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썅년의 방송 생존기-62화 (62/85)

〈 62화 〉 8. 등반의 시작

* * *

­ 금수저수지님이 25,000골드 기부.

반만 성공했으니, 5만 골드의 반만 준다. 불만 없제?

이제는 익숙해진 빵빠레의 소리를 들으며, 하영은 아공간에서 창을 꺼냈다.

마창을 꺼낸 건 아니었다. 일회용으로 사용하기 적합한 싸구려 창들을 여러 개 꺼냈다.

“창? 그렇게 많은 창을 꺼내서 어디다 사용하려고.”

옆에서 반지를 만지던 나강함이 말했다. 하영은 나강함의 말에 방긋 웃으며 손에 창을 쥐었다.

[검투사 창술(중급)]

[창의 움직임이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체력+10, 근력+5, 민첩+5]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동시에 몸에서 힘이 솟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제가 사냥에 나서겠습니다. 나강함씨는 다른 분들과 함께 따라와 주세요.”

그 말과 함께 하영이 던전의 앞쪽으로 달렸다.

그녀의 위에는 여러 개의 창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어, 어. 하영씨! 혼자 가면 위험합니다!”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7시간.

자그마치 7시간을 구경만 했다. 뒤에서 싸움을 지켜보는 건 지겹다. 이제는 직접 전투를 치를 때다.

─부웅!

저주로 약화된 트롤이 거대한 나무 몽둥이를 휘둘렀다.

하영은 뒤로 몸을 빼지 않고 창으로 공격을 막았다.

약화되긴 했어도, 트롤은 트롤.

하영의 힘으로는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온갖 버프로 도핑을 했어도 이 정도인가…!’

하영은 이를 악물었다. 모든 힘을 쥐어짜 내고 있음에도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쩍쩍.

나무로 만들어진 창의 창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 창은 곧 부서진다. 하영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창을 버리고 뒤로 몸을 뺐다.

─쾅!

트롤의 나무 몽둥이가 하영이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하영이 쥐고 있던 창은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그어어!

우렁찬 소리와 함께 트롤이 하영에게로 달려들었다.

하영은 곧바로 투창 스킬을 사용했다. 창을 휘두르면서 투창을 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조금 전에는 일부로 하지 않았다.

투창에는 자신이 있었다. 4층에서만 투창으로 수천에 달하는 고블린들을 학살했고, 허공에다만 수만 번에 투창을 사용했다.

그러나 창을 휘두르는 것은 그렇지 못했다.

육체 능력치는 스킬의 보조를 받아야 할 정도로 낮았으며, 창술에 대해 아는 것은 적었다.

그렇다고 창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창에 대한 깨달음이 올 정도로 창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하영에게는 근접 전투 경험이 필요했다. 창술의 숙련도를 높여주는 특성과 시스템의 도움이 있다면 최소한의 실력은 갖출 수 있을 터였다.

‘조금 더 근접 전투를 벌여 보고 싶지만… 상대가 좋지 않아. 힘의 차이가 너무 커.’

단 한 번의 공방으로 손의 힘이 빠졌다.

뼈가 부러졌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으나,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걸로 봤을 때는 포선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은 창을 더 휘두를 수는 없어 보였다.

─ 그어!!

트롤이 주먹을 휘둘렀다. 더는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조금 전에 날렸던 창을 맞고도 트롤은 쌩쌩했다.

하영은 이번에도 몸을 뒤로 뺐다. 트롤이 근력에 우위를 점했듯이, 하영도 속도만큼은 트롤 보다 빨랐다.

‘대충 던진 창 한 개로는 안 된다는 건가.’

하영이 침음을 삼켰다. 트롤의 주먹을 피하며 투창이 만든 상처를 살펴봤다.

창이 몸에 박혀 있음에도 트롤의 상처는 아물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아,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박혀있는 창이 밖으로 빠져나오며 상처가 완전히 아물 터였다.

“좋아, 인정한다.”

말도 안 되는 자연 치유력이다. 비슷한 스킬의 가진 하영도 흉내 낼 수 없다.

소설에서 나온 연금술사가 회복 포션의 제작 재료에 트롤의 피를 넣는 이유를 알겠다.

하지만 그뿐이다. 약화 된 트롤은 하영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하영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트롤을 향해 다시 투창스킬을 사용했다.

달려드는 트롤과 날아가는 창. 전과 똑같은 상황에 트롤이 미소 지었다.

공격이 소용없다는 걸 알고도 똑같은 공격을 해오다니, 정말 멍청한 인간이다. 똑같은 공격이라 생각하여 방심하고 있던 트롤은 주먹으로 창을 막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푸욱, 그 결과 하영의 창이 트롤의 심장을 꿰뚫었다.

트롤은 심장이 꿰뚫렸음을 깨닫고는 광분하기 시작했다.

­구어웍!

갑작스러운 아픔에 움직임을 잠깐 멈춘 트롤이 다시 하영을 행해 달려들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들어선 트롤의 속도는 하영의 움직임보다 빨랐다.

그러나 트롤의 움직임보다 하영의 창들이 날아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한 개, 두 개, 세 개…

창들이 계속해서 트롤의 몸에 꽂혔다. 창에 이곳저곳이 꿰뚫린 트롤의 모습은 흡사 고슴도치 같았다.

“내 마력을 다 부었다, 망할 것아.”

