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10. 복수대상이 꿈꾸는 복수방법.
* * *
“머리가 아파지려 하네.”
하영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방송시스템의 메시지가 방송이 아닌, 그 외의 행동에서 발생한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서로 공존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맨 처음 튜토리얼에서 하영이 구매했던 삼지창으로 스킬을 얻을 때도, 무기는 방송의 시스템의 것이었지만. 탑은 그것을 인정했고 스킬을 내려줬다.
시스템의 메시지창 역시 탑의 것이었다. 그 이후로 얻은 스킬과 특성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지금 하영의 앞에 떠오른 창은 탑의 것과는 명백히 달랐다. 하영은 그것이 몹시 신경 쓰였다. 딱히 당장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으나, 쉽게 넘길만한 사항은 아니었다.
‘서로 줄다리기라도 하려는 건가.’
하영은 잠시 상황을 이해하려 했지만, 이윽고 곧바로 포기해버렸다.
아는 것이 적어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고, 설사 가설을 세워 정확히 맞춘다 할지라도. 하영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긴 해.’
학창시절. 반에서 잘나가는 학생들이 서로 다퉈, 반의 분위기가 박살이 난적이 있었다. 당시 하영은 반장으로서 분위기를 띄우려 했지만. 오가는 욕설과 반으로 갈라진 분위기 속에서 하영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평범한 학생에 불과한, 하영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수업이 시작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애초에 약자인 을이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으니까.’
하영은 과거를 떠올렸다.
날카로워진 반의 분위기를 푼 것은 하영이 아닌, 엄격한 담임선생님의 훈계였다.
회사 생활도 학창시절과 비슷했다.
주변 상황이 바뀌어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갑의 싸움에서, 하영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번에 불어오는 상황의 변화가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지.”
하영은 한숨을 한번 하는 것으로 상념을 털어버렸다. 현실의 벽 앞에 수긍하는 건.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을로서 살아온 하영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을이라는 것은 어디에서나 고달픈 법이니까.”
힘이 없는 이들에게 현실은 늘 암담하다. 하영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이 아닌 을로서 삶을 살아간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살 수 있는 사람. 크게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적다.
선택받은 소수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 포기할건 포기해야한다. 그게 설령 부당한일에 맞서 싸우는 것일 지라도.
“…슬슬 가볼까.”
눈을 감고 잠시 과거를 회상하던 하영은, 헝클어진 머리를 대강 정리한 후, 급히 자리를 떴다.
목적지는 소설의 주인공인 소녀가 있을 만한 곳.
오크들이 잡혀 있는 감옥이었다.
***
“조금만 더 쉬고, 이번에는 대련을 해보자.”
이제는 하나의 일과가 되어 버린 소녀의 훈련 시간.
하영은 숨을 고르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소녀는 자신을 보며 꿈틀거리는 오크들을 보며 히죽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죽어가는 벌레를 보며 웃는 어린이 같아. 처음에는 조금 꺼림칙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도 그럴게 소녀는 쉬는 시간 마다, 투명한 감옥 속에 있는 오크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기겁하던 하영도, 시간이 흐른 지금은 소녀의 기행에 적응했다.
“이것 좀 봐봐. 이 멍청한 돼지들이 갇힌 상태라는 것을 알고도, 나를 보고 욕정하고 있어.”
소녀의 말에 하영은 오크들의 상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먹지 못해 조금 수척해진 몸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 외에는 별로 달라진 걸 모르겠다.
“눈을 잘 봐봐.”
소녀의 말에 하영은 감옥 안에 있는 오크의 눈을 노려봤다.
“오, 그러네.”
눈 주변을 자세히 보니 어제와는 상태가 좀 달랐다. 오크들의 동공이 작아 눈치 채는 게 늦었지만. 그들의 동공은 눈에 핏줄이라도 터진 사람처럼 새빨개진 상태였다.
“신기하네.”
하영은 소녀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사람처럼 기억속의 오크와 현재 오크의 다른 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누워있던 오크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하영과 시선을 마주친 오크가 미친 사람처럼 크게 미소를 지으며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암, 컷. 범…한다.”
