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스승과 제자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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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끼런 한판에 보드카 한병컷하는거 실화냐]
ㄹㅇ 간이 웅장해진다…
겜 내내 퍼마셔가지고 저새1끼 좆되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좆된건 돈 받고 술먹게 해준 악질쉑들이었구요ㅋㅋㅋㅋㅋ
[댓글]
= 술만 먹어도 돈 들어오니까 오이늅쉒 싱글벙글했겠누ㅋㅋㅋ
= 처음에 도네 보고 바로 병나발 불어줬을 때부터 눈치를 깠어야했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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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소주탑 인증했던 새끼임]
(이미지)
방송 보다가 알콜 마려워서 방장이랑 같은타이밍에 소주 마셔봄
야끼 들고 뛰댕기는거 보다가 필름 끊김ㅅㅂㅋㅋ
지금 막 일어나서 글싸는데 ㄹㅇ 디질거같다 머리 존내아픔
좀 텀을 두고 마시면 모르겠는데
시발 안주도 없이 스트레이트로 달리니까 이건 시1발 버틸수가 없음ㅋㅋ
소주도 이지랄나는데 한게임에 보드카 한병컷 내는건 ㅅㅂ 사람새1끼가 맞냐?
뱃속에 간땡이 두개 달려있는게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 ㄹㅇ루다가
[댓글]
= 나도 함 따라갈라다가 쫄려서 안했는데 좆될뻔했네 ㅅㅂ
= 진짜광기 앞에서 상대적 술찌 돼부렀누ㅋㅋㅋㅋ
= 소주탑쉒 주량부심 오지게 부리더니 개꼬시다 엌ㅋㅋㅋㅋ
ㄴ 2도니?
ㄴ 2도따리니?
ㄴ 서리톡톡 자택에서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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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산업단지 변종 야끼런 확산 중]
(이미지)
매판 1명 이상 보인다 지금ㅅㅂ
이새끼들 사람 만나도 안피함 ㄹㅇ 변종임
산모기마냥 존나게 달라붙어서 좀 소름돋았다
할거없는 썩은물쉑들 오이늅 야끼런에 삘받았나봄 개시1발;
방금 막 잡은 싱싱한 야끼쉒 독택* 보고가라
(*독택 Dogtag : 인식표. 유저의 닉네임과 레벨이 표기되어 있음)
[댓글]
= 87렙 시발ㅋㅋㅋㅋㅋㅋ
= 저쉒 레이팅 까보니까 29층임 ㅅㅂㅋㅋㅋ
= 좆이늅이 게임에 독을 풀었다!!!!!!
= 야끼에 대가리찍혀보니까 어질어질하드라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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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늅 야끼런은 왤케 쉬워보임?]
사지 조지는건 뭐 어케 따라해보겠는데
야끼런은 ㅅㅂ 좀 뛰댕겨볼라카면 또락스 원탭맞고 가버리네
개시1발 나도 존나빠른파쿠르하고싶다고 좆이늅씹련아!!!!!!!!!
왜너만즐겨나도할거야!!!!!!!!!!!!
[댓글]
= 급발진 무엇;
= 짭이늅쉑 갑자기 풀악셀 밟아버리누ㅋㅋㅋ
= 상황을 봐가면서 뛰라고 병1신아ㅋㅋㅋ
ㄴ 조까시1발나도야끼로사람썰꺼임겜바로돌린다
ㄴ 돌아버렸누;
ㄴ ㅋㅋㅋㅋ미친련인가
ㄴ 좆이늅쉑 늒네 하나 고장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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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모든 세팅을 끝낸 달퐁이 본인의 방송을 위해 집으로 돌아간 뒤,
나는 보드카 해명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새 보드카를 그 자리에서 개봉해서 들이키는 것도 확실히 보여주고,
그대로 보드카를 홀짝이며 도끼런을 진행해서 유저의 머리통을 쪼개버리는 장면도 보여 주었다.
술 마시고 돈까지 받는 초특급 이벤트에 혹해서 한 판만에 레즈노프 보드카 병을 거의 다 비워 버린 것은 살짝 후회가 되긴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다시 토해낼 수도 없는 노릇인데.
아무튼 그렇게 도끼런 몇 게임을 내리 플레이하고 AK소총도 몇 번 탕탕 쏴준 뒤,
모자챙 밑으로 드러난 입에다가 컴플릿 보드카를 꽂아 피날레 병나발 쇼를 보여주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얼굴 공개를 그렇게 반쪽만 진행하게 된 이유는, 사실 별 거 없었다.
꼴사나운 생존형 머리스타일을 그대로 내보냈다가 시청자들에게 뭔 소리를 들을 지 몰라서, 다이아스 모자를 깊게 눌러쓴 것뿐이었다.
