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손잡이 두 개 달린 용족이 되었다-6화 (6/59)

〈 6화 〉 2. 각성은 했는데

* * *

“...뭐야.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는데?”

“이년이 미쳤나.괜히 기세등등하길래 쫄았네.”

“...어라?”

뭐지,스킬 사용 방법이 잘못되었나?직접 스킬명을 육성으로 말해야 하는 거야?

막상 생각해보니, 게임을 할 적에는 스킬을 사용하고 싶으면 단순히 키보드의 자판만 누르면 되는 일이었다. 즉, 나는 스킬을 쓰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다른 소설들은 상태창만 있으면 바로바로 쓸 수 있던데...그래 시발, 소설을 현실에 대입해서 생각한 내가 병신이지...'

상태창이 나오는 소설들을 너무 읽어대서, 상태창의 봉인만 풀리면 스킬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설 속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은 실제로 대부분이 그랬으니까.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소설 속이 아니라 현실이었고, 나는 몸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건장한 남자들에게 개긴 멍청한 년이 되어 버렸다.

스킬을 사용할 수 없으니 그나마 희망을 걸어볼 것이라곤 상태창의 각성 이후 내 신체에 적용된 기본적인 스텟 보정치뿐. 그러나힘이나 민첩을 올려 초인적인 신체능력 보정을 받는 근접 직업군 캐릭터들과 달리, 내 직업은 원소 마법사였다.

참고로, 원소 마법사, 줄여서 원법은 마법사 관련 직업군 중에서도 가장 물몸인 말 그대로 유리대포급 신체능력을 지닌 직업군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이야기지만, 내 경우에는 마력에 투자할레벨업 포인트를 어느 정도 근력이나 민첩 스텟에 투자를 해뒀기에 신체능력 자체는 썩어도 준치라고 일반인보단 훨씬 강할 것이다. 독에 대한 저항력 역시 어느 정도 있었고.

그 증거로 마비독에 탓에 전혀 움직이지 않던 팔다리가 힘을 주면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그래봤자 맨몸으로 남자 넷을, 그것도 독에 당한 상태로 이겨먹을 수 없다는 소리인데...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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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잡고아기만들기]

칭호: 합리적인 ­ 드래곤의 반려

LV.170

종족: 드래고니안(화이트)

상태: 중독

­기본 능력치

힘: 1(­16)

민첩: 1(­16)

마력: 165

지능: 32(­12)

종족 특수 능력치

얼음 원소 친화력: 10/10

직업군: 원소술사

직업군 특수 능력치

불 원소 친화력: 2/10

물 원소 친화력: 3/10

바람 원소 친화력: 10/10

땅 원소 친화력: 1/10

번개 원소 친화력: 10/10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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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하는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게임 속에서 수도 없이 보았던 정상적인 상태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마비독에 탓에 줄어들은 능력치 밑으로, 직업 특수 능력치와 내가 주로 사용하던 스킬들이나 달성한 업적들에 대한 정보가 쭉 나열되어 있었다.

역시나, 납치범 일행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확인했던 모습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모든 스텟과 스킬 포인트 분배도 완벽했고, 갱키는 것 없이 상태창의 모든 내용은 정상이었다.

스킬트리와 스킬들의 정보에 대해 적혀 있는 파트를 다시금 확인한 나는 짜증과 함께 바닥에 고개를 처박았다.

'스킬트리도 내가 맞춰둔 대로 설정되어 있는데, 왜 스킬이 안 써지는 거냐고…'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니, 게임을 할 적에는 스킬을 사용하고 싶으면 단순히 키보드의 자판만 누르면 되는 일이었다. 즉, 나는 마법을 쓰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설마 게임 속에서처럼 주문을 외워야 하나…?'

상태창이 나오는 소설들을 너무 읽어대서, 상태창의 봉인만 풀리면 스킬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설 속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은 실제로 대부분이 그랬으니까.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소설 속이 아니라 현실이었고, 나는 몸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건장한 남자들에게 개긴 멍청한 년이 되어 버렸다.

