, 꿈으로 인해 뒤숭숭해진 기분과 어떻게든 좋은 특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하영의 눈을 가렸다.

­ 여신따먹고싶다님이 100골드 기부.

10분후) 아 ㅅ2ㅂ! 낭만검객 이 ㅈ같은 새끼야! 스트레이트로 하라며! 이거 어쩔 거야 ㅅㅂ련아!

“아 왠지 기부 메시지에서 저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불안해지는데?”

매끄럽게 방송을 이어가던 어제와 다르게 하영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어제 방송에서 약간의 앙심이 남아있던 시청자들이 하영을 흔들기 시작했다.

­ 야스마스터: ㄹㅇ 제가 정확하게 봤네. ㅇㅁㅊㅋ

­ 방송계의유니콘: 아ㅋㅋㅋ 재미없게 시작 전부터 스포하네. ㅇㅁㅊㅋ

­ 아가리롤스타: ㅈ같게 굴던 애가 갑자기 착하게 대해준다? 뭔가 있는 게 맞음. 나도 동생에게 그렇게 당함.

­ 꿀벌아넣을게: 하영아. 스킬 쪽으로 런하자. ㅇㅁㅊㅋ

­ 낭만검객: 아니 ㅅ2ㅂ 이 새끼들 단체로 나 억까하네. 단체로 뒷돈이라도 처먹음? 그리고 ㅇㅁㅊㅋ가 뭔데 씹1덕 새끼들아.

­ 내이름은야스머신: 싸우지 말고 야스해.

마지막 시청자처럼 새로 들어온 시청자가 눈치 없이 초를 치긴 했지만, 방송 시작한 지 2일 차인 초보가 눈치채기에는 너무 교묘했다.

자본주의 방송을 몰랐던 이들이라도, 방송을 본 짬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들의 채팅을 본 하영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결과 하영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시청자에게 의견 구하기를 하고야 말았다.

­ 야스마스터: 초커 같은 거로 목을 조이는 게 어떨까? 망하면 목 조인다는 마인드로 하나씩 신중히 까보는 거지.

­ 미션석세스: 아 ㅋㅋ 이게 맞네.

­ 꿀벌아넣을게: ㄹㅇㅋㅋ

­ 낭만검객: 아 ㅋㅋㅋㅋ 그러네, 내가 실수할 뻔했네.

­ 아가리롤스타: 아 ㅋㅋ 이번 한 번만 봐 드립니다.

뒤늦게 상황을 눈치챈 낭만검객의 합류로. 상황은 빠르게 흘러갔고, 결국 하영은 초커를 구매했다.

「행운아의 노예 목걸이 ­ 7,777G」

­ 행운아의 노예였던 사람이 착용했던 목걸이다.

­ 남아있는 행운이 착용자에게 약간의 행운을 가져다준다.

알몸 초커라는 원대한 꿈에 한 발짝 접근한 시청자들은 초커를 구매하고 착용한 하영의 모습에 만족해하며 골드를 기부했다.

­ 아가리롤스타님이 700골드 기부.

여기 아이템값.

­ 낭만검객님이 700골드 기부.

이제 스트레이트로 먹으면 될 듯.

­ 야스마스터님이 700골드 기부.

ㄴㄴ하나씩 신중하게 해야지 잘 뜸.

­ 꿀벌아넣을게님이 700골드 기부.

최상급 스킬. 넣을게~

하영의 방송에 이미 대가리가 깨져버린 그들은, 장비를 착용하게 만들었으면 그만큼 골드를 줘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규칙이 되어 있었다.

새로 들어온 시청자는 자발적 골드 기부를 하는 그들의 행보에 당황스러움을 느꼈지만, 인형처럼 멍하니 채팅이 시키는 대로 초커를 착용하는 하영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만족했다.

­ 즉석나비탕24시: 이 집 단합 잘되네.

­ 군침도는사람: 죽은 눈 알몸 초커? 군침이 싹도노.

­ 검은콩나물: 왜 이리 단합이 잘됨? 다들 아는 사이임?

­ 낭만검객: 너희도 골미새에게 여러 번 당해보면 이렇게 됨 ㅇㅇ

­ 꿀벌아넣을게: ㄹㅇㅋㅋ

­ 소드마스터거품임: 그런데 초커 값은 왜 기부하는 거?