하영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팔과 다리가 망가지고, 아무것도 먹지 못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이쪽을 보는 오크의 눈에는 암컷을 범하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했다.
‘오히려. 그렇기에 욕망이 넘치는 건가?’
하영은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오크를 보며, 과거 인터넷에서 봤던 글을 떠올렸다. 오래전에 본 거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분명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씨를 이으려는 욕구가 커진다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어.’
하영이 작게 웃었다. 비록 19금 소설에서 본 내용이기에 믿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현실에서 실험해 보니. 그 내용이 어느 정도 맞는 거 같기도 해 보였다.
“이 정도면 이제 슬슬 협상을 시도해도 될 거 같은데?”
하영은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 오크를 보며 말했다. 오크는 하영이 말하는 협상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그러나 오크의 간절함은 소녀에게 닿지 않았다.
“안 돼. 아직. 조금 더 즐길 수 있어.”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단호한 소녀의 목소리에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사가 아니라 소녀의 분노가 얼마나 쌓여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생에 자신의 몸을 농락했던 오크들을 괴롭힐 수 있다는 건. 소녀에게 있어 꽤 재밌는 오락거리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하루정도는 더 버틸 수 있겠지.’
하영은 자신에게 닿기 위해 발악하는 오크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오크들의 정신이 무너지는 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소설을 통해 오크들이 소녀의 몸을 더럽혔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던 하영은. 소녀의 감정에 꽤 공감이 됐다. 특히 현재 자신의 몸이 여자라 더욱 그랬다.
“그럼 협상은 내일로 미룰게, 대신 오크를 가지고 노는 건 잠시 멈추고, 이제 슬슬 대련좀해보자. 충분히 쉬었잖아.”
하영의 말에 소녀가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후,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목검을 쥐었다.
“훈련이 아니니까. 그거 대신 이걸 써.”
소녀의 손에 들려진 반쯤 부서진 목검.
하영은 그 모습을 보고는 급히 아공간에서 검 하나를 꺼내, 소녀에게 내밀었다.
“그건…”
“대검. 그것도 엄청 잘 벼려진 거야.”
2층에서 보상으로 얻었던 무기, 잘 벼린 강철 대검(하급)이었다.
소녀는 하영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두 손으로 대검을 들었다.
“응?”
두 손으로 대검을 들어 올린 소녀는, 뭔가 이상한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러다 살며시 대검을 한 손으로 들었다.
그리고 대검을 허공에 몇 번 휘두르기 시작했다.
휙! 휘익!
소녀의 몸통만 한 넓이의 대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하영의 긴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됐다.”
소녀가 중얼거렸다. 소녀는 몇 번 휘두르는 것으로, 금방 대검에 익숙해졌다. 하영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소녀가 대검에 익숙한 사람이라 착각을 했을 정도였다.
‘이게 뭔…’
마치 평생 대검을 사용해온 사람처럼, 대검을 다루기 시작한 소녀의 모습에. 하영은 살짝 주춤했다.
대검을 한 손으로 잡고 휘두르는 것. 그건 소녀가 연금술사가 만든 영약을 먹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원작에서도 소녀는 영약을 먹고, 모든 능력치가 상승했다. 그리고 그건 이쪽에서도 같았다. 미완성이 아닌, 완성된 영약이기에 상승치가 다르긴 했지만. 엄청 큰 차이는 아니었다.
하영이 빙의한 소설의 상태창으로 따지자면, 모든 능력치가 10 정도 올랐던 전과 다르게 대략 14~16 정도 오른 정도였다. 물론 더 높거나 낮을 수도 있다.
소녀의 능력치를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닌. 맨 처음 소녀의 몸 상태를 토대로 얼마나 올랐는지 추측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소녀가 대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소녀는 소설에서도 대검을 다룬 적이 없다. 하영과 함께한 동안에도 대검은커녕, 커다란 무언가를 들어 본 적도 없다.
그렇기에 최소한 처음 목검을 들었을 때처럼, 하루 정도 감각을 익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했다.
‘…예상외. 아니 과거의 내가 예상했던 대로인가?’
