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11. 소녀가 꿈꾸는 복수방법.
* * *
야스마스터님이 100골드 기부.
야이 시발년아!
눈앞에 떠오른 기부메시지. 하영은 웃음기를 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또 뭐가 불만이에요. 전 선생님이 한 말씀대로 다리도 벌렸구만.”
하영은 현재 제일 가까이에 있는 나무에 두 다리를 올려놓은 상태였다.
야스마스터님이 100골드 기부.
내가 다리를 벌리라고 했지. 운동하라고 했냐.
“아니 이게 어떻게 운동이에요. 잘 좀 보세요. 제가 또 벌려 볼 테니까.”
하영은 자신의 사타구니를 가리고 있던 천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다리를 양쪽으로 벌렸다가 다시 닫았다.
“다리 벌렸습니다. 인정하시죠?”
하영이 웃었다. 하반신 전체를 가리기에는 천이 조금 작았으나, 나무를 시야 차단용으로 사용해서 중요 부위는 노출되지 않았다.
노답이영님이 100골드 기부.
인지옹.
아가리롤스타님이 100골드 기부.
인정합니다.
“오케이! 인정! 자 선생님 1,000골드 시원하게 쏴 주세요!”
야스마스터 님이 1,000골드 기부.
시벌 ㅋㅋㅋ
기부 메시지를 확인한 하영이 씨익 웃었다. 솔직히 남자인 하영은 야스마스터가 무슨 자세를 원하는지 대강 감이 왔지만. 딱히 제대로 해줄 생각은 없었다.
“오케이! 미션 성공!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자 그럼 이어서 다음 미션 받겠습니다. 빠르게 쏴주신 선착순 한 명!”
미션석세스님이 100골드 기부.
누운 다음 엉덩이 위로 올리기. 1,000골드.
강아지애호가님이 100골드 기부.
개처럼 네 발로 걸으면 500골드.
강아지애호가님이 100골드 기부.
아. 시벌 기부 준내 빠르네.
“미셕석세스님이 좀 더 빨랐습니다!”
미션석세스님이 100골드 기부.
나이스~
하영의 소녀가 오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골드를 모으기 위해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네! 엉덩이 들어 올렸습니다!”
미션석세스님이 100골드 기부.
하영아 엉덩이를 가리고 있는 바위는 인간적으로 좀 치워라,
“미션 성공! 자! 다음 미션 받겠습니다!”
물론 노출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미션석세스님이 100골드 기부.
???????
심연의불길님이 100골드 기부.
내 자식을 죽인 놈을 15년 후 죽여주세요.
하영이 최대한 몸을 사렸음에도. 그동안 미션을 받지 않아 왔던 탓인지 끊임없이 미션이 흘러들어왔다. 덕분에 어느 정도 골드를 모았다.
그러나 하영은 아직 배고팠다. 몇백만 골드까지 모았던 하영은 더 이상 이런 푼돈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우리 이렇게 쉽게 끝나는 미션 말고, 좀 더 끈적끈적하게 놀아봅시다. 사타구니 쪽에 바를 정자를 적으면 5만 골드. 이런 거 어때요?”
Av촬영: 오….
미션석세스: 굿 아이디어.
정자도둑정하영: 역시 전직 남자. 수요를 정확하게 알고 있네.
반응이 좋았다. 하영은 골드 냄새를 맡았다.
이건… 돈이 된다!
“잘 안 지워지는 유성 매직으로 하면 두 배! 10만 골드! 어떻습니까?”
하영은 상점창에 있는 유성 매직을 보며 씨익 웃었다.
하영하영: 콜.
야스마스터: 팬티도 끈 팬티로 갈아입어 줘. 팬티 사줄게.
공격하면던짐: 오 그거 좋다.
미션석세스: ㄴㄴ 팬티는 내가 삼.
보직군영: 하영아 상점창 열어서 끈 팬티 종류 좀 보여줘. 내가 살게.
꿀벌아넣을게: ㅋㅋㅋㅋㅋㅋㅋㅋ 끈팬티 입는 건 확정임?
채팅을 본 하영의 입가가 씰룩였다. 하영이 던진 눈이 눈사태를 만들었다. 어느새 하영은 팔자에 없는 끈팬티를 강제로 입게 될 위기에 빠졌다.
‘창피한 옷을 입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창피한 속옷까지 입으라고? 그건 좀 아니지.’
위기의 순간. 하영은 참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횡포에 당당하게 맞섰다.
“…끈팬티 입으면 솔직히 2배는 더 주세요.”
하영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 시대의 진정한 투사였다.
야스마스터: 승인.
꿀벌아넣을게: 콜.
임신최적화여캠만봄: 오케이! 사달라!
애니실수로본사람: “확인”
채팅을 본 하영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골드를 주면서까지 장비를 사주겠다 말하니.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하하. 그럼 이참에 속옷도 좀 볼까요?”
군침도는사람: ㄱㄱㄱㄱ
박아영: 끈 팬티 국롤) 검정임.
낭만검객: 위아래 검은색 통일 가자.
어린이애호가: 딸기무늬는 안됨?
미션석세스: 솔직히 말해서. 팬티는 하얀색이 국롤임.
강아지애호가: 혹시 강아지 꼬리도 가능?
“옷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사주시면 절하고 입겠습니다.”
하영의 말에 기부 메시지가 쏟아졌다. 기부의 시작은 평소에도 성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였다.
야스마스터님이 3,000골드 기부.
지금 시청자 150명이니까. 눈치껏 40만 골드 만들자.
미션석세스님이 3,000골드 기부.
