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썅년의 방송 생존기-45화 (45/85)

〈 45화 〉 5. 소설 TS 빙의

* * *

하루 기부의 최대 골드인 2만 골드를 선언한 이상. 더 콘텐츠를 이어가 봤자 혼란만 가져올 뿐, 이득이 없다.

그렇게 판단한 하영은 이만 끝을 내기로 했다.

“네?”

골드가 자기 거라는 알 수 없는 하영의 말에 아델라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골드? 방송에서 활용되는 화폐인가?

“골드… 시청자분들이 후원해주는 돈의 단위가 골드인 건가요?”

아델라의 물음에 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원? 으음… 그렇지.”

“그러면 상관없어요. 애초에 저는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만족했을 테니까요.”

아델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이것이 악역? 말도 안 돼. 하영은 아델라의 뒤에서 빛이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그래.”

하영은 아델라의 눈을 회피하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방송을 종료하기 위해 행동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아침에 아델라가 고생하지 않도록 일찍 끝내야겠어.’

얼떨결에 빠르게 방송을 끝내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다.

하영은 채팅창의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하영이 말을 하는 것보다, 기부 메시지가 울려 퍼지는 게 더 빨랐다.

­ 모든것은순리대로님이 18,300골드 기부.

13초 후에 미션석세스의 골드를 차감시켜주시오.

인자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하영의 귀에 다이렉트로 전해졌다.

하영은 오랜만에 듣는 음성 후원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차, 차감이요?”

음성후원이라는 걸 깨달은 하영은, 뜬금없이 나온 차감이라는 단어에 놀라 되물었다.

무엇을 차감시켜달라는 것인지 아직 감이 오지 않았다.

­ 모든것은순리대로: 미션석세스라는 놈팽이의 기부 금액을. 내가 후원한 18,300골드만큼 제해달라는 말이오. 낭자.

이어지는 채팅에 말뜻을 이해했다. 그러나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이걸 받아들이면. 나는 이 타이밍에 골드를 더 벌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방송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일로 인해 앙금이 남는다면, 시청자들이 서로 싸워서 방송의 분위기가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아니. 잠깐만…’

하영은 조금 전에 한 생각을 되감기 시작했다.

서로 싸운다고? 그러면 나에 대한 공격성은 줄어 들거 같은데.

물론 싸우는 만큼 방송분위기는 좀 안 좋아지긴 하겠지.

하지만 골드 수급 콘텐츠 때만 어떻게 입을 잘 털면. 경쟁으로 유도만 할 수 있다면……

꿀꺽. 하영이 입에 고인 침을 삼켰다.

이건. 기회다. 방송의 흐름을 바꿀 기회.

“네! 미션석세스님 18,300골드 차감! 1,700골드 남았습니다~”

하영은 생각을 마친 것과 동시에 말했다.

아델라를 위해 일찍 방종하겠다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채팅창은 그런 하영의 모습에 난리가 났다.

­ 낭만검객: ????? 아니, 이건 에바지 하영아.

­ 내이름은야스머신: 와, 진짜 골드에 미친 건가?

­ 소드마스터거품임: 애는 진짜다. 진짜 중의 진짜야.

­ 군침도는사람: 방송 너무 골드만 보고하네. 얼굴하고 몸매는 좋은데. 참 아쉽다.

­ 아가리롤스타: 그래서 나갈 거임?

­ 군침도는사람: 그건 아니지 씨발. 여기 나가면 어디서 이 지랄을 하라고. 애 빼고 여자 방송은 거의 씨발 유치원 집 수준으로 채팅을 쳐야 하는데.

­ 꿀벌아넣을게: 아 ㅋㅋ 그럼 그냥 닥치고 보라고 씹련아~

­ 여신따먹고싶다: 꺼억~ 하영이 덕분에 내가 승자 되겠죠? 클래시컬 메이드복으로 당선 각이죠? 개꿀이죠?

다행이었다. 채팅창의 채팅 수준이 그렇게까지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하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하영이 원하는 채팅창의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하영은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골드를 깎아 먹는 구도를 원했다.

“자. 그럼 방송 여기서 끝낼까요? 여기서 끝내면. 여신따먹고싶다님의 클래시컬 메이드복으로 결정합니다?”

하영은 최대한 얄미워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는 조금 전 여신따먹의 채팅에 어그로가 끌리게 하기 위함이었다.