하영의 원래 계획은. 이 쓸모없는 대검을 짬 처리 하는 것과 동시에, 검을 다루는 재능에 오만해하지 말라며 약간의 쓴 소리를 내뱉을 예정이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이 현실이라는 벽 앞에 무너지는 것은, 살면서 많이 봐온 광경이었으니까.
하지만 눈앞에 있는 소녀는 하영의 생각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처음 검을 접했던 시절과는 다르게. 검을 익히기 시작한 소녀의 재능은 단시간 안에 새로운 형태의 검에 익숙해졌다.
‘익숙한 검이 아니면 힘을 못 쓴다는 말은, 우리 검신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이야기긴 하지.’
하영은 그런 소녀의 모습에 살짝 흥분했다.
눈앞에 있는 소녀는 과거 하영이 봤던 주인공이 맞았다. 현실이 됐다 해서, 소설 속의 말도 안 되는 재능이 사라질 리 없다. 하영은 그걸 방금 깨달았다.
검에 익숙해진 소녀는 검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기만 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금방 익숙해져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하영은 그렇게 믿었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소녀의 재능은 하영의 현실을 뛰어 넘었으니까.
“바로 시작할게.”
하영은 애써 흥분을 억누르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소녀에게서 멀어졌다.
소녀는 멀어져가는 하영의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자세를 잡을 뿐이었다.
“난 준비됐어!”
검과 창의 대결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거리가 벌려졌을 때. 소녀가 소리쳤다.
하영은 대답 대신, 아공간에서 창을 꺼내 손에 쥐었다. 아직 상점에서 영약을 구매하지 않았기에, 마창이 없는 하영은 소녀의 능력치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빨리 공격해줘!”
하영이 창을 들자, 소녀가 소리쳤다. 그간 훈련 방식 덕분에, 소녀는 대련이 시작 됐음에도 하영에게 먼저 공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소녀의 타고난 정신은, 수동적인 소녀의 행동과 다르게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은 창을 들었으니. 이제 다른 창들을 꺼내 공격하겠지.’
하영이 말해준 것은 아니나, 소녀는 2일간 하영과 함께 생활하며 검은색 창의 여부에 따라 하영의 분위기와 날아오는 창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걸 깨달았다.
‘창을 손에서 놓게 하는 순간. 나의 승리야.’
소녀가 생각하기에 검은 창이 없는 하영은, 팥 없는 찐빵. 무기 없는 기사였다. 그렇기에 평소와 다른 하영의 공격에 소녀는 빠르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슈욱!
허리춤에 달린 아공간 쪽으로 움직이는 하영의 손. 익숙한 하영의 움직임에 주머니에서 몇 개의 창이 나올지 살피던 소녀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시선에 들어온 검은색 창을 보고 급히 몸을 틀었다.
쾅!
평소보다 날아오는 속도가 느리기에 몸을 급격히 트는 것으로 피할 수 있었지만. 늦게 시선에 들어온 창을 상처 하나 없이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륵.
소녀의 뺨에 새겨진 작은 상처, 그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말도 안 돼.’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하는 사이, 또다시 검은색 창이 소녀를 향해 날아왔다. 이번에도 준비 동작 따윈 없었다.
‘당황스럽긴 하지만. 속도나 위력은, 평소보다 약해.’
날아오는 창을 본, 소녀는 순식간에 당황에서 빠져나와, 대검을 휘둘렀다.
콰앙!
대검을 쥔 소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검은색 창은 소녀의 힘에 의해, 저 멀리 날아갔지만. 날아간 동시에 똑같이 생긴 검은색 창이 다시 소녀를 향해 날아왔다.
소녀는 이번에도 다시 대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대검의 이점을 활용해. 최대한 힘을 주어 저 멀리 창을 날려 보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검은색 창은 곧바로 소녀를 노렸다.
슈욱. 쾅!
이렇게 몇 번 반복되자. 소녀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같은 창이 계속해서 돌아오고 있어. 그리고 공중에 떠다니던 창처럼. 자연스레 날 향해 날아와.
하영이 대강 창을 던져도, 개떡같이 던져진 창은 찰떡같이 소녀를 노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면 소녀가 쳐낸 창은 하영의 손에 다시 들려있었다.