"형님들, 이 미친년 좀 제가 손봐도 되겠습니까?"

'...큰일 났다.'

내 심상치 않았던 기색에 주춤했던 남자가, 자그마한 여자에게 쫄아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지 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읏'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남자의 눈가에 나 있는 흉한 흉터가 그 시선에 사나움을 더해 주었다.

더 이상 그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가만히 바닥을 바라보고 있으니, 리더로 보이던 사람이 남자를 만류하기 시작했다.

"아서라. 곧있으면 시장이다. 팔아넘겨야 되는 상품에 스크래치라도 나서 가격이 깎이기라도 네가 책임질 거냐?"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리더격 남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놈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에이…형님도 제 기술 아시잖습니까?"

친근한 목소리로 살짝 얼어붙었던 분위기를 녹인 그는 허공에 허술한 자세로 잽을 날리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티 안나게, 멍들지 않게 때리는 것 하나는 잘하잖습니까. 어차피 이대로 시장에 출품해봤자 성깔 때문에 다루기 까다롭다는 구실로 가격이 깎일지 모르는 일이잖습니까? 저번에도 그래서 다같이 거래처를 바꿀까 논의했던 일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맞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형님. 그때의 일을 똑같이 겪지 않으려면 '교육'이 어느 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내가 역겹다고 면전에 대고 말했던 키 작은 납치범이 올커니 하고는 흉악하게 생긴 남자의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나는 위기를 직감했다. 일행들 간의 의견이 '상품은 건들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라는 쪽에서 나를 '교육'하자는 쪽으로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교육'이란 단어가 무슨 뜻을 내포하고 있을지는 뻔했다. 이런 범죄자들이 말로만 잘 타이르는 순수한 교육을 지양할 리가 없으니까.

"물론 고객들 중에선 반항기 많은 쪽이 취향인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주인은 물어뜯지 않도록 조절은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디."

"그만. 화를 주체할 수 없다면 갑판에라도 나가서 좀 삭이고 와라. 조금만 참으면 통장에 찍힐 돈을 생각해봐."

"물론 조금 열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저 반항적인 성격을 좀 죽여야 가격을 좋게 받을 것 아닙니까?"

그들의 청산유수와도 같은 설득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러나 리더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웬만해선 그들의 '교육'이란 명분의 폭력이 허락되진 않을 것 같아 안심하려던 순간, 변수가 나타났다.

"형님, 정 불안하시다면…"

잠자코 리더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리더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저 녀석들이 실수해서 난 스크래치로 까인 가격만큼 그의 몫에서 돈을 빼시죠. 불만을 가진다면 그냥 담가 버리셔도 뒷탈은 없을 겁니다. 어차피 조직에서도 반쯤 내놓은 놈이라서.

일부러 다른 두 일행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게 속삭인 남자였지만, 비교적 그들과 거리가 가까웠던 내 귀에는 똑똑히 '담근다'는 말이 들렸다.

'설마, 진짜로 사람을 죽인다고? 그렇게 쉽게?'

상태창의 각성이라는 강렬한 경험으로 잠시 약해졌던 공포와 무력감이라는 감정이 조금씩 내 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불어, 방금 전의 귓속말 덕분인지 리더격인 남자의 허락이 떨어졌다.

"적당히 손봐줘도 좋다. 대신 만약에 실수를 해서 스크래치기 생가면, 깎인 가격은 네 몫에서 깔 테니 알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형님. 그건 그렇고, 교육하시는거 직관하실 겁니까? 이런거 직접 구경하는거 좋아하시잖습니까."

"아니. 나는 거래처 쪽이랑 연락을 해야 해서. 물 채운 페트병 냉장고에 있을 테니까, 가져다 쓰든지 말던지 알아서 해라. 영상은 꼭 찍어두고."

영상은 꼭 찍어두라는 당부에, 남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이번 영상은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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