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5. 소설 TS 빙의
* * *
아침이 밝았다.
하영은 길게 뻗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서, 주변을 둘러봤다.
‘진짜 딱 생활하기 적당한 크기네.’
나무 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것이 숲 속 오두막을 떠오르게 했다. 하영은 방금까지 이곳에 누워있었다. 저택의 방들을 털어 돈도 있는 놈이 왜 이렇게 초라한 곳에 누워 자냐 싶겠지만. 이곳은 집이 아닌 마차 안이었다.
‘급하게 구한 것치고 쓸 만해.’
초라한 마차치고는 넓이가 꽤 되어 보였지만, 실은 그렇게까지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이 공간에서 3명이 먹고 자야 하니 오히려 비좁다고 보는 게 맞았다.
만약 하영이 아공간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이런 크기의 마차가 3개가 있어도 불편했을 것이었다.
‘아공간아 고맙다.
하영은 아공간과 그것을 준 김유진에게 작게 감사를 표하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페인트 칠 같은 것을 하지 않아 좀 조잡해 보이긴 하지만. 오래된 나무 특유의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아델라가 마차에 냄새를 제거하는 마법을 건 덕분이었다.
‘판타지 세계에 온 기념으로 마법까지 배우려 했었다니.’
하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대단한 적응력이었다. 자신이라면 스킬이 아닌 마법을 배우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인데.
‘그러고 보니, 그런 모습을 보일 줄도 상상 못했었지.’
하영은 아델라가 처음 마법을 사용했을 때를 떠올렸다.
아델라는 통로 안에서 바퀴벌레 같은 것을 보고, 굉음을 내지르며 공격 마법을 사용했다.
덕분에 집중하며 통로를 걷던 하영은 적이 습격하는 줄 알고 바로 방향을 바꿔 도주했다.
일행을 버리고 가는 것은 좀 너무한 감이 있긴 했지만. 당시 하영은 통로의 출처가 불분명한 탓에 심신미약 상태였다.
‘좀 창피하긴 했지.’
하영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깜짝 놀랐던 하영과 다르게, 아벨은 아델라의 마법이라는 걸 바로 알았다.
대체 어떻게 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영과 다르게 아벨은 무뚝뚝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비교할 사람이 있어서인지 도주한 것이 더 부끄럽게 느껴졌다.
“뭐 애초에 내 잘못은 아니긴 하지만.”
하영은 유연한 남 탓을 발휘했다.
물론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이를 탓하는 것은 아니었다. 소설에서의 아델라는 무능한 악녀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무력 쪽에서만 무능했다.
그렇기에 하영은 그녀의 마법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방금 그 마법은 뭐야 아델라!)
하영의 말에 아델라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었다.
(빙의 되자마자 후작님께 부탁해서 마법사를 초청했어요. 당시에는 그나마 평판이 괜찮을 때라 후작님께서도 흔쾌히 받아 주셨지요.)
아델라는 말을 마치고 작은 묘기를 보여줬다. 불꽃과 물이 태극처럼 서로 빙글빙글 도는 간단한 마법이었는데. 파이어볼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하영의 입장에서는 정말 놀랄 노자였다.
(진짜… 말도 안 돼.)
추후 통로에서 벗어나 거리를 걸으며 아벨에게 물어본 바로는. 아델라의 경지는 이미 3 서클에 올랐다고 했었다.
“나도 마법이나 좀 배워 볼까.”
하영이 마법에 호기심을 느꼈을 무렵. 밖에서 샘물처럼 맑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언니! 좀 있으면 목적지인 항구 마을에 도착할 것 같아요.”
아델라였다.
“알았어! 나갈 준비 할게!”
하영이 대답했다. 누가 들어도 밝고 쾌활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밝은 목소리와 다르게 하영의 심정은 어두웠다.
‘나 도움이 되고 있는 건 맞겠지?’
맨 처음 마차를 구매했을 때, 하영은 자신이 마차를 몰아보려 했다. 레이싱 게임을 몇 번 해봤기에 적당히 배우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마차를 모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영이 즐기던 레이싱 게임 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마차를 모는 것에 좌절한 사람은 하영뿐만이 아니었다. 우리의 듬직한 기사 아벨도 마차는 몰지 못했다. 그녀는 섬세함이 부족했다.
그럼 지금 마차를 모는 것은 누구냐?
아델라다.