­ 바른말만씀님이 2,000골드 기부.

여신따먹고싶다. 차감.

“네! 여신따먹고실다님 차감! 0골드!”

­ 여신따먹고싶다: 응? 아니 시발 뭐함? 미쳤음?

­ 바른말만씀: 응. 클래시컬은 느그 집에서나 찾아~

­ 여신따먹고싶다: ㅅㅂ련이 갑자기 시비네? 장애 신가?

­ 바른말만씀: 꼽으면 바른말만 쓰던가 씹련아~

하영은 흘러가는 방송 상황을 보고 씨익 미소 지었다. 이거다, 이게 내가 원하는 방송이다.

­ 아가리롤스타님이 1,200골드 기부.

낭만검객. 컷.

­ 낭만검객: ???? 아니 머하냐?

­ 아가리롤스타: 넌 씨발. 평소에 너무 띠꺼웠어 ㅈㅂ련아~

1,200골드. 이번 콘텐츠에서 낭만검객이 기부한 금액의 총 액수다.

“네~ 낭만검객님 1,200골드 차감~”

하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부 메시지가 끊임없이 터졌다. 한 명이 기부하면 평소에 그를 싫어하거나,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이 바로 차감해왔다.

­ 낭만검객님이 2,200골드 기부.

메이드복, 미니스커트 ㄱ

­ 아가리롤스타님이 2,200골드 기부.

낭만검객 차감.

­ 낭만검객님이 1,000골드 기부.

아니, 시발 하지 말라고.

­ 아가리롤스타님이 1,000골드 기부.

낭만검객 차감.

“네! 낭만검객님 차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갑자기 서로 너무 물고 뜯고 싸우는 거 같아 보여도, 시청자들은 다들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한 성깔하고, 자기 세계에서만큼은 각자 원하는 것을 이룰 정도로 힘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지금까지 싸우지 않았던 이유는 방송에서 서로 싸우고 견제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지, 방송 분위기라던가 남들의 눈을 의식해서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서로에게 공격할 방법이 생겨 난거지.’

비록 누가 다치거나 죽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의견에 강하게 반항하는 있다는 것 하나로도 그들에겐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다.

­ 내이름은야스머신님이 1,300골드 기부.

애들아. 수영복으로 개량된 메이드복입히자.

­ 악질방송만보는사람님이 2,600골드 기부.

수영복 차감.

“네! 야스머신님 지난 기부까지 총 2,600골드에서 0골드로 내려오셨습니다!”

­ 내이름은야스머신님이 1,000골드 기부.

아니, 수영복의 매력 몰라? 그, 속옷을 입고 돌아다니면서 창피해하지 않은 그 멍청한 모습의 꼴림을 진짜 모르는 거야?

­ 어린이애호가님이 1,000골드 기부.

응. 난 몰라~ 차감~

“네! 야스머신님 0골드~”

하영의 미소는 방송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아무 말도 안 해도 골드가 계속해서 들어오는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오늘 방송의 승자는… 소드마스터거품님입니다.

최종 승자는 가장 무난한 취향을 선택하고,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기부하던 시청자로 정해졌다.

“빅토리안 메이드복… 아! 진짜. 오리지널한 모양이네요.”

시청자가 원한 메이드복은 검은색의 흰 치마. 진짜 고전 메이드 하면 딱 떠오르는 복장이었다.

“으음…”

그런데 치마가 좀 많이 짧았다.

“아델라. 혹시 짧은 치마도 괜찮아?”

“속바지를 입었으니까 괜찮아요.”

하영은 구매하기에 앞서 아델라에게 먼저 물어봤다. 아델라는 괜찮다며 입고 있는 드레스를 살짝 들어 올렸다.

­ 소드마스터거품임: 오, 오오!

올라간 드레스 사이로 하얀 속바지가 나타났다. 이건, 꽤 대단하네. 하영과 시청자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였다.

“그, 크흠. 메이드복 대금은 어떻게 하실래요.”

하영이 속바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 소드마스터거품임: 보답을 받았으면. 되돌려 주는 것이 도리지, 하영아 지금 구매해줘라. 대금은 내일 되자마자 바로 쏠게.

속바지에 감동한 시청자가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부탁해왔다. 하영은 남자로서 시청자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알겠습니다.”

하영은 채팅창을 본 즉시 빅토리안 메이드복, 짧은 치마 버전을 구매했다.