­ 야스마스터: 이럴 때 아니면. 골드를 왕창 써야지 겨우 할 수 있는 거라 그럼 ㅋㅋ

­ 소드마스터거품임: 아니 ㅅㅂ 그거랑 지금 초커 값 기부하는 거랑 뭔 상관 임?

­ 인방인생하급신: ㅅㅂ 머리가 없음? 고마우니까 이거라도 내주는 거잖아.

­ 소드마스터거품임: ??? 아니 ㅅ2ㅂ 대체 그게 왜 고마운거야? 대체 어디서 고마움을 느껴야 해?

­ 아가리롤스타: 그냥 모르면 ㄹㅇㅋㅋ만 치라고 ㅋㅋㅋㅋ

“자 선생님들. 싸움은 그만하시고, 제가 벗는 거나 관람하세요.”

정신이 혼란스러워도 본능은 위험을 감지하는 법.

하영은 선정성을 이용해 기존 시청자와 뉴비 시청자들의 갈등을 해결했다. 더 커지기 전에 빠르게 해결한 것이다.

그리고 낭만검객이 시키는 대로 빠르게 알약을 구매한 후 전부 입에 털어 넣었다.

「일반 특성 알약. 10,000골드 현재 구매 가능 수량 5개」

[일반 특성 알약 압축 해제 중…]

[일반 특성 알약 압축 해제 중…]

[일반 특성 알약 압축 해제 중…]

[일반 특성 알약 압축 해제 중…]

[일반 특성 알약 압축 해제 중…]

꿀꺽, 하영은 눈앞의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침을 삼켰다.

입에 넣는 순간 알약이 사라져 물이 필요 없음에도 목이 말랐다. 너무 긴장한 탓인 거 같다.

[일반 특성 알약의 압축이 끝났습니다. 결과를 공개합니다.]

효과를 보려면 오래 기다려야 하는 지구의 알약과 다르게 특성 알약은 순식간에 효과가 발동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5개의 시스템 메시지창이 쫘르륵 겹친 상태로 생겨난 것이다.

[창의 기본(최하급)을 획득하셨습니다.]

[창의 기본(최하급): 창의 수련 속도를 10퍼 상승시킨다.]

시스템 메시지 제일 앞에 있는 특성은 최하급 특성이었다. 그러나 하영이 노리고 있던 창 계열 특성이라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등급이 높아야 이득인 시청자들은 똥줄이 탈 맛이었다.

­ 야스마스터: 처음부터 기운 빠지게 최하급 ㅋㅋㅋㅋㅋㅋㅋ ㅅㅂ

­ 낭만검객: 쓰읍. 역시 초커가 아니라 낭만 가득한 중절모나 선글라스를 씌웠어야 했나.

­ 천신대가리멈춰: ㄱㅊㄱㅊ 아직 4번 남음.

하영은 이미 확인한 시스템 메시지를 지웠다.

그러자 그 뒤에 있던 시스템 메시지가 앞으로 나왔다.

5개를 한 번에 먹고 하나씩 천천히 확인한다. 이러면 시청자 모두의 의견을 수용한 거나 다름없다.

하영은 잘못되면 시청자 탓으로 돌리고 골드나 빼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음 특성을 확인했다.

[악마의 피(중하급)을 획득하셨습니다.]

[악마의 피가 몸속에 흐른다.]

[마기에 면역되며, 마기나 악마의 밤에 접촉 시 폭주한다.]

[폭주 시 모든 신체 능력을 1.5배 끌어 올린다.]

[부작용으로 눈이 빨개진다.]

“오! 미쳤다!”

특성을 확인한 하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중하급. 비록 높은 등급이 아닌데다 조건부 특성이긴 하지만 능력치 뻥튀기가 미쳤다.

이 정도면 저층에서는 충분히 쓸 만했다. 게다가 악마의 피는 ‘종족 특성’이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운이 좋군. 설마 행운의 여신이 내게 미소를 짓고 있는 건가?’

악마라는 종족은 성력에 취약하다는 것을 빼면 단점이 없는 강력한 종족이었다.

‘게다가 엄청 희귀하지.’

적으로 등장한 몇몇 몬스터 이외에는 악마라는 종족이 소설 내에서 등장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기 힘들었다.

‘좋아, 이 좋은 흐름을 이어 가보자.’

하영은 좋은 느낌의 스타트에 기분이 좋아져 다음 특성도 빠르게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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