그녀는 14개월 동안 영애로 살았던 것이 전부인 주제에. 마법도 사용하고, 예절도 바르고, 마차까지 잘 몰았다.
‘아델라도 은근 재능 덩어리란 말이야.’
엄청나게 특출한 것은 없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무력, 돈, 믿을 수 있는 동료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덕분에 내 입장이 미묘해졌단 말이지.’
하영은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상념을 이어갔다.
지금 타고 있는 이 마차 역시 아델라가 구매해온 것이다. 그녀는 손톱만 한 작은 보석 하나로 이 마차와 말을 구해왔다.
그리고 아공간 주머니에는 그런 보석이 잔뜩 들어있는 작은 보석 주머니가 여러 개 있다.
즉. 하영의 아공간 주머니가 없었어도 돈이 부족할 일은 없었을 거란 말이다.
“하아.”
그렇다고 하영이 아델라의 도주를 도왔나? 그렇지 않다. 아델라 일행에게는 이미 도망갈 방법이 있었다.
누가 준비해둔 것인지 모를 방법이긴 했지만.
“대체 나보고 뭘 도우라는 거야. 설마 진짜 시련이 이미 클리어 되어 있나?”
하영은 계속해서 한숨을 내쉬었다. 맨 처음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 했던 계획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였다.
새태창, 아공간, 무력 보조. 모든 것이 필요 없었다. 하영의 계획은 처음부터 필요 없는 것이었다.
마치 누군가 준비한 것처럼 완벽하게.
“너무 자만했었나.”
어쩌면 자신은 2층에서의 마지막 날에 아직 취해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그 전능함에 취해 자신의 앞도 못 보고 그저 앞으로 걸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빙의자로서 충고라도 해주려 했는데 말이야.”
하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는 게 없고 돌아가는 상황이 수상하니 별생각이 다 들었다.
***
“언니. 이곳이 항구마을 바르네크예요.”
아델라는 두 팔을 활짝 펼치며 방긋 웃었다.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쉬지 않고 10시간 이상 마차를 몬 사람 같지 않았다.
“바다 냄새가 진하네.”
하영이 웃었다. 바다를 보고 느끼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어때요 언니? 좋죠? 그렇죠?”
아델라의 말에 하영은 기지개를 피며 답했다.
“그래, 그래. 최고다 최고.”
솔직히 피로감을 좀 느꼈다.
피부가 연약한 것은 둘째 치고, 딱딱한 바닥에 누워 잠을 자면 등이 배길 정도로 몸이 연약했다.
능력치는 좋아졌을지 몰라도 하영의 몸 자체는 정말 최악이었다.
하루 종일 창을 잡고 버프를 받고 있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실제로 튜토리얼에서는 온종일 창을 붙잡고 있었기도 했다.
잘 때도, 밥 먹을 때도 하영의 손에는 늘 창이 들려있었다.
‘그때가 벌써 과거가 되어 버렸나.’
습하고 딱딱한 땅바닥과 스치는 풀의 냄새가 아직까지 생생하거늘. 하영의 눈앞에 있는 건 숲이 아닌 거대한 바다였다.
***
“아벨! 마차 좀 지키고 있어줘! 언니랑 놀러 갔다 올게!”
“네 알겠습니다. 아가씨.”
아벨의 대답에 아델라는 피로감에 절어있는 하영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방긋 웃었다.
“자 갑시다! 스트랭스! 헤이스트!”
아델라의 몸이 순간이었지만, 여러 색으로 물들었다.
하영은 피로감에 반응하는 게 늦었다. 이상함을 눈치챈 하영이 뒤늦게 손을 풀려 했지만. 몸이 꿈적도 하지 않았다.
손에 창이 들려 있지 않은 탓에 능력치가 너무 낮은 탓이었다.
“어, 어…”
“심란한 언니를 위해! 이 동생이 오지고 지리는 여행시켜 드리겠습니다! 아 또 점수 까였다.”
아델라는 하영을 짐짝처럼 마구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첫 목표는 해산물이 들어간 빵집이었다.
아델라는 해산물이 들어간 빵집에서 바다의 보물이라는 달곰한 케익을 두 개 주문했다.
하영이 자신은 너무 단건 싫어한다며 무난한 단팥빵을 시키려 했지만, 아델라는 막무가네였다.
결국 하영은 아델라가 원하는 대로 바다의 보물이라는 케이크를 입에 집어넣었다.
“맛있죠?”