「빅토리안 메이드복(오후, 짧음) ­ 15,000G」

­ 한 괴짜 마법사가 자신들의 제자에게 입히기 위해 만든 메이드복의 복사본이다.

­ 오후 시간이 되면. 마력 능력치가 4만큼 증가한다.

­ 머리띠와 같이 착용할 경우 효과는 배가 된다.

설명에서 언급된 머리띠는 같이 동봉되어 있지 않았다. 아이템의 설명을 보니 두 아이템을 같이 착용하면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세트 아이템인거 같았다.

‘좀 아쉽네.’

능력치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류의 아이템들은 기획단계에서부터 두 개의 아이템을 함께 착용하라고 제작된 만큼. 대부분의 게임에서 세트를 맞추지 않고 따로 착용할 경우 약간 아쉬운 효과를 보였다.

“자, 아델라 받아.”

하영은 아델라에게 옷을 주면서, 이 옷을 입게 될 때 얻을 효과에 대해 말했다.

아이템의 단점이 명확해, 오전이면 입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었음에도, 아델라는 그것만으로도 어디냐며 기뻐했다.

“기뻐해 주니 다행이네.”

아델라가 들고 있는 옷의 수배의 달하는 골드를 꿀꺽한 하영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아델라가 너무 순수해서 더 미안했다.

“아, 맞다!”

메이드복을 보며 기뻐하던 아델라가 갑자기 몸을 틀었다. 그 방향은 하영이 옷 입히기 콘텐츠를 할 때 계속 주시하던 방향이었다.

“시청자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아, 아델라?”

아델라는 하영이 말릴 틈도 없이,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건네 왔다.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에 하영의 몸이 굳었다. 왜 사과를 하는 건지 이유가 짐작도 안 됐다.

“용서해주세요!”

아델라가 고개를 푹 숙이고 나서야 하영의 몸이 경직에서 깨어났다.

“갑자기 왜 그래? 시청자가 무슨 짓이라도 했어?”

하영은 아델라를 급히 일으켜 세웠다.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착한 아델라가 잘못했을 리는 없으니. 다 시청자의 탓이었다.

“그게 말이죠…”

아델라는 하영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내성적인 하영이 시청자 때문에 고생을 하는 줄 알았는데, 방송하며 즐거워하는 하영을 보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어, 아니야. 너 생각이 맞아. 다 시청자가 잘 못한 거야.”

아델라의 막말에 튜토리얼 때가 생각났다.

하영은 침울한 표정으로 아델라의 말을 부정했지만, 아델라는 그럴 리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시청자는 자신을 편을 들어주는 아델라의 모습에 이때다 싶어서 하영을 까기 시작했다.

­ 낭만검객: 누구랑 다르게, 아델라가 착하네.

­ 꿀벌아넣을게: 애가 생각보다 어린가 봐. 좀 미안해지는데.

­ 악질방송만보는사람: 옆에 서서 독 두꺼비처럼 우리를 노려보는 누구랑은 다르누~

­ 인방인생하급신: ㄹㅇㅋㅋ

채팅창을 본 하영은 인상을 찡그리며, 벌레를 쫓아내듯이 손을 훠이 훠이 저었다.

“뭐? 내가 보기 싫어? 그럼 나가 이 자식아라고 할뻔~ 하하하. 넝담입니다 넝담.”

그리고는 시청자들이 뭐라 채팅을 치기 전에 빠르게 방송을 종료했다.

튜토리얼때랑 지금은 다르다. 하영은 자신이 있었다. 기존 시청자들이 나가도, 그 자리에 새로운 시청자를 유지할 자신이.

“음. 그래도 방종은 한다고 하고 끌 걸 그랬나.”

뒤늦게 시청자들 사이에 자신의 편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하영이었지만, 하영은 그들을 믿기로 했다.

애초에 그런 이들에게 한 말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미안하니까, 나를 편애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좀 잘 대해 주자.’

그 생각을 끝으로, 하영은 시청자들에 대한 생각을 털어내고, 시선을 돌려.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한 아델라를 바라봤다.

“에휴.”

혹시 자신이 잘못한 건가 싶어서 울상을 짓고 있는데, 뭐라 하기가 그랬다.

내가 직접 피해를 본 것도 아니고, 시청자들의 기가 살짝 살아난 정도니. 그냥 귀여운 거 봤다고 치고 넘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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