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썅년의 방송 생존기-81화 (81/85)

〈 81화 〉 10. 복수대상이 꿈꾸는 복수방법

* * *

하영의 바람과는 별개로. 대련은 시시하게 진행됐다. 미리 깔아둔 창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소녀는 하영이 만든 벽을 넘지 못했고. 하영은 그사이 승리를 확고히 했다. 누가 봐도 승자가 정해진 대련이었다.

­ 공격하면터짐: 아니 시발 이 ㅈ노잼 대련언제 까지 할 거야.

­ 오른손에흑염룡있음: 농락도 오래보니 질림.

­ 낭만검객: 그냥 투창 전부 박아버리고 끝내자.

­ 야스마스터: 그래 그냥 시원하게 한번 박고 끝내자.

일방적인 하영의 공격. 수비적인 자세를 바꾸지 못하는 소녀.

시청자들은 이제 슬슬 그만 대련을 끝내라고 하영에게 말했지만. 하영은 시청자의 채팅을 무시하며 억지로 대련을 이어나갔다.

“한 번 더 간다.”

슉.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영이 던진 세 개의 창이 소녀를 향해 날아간다. 소녀는 검을 휘둘러, 창을 튕겨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 순간 바로 이어져 날아오는 두 개의 창에, 소녀는 앞으로 나아 갈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앞으로 조금 움직이긴 했다. 다만 소녀가 움직인 만큼 하영이 뒤로 물러났기에 티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정말 가차 없네.”

검을 잡고 있는 소녀의 손끝으로 땀이 흘렀다. 날아오는 창을 보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챙!

소녀의 검날을 타고, 하영이 던진 창이 비스듬히 빗겨나갔다. 쉬웠다. 솔직히 창을 막는 것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하영의 창을 막는 건 평소에도 해온 일이었다. 영약덕분에 몸이 가벼워진 현재, 하영이 한 투창은, 소녀의 앞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소녀는 하영의 투창에 꼼짝하지 못했다. 이유는 있었다. 평소에 해온 훈련 때문이었다. 훈련에서 하영이 다섯 개의 창으로 소녀를 공격한다면. 하영은 다섯 개의 창을 모두 한 번에 사용했다. 그렇기에 공격과 다음 공격의 간격이 컸다.

그래서 소녀는 쉽게 하영의 투창에 대응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훈련과 대련은 달랐다. 하영은 한 번의 공격에 모든 걸 퍼붓고,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방식취하지 않았다.

이는 하영과의 훈련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소녀에게 있어, 큰 어려움으로 봉착했다.

‘공격이 날카롭지는 않지만… 까다로워.’

하영은 소녀의 움직임을 최대한 봉인하는 방식으로 투창을 사용했다. 창과 창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벌리고. 공격과 공격 사이의 간격을 줄였다.

지금까지 쌓아온 전투의 경험을 살려, 소녀를 압박했다. 그러나 마무리는 짓지 않았다. 소녀의 정신이 아슬아슬해진 시점에서 하영은 공격을 멈췄다.

이기려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대련이었다. 바닥에 깔려 있는 창을 이용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소녀가 지친 틈을 타 투창을 사용한다면. 끝날 전투였다.

평소와 다른 공격과 맨 처음에 입은 상처로 인해 발생한 출혈. 길어지는 대련으로 소녀의 정신은 이미 한계였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이겨봤자 남는 건 없겠지.’

하영은 비틀거리는 소녀를 바라봤다.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분명 지금 공격한다면 소녀는 공격을 막지 못해 패배할 것이었다.

그러나 하영은 이어서 공격하지 않았다. 투창도 하지 않고, 새로 창을 꺼내지도 않았다. 그저 바람하나 불지 않는 공터에서, 혼자서 흔들거리고 있는 소녀를 조용히 지켜봤다.

소녀의 손끝에 모인 땀이. 바닥에 전부 떨어질 때까지.

하영은 소녀를 기다렸다.

그러나 소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끝인가.’

