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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 두 개 달린 용족이 되었다-54화 (54/59)

〈 54화 〉 23. 비밀

* * *

“...유저를 포함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체실험이라...”

나는 말 그대로 반인륜적인 실험 기록들이 정리되어 있는 보고서들을 훑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이종간 교접합 성공/실패 사례 목록’이었다.

이 보고서에 담긴 실험은 주로 대다수의 포유류를 대상으로 극한의 발정 상태를 유발하는 ‘알라우네의 꿀’을 통해 이루어졌다.

단순히 효과 좋은 마비독인 ‘알라우네의 독’과는 달리, ‘알라우네의 꿀’은 성녀도 즉시 다리를 벌리게 할 정도로 성감에 큰 효과를 줌과 동시에 100살을 넘긴 노인도 불끈거리게 해 주는 뛰어난 정력제라는 설정이라 게임 내에서도 굉장히 비싼 값에 거래되곤 했다.

게임 내에선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했는지 주로 흰머리가 머리를 가득 채운 지 오래인, 그곳이 제대로 서지도 않을 늙은 귀족들에게 가져가면 굉장히 비싸게 매입해주곤 했었다. 오죽하면 커뮤니티 사이에서 귀족들에게는 알라우네의 꿀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소문도 만연했었다.

물론 그런 높은 값을 불러도 팔릴만큼 수요에 비해 적은 양이 생산되었기에 알라우네의 꿀은 종족으로 알라우네를 택한 희귀한 유저들이 아니라면 굉장히 귀한 취급을 받는 기호품이었으나...

현대 과학의 힘 앞에선 그 귀한 알라우네의 꿀조차도 한 수 접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들은 소수의 알라우네 유저들을 납치해 유전자 변환으로 머리에 달린 한 송이의 꽃의 크기를 굉장히 키웠고, 거기에 약간의 호르몬제를 투여해 꿀의 생산량을 극적으로 늘렸다.

고자도 서게 만든다는 극강의 정력제이자, 먹이면 성녀도 다리를 벌리게 한다는 미약의 양산에 성공한 것이다.

모든 퍼즐조각이 맞춰지자,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야기한 이종간의 교접 역시 실험의 일환이었다. 나는 손에 가장 먼저 잡힌 서류 한 페이지를 읽어내려갔다.

<예상 외로="" 이종간의="" 임신="" 가능성은="" 꽤나="" 높았다.="" 같은="" 종이라고="" 보기에는="" 굉장히="" 힘들="" 정도로="" 인간과는="" 생김새가="" 전혀="" 다른="" 실험체들은,="" 놀랍게도="" 높은="" 확률로="" 평범한="" 인간의="" 정자에="" 임신하거나="" 난자를="" 임신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을="" 통해="" 태어난="" 2세들은="" 대부분이="" 유산되거나="" 출산="" 중에="" 사망했다.="" 다음은="" 인공="" 자궁에...=""/>

<몇 없는="" 귀중한="" 자원인="" 오거와="" 엘프의="" 2세="" 생산="" 실험에서,="" 오거가="" 힘조절을="" 잘못해="" 엘프를="" 으스러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엘프는="" 현재="" 뇌사="" 상태로,="" 해부="" 후="" 각종="" 장기를="" 평범한="" 인간에="" 이식하는="" 실험을...=""/>

<알라우네는 놀랍게도="" 고등="" 포유류="" 중="" 유일하게="" 식물성="" 세포인="" 엽록체를="" 지녀,="" 태양과="" 물만="" 있으면="" 다른="" 에너지의="" 섭취="" 없이도="" 생존이="" 가능했다.="" 만약="" 인간과="" 알라우네의="" 2세를="" 생존시킬="" 수만="" 있다면,="" 멀기만="" 해="" 보였던="" ‘신인류’의=""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미친놈들.”

인권은 마치 개나 줘버린 듯, 마치 사람들을 우리에서 키우는 가축처럼 마음대로 교배하고 그 과정을 녹화 및 연구대상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이 문서 외에도 수십 곳에 어지러히 펼쳐져 있었다. 심지어 몇몇 영상은 불법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라가기도 하는 등, 각종 어질어질한 사례들이 속속들이 튀어나왔다.

거기에 이러한 이종간 실험 외에도, 각 종족의 기본적인 신체능력 및 심리 테스트같은 기본적인 실험부터 산 채로 장기 해부, 유독 가스에 대한 반응 관찰, 뇌주름 지도 작성 등등 그로테스크한 실험 내용들이 수두룩했다.

“...피실험자 목록?”

그렇게 한참이나 서류를 훑으며 혹여나 중요한 정보가 있을지, 이러한 미친 짓을 한 인간들에 대한 정보가 어디 적혀 있지는 않을지 둘러보던 찰나, 나는 굉장히 두꺼운 서류집을 감싸고 있는 장부 하나를 발견했다.

장부의 제목은 피실험자 목록. 말 그대로 이러한 끔찍한 실험의 대상이 된 피해자들을 목록화해 하나하나 정리해둔 차트 형식의 서류였다.