아델라의 물음에 하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달다. 너무 달다. 설탕을 입에 붓는 거 같다.
그런데 묘하게 맛있다.
“마, 맛있네.”
하영이 얼떨떨하게 대답하며 숟가락으로 한입 더 퍼먹었다. 다시 먹어도 맛있었다.
이게 대체 왜 맛있지? 하영은 의문을 가지면서도 케이크를 계속해서 퍼먹었다.
그렇게 케이크 두 조각을 다 먹어버렸다.
“여, 여기가 달달한 케이크 맛집 인가 봐. 내가 단 거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묘하게 맛있네.”
하영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뱅뱅 꼬았다. 누가 봐도 무안해하는 모습에 아델라가 웃었다.
“그건 아닌데요. 여자들은 원래 이런 달짝지근한 케이크이나 마카롱을 좋아해요. 신기하죠?”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가 맛집인 거야. 봐 저쪽에 있는 남자도 내가 먹은 거랑 같은 걸 먹고 있잖아.”
하영이 옆 테이블에 있는 남자 둘을 가리켰다. 그러자 하영과 같은 케이크를 먹고 있던 남자 중 한 명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아 드럽게 맛없네. 여자들은 대체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 거냐?”
“그러게 왜 그런 걸 시켰냐. 나처럼 문어 빵이나 먹지.”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하영은 자신의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제 그만 가자.”
***
두 번째 장소는 항구 바로 앞, 연극 극장이었다.
“예약 없이 바로 볼 수도 있는 거야?”
하영의 물음에 아델라가 방긋 웃으며 손으로 매표소를 가리켰다.
매표소는 극장 바로 앞에 있었다.
연극 관람에 필요한 티켓을 쉽게 구매한 일행은 곧바로 극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다.
극장의 규모는 항구마을에 위명답게 꽤 큰 것이, 무역이 오가는 마을다웠다.
“줄 서요 줄서! 다 들어갈 수 있으니까. 줄 서요! 이렇게 하면 오히려 더 늦어집니다! 자, 줄 서세요!”
극장 앞에 극장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삐에로 분장을 한 이상한 사람이 줄을 세우고 있긴 했지만,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 그러려니 했다.
“여러모로 참 신기한 곳이네.”
극장의 의자에 앉은 하영은 오랜만에 문명인이 된 느낌을 받았다.
신기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낯설고 새로웠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연극의 내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걸어 다니는 생선이 세계를 구하는 결말로 끝나는 연극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진행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저쪽 의견은 다른가 보다.
“역시 생선맨이야. 오늘도 정말 끝내줬어.”
“내 말이. 꼬리로 이단 옆차기로 악당을 때려잡을 때는 전율마저 들었다니까?”
하영은 웃으며 지나가고 있는 관객들을 보며 입을 살짝 벌렸다.
그게 재미있었다고? 충격이었다. 이후 주변을 돌아보니 연극에 만족한 관객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리고 그 대부분 남자였다.
더 충격이었다. 하영은 멍하니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혹시 나 타락한 건가? 정상에서 벗어나 버린 것인가?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난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라고…… 혹시 나 타락한 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해가 지기 시작한 후였다.
***
“형님은 여자 화장실을 갈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어떻게 처리 하시나요?”
길게 줄 서 있는 여자화장실을 지나갈 때쯤. 아델라가 물어왔다.
궁금해서 묻는 건 아니었다. 남자들과 다르게 여자들은 화장실에 한번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아, 자주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었다면서 투정거리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심적으로 지쳐 있던 하영은 주변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 사람들 눈이 없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처리하지”
하영의 말에 아델라가 기겁을 하며 몸을 움츠렸다.
“네에? 진짜로요?”
“아니, 애초에 나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본 적도 없어.”
삐쥭. 하영의 발언에 아델라가 살짝 입술을 내밀었다.
14개월간 영애로 자라왔던 아델라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답이었다.
“그렇지만. 언니는 여자잖아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 아델라의 모습에 하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난 남자라니까.”
관능적인 검은색 무복을 입은 여인의 당당한 남자 선언. 그 말에 아델라의 입이 벌어졌다.
하영은 그 틈을 노려 자신의 손을 빼냈다. 어찌나 세게 잡고 끌고 다니는지 손이 다 저렸다. 앞으로는 손이 잡히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할 것 같다.
“자, 끝이야 끝. 이제 마차로 돌아가서 밥 먹고 자자. 내일 아침에 운행하는 배를 타야 하잖아.”