하영은 던진 창들을 회수하기 위해, 소녀가 있는 쪽으로 한 걸음 걸어 나갔다.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컸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소녀가 검을 든지 3일이다. 악조건이 겹친 첫 대련에서 이 정도로 버틴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

그러니 만족했다.

하영도, 시청자도 모두 대련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 소녀가 움직였다. 뺨에서 흘러나온 피가 소녀의 턱선을 따라 흐르다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소녀는 바닥에 떨어진 피를 넘어서 하영에가 다가간다. 검은 놓지 않았다.

하영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 다시 투창을 날렸다.

소녀의 한쪽 눈은 이미 초점이 풀렸 날아오는 창을 보지 못했지만, 나머지 한쪽 눈은 여전히 하영이 던진 창들을 지켜봤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신력이었다. 하영이라면 진작 포기하고 패배를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겠지.’

이어지는 투창에 소녀의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하영은 아공간에서 창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내일. 너를 납치해 판매하려던 귀족가에서 파티가 열려.”

별거 아닌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문이 남작에서 자작으로 승격하는 것을 기념하는 파티래. 노예를 판돈으로 꽤 호의호식하고 지냈나봐.”

하영이 하는 말은 단순히, 소녀의 관심을 끌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소설에서 나온 이야기다. 솔직히 말해 정확한 날짜는 하영도 몰랐으나, 연금술사가 귀족들과 교류를 해온 덕분에 우연히 날짜를 알게 됐다.

“뒤를 봐주는 가문에서 직위를 내려준 거 같아. 연금술사도 알고 있었을 정도니 꽤 많이도 해먹었겠지.”

만약 연금술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영은, 소녀와의 대련을 줄이고 그 시간동안 정보를 모아, 파티의 날짜를 알아 왔을 것이다.

“난 파티가 열리는 날 당일. 가문의 성을 습격할 예정이야.”

파티가 열리는 만큼, 그와 연관된 많은 가문이 온다. 그만큼 경비는 강화되고, 복수가 어려워지겠지만. 성공만한다면 그만큼 짜릿한 복수가 없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상대를 파멸로 몰고 가는 것. 그것은 하영이 소설을 볼 때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으니까.

“가문의 남자들은 싸그리 죽이고, 여자들은 너에게 말한 대로 오크들의 교섭재료로 쓸려고. 생존본능이 깨어난 오크들 앞에, 여체를 들이밀면 분명 귀중한 정보도 술술 토해 낼 테니까.”

하영이 웃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정말 만족스러운 복수였다.

‘수장과 수뇌부만 죽인 원작보다 훨씬 통쾌해.’

과일이 가장 맛있게 열렸을 때. 수확해 최고로 멋지게 요리를 한다. 그 맛은 분명 먹어보지 않아도 최고 일게 뻔하다.

“하지만. 만약 네가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쓰러진다면. 나는 혼자 복수하러 갈 거야. 그럼 그들이 울부짖는걸 보지 못하겠지.”

하영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쓰러지려는 소녀의 몸을 강제로 붙잡았다. 진짜 혼자 복수할 생각은 아니었다. 아무리 맛있는 복수라도, 아니. 맛있는 과일 요리라도, 먹어야 할 사람이 먹지 않으면, 그냥 썩어 문드러질 뿐이니까.

그러니.

이건 단순한 마지막 발악이었다. 소녀에게 위기감을 심어주기 위한 마지막 발악.

“난 진심이야. 대련으로 인한 상처도 치유해주지 않고. 나 혼자 복수를 이룬 다음. 모든 것이 끝난 후에야 상처를 치료해줄 거야.”

말을 마친 하영이, 저 멀리에 있는 소녀를 바라봤다. 소녀는 검을 쥔 자세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설마 안 들린 건가? 조금 더 크게 이야기해야하나?

‘에이 설마…’

하영은 식은땀을 흘렸다. 소녀가 듣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같은 말을 두 번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해줄 수는 있지만. 하면 평생 놀림감이었다.

