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슬라브식 스트리머-11화 (11/57)

〈 11화 〉 첫 만남 (4)

* * *

한편,

스트리머 달퐁은 백금빛 단발의 여성 캐릭터를 열심히 쫒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방송 시청 인원 현황을 습관적으로 훑어보았다.

“…?!”

그리고,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1천에서 2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던 시청 인원수가,

5천으로 불어나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황급히 바라보자,

누군가의 채팅이 그녀의 눈에 걸려들었다.

[시루갤에서 왔읍니다^^7]

시루갤.

시오루 커뮤니티(갤러리)를 줄여서 부르는 명칭이다.

한국에서 시티 오브 루인을 플레이하는 이상,

그 존재를 모르는 것이 불가능한 대형 커뮤니티.

헌데 그 곳에서 갑자기 자신의 방송을 왜 보러 온단 말인가?

[집나간 우리 오이늅이 여기에 있나요???]

[오이늅 이새1끼 어딨어 ㅅㅂ]

[오이늅! 오이늅! 오이늅! 오이늅! 오이늅! 오이늅!]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점차 갱신 속도에 불이 붙어가는 채팅창을 살펴봐도,

알 수 없는 단어를 연신 외치며 누군가를 찾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 사태가 벌어지게 된 원인은 그 누구에게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달퐁은 갑자기 불어난 신규 시청자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뭔데요,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사람 많아졌어요?

여기 왜 오신 거예요, 님들?”

[우리도 모름ㅋㅋ]

[물흐리지 말고 느그갤로 꺼져 십련들아]

[그래서 오이늅 어딧음?????]

[ㅇㅇㄴ! ㅇㅇㄴ! ㅇㅇㄴ! ㅇㅇㄴ!]

[도배충 쳐내 ㅅㅂ]

“아니 미친, 채팅창 2배속 된 거 봐.

잠깐 채팅 팔로워 제한 걸게요.”

와르르 쏟아지는 채팅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달퐁은,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서 채팅 기능을 자신의 팔로워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게임 내 보이스가 활성화되어 있었기에,

그 말을 듣게 된 이리나가 달퐁에게로 다가와 서투른 한국말로 한 마디를 던졌다.

“무엇 사고 발생하다?”

“네? 아니에요.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와가지고. 가죠 이제.”

이내 달퐁과 이리나는 다시 탈출구를 향해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백금의 커스터마이징이 인상적인 그 캐릭터를 보며 오이늅임을 확신하고 있던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경악하게 되었다.

고인물을 뛰어넘는 맵 활용 능력만 해도 이미 충분히 놀랄 만한 수준인데,

심지어 여자였다니?

그에 이용자들이 곧바로 채팅을 치려고 했지만,

스트리머의 팔로워만 채팅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에 채팅창의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너도나도 달퐁을 팔로우하기 시작하며,

뜻밖의 팔로우 러쉬가 발생했다.

“아. 신림동치킨무도둑 님 팔로우 감사합니다.

AK족구림 님 팔로우 감사합니다.

천삼백이십일번가 님 팔로우 감사합… 뭐야. 뭐지?

내 방송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그에 달퐁이 감사인사를 건네면서도 혼란에 빠져 있자,

누군가가 후원 메시지를 통해 지금의 상황을 간략히 정리해 주었다.

[현상황 님이 1,000원 후원했습니다.]

‘러시아 눈나 닉이 오이늅인데 지금 시루갤에서 떡밥 굴러가는중임

그와중에 누가 여기 오이늅 있다고 좌표 찍어서 이지랄난거’

“아, 그래요?

근데 저 분 떡밥이 어떻게 거기서 굴러가고 있어?

혹시 유명하신 분인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눈나 목소리 뭔데;]

[우리도 오늘 처음 봤다고ㅋㅋ]

.

.

[오이늅! 오이늅! 오이늅! 오이늅! 오이늅!]

[내 팔다리 내놔 십련아!!!!]

.

.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커마랑 실력이랑 이거저거해서 오늘 유명해짐]

.

.

[러시아 눈나임? ㄹㅇ?]

“에이씨, 팔로워챗 건 게 의미가 없네.”

온갖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내는 채팅과 관심종자들의 도배까지 겹쳐지니,

채팅창의 갱신 속도가 달퐁의 동체시력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겨우겨우 채팅 몇 개를 포착하여 읽을 수 있었던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대충이나마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극한의 커스터마이징이 적용된 저 모습으로 사람들 팔다리를 박살내고 다녀서 현재 커뮤니티의 메인 떡밥이 된 마당에,

그녀가 자신과 같이 있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포착되어서,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링크를 타고 넘어왔다는 것인가?

상대가 몸통에 방탄 레벨이 높은 방어구를 든든히 두르고 있으면,

넘버링 높은 탄환이 아닌 이상 당연히 사지를 노리는 게 옳은 선택이긴 한데.

사지를 뭘 어떻게 부숴놨길래 그렇게 하루아침에 떡밥거리가 된 걸까.

“아니, 채팅 좀 살살 쳐요! 방송 터지겠네, 이러다가.”

아무튼 이대로 폭주하는 채팅창을 내버려 뒀다간 방송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했기에,

달퐁은 분당 1회씩만 채팅을 입력할 수 있도록 설정을 바꿔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옆에서 달려가고 있는 백금빛 단발의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 저기요?”