하영은 움직임이 멈춘 트롤을 향해 다시 한 번 투창을 사용했다. 목표는 트롤의 머리였다.

퍼억, 트롤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확인 사살을 마친 하영은 아공간에서 서 푸른 액체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꺼내 들었다.

꿀꺽 꿀꺽.

“캬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네 피가 포션의 재료로 사용 될 만큼 좋다고?

그럼 난 진짜 포션을 먹으면 된다. 투창 한발 한발에 전력을 다했던 하영은 마력 포션을 먹는 것으로 다시 마력을 회복했다. 체력 포션을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허, 굉장하군.”

뒤늦게 하영을 따라잡은 나강함이 감탄을 터트렸다.

“여자 혼자, 남자 3명이랑 같이 들어간다 했을 때부터, 숨겨둔 한 수가 있다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어.”

나강함은 트롤을 잡고 나온 아이템을 주우며 말을 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하영이 대신 써야 할 거 같다며 농담을 해왔다.

“점점 더 마음에 드는군!”

필립이 가슴 근육을 움직이며 말했다. 무기 수집가 잭은 허공에 떠있는 하영의 창들을 살피며 작게 중얼거렸다.

“으음. 좋은 창은 아니야. 내 수집품들이 훨씬 질이 좋아. 실력은 좋지만… 전체적인 무기 수준을 보아하니 15층의 벽을 뚫을 수는 없겠어.”

잭이 워낙 작게 중얼거린 탓에 하영은 잭의 말을 듣지 못했으나, 시청자들은 잭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 인방인생하급신: 무기자랑좌, 그만해 시발 ㅋㅋ 나 웃겨 죽는다고 ㅋㅋㅋ

­ 탑에사는하영: ???: 무기 수준을 보아하니 15층의 벽을 뚫을 수는 없겠어.

­ 악질방송만보는사람: 독하다 독해, 이런 순간마저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는 거 봐. 저게 개그맨이 아니면 뭐임!

­ 기레기는무슨새일까: 속보) 무기자랑좌, 하영의 창은 좋은 창이 아니다. 단호하게 선언.

­ 낭만검객: 졌다. 무기자랑좌, 네가 이 파티 원탑이다.

시청자들의 채팅에 하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잭의 말을 듣지 못했기에 순간적으로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뒤이어 올라오는 채팅에 상황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 여신따먹고싶다: 뭘 갸웃거리고 있어 씹년아. 이제 그만 놀고 마창 꺼내.

­ 애기하영: 우리 하영이한테 왜 그럼?

하영은 말없이 창을 들었다. 그리고는 바닥에 한글로 ‘골드’라고 적었다.

평범했던 하영이 전투를 즐기게 된 것처럼, 하영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영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 골드를 벌었다.

­ 낭만검객: 골드는 뭔 골드야. 어차피 마창 들고 싸워야지 보스도 쉽게 잡을 거 아님? 빨리 마창이나 드셈.

하영이 고개를 저었다. 시청자가 원하는 걸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은 즉 그 반대로 하면 시청자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는 걸 뜻했다.

­ 느금냥이: ㅋㅋㅋㅋㅋㅋ 골드를 안 받았는데 최선을 다하겠냐고 아 ㅋㅋ 성의가 부족하잖아.

­ 탑골공원휠체어도둑: 스피어걸. 출격 준비 완료(골드 필요)

­ 낭만검객: 캬, ㅅㅂ 누가 키웠는지 참 잘 키웠다. 그죠?

­ 아가리롤스타: 그건 맞는데 니가 키운 건 아님 ㅇㅇ

하영은 쓸데없는 채팅들을 보며 다시 창을 움직였다.

[골드]

땅에 적혀 있는 글자위에 창대의 끝을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창대의 끝으로 글자를 톡톡 건드렸다.

“자, 여기서부터는 유료입니다.”

채팅창을 보며 하영이 작게 중얼거렸다.

나강함은 하영의 이상행동을 보며 의문을 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3명에서 고생을 하며 잡는 트롤을 쉽게 잡은 여자다. 이러는 것에도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게 분명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하영을 보고 있었다. 하영은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얼굴을 붉혔다.

따라오라고 멋지게 말해놓고서 정작 한 마리 잡아 놓고, 바닥에 글씨나 쓰면서 고개를 까닥까닥 움직이고 있다는 걸 자각했다.

부끄러웠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지루함에 날려 보낸 2만 5,000골드를 다시 채울 기회가 찾아왔다. 전 층에서 대박을 터트려서 적어 보일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저 골드면 일반 창을 수십 단위로 구매할 수 있었다.

­ 금수저수지님이 25,000골드 기부.

하… 하영이 이거 와전 폭스련이네…

골드를 요구하는 하영의 뻔뻔함에 미션을 걸었던 이가 골드를 추가로 기부했다. 그리고 빠른 진행을 원하는 시청자들도 기부를 해왔다.

­ 정자도둑정하영님이 1,000골드 기부.

­ 아기고양이유미님이 1,000골드 기부.

­ 탑골공원휠체어도둑님이 500골드 기부.

이정도면 만족한다. 하영이 손가락으로 따봉을 날렸다. 그리고는 아공간에서 마창을 꺼냈다.

“……!”

주변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이변을 제일 먼저 알아차린 건 가까이에 있는 나강함도, 마창을 꺼내 든 하영도 아니었다.

“하… 말도 안 돼. 저런 무기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영의 마창을 본 잭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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