­ 낭만검객: 하영이 같은 년이 복수를 채간다? 그럼 바로 납치해서 자위기구로 사용한다.

­ Av촬영: 합법 ㅇㅈ.

­ 야스마스터: 혹시 대여 가능?

­ 미션석세스: 조용히 줄서봅니다.

­ 하영이내꺼에영: 내거를 왜 니가 사용함?

­ 낭만검객: 그럼 허락 맡고 씀.

­ 하영이내꺼에영: ㅇㅋ! ㅇㅈ! ㅋㅋ!

분명 조리돌림 당할게 뻔하다. 하영은 아공간에서 창 여섯 개를 꺼냈다. 하영의 한계치였다.

‘저 상태로는 막지 못할 테니. 대강 빗겨나가게 사용하면 되겠지.’

하영은 대련의 마지막이 왔음에도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그것이 하영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예우였다.

“…”

그리고 그건 소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

집중한 나머지 벌레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깊게 집중했기에 오히려 나뭇가지와 풀들이 흔들리는 모습만큼은 더욱 눈에 들어왔다.

솨솨. 바람이 분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뒤늦게 바람에 흩날리는 풀과 나뭇가지의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처음이었다. 이 공터에 바람이 불어온 건.

“…불었다?”

하영은 낮선 상황에 잠시 한눈을 팔았다. 그리고 그 사이 소녀의 눈빛이 변했다. 초점이 풀린 눈동자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공터에 분 바람은, 변화의 바람이었다.

“뭐 뭐야 저건!”

하영이 소녀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하영은 목격했다. 소녀의 검을 뒤덮은 하얀 기운을.

“검기!?”

아니, 아니다. 하영은 검기를 본적이 없지만. 마력이나 마나와는 꽤 익숙해졌다. 하영이 보기에 지금 검에 깃든 건, 마나나 마력 같은, 형체를 가진 기운이 아니다.

저것은 하영이 알지 못하는 것.

“선생님들 저게 뭐예요?”

하지만 하영이 모른다고 해서 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영에게는 든든한 시청자들이 존재한다. 하영은 고개를 살짝 돌려 채팅창을 바라봤다.

­ 모든것은순리대로: 의지 덩어리, 아니 신검합일이군.

­ 낭만검객: 말도 안 돼! 막 소드마스터에 오른 이도 쉽게 깨닫지 못한 것을 지금 해낸다고?

­ 여신의눈물자국: 이게 가능한 일임?

­ 니이모를찾아서: ㄴㄴ내가 현직 검사인데, 저건 ㄹㅇ 말도 안 되는 일임.

­ 소드마스터거품임: 저게 신검합일이라고?

“저게… 대단한 거예요?”

­ 주문쟁이보면던짐: 님 바보임?

­ 아가리롤스타: 정보) 하영이는 바보가 맞다.

­ 애기하영: 하영이는 바보 아니야. 하영이는 아가야. 모르는 건 알려줘야 해.

­ 낭만검객: 미친. 컨셉 ㅈㄴ역겹네.

하영은 소녀와 채팅창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 낭만검객: 검기도, 오러도 다루지 못하는 이가 신검합일을 일으킨다? 이건 ㄹㅇ말도 안 됨. 걷지 못하는 아기가 하늘을 나는 수준임.

­ 애기하영: 맞아영.

­ 모든 것은순리대로: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저 처자의 의지가. 절정의 깨달음을 넘어설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 소드마스터거품임: 절정이면. 막 소드마스터에 입문한 수준 아님? 절정 개거품이네.

­ 낭만검객: ㄴㅇㅁ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복수를 하고 싶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해냈다고? 하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양감하영의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럼 갑자기 바람이 분건, 무슨 현상인가요?”

­ 항문맛캔디: ㄹㅇ바람은 왜 분거냐?

­ 낭만검객: 그건 순전히 우연임.

­ 수영장파티정하영: 신검합일을 일으키는 순간에 바람이 시선을 앗아간다고? 그게 맞아? 진짜 우연이라고?