‘평소에 던진 창들은 회수가 불가능했어. 만약 회수가 가능했다면 훈련이 끝나고 직접 주우러 다닐 리 없어. 즉, 창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조건이 필요해. 그리고 그건 평소에 하던 행동이 아닐게 분명하지.’
소녀는 창을 쳐내며 틈틈이, 하영의 움직임을 살폈다.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 소녀의 모습에, 하영은 웃었다. 애초에 이런 기습으로 소녀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영약을 먹기 전에도 마창을 들고 있는 하영의 투창을 막은 소녀다.
영약을 먹고 신체 능력이 압도적으로 향상한 현재. 마창의 능력치 뻥튀기가 없는 하영의 투창에 당해줄 리 없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하는 것으로, 소녀의 정신을 조금이나마 분산할 수는 있을 거로 생각했고, 그렇기에 하영은 일부러 평소 훈련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하영의 생각처럼, 소녀는 그것에 낚여 평소처럼 하영의 행동을 관찰했다. 덕분에 하영은 소녀보다 먼저 전투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낭만검객: 확실히 하영이 성장하기는 했다.
인방인생하급신: 이건 ㄹㅇ인정한다.
아가리롤스타: 아 ㅋㅋ 우리하영이도 성장한다고.
시청자들의 채팅에 하영이 웃었다. 역시 눈치 챘구나.
소녀는 창을 멀리 날리는 것을 포기한 후. 창을 한번 막고, 그 사이 앞으로 한걸음 전진했다. 그리고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하영이 창을 한번 날릴 때마다, 소녀는 조금씩이지만, 안전하게 하영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만약 계속 이런 식으로 전투가 흘러간다면, 어느 순간 소녀의 검은 하영에게 닿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녀의 생각, 현실은 달랐다.
소녀는 창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아직 현실과 생각의 차이를 깨닫지 못했다.
하영이 창을 던지고, 살며시 뒤로 한 발짝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초반, 풀로 가려진 바닥에 마력을 장전해 놓은 창을 하나씩 깔아두었다 것을.
전투의 경험이 아예 없는 소녀는 눈치 챌 수 없었다.
심연의불길: 아, 이 악질 쉑. 뉴비 괴롭히네.
포장마차라면도둑: ㄹㅇㅋㅋ
아가리롤스타: 아니 ㅅㅂ 뉴비가 점핑이벤트 받고 성장 중인데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라도 싸워야지.
꿀벌아넣을게: 이게 맞지 ㅋㅋ
소녀와 채팅창을 번갈아 보며 확인하던 하영은, 채팅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괴롭히는 게 아니었다.
이건 하영이 만들어 낸 시련이었다.
소녀는 여지까지 창을 피하거나, 막는 훈련만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소녀의 검술은 자연적으로 수비적으로 만들어졌고, 하는 행동도 수비적으로 굳혀졌다.
그러나 그런 수비적인 검술로는, 하영에게 닿는 게 불가능했다.
이곳은 풀만 무성한, 공터. 하영의 뒷걸음질을 막을 만한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녀가 하영을 이기기 위해서는 체력이 다 빠지기 전에 상황을 파악하고, 또 단시간 안에, 검술을 바꾸어야 한다.
“아무리 재능이 넘친다지만.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지.”
분명 소녀는 뛰어나다. 약간의 시간만 주워진다 해도, 소녀는 조금 전처럼 금방 성장해버려 시련을 멋지게 통과할 것이다.
그러나 하영은 적응에 필요한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소녀가 수비적인 검술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나오는 순간. 하영은 바닥에 깔아놓은 창을 이용해 총공격을 펼칠 생각이었다.
“불가능한 일이야.”
하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바로 해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괴물 같은 재능을 가진 소녀도, 아주 잠시였지만 대검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즉. 하영이 생각하기에, 소녀가 하영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하영은 오히려 보고 싶었다.
하영이 만든 인위적인 벽을 부수고. 평범한 사람이 좌절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불가능한 상황을 넘어.
복수 대상에게 멋지게 복수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함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장면을.
그리고 그런 소녀에게 이기는 자신을.
하영은 보고 싶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