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슬라브식 스트리머-14화 (14/57)

〈 14화 〉 적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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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브 스타일 ㅅㅂ 미쳤나ㅋㅋㅋㅋ]

(5Ynoob 캐릭터 이미지)

생존겜에서 지혼자 룩딸겜하고 있누 ㅁㅊ련

[댓글]

= 저래놓고 진짜 1대도 안 처맞는게 ㄹㅇ 썩은내남

= 아니 내가 커마하면 절대 저렇게 안되는데 진짜 어케했냐;

ㄴ 저거 보고 따라해도 안되드라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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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ㅅㅂ 오이늅 진짜 씹고였네]

(영상)

지금까지 산업단지 존나 많이 돌았는데

저기 들가면 안보이는거 첨알았음;

[댓글]

= 시1발 이제 저기도 체크해야겠네

= 저기 박혀서 존버타는새끼들 개많아질듯ㅋㅋ

= 저새끼 때문에 자꾸 체크스팟만 늘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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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새끼 보드카 마시는 거 맞냐]

소리 들어보면 뭔 시1발 계속 홀짝거리는데 왜 멀쩡함

[댓글]

= 슬라브쉑들은 140도까지 버틸 수 있어서 그럼

ㄴ 140도는 어느나라 도수냐 ㅅㅂㅋㅋ

= 나 보드카 좋아해서 아는데 병내려놓는 소리 빼박 컴플릿임

ㄴ 아니 시1발 진짜 컴플릿이라네

ㄴ 어케알았누;

ㄴ 이걸 브랜드까지 맞추네 미친련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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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1발 인방충새끼들 다 쳐내]

여기가 시루갤이야 오이늅갤이야 ㅅㅂ

역겨운 컨셉충련 좋다고 빨아주는것도 작작해야지

1절2절3절뇌절에 점핑도게자까지 하네 미친련들이

[댓글]

= 아 그럼 더 재밌는 떡밥 갖고와보라고ㅋㅋ

= 시루인방은 상관없는데 왜 불타냐

= 이새끼 아까 늒네코스프레하고 구걸하던 병1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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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퐁과 함께 신나는 슬라브식 게임을 몇 판씩 진행하고 나니,

어느새 늦은 저녁이 되어 있었다.

자유 시장 이용에 요구되는 레벨 15를 달성하진 못 했지만,

위장에서 제발 아무거나 처넣어 달라며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기에 더 이상의 진행은 어려웠다.

게임 중에 이루어진 실전형 과외로 조금이나마 자연스러워진 한국말을 달퐁에게 건넸다.

“허기 느끼다. 게임 중단 원한다.”

“허기 느끼… 그럴 땐 그냥 ‘배고프다’ 라고 하는 거예요!”

물론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는지,

달퐁은 여전히 내 한국어에 훈수를 두고 있었다.

“확인하ㄷ… 음, 아니. 확인‘했’다. 현재 배고프다.”

“한국말을 진짜 어디서 배워가지고…

단어 수준이랑 문법이랑 왜 매치가 안 돼요?”

“슬라브식 까리예(한국) 언어다.”

“야이, 그놈의 슬라브식!”

게임을 하면서 슬라브 스타일에 몇 번이고 시달렸던 그녀였기에,

달퐁은 내 말에 진절머리를 치며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할 말을 할 뿐이었다.

“배고프다, 카레얀카. 퇴장 가능하나?”

“으음… 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이거 듀오도 갑작스럽게 요청드린 건데, 이 정도면 많이 했지.

오늘 시오루 알찼죠 님들? 시루갤 유입분들도 인정?”

지금까지도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수천명대의 인원들에게 달퐁이 그렇게 묻는다.

나 또한 주린 배를 움켜쥐며 한 마디를 보탠다.

“인정 부탁한다. 매우 배고프다.”

“이리나! 그럴 땐 뭐라고 하라 했어요?”

“어… 존나?”

“그럼 다시 한 번?”

“존나 배고프다, 시루갤. 해방 부탁한다.”

“아하핫, 그렇댑니다 님들! 빨리 이 사람 해방시켜줘요!”

그렇게 달퐁과의 듀오 게임이 마무리지어졌다.

기회가 있다면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인사를 남긴 뒤,

나는 게임을 끄고 플레이챗 통화를 종료했다.

잠시 보드카를 홀짝이며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이내 끙. 하고 몸을 일으켜 책상에서 벗어났다.

그리고는 휘적 휘적 방을 가로질러 걸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침대 옆면에 등을 기댔다.

물론 내 손에는 보드카 동무가 여전히 들려 있었다.

그 상태로 가만히 널브러져 있다가, 킥킥 웃었다.

“흐흐흫.”

도시의 그 년을 쏙 빼다박은 사람과 열심히 게임 속의 도시를 싸돌아다니니, 기분이 꽤나 좋았다.

옛날에 그 작달막한 년과 낄낄대던 기억이 나서 좋았던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머릿속이 보드카에 과하게 절여져서 흥이 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미난 시간이었다.

도시 길거리에 한 두명씩 쓰러져 있는 병신들 마냥 연신 흐흫거리던 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40%의 알코올에 녹아내리고 있던 대가리를 작동시켰다.