­ 어린이애호가: 무슨 세상이 밀어주는 것도 아니고…

­ 탑골공원휠체어도둑: 라떼는 그런 거 없었는데.

우연이라 치부하는 시청자들. 그러나 하영은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필연이었다. 주인공의 각성은. 필연이니까.

“…”

소녀는 의지를 담은 검을 앞으로 뻗은 채, 한 걸음씩 하영 쪽으로 다가왔다. 하영은 올라오는 채팅을 보다, 투창을 사용했다. 공격 방식은 지금까지와 같았다. 세 개를 먼저 던진 후, 곧바로 두 개를 이어 던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소녀의 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소녀는 검에 깃든 의지를 이용했다. 의지가 담긴 검을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하영이 던진 창은 가볍게 흘려보내졌다.

자세를 따로 잡지도 않았다. 지금의 소녀는 이전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검이… 벽이 무너진다.”

하영은 그런 소녀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만든 벽이 무너져 내렸음을 깨달았다.

“그래… 이거야! 바로 이거라고!”

계속해서 투창을 사용했다. 남은 마력의 양은 상관 하지 않았다. 투창 한번 한번에, 모든 걸 담아 던졌다.

스르륵. 소녀는 하영의 공격을 밑거름 삼아. 검술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조금씩 그리고 빠르게 소녀의 검과 발걸음이 과감해 지기 시작했다.

안전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움직임과 검로. 그로 인해 벌인 시간은.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소녀가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예쁘다.”

노을에 빛나는 소녀의 황금색 머리카락이. 보석처럼 빛났다. 하영은 뒤로 물러나는 것도 잊은 채, 소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소녀는 잠시 멈출지언정, 무너지지 않았다. 흘린 피와 길어진 전투시간으로 무너진 정신력을 뛰어넘었다. 황금의 시간이었다.

­ 낭만검객: 아니 시발 뭐해! 공격 안 해? 니 승리 버려? 니 승리 버려?

­ 아가리롤스타: 에이 솔직히 아무리 도움을 줬다고 해도 3일따리에게 지는 건 좀. 오반데.

­ 꿀벌아넣을게: 안 돼! 지면 안 돼! 지면 나락이라고!

­ 내말대로투자하면잘됨: 하영아 빨리 안 끝내면 3일짜리에게 진다.

­ 생존게임좋아요: 데스매치가 아닌것도. 볼만하네요!

시청자들이 핀잔을 주기 시작했지만. 하영은 소녀의 모습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저것이었다. 하영이 복수물에 발을 디딘 계기가. 처음으로 웹소설을 보게 만든 표지가. 캐릭터가. 하늘을 올려다 볼 시간도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같은 일상을 반복해온 하영에게. 다가온 간절함이.

바로 저것이었다.

­ 낭만검객: 아니 시발 기 모으는데 그걸 기다려주고 있네 ㅋㅋㅋㅋㅋㅋ

­ 정하영제발뒤져: 아 ㅋㅋ 지금 저쪽으로 바람이 모이는 게 안보이냐고

채팅 너머로, 소녀가 다가오는 게 보인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음에도 소녀의 머리가 공중에 휘날린다.

소녀의 흐릿한 동공이 하영만을 바라보고 있다.

“최고네요.”

하영은 뒤늦게 다시 투창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젠 대놓고 뒤로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더, 소녀의 진심을 끌어내고 싶어졌다. 소녀의 끝이 보고 싶어졌다. 아니, 처음부터 끝이 보고 싶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글로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하영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

­ 아가리롤스타: 온다.

소녀가 앞으로 뛰쳐나갔다. 하영이 뒤늦게 발사한 창들은 소녀가 있던 자리에 꽂혔다.

“나도 압니다!”

하영은 살짝 풀린 눈으로, 자신에게 뛰어오는 소녀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연속된 투창으로 정신이 지쳤다. MP포션을 먹지 않았기에 마력도 바닥이었다.