“호출하다?”

“혹시 닉네임이 오이…늅? 이에요?”

“오이늅? 아니다.

5 Year noob 이다.”

“파이브 이어 뉴… 아니, 그게 오이늅 맞잖아요!”

“허…?”

5Ynoob을 어떻게 오이늅이라고 읽을 수 있는 거지.

이리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의문성을 내뱉었지만,

토종 한국인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 것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별 말 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그것 왜 질문하다?”

“한국 커뮤니티에서 오이늅 님이 유명하대요, 지금.”

“…나?

왜 유명하다?”

“사람들 사지 박살내고 다녀서 그렇다는데요.

저랑 만나기 전에 뭘 하고 다니신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이리나는 잠깐 입을 다물고 자신이 플레이했던 이전 게임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냥 그 망할 도시에서 멍청이들을 농락하며 그들에게 의도적으로 공포를 심어 주었던 경험을 토대로 하여,

유저들 근처에서 빙빙 돌며 사지를 차례차례 박살냈던 기억이 전부다.

그것만으로 벌써 커뮤니티에서 그렇게 화제가 되었다고?

게임 시작 전에 친구 추가 알림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대충 예상하긴 했지만,

설마 자신과 같이 있는 스트리머의 방송에 찾아올 정도로 관심을 가질 줄이야.

커뮤니티에 그렇게도 이야깃거리가 없었던 건가.

별 일 아니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이리나는 한국어 단어를 띄엄띄엄 내뱉었다.

“…특별 행동 안 하다. 오직 사람 팔 다리 박살내다.

커뮤니티 집단, 엄살 심각하다.”

“아니, 그것만 했으면 지금 제 시청자 한 2배쯤 되는 사람들이 여길 왜 찾아왔겠냐고요…”

이리나의 담담한 대답에 달퐁이 헛웃음을 흘리고 있을 무렵,

그녀에게 짤랑. 짤랑. 하고 후원 메시지가 연달아 도착했다.

[정찰대 님이 1,000원 후원했습니다.]

‘시루갤 가보니까 눈나 쌉고인물이었네 윾’

첫 번째 메시지는 시오루 커뮤니티를 탐방하고 온 듯한 시청자의 감상평이었고,

[ㅈㄹㄴ 님이 1,000원 후원했습니다.]

‘아니뭘팔다리만박살내ㅅㅂ엄살같은소리하네뻔뻔한년이존나내사지다박살내고눈앞에와서권총들이밀던게아직도생각난다십련아너진짜다음에만나면곱게못뒤진다’

두 번째는,

아마도 그녀에게 험한 꼴을 당한 듯한 피해자의 외침으로 추정되었다.

랩이라도 하듯이 대사를 좌르르륵 읊어대는 기계 목소리에서 절절한 분노가 느껴진다.

그에 피식 웃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녀­ 오이늅에 대한 의문이 커져만 가는 달퐁이었다.

“뭐야, 무서워. 나 저 사람이랑 다녀도 괜찮은 거야?”

“무엇? 동행 중지 원하다?”

달퐁이 농담조로 뱉은 말에 반응한 이리나가, 달리는 자세 그대로 상체를 스윽 돌렸다.

그 모습에 달퐁이 기겁했다.

뭐든 한다는 명목으로 목숨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따로 다니겠다는 소리를 지껄이게 되면,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 지 너무나도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달퐁은 황급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대며 외쳤다.

“아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탈출구 얼마 안 남은 거 같은데 빨리 가요 우리!”

“정지하다.”

“아니이, 농담이라니까요! 시청자들이랑­”

“그것 관계 없다, 바란(머저리).

적 출현하다.”

“…!”

달리다 말고 신속히 몸을 낮추며 전방을 주시하는 이리나의 말에,

달퐁 또한 재빨리 입을 다물고 덩달아 그 자리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이내 백금빛의 그녀가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던졌지만,

달퐁의 눈에는 아무것도 포착되지 않았다.

“…안 보이는데요?”

“안 보이다?”

“네.”

“안 보이는 경우 무엇 하다?”

무언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그 질문에,

달퐁이 조심스레 답을 내놓아 보았다.

“…돌격이요?”

“훌륭하다, 고기방패.”

[ㅋㅋㅋㅋㅋ]

[얘는 왜 안 죽이나 했더니 고기방패였누ㅋㅋ]

[예쁜 커마와 그렇지 못한 인성;]

그 말에 정답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 이리나는,

검지를 앞으로 쭉 뻗어 전방을 가리켰다.

“돌진 도중 바람 구멍 생성될 경우,

왼쪽 방향 회피하다.”

“바람구멍…? 아.

알았어요. 왼쪽으로 피하면 되는 거죠?”

­짤랑.

[우라 님이 1,000원 후원했습니다.]

‘우라 외치면서 돌격하면­

이 때만을 노렸다는 듯이 후원 메시지가 흘러들어왔지만,

달퐁은 재빨리 그 기계 목소리를 중간에 끊어 버렸다.

“안 해! 또 우라 했다가 사람 빨갱이 만들려고이씨.”

“또 소련 영혼 빙의하다?”

“아, 이번엔 안 한다니까요!”

[소련 영혼 ㅅㅂㅋㅋㅋ]

[아 이걸 안 하네;]

[ㄲ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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