하영은 살짝 웃으며 입이 떡 벌어진 아델라의 앞을 지나갔다. 솔직히 아예 재미가 없지는 않았다. 아델라의 외형이 워낙 미형인 탓에 여자와 데이트한다는 착각마저 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다.
하지만 이런 평화로움에, 즐거움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 아델라에게 이곳은 그녀가 살아야 할 세계지만. 하영에게 이곳은 잠시 지나쳐가는 장소일 뿐이다.
“하. 나도 이런 곳에 빙의하면 좋았을 텐데.”
하영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일몰이 마치 아델라의 머리색 같아, 꽤 매력적이었다.
“세계가 달라서 그런가.”
튜토리얼에서 봤던 하늘과는 너무 분위기가 달랐다. 하영은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하늘을 보게 될까 생각해 봤다. 그건 하영도 쉽사리 짐작할 수 없었다.
“언니! 같이 가요!”
뒤늦게 정신 차린 아델라가 하영의 뒤를 쫓아왔다.
“아니. 그 언니라는 말은 그만 좀 해줘. 들을 때마다 소름 돋아.”
***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세계에 느긋하게 있다가는 내 정체성이 위험하다.
마차 앞,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매한 먹을거리들과 각종 보석으로 꾸며진 식탁에서 저녁을 먹던 하영이 중얼거렸다.
“선생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하영은 채팅창을 바라봤다. 마차 안에서 틈틈이 소통한 터라 불만은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채팅창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웠다.
하영의 말 몇 마디 정도는 무시될 정도였다.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기존의 혼란이 한 사람을 억지로 까거나, 하영에 대한 불만, 또는 설립 시청자와 이후 들어온 시청자와의 대립 갈등이었다면.
이번에는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였다.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낭만검객: 그렇지. 역시 하영이야 정신 차렸구나.
아가리롤스타: 그냥 이 층에서 평생 살아도 될 거 같은데….
꿀벌아넣을게: 그런데 그러기에는 솔직히 탑에서 알려주지 않은 게 너무 많음. 어느 날 갑자기 시련 실패라면서 죽이거나 이전 층 돌려보내면 어떻게 함.
즉석나비탕24시: 이거 이미 누가 클리어해놓은 거 아님? 좀 수상한데.
늘잠수하는남자: 클리어 된 것 같아서 내가 찾아봤는데, 저 아델라라는 애 근처로 운명이 틀어진 건 맞는데 주체는 저 여자가 아닌 것 같음 오히려…
악질방송만보는사람: 애초에 여기가 탑은 맞긴 함?
검은콩나물: 솔직히 이 곳이 탑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하영은 이방인이라….
천신대가리멈춰: 평화롭지만. 방장에게 있어서는 독인 곳임. 빠르게 탈출하기를 기원함.
인방인생하급신: 오히려? 아 시바 채팅 좀 느리게 쳐 ㅅㅂ 뭐 읽지를 못하겠네.
바른말만씀: 아니 ㅅㅂ장문 채팅하지마. 자꾸 채팅이 밀리잖아.
미션석세스: 꿀팁 하나 알려줌. 채팅이 너무 빠르면 시간을 멈추고 보면 됨.
“아니, 선생님들. 잡담은 나중에 하시고 제 말 좀 들어주세요….”
하영은 급히 채팅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꽤 소모했지만,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긴 덕에 시청자들의 채팅은 잠잠해졌다.
생존게임좋아요: 한창 재미있을 때였는데…
야스마스터: 아니, 그래서 지금 우리랑 뭘 하겠다는 건데. 설마 야스?
꿀벌아넣을게: ㄹㅇㅋㅋ
하영이 잔잔해진 채팅창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이제야 골드를 빨아먹을 분위기가 갖춰졌다.
“그, 요컨대. 분위기를 바꿔서! 오랜만에 그걸 하겠다는 이 말입니다!”
야스마스터: 야스?
꿀벌아넣을게: 아ㅋㅋ 당연히 옷 벗기기지.
미션석세스: 딱 알았다. 이건 옷 입히기다.
무언가를 암시하는 하영의 발언에, 두 미녀의 심심한 여행기나 보며 지루해하던 시청자들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영이 무엇을 하려는 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제 알고 있다.
하영이의 텐션이 올라갔다는 건.
시청자들이 원하는 메인 콘텐츠 시간이 돌아왔다는 뜻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