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손잡이 두 개 달린 용족이 되었다-59화 (59/59)

〈 59화 〉 24. 참교육은 언제나 달다.

* * *

장 뤠이, 중국의 급조된 유저 특수부대를 이끄는 팀 내의 유일한 마법사.

그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적을 목도했다.

바람을 따라, 지맥을 따라, 해류를 따라 흐르는 자연적인 마나의 흐름이 있다. 이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들은 ‘자연 마나’라고 부르곤 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 마나에 대한 정보는, 처음 발견된 이후로 극비 서류 보관소 한 켠에서 쓸쓸하게 잊혀져갔다.

자연 마나는 반발력이 너무 심해 마나 자원으로 쓸 수 없으며, 설령 많은 마법사들이 모여 반발력을 줄여봐야 안정성이 낮고 순수도도 탁해 사용을 위해선 정제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위해선 반발력을 줄일 목적으로 노력 중인 저 마법사들의 수준을 한참이나 상회하는 실력자만이 가능했다. 마나를 마치 팔다리처럼, 혹은 그 이상­ 마치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당연한 행위처럼 해낼 수 있는 사람만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는 연구자들의 가설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분명, 마나의 종주라는 드래곤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오지라도 않는 한, 그럴 일은 없다...라고 했었지.’

드래곤은, 탑 랭커­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100위 이내의, 내로라하는 랭커 중 서른 명이 다같이 덤벼야 백중세, 이길 까 말까 한 말 그대로 레이드 몬스터 중에서도 최강의 존재. 재앙이었다.

그런 존재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이렇게 나타날 가능성은 0에 수렴했다. 연구원의 말은 순 거짓말이었다. 아니면 그 연구원의 단순한 계산 오차일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연구결과가 아닐 가능성도 있었다. 중국은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도 여러 비리가 판치는 중이었으니..

하지만 그의 이성은 외치고 있었다. 그 연구원은 공적인 연구에서 실수를 할 만큼 미련한 사람도, 거짓을 고할 거짓말쟁이도, 비리를 저지를 나쁜 악당도 되지 못하는 사람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의심들이 진실이 아니라면, 저 여자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은 무어란 말인가.

자연 마나를 끌어다가 자신이 원해는 대로 반발력을 줄이고, 안정성을 늘리고, 불순물을 걸러내 순도를 높이는 과정이 고작 일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모두 이루어지고 있었다.

저 여자의 정체가 랭킹 3위일 가능성이 100%에 한없이 가깝다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목소리든, 얼굴이든, 하다못해 그녀의 마나의 흔적이든 하나라도 건지라고 위쪽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그랬기에 내키지 않았지만 출격했다. 상부의 명령대로 동료들에겐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그야, 가서 말을 건 다음 대답 한마디만 들을 수 있다면 그걸로 임무 종료였으니 이런 일이, 그것도 마법사로서 재능의 한계를 코앞에서 목격하는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그가 상대의 마법이 영창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순간,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잡아채며 장 뤠이의 머리를 목표로 사출된 마법을 거칠게 쳐냈다.

“대장! 정신 차려, 다 죽일 셈이야? 저 여자,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급 마법 이상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 제약이 걸린 건지, 아니면 그냥 손대중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기회야.”

함께 수십번이고 목숨을 걸었던 동료의 목소리에, 장 뤠이는 정신을 차렸다. 확실히 저자의 마나 감응성과 친화력은 지금껏 봐온 여러 능력있는 마법사 중 제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본 실력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방심은 곧 죽음이다. 그는 몸이 이렇게 변하기 전에도 여러 수라장을 거쳐오며 그 사실을 깨달은 지 오래였다.

그는 온몸에 마나가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도 저 년에 비하면 부족하긴 하나 마학을 탐구하는 자, 마법사였다. 저 용과도 같은 위용과 재능을 가진 자를 거꾸러트리고 싶은 호승심이 마음속에서 불타올랐다.

그래, 저 여자가 방심하고 있는 중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팀원들의 동의하에, 규격 외의 상대를 위해 준비한 단 한 번의 비장의 수. 그거라면 정말 저 괴물같은 년에게도 통할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이 자신의 마나 하트에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

지원군 중에 꽤나 성가셔 보이는 녀석이 서 있었다. 비록 중급 마법이라지만, <앨리스의 송곳니="">는 관통력 하나는 웬만한 상급 마법을 능가한다. 그런 마법을 검기만으로 간단히 쳐내다니.

‘...중국에 저 정도 수준의 유저가 있었나?’

중국에는 검을 쓰는 유저들 역시 꽤나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방금 전 나타난 지원군으로 보이는 이들은 하나같이 허리춤이나 어깨, 등 뒤에 검이나 봉을 차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그리 수준이 높아 보이지 않아 무시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속도도, 검기도 훌룡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레벨이 높다거나, 아니면 낮은 레벨에 비해 테크닉이 좋아 유명했던 유저로는 보이지 않는데.’

