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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 두 개 달린 용족이 되었다-35화 (35/59)

〈 35화 〉 외전) if.만약 겨울의 상태창 각성이 늦춰졌다면?

* * *

(본편이 아닌외전의 내용입니다! 제목, 작가의 말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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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품은...컥!

나를 소개하던 사회자의 목이 돌아가선 안 되는 방향으로 꺾였다.

움직임을 제대로 인식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재빠른 몸놀림을 선보인 수인 소녀는 사회자를 가볍게 관중들을 향해 걷어찼다.

­꺄아아악!

­경비! 경비 어딨어!

­당장 저년을 끌어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익살스럽게 노예들을 경매하던 사회자가 시체가 되자, 사람들은 충격에 빠져 울부짖기 시작했다.

“...예진아?”

“응, 오빠. 오랜만이야.”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등 뒤로 묶여 있는 손을 풀어주려는 건지, 시야가 닿지 않는 뒤편에서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찰칵.

“예진아, 이게 무슨...?”

잘그락거리는 소리의 정체는 바로 개 목줄이었다. 그녀는 밧줄로 묶여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내 목에 목줄을 달며 이쪽을 향해 웃어 보였다.

“오빤 내 꺼야.”

“...뭐?”

갑갑한 기분에 당장이라도 목줄을 벗어던지고 싶었지만, 그녀는 내 손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대로 기다리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그 말만 남긴 채, 몇 번의 달음박질 만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무리 신체능력이 인간에 비해 강하다는 이종족이라도, 저 정도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종족은 없었다.

그렇다면, 설마.

“상태창!”

­­­­­­­­

[불건전한 닉네임으로 활동 정지.

남은 시간: 364일 23시간 56분 0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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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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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저들의 상태창이 정상화된 지 몇 주가 지났다.

더 이상 유저들을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듯 온건파 유저들과 군대가 합심해 과격파 유저들과 내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겨울과는 한참이나 먼 거리의 이야기였다. 아직도 그의 정지가 풀리려면 열한 달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은 일반인보다 유약한 이 몸으로 사람들의 배척을 당할 수밖에.

유저들이 힘을 가지게 됨으로서 초면에 유저인 상대방에게 무작정 시비를 걸어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지만,

만약 어느 유저가 레벨이 낮아 일반인 정도 수준이거나, 그보다도 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리 좋은 꼴을 당하진 않을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도, 현실에서도 일반인과 유저들 간의 갈등은 극에 달해 있었으니까.

겨울은 자신의 계정이 정지당한 상태라는 것을 필사적으로 숨겼다. 요즘 같이 살벌한 분위기에서 상태창을 못 쓰는 반푼이 유저라는 소문이 퍼지는 순간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래,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제 가방, 돌려주세요.”

온 몸에 문신을 한 멸치 몇 명과 돼지 하나로 이루어진 깡패 집단. 최근에 여기저기서 자주 보인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쪽에 시비를 걸어 왔다.

겨울은 그들이 가져간 가방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키가 닿지 않아 빼앗을 수는 없었다.

“꼬우면 마법이라도 쓰시던가. 아, 상태창 정지당했다는 병신 유저라서 그것도 못하시나?”

“...그게 무슨 소리야?”

그가 닉네임 덕분에 정지를 먹은 탓에 상태창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예진이와 예림이, 그리고 우리 누나밖에 모르는 사실이었다.

곤란한 일이 생길까 일부러 숨기고 다니고 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저 인간이 알고 있는 거지?

“이미 인터넷상에선 유명하던데? 랭킹 3위, 뿔잡고 어쩌고. 너 맞지?”

“...”

“대답을 못하는 거 보니 맞네.”

그렇지 않냐며 돼지는 내 옷깃을 잡아 그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기분 나쁜 살의 감촉이 온 몸을 통해 느껴졌다.

“이거 놔!”

“못 놓겠는데? 확실히 유저 년들이 따먹는 맛이 있어. 피부부터가 평생 관리한 것처럼 야들야들하거든.”

“우읍­”

그가 어깨를 안은 상태로 힘을 주자, 겨울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남자였던 시절엔 경험해본 적이 없었던 힘의 격차가 여실히 느껴졌다.

돼지의 겹살에 점차 숨이 막혀 가는 도중에도, 겨울은 그가 한 말을 곱씹었다.

‘살이 야들야들하다고? 따먹는 맛이 있다는 건...설마?’

설마, 이대로 당하는 건가?

이 멸치랑 돼지들에게?

겨울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 이쪽에서 시선을 돌리고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다못해, 누군가가 경찰에라도 신고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통화를 위해 핸드폰을 꺼내드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잘 됐다는 듯이 구경하거나, 영상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절망에 빠진 채 정면으로 시선을 돌리자, 역한 돼지의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우읍­!”