기분 좋은 건 좋은 거고,

어쨌든 이리 영광스럽게 돌아온 원래 세계에서도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소리 없이 몸을 일으켜 세운 나는, 탁자 위에 올려두었던 지갑을 열어젖혔다.

아까 보드카 사고 남은 돈 10만원이 거기에 들어 있었다.

이 돈으로 한국에서 뭘 사먹을 수 있더라. 하고 머릿속을 뒤져보던 나는,

컴플릿 보드카를 샀던 그 편의점을 떠올렸다.

곧장 주류 진열대 쪽으로 돌진해서 자세히 본 건 아니었지만,

음식처럼 생겨먹은 것들의 가격은 대부분 만원대 이하로 형성되어 있었다.

체크 카드에 얼마가 들어 있는지 모르니,

대충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만 몸뚱아리에 열량을 채워넣는다고 가정한다면…

이 돈으로 적어도 한 달 이상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허나 문제가 있다면,

그 기간 동안 보드카는 거의 입에 대지도 못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3만원짜리 보드카를 지금처럼 벌컥벌컥 마셔 댔다간,

기껏 원래 세계로 돌아와 놓고 굶어죽게 되는 머저리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손에 든 컴플릿 보드카 병을 만지작거리다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Cyka…!”

아니, 시발.

그러면 얘를 이렇게 물처럼 들이키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서둘러 컴퓨터 책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병뚜껑을 집어들어들었다.

방금 전까지 마시고 있던 보드카 병 입구에 녀석을 꽂고 뱅글뱅글 돌려 잠근 뒤, 냉동실 안에 처넣었다.

3분지 1 가량이 남아 있는 보드카와, 아직 병 입구의 포장을 벗기지도 않은 새 보드카 한 병.

지금 내게 남아있는 생명수는 그것이 전부였다.

“하…”

아이고, 병신아.

기분 전환할 거면 차라리 싸구려 맥주나 존나게 들이키지,

쓸데없이 비싼 보드카를 사서 현금 절반을 날려먹고 지랄이야.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스스로에게 욕지거리를 날리다가,

이내 냉동실 문을 쾅 닫고 돌아섰다.

그래 뭐, 이미 저질러 버렸으니까.

앞으로 잘 하면 되는 거다.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해봤자 좆도 쓸모없다는 것을 5년간 뼈저리게 느껴 왔기에,

나는 기지개를 쭈욱 켜며 과거의 병신이 싸질러 놓은 과오를 머릿속에서 훌훌 털어내 버렸다.

편의점이나 가야지.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다이­아스 모자를 뒤집어쓴 뒤,

세 개의 줄이 그어진 슬리퍼를 신고 어둑어둑해진 밤거리로 나섰다.

골목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가로등에 내심 원래 세계의 편리성을 체감하며,

간판에 불이 알록달록하게 들어와 있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새 교체되기라도 한 건지, 계산대 너머에는 아까 전과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아, 교체가 아니라 교대 시간인가. 편의점은 혼자 관리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머릿속에 가라앉아 있던 지식이 또 하나 수면 위로 부상하는 순간이다.

진열대를 찬찬히 살펴보며, 가격이 싸면서도 한 끼를 때울 수 있을 만한 녀석을 찾아보았다.

여러 가지 먹을거리들을 그렇게 시야에 담고 있자니, 한국인의 기억이 스멀스멀 심연 속에서 기어나오기 시작한다.

별에별 비싸기만 한 이상한 거 처먹지 말고 그냥 얌전히 라면이나 고르라며, 기억 속의 놈이 내게 속삭이고 있었다.

라면. 라면이라.

그 거지같은 도시에서는 뜨거운 물 끓이는 게 상당히 번거로워서 그런 국물 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 드물었다. 그나마도 없어서 못 먹었고.

그래도 가끔씩 ‘바깥’에서 유입되어 오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녀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라면 종류가 진열된 곳을 주욱 훑던 나는,

이내 어느 한 구석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우뚝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둥그런 용기의 컵라면들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네모난 직사각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그 녀석.

포장지의 디자인은 꽤나 바뀌어 있었지만,

그것은 녀석을 알아보는 것에 있어서 큰 장애물이 되지 못 했다.

도시에서 보았던 그것에도 작게 쓰여 있었던 한국어 글자가,

녀석의 포장에 아주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락.

저쪽에선 Дoширак(다쉬락)이라 불리우는 그 녀석을,

설마 원래 세계의 편의점에서 이렇게 멀쩡히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조금씩 떠오르는 한국인의 기억에서도 별 존재감이 없는 걸 보니,

게임 속에 갇히기 전에는 아예 녀석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반가운 마음에 냉큼 Дoширак, 아니. ‘도시락’ 컵라면을 집어 들었다.

라면을 먹어야 한다면 역시 이거지.

다른 종류들에 비해 덩치가 좀 딸리긴 하지만, 상관없다.

그만큼 가격도 낮은데다가, 이 사기적인 몸뚱아리는 연비도 심상치 않아서 이거 하나만 먹었는데도 배가 충분히 차올랐던 기억이 있다.

물론 술은 연비고 뭐고 언제나 쭉쭉 들어간다.

영광스러운 맥주와 성스러운 보드카 동무를 받아들이는 것에 한계 따윈 없는 법이다.

헤어졌던 동료를 찾은 기분에,

나는 콧노래를 작게 부르며 그 네모진 컵라면을 한아름 안아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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