불행 중 다행이도,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개개인의 신상정보 및 주거지, 가족관계 등이 어느 정도는 파악되어 있는 상태였다. 무려 수백명 가량의 피실험자 목록을 훑어보던 중, 나는 익숙한 번호 하나를 발견했다.

“...167번...로즈. 16세. 종족은 인간...”

167번. 분명 방금 전 직접 구해낸 굶주림에 죽어가던 소녀가 입고 있던 옷의 명찰에 달린 번호였다.

고작해야 열여섯 살. 바깥에선 한창 학교를 다니며 친구들과 뛰어 놀았을 나잇대의 아이가 이런 곳에서 끔찍한 실험을 당하고 있었다니.

살인까지 경험해 본 나였지만, 나 따위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극악무도한 이곳 연구원들의 인성에 나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고작해야 열여섯 살 일반인이 살아남았다면, 그보다 더 건강한 유저나 일반인도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으려나.”

이 시설을 사회에 고발할 증인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거기에 함께 지난 일년간 핍박받아온 같은 유저로서, 이런 끔찍한 연구시설에서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해방시켜주고 싶었다.

<비행>을 시전해 다시금 날아오른 나는, 간단한 결계를 서류들이 위치한 방에 걸어 두었다. 이 연구소에 화제가 나거나 붕괴되더라도, 이 방과 방 내부에 있는 서류들만큼은 멀쩡하게 보존될 것이다.

‘이런 끔찍한 짓을 시킨 윗놈들을 척살할 수 있는 근거를 아무런 곳에나 팽개쳐둘 수는 없으니 말이지.’

상태창을 각성하고, 스스로의 몸에 드래곤의 고귀한 피가 흐른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감정 변화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상태에서도, 인륜을 저버린 인체실험의 현장을 보고 화가 나는 스스로에게, 나는 역설적으로 안심했다.

지금 느껴지는 분노가 내 자신이 아직까지는 인간에 가깝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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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것처럼, 연구실 내부는 넓었다. 그러나 앞선 내 판단 이상으로 이 내부는 광활했다.

만약 나 혼자서 정보 확보 및 정찰, 잡몹 정리 등등 모든 일을 끝내려 들었다면 적어도 몇 시간은 잡아야 했을 정도였다.

내 클래스는 서머너와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었지만, 레벨이 100을 넘어가는 고인물이 되면 하나쯤은 편의를 위한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할 여유가 생기기 마련.

나는 과거 게임을 하던 시절 <얼음 정령="" 소환="">에 포인트를 투자한 내 자신을 칭찬하며, 사역한 얼음 정령들을 선두로 정찰은 물론이고 정보 수집, 생존자 확보까지 고작 30분 이내에 모든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면, 30분이란 시간을 들여 모든 작업을 끝낸 줄 알았던 순간­ 계단 하나를 더 찾아내 버렸다. 이 지하 실험실은 단층이 아니었다.

<생존자와 추가로="" 수집한="" 정보를="" 가지고="" 먼저="" 빠져나가라.=""/>

마력이 담긴 목소리로 명하자, 얼음 정령들은 순식간에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레벨이 높아봐야 20정도에 불과한 좀비들은 간단히 썰어버릴 수 있는 레벨 40대의 얼음 정령들은 나름 이런 상황에선 든든한 전투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뭔가 불안했다.

저 아래에서, 무언가 끔찍하고 역겨운 마력이 느껴졌다.

마치 얼마 전 예진이 찢어버린 네크로멘서 계열 흑마법사의 마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으나, 그때 느꼈던 마나는 장난으로 느껴질 정도로 눈앞의 근원지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달랐다.

거기에 걸리는 점이 하나 더 있었다. 이 정도로 강력한 마력의 근원을, 나름 랭킹 3위인 내 기감에 들어오는 범위에서도 감추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결계를 설치해뒀어. 나나 시현이...아니, 시아보다 한참은 더 뛰어난 솜씨로.’

랭커들 사이에선 도시전설이 하나 있었다. 랭킹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재야의 고수들이 있는데, 이들이 나서면 랭킹의 구조가 상당히 바뀔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내용의 전설. 물론 사람이라면 당연히 외부의 관심과 인정을 받는 것을 싫어할 리가 없기에, 말 그대로 도시전설에 불과한 취급을 받았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전설을 믿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랭킹 4위의 도적 시아와 랭킹 3위인 나보다도 뛰어난 결계술. 나보다 높은 랭킹에 위치한 2위, 1위의 직업이 결계술과는 거리가 직업이라는 것을 상기해보면 이 결계를 설치한 사람은 결계술이란 한 분야에 불과하지만 웬만한 최상위 랭커들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결계술에 한해 나나 시아보다 뛰어난 랭커가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는 지금 유럽에서 바쁜 일상을 이어가고 있을 터. 한국의 이런 숨겨진 사정에 개입할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떠오르는 후보군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로 도시전설로만 여기던 재야의 고수가 이 안쪽에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미지의 존재... 혹은 상상 이상의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수께끼의 재야고수? 미지의 존재? 외계인? ...이건 못 참지.”

<동화율이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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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판타지아’의 배경인 판게아 대륙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속담이 하나 있었다.

<호기심이 드래곤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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