그 순간, 바지 사이로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난생 처음 남에게 그런 곳을 만져지는 기분은, 차마 묘사하기 힘들 정도로 불쾌했다.

그들의 손길이 닿은 곳은 바지 속 뿐만이 아니었다. 우악스런 손길에 머리를 가리고 있던 후드가 벗겨지고 뿔이 드러나자, 패거리들이 휘바람을 불었다.

“왜 닉네임을 그렇게 지었는지 알겠네. 완벽한 손잡이가 있었구만?”

그들은 추파를 던지며 겨울의 옷을 한 겹, 한 겹 벗겨가기 시작했다.

몸을 감싸고 있던 외투가 바닥에 깔리고, 후드와 바지는 찢겨진 지 오래.

두 갈래로 찢어진 겉옷들 사이로 속옷이 보이자, 그들은 음심이 담긴 웃음을 지으며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서도 대장격인 돼지가 만지고 있는 부분은­ 더 이상의 설명은 하고 싶지 않았다.

옛날에 보았던 야동이나 망가처럼 기분 좋은 느낌은 전혀 없었다.

없었다고 믿고 싶었다.

“이 오빠들이 아프지 않게 해 줄게. 원래 처음은 가장 무서운 법­”

웃으며 추파를 던지던 돼지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그가 바라보고 있던 쪽을 돌아보니­ 구원자가 서 있었다.

“니들 뭐 하냐?”

“예진아!”

어떻게 알고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밀려오는 안도감에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겨울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채, 깡패 패거리들이 예진의 주먹에 쓸려나가는 모습을 구경했다.

쌤통이다, 이 미친 새끼들아.

“오빠, 괜찮아요?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해서 망정이지...”

예진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겨울에게 겉옷을 건냈다. 옷으로 몸을 가리고 나니 조금 더 침착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으읏, 무서웠어...”

“응응, 오빠. 많이 무서웠죠?”

침착함을 되찾기는 개뿔. 예진이 안심하라는 듯 어깨를 끌어안자, 냅다 울음이 터져 버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좋지 않은 일을 당할 뻔했다는 현실과, 앞으로도 이런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겹쳐진 결과였다.

남자에게 박힌다니, 겨울은 게이가 아니었다. 그만큼이나 혐오스럽고 거부감이 드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더 두려운 것은­ 저런 패거리들의 시도에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었다.

“많이 무서웠구나, 오빠...”

“우응...”

그녀는 겨울을 안은 채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어린 시절, 부모님께 안겨 있는 것만 같은 편안함에 겨울은 눈을 감으며 머리를 쓸어내리는 다정한 손길을 만끽했다.

잠시 뒤, 감정이 진정되자 겨울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응... 일단 어디서 옷 좀 사야 할 것 같은데.”

겨울이 찢어진 채 걸레짝이 되어 버린 겉옷들을 가리키자, 예진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를 안아들며 대답했다.

“일단 저희 집으로 가죠. 각종 옷들이 사이즈별로 많으니까, 오빠에게 맞는 옷도 있을 거에요.”

­­­­­

그렇게 도착한 집 안, 예진은 멍하니 금붕어들을 감상하고 있는 오빠를 내버려둔 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노란 색의 채팅 앱인 캐캐오톡 화면에선 누군가를 향한 입금이 이뤄지고 있었다.

[배빵성애자]­계약대로 수고비 100만원, 병원비 150만원 입급했습니다! 다음에도 잘 부탁드려요!

[깡패돼지] ­ 넵 이용 감사합니다 고객님! 좋은 하루 되시길^^

방금 전, 깡패 집단의 난동과 강간 미수는 그녀가 벌인 자작극이었다.

겨울의 예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성적인 면에서 남성에 대한 거부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였다.

세상에는 돈만 주면 움직이는 인간들이 수도 없이 많고, 이를 이용해서 오빠를 천천히 가스라이팅할 방법은 많았다.

앞으로도 오빠는 이런 저런 사건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에서 오빠를 구하는 것은­ 언제나 자신이 될 예정이었다.

앞으로 예진에게 주어진 시간은 11개월, 소중한 오빠를 원하는 모습으로 조교하기 위해선 충분하고도 넘치는 시간이었다.

이미 천천히 조교되어가고 있는 오빠를, 그리고 그 목에 걸린­ 자신이 선물했던 귀여운 초크를 예진은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겨울은, 저도 모르게 벌써부터 밖에 나갈 때마다 스스로 목줄을 차고 있었다. 그녀의 선물이 무슨 용도인지는 전혀 모른 ㅊ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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