ㄹㅇㅋㅋ
하영은 순식간에 40만 골드를 벌었다. 빠진 이는 없었다. 놀랍게도 지금 시청하고 있는 모든 이가 기부를 해왔다.
‘아니 채팅도 한 번도 안치고 본 시청자들은 잠수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
기부 메시지가 정확히 150번 나타났다. 중복으로 기부한 이는 없었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시청자들마저 기부를 해왔다.
만렙성좌까지채팅안침님이 2,500골드 기부.
묵언수행1000년님이 2,500골드 기부.
엔터키뽑은성좌님이 2,500골드 기부.
속옷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들을 이렇게까지 열정적이게 만든 걸까. 하영은 속옷을 향한 시청자들의 집착에 살짝 기겁했지만, 골드를 향한 특유의 집념으로 잘 헤쳐 나왔다.
“그, 그럼 속옷 쇼핑 시작하겠습니다.”
하영은 소녀가 오기 전까지 속옷 5벌 구매했다. 속옷은 하영의 생각보다 비쌌고, 성능은 창렬이었다.
하영은 공짜로 속옷을 받으면서도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속옷 5벌의 총 금액은 80만 골드였다. 이는 하영이 벌어들인 수익의 2배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다.
「엄청 미약한 행운이 깃든 삼각 끈팬티(검은색) 177,777G」
옷감이 부드러워 만지는 느낌이 좋다.
착용 시, 행운이 아주 미약하게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딴 게 하급 영약 9개의 값어치를 가졌다고?’
대체 여자의 속옷은 왜 이렇게 비싼 걸까. 하영은 속옷을 안 입고 다닐 테니, 대신 그 골드로 자신의 영약을 사달라는 말을 속으로 수십 번 되뇌었다.
그러나 하영은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평소에 몸을 너무 격하게 다뤘다.
“감사… 감사합니다.”
쇼핑이 끝나고, 시청자의 반응이 제일 좋았던 팬티를 손에 쥔 하영이 눈을 감고 작게 중얼거렸다.
야스마스터: 뭘 이런 걸로 가지고 그래. 너무 마음 쓰지 마. 지금 당장 입어도 돼. 그동안 열심히 살았잖아.
미션석세스: 그래. 편히 입고 다녀. 우리 사이잖아.
임심최적화여캠만봄: ^^.
욕절대안하는성좌: (대강 뒤지기 싫으면 빨리 입으라는 뜻)
내말대로투자하면잘됨: LH가 다 고마워 눈물이 나네.
하영은 튜토리얼 층에서 구매했던 싸구려 로브로 하반신을 가린 후, 조심스럽게 팬티를 갈아입었다.
***
소녀의 오두막에 도착한 후, 하영은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하영님 수련은 어떻게…”
방안에서 휴식하던 연금술사가 뭐라 말을 걸어왔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하영은 그 어느 순간보다 진지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야스마스터: ㄱㄱㄱㄱ
여자성기삽니다: 가즈아ㅏㅏㅏ
AV촬영: 난 준비됐어.
열렬한 반응에 하영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포동포동한 허벅지와 가까워졌음에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허벅지에 문자를 쓰기 위해서는 조금 더 수그릴 필요가 있었다.
‘뭔가 좀 야한데.’
바닥에 앉은 채 고개를 내리니 육감적인 허벅지가 눈에 들어왔다. 옆트임이 심한 옷이기에 다리를 벌리기 쉬웠는데, 검정색인 무복과 하얀 하양의 피부색이 대조되어 허벅지가 두드러졌다.
꿀걱. 어느새 고인 침을 꿀꺽 삼킨 하영은. 허리를 더 숙여 허벅지 안쪽을 바라봤다. 평소에 사타구니를 가리던 검은 천 부분이 하영의 눈 바로 앞에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영은 천을 걷어 올렸다. 그리고 재빠르게 허벅지 안쪽에 바를 정자를 큼지막하게 새겨 넣었다. 살이 부드럽고 포동포동해서 잘 써지지는 않았으나, 피부가 하얀 탓에 한번 적힌 문자는 눈에는 잘 보였다.
‘진짜 눈에 확 띄네.’
하영의 볼에 연한 분홍색이 나타났다. 얼굴에 열이 빠져나가질 않았다. 바를 정자를 다 적고, 잡고 있던 천을 내렸음에도 마음이 계속 싱숭생숭했다. 살면서 여자의 다리 안쪽을 처음으로 본 탓이었다.
“크흠.”
평소에 일부러 무시를 하고, 씻을 때도 거울이 없으니 자세히 보지 못해 몰랐는데, 정하영은 소설 속 여자 악당답게 정말 매력적인 외모와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인 하영의 생각으로는 다리 하나만으로도 정하영의 작은 가슴을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 쩔긴 하네요.”
안 그래도 탐스러운 다리에, 끈팬티, 그리고 낙서가 어우러지니. 여자의 몸에 들어온 후 성욕이 거의 들지 않던 하영마저 성욕을 느낄 정도였다.
미션석세스님이 100골드 기부.
야랄하지 말고 얼굴 좀 치워봐. 나도 좀 보자.
멍하니 허벅지 안쪽을 구경하던 하영은, 귓가에 들려오는 음성메시지에, 자신이 고간에 얼굴을 깊게 박고 있었음을 깨닫고는 급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다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연금술사와 시선이 마주쳤다.
“…”
하영은 잠시 우물쭈물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툭 하고 말을 내뱉었다.
“…승리를 부르는 고대 문신입니다. 최신 유행이죠.”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