저 자의 몸 속에 있는 마나는 나름 정제되어 있었고, 그 기운을 뛰어난 고수답게 잘 감추고 있었다. 내 눈에는 거기서 거기 수준이지만.

그러나 그의 검기는 그 수준에 맞지 않았다. 마치 검기를 증폭시켜 주는 아티팩트라도 장착하고 있는 것처럼.

‘...설마, 그 남자처람?’

그녀의 머릿속에 쩌리 흑마법사 한 놈이 떠올랐다. 분명 녀석은 제한적이게나마 게임 속 장비들을 직접 착용하고 활용하기까지 했다.

그 흑마법사와 같은 부류인 걸까, 하고 생각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용의 눈으로도, 마력시를 통해서도 제련된 장비 특유의 날카로운 마나 반응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조금은 부자연스럽고 역겨운...

‘...설마?’

동화율이 올라갈수록 웬만한 것에는 메슥거리는 반응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고어물이라면 질색팔색하던 나도 그런 부류의 메체를 아무런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바로 얼마 전, 그러니까 하루도 지나지 않은 과거.

그 비밀 연구소의 가장 밑바닥 층에서 보았던 끔찍하기 짝이 없는 무언가.

인륜이란 것을 져버리기도 모자라 지옥불 바닥에 던져버린 것과도 같은 창조물.

‘...마치 그 키메라의 마나와 비슷한 느낌인데.’

나는 <공허>의 영향권을 알아보기 위해 넓게 펼쳤던 기감을 적들에게 집중했다. 그들은 내게 검과 봉, 그리고 주먹을 겨눈 채 덤벼들고 있었다.

그들이 가진 무기와, 주먹에 덧씌운 장갑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내가 목격한 키메라보다는 아니지만, 충분히 끈적하고 역겨운 마나가 잔뜩 담긴 무언가가... 점점 맥동하고 있었다. 마치 심장처럼.

그리고 그 맥동하는 마나는 한 사람과 연동되어 점점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들의 몸속 무언가의 흐름이 거칠어질수록, 마치 강화제나 버프를 맞은 것마냥 공격이 거세어지기 시작했다. 베리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저 남자를 처리해야...’

이번엔 확실히, 손속을 봐주는 바 없이 처리하기 위해 나는 커다란 마나의 원을 그렸다.

그리고 방금 전 사용했던 마법 하나를 그 안에 그려넣었다. 마나의 실로 그 모양을 본떠, 마치 틀을 짜내는 것처럼 경화(??)시켰다. 딱딱하게 굳은 마나로 만든 틀을 커다란 마나의 원에 몇 번 찍어내자, 약간은 더 강해진, 두 가지의 주문이 추가로 부여된 마법이 탄생했다.

<엘리스의 송곳니:인챈트­10연발.="" 속성="" 부여:얼음=""/>

나는 얼음 친화력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친화력은 특정 속성이 부여된 마법을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방금 전, 속성이 존재하지 않는 일반적인 마법과는 파괴력이 차원이 다를 것이다.

전에는 단순한 마나의 덩어리로만 이루어졌던 송곳니의 형상이­ 냉기를 머금고 사출되었다. 대장 마법사의 동료이자 검사로 보이는 남자는 나와 마법사의 사이를 막아섰다.

“놈이 대장을 노린다! 대장을 보호해! 시간을 끌면 우리가 이긴다!”

체스든 실제 전투든, 킹을 지켜야 승리할 수 있는 건 당연지사. 녀석들도 뇌가 없는 건 아니라 자신들의 대장을 주위로 둘러싸 방진을 만들었다.

그러나 방진을 만들었으면 뚫으면 될 일. 나는 열 발의 송곳니를 한 점에 모아 동시에 사출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보시다시피 완전한 내 승리. 방진에는 사람 한 개 크기의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 사이로 보이는, 얼음 송곳니에 꿰뚫려 꼬챙이 신세가 된 녀석들의 대장의 시체.

동료들에게 <비행>마법을 지속적으로 걸어 주고 있던 대장 마법사가 죽자, 조인족 몇을 제외하곤 모두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들은 공중을 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테니, 추락사할 운명이었다.

방금 전부터 상공을 순회하던 전투기가 미사일을 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정된 지점, 혹은 같은 전투기같은 거대한 물체를 노리기 위해 만들어진 미사일이 작디작은 사람 한 명을 정확히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젠 걷는 것보다도 더더욱 익숙해진 <비행>마법과 <점멸>을 통한 간단한 회피기동 몇 번 끝에 한 발 당 적어도 수십억을 호가할 미사일은 목표를 찾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포기했구나.’

이내 전투기들은 화가 난 것처럼 몇 번이고 공격을 계속하더니, 이내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날아가 모습을 감췄다.

생각보다 쉽게 참교육이 끝난 감이 있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려던 찰나였다.

녀석들의 역겨운 체내의 마나가, 맥동을 넘어 격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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