본능이 한계라 말했다.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처절함이 보일정도의 모습임에도 소녀는 밝게 빛난다.

하영의 시선을 끌었던 표지의 그 모습처럼.

­ 저 뛰는 도중, 도약을 시도한다고?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면서?

­ 낮은 거리를 유지한 채 도약했어. 말도 안 되는 힘의 배분이야.

석양을 등진 채, 소녀가 날았다. 높게 뛰어오른 것은 아니었다. 땅과 소녀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 고해서 약하게 도약한 것은 아니었다. 소녀는 도약을 시도한 자리가 작게 파일 정도의 강하게 뛰어올랐다.

단지 도약에 사용된 힘의 대부분을 하영과 가까워지기 위해 사용했을 뿐이었다.

‘미친 판단이잖아.’

조금 전까지 방어만 하던 소녀와 동일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과감한 판단. 그 판단 덕분에 소녀는 발과 발밑을 노리던 창의 공격을 전부 피하게 되었다.

남은 것은 소녀의 상체를 향해 던진 창들 뿐. 그러나 소녀의 상체를 향해 날아간 창들은. 전부 소녀의 검에 빗겨 나갈게 뻔했다.

하영 역시 그걸 알기에 하체 쪽. 그것도 검을 휘두르기 어려운 발쪽 위주로 창을 날린 것이었다.

스르륵. 하영의 예상대로. 도약으로 창 대부분을 피한 소녀는, 대검을 이용해 날아오는 창을 막으며 서서히 하영 쪽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에, 하영은 뒤늦게 뒤로 점프했다. 내려오는 소녀와 뛰어 오르는 하영의 시선이 교차했다. 그 많은 창들을 피해 왔음에도 소녀의 눈만큼은 여전히 하영을 노려보고 있었다.

‘보이는 건가? 창의 공격 경로가?’

창이 어디로 날아올지 깨달은 사람처럼, 소녀는 하영의 창을 잠깐 본 것만으로 피했다. 그건 근접에서 날아온 투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 소드마스터거품임: 이게… 소드마스터? 그럼… 지금까지 내가 본건 뭐지?

­ 낭만검객: 이런 시발ㅋㅋㅋㅋㅋ 마력도 못 느끼는 년이 안보고 창을 피한다고? 진짜 지랄났네 ㅋㅋㅋㅋㅋ

­ 내꿈은단소살인마: 주문쟁이 새끼들 눈 휘둥그레지는 거 봐라ㅋㅋㅋ 이게 전사다.

­ 꿀벌아넣을게: 솔직히 하영의 투창이 대부분 직선이라. 피하기 너무 쉬움.

­ 말이쁘게함: 전사새끼들 이때를 틈타 올려치기 시작하네 ㅋㅋㅋ 애잔하다~

­ 모든것은순리대로: 허… 정말 말도 안 되는 재능이로군. 본좌와 비빌만해.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 사이로. 소녀가 하영에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하영은 채팅창을 급히 구석으로 치웠다.

­ 늘불편한사람: ㅉㅉ 자존심만 쌔가지고.

­ 기레기는무슨새일까: 속보) 정하영 3일 따리에게 패배하다.

­ 낭만검객: 하영이 코인 탄 ㅄ없지?

­ 상승세 여기서 컷인가.

­ 꿀벌아넣을게: 단타는 무적이야~

무어라 대화가 오갔지만, 하영은 신경 쓰지 안 않았다. 하영의 눈 역시, 소녀처럼 오로지 서로만을 바라봤다.

“간다!”

땅에 발이 닿은 하영이 아공간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주머니의 입구가 열리면서 창대가 튀어나왔다. 하영은 망설임 없이 창대를 잡았다. 그리고 바로 투창을 사용했다.

동시에 떨어진 창들 속에 감춰놓았던, 마력을 넣어놓은 창들 역시 전부 사용했다. 그리고 급히 뒤로 몸을 뺐다.

파악! 풀들에게 가려져 있던 창들이 공중으로 튀어 오르며 소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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