달퐁이 내 집에 방문했을 때 내가 모자를 쓰고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술에 쩔어 사는 폐인 같은 이미지인데, 머리 모양까지 그따위면 상대에게 그리 고운 시선을 받지 못 하게 될 것이 당연했다.
그래도 나 도와준다는 사람 앞에선 좀 단정히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내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달퐁은 시청자들에게 모든 것을 한 번에 공개하지 않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말해 주었다.
게임 속의 캐릭터와 유사한 외형이니 나중에 얼굴을 완전히 드러냈을 때의 임팩트도 그만큼 클 것이라고 설명해 주면서 말이다.
그건 그냥 유저들 엿 먹이려고 내 얼굴 참고해서 이쁘게 꾸며놓은 거였는데.
머리 꼴이 말이 아닌 상태라 쪽팔려서 가렸을 뿐이라는 항변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참아내고 그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렇게 된 이상, 머리를 제대로 정돈할 수 있을 정도로 길러낼 때까진 캠 또는 누군가의 앞에서 모자를 벗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틀 전의 그 다짐에 따라,
나는 현재 다이아스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어제 주문했던 보조 모니터가 하루 만에 집에 도착해서, 택배기사를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로켓이 그려진 유니폼을 입은 택배기사는 큼지막한 박스를 현관 안쪽에 내려두고, 닫혀가는 문 너머로 홀연히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조그만 가위를 가져와서 쫙 벌린 다음 박스의 입구에 붙어 있는 테이프를 슥슥 갈라 주었다.
이 가위도 원래는 집에 없었던 물건이다.
내가 원래 세계로 돌아와서 자살이라도 할 줄 알았던 건지 뭔 놈의 집구석에 날카로운 물건이 하나도 없어서, 편의점 에디션으로 하나 공수해 온 녀석이다.
이런 싸구려 가위 말고 좀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날붙이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를테면 군용 대검 같은 거라던가.
그 컴뱃 나이프는 사람 배때지에 통풍구를 내는 것 외에도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술병 뚜껑도 따고 못도 박고 치즈 비스무리한 유사품도 찍어먹는 등, 상당히 만능스러운 녀석이었다.
사람 마빡에 날려서 꽂아버리는 연습을 하겠답시고 은신처에서 휙휙 던지다가, 손이 미끄러져서 애꿎은 보드카 하나 깨먹었던 일도 기억난다.
탁자 위로 질질 흐르는 게 아까워서 고개를 숙이고 혀를 내밀어 핥아먹으려 했다가 쪼만한 년한테 걸리는 바람에, 인간 언저리의 무언가를 목격한 듯한 표정을 짓게 만들기도 했다.
지도 맥주 흘리면 핥아먹을 거면서 고상한 척 하기는, 개년이.
아무튼 그렇게 내 손에 완전히 익어서 찰진 그립감을 선보이던 군용 나이프를 떠올리며,
나는 택배 상자 안에 완충제와 함께 들어 있는 모니터 박스를 끄집어내 컴퓨터 책상 앞으로 옮겼다.
24인치의 모니터.
어제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훈수와 함께 3~40만원대의 제품들 중 적당한 것으로 골라낸 녀석이었다.
그림이 그려진 설명서에 따라 동봉된 드라이버로 어찌어찌 받침대와 모니터를 합체시키고,
어느 정도 공간이 남아 있는 메인 모니터 옆에 살짝 각도를 비스듬히 기울여서 올려놓았다.
컴퓨터로 듀얼 모니터 연결법을 검색해서 전원선과 단자 케이블을 연결하고 디스플레이 설정까지 마치자, 마침내 바탕화면이 두 배로 늘어나게 되었다.
“후.”
이제 좀 방송하기 편해지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컴퓨터 책상 위에 놓인 자그마한 판때기를 집어 들었다.
카메라 기능을 실행시킨 뒤, 듀얼 모니터가 멀쩡히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찰칵 찍었다.
그렇다. 드디어 내게도 스마트폰이란 놈이 생겼다.
이젠 번거롭게 컴퓨터의 작업표시줄 구석에 있는 시계로 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어제 달퐁의 도움을 받아서 기기 구입 및 번호 신규 등록과 요금제 가입 등을 마치고,
머릿속 깊숙이 처박혀 있던 현대인의 희미한 기억과 더불어 달퐁의 속성 강의를 통해 그럭저럭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방금 스마트폰 뒷면의 렌즈로 찍었던 사진을 달퐁에게 전송했다.
달퐁과 그녀의 시청자들 덕분에 모니터를 구입할 수 있었으니, 보고 정도는 해 줘야지.
폰을 컴퓨터 책상에 내려놓고, 듀얼 모니터 설치를 성공적으로 마친 나 자신에게 격려를 보낼 겸 냉동고에 잠들어 있던 컴플릿 보드카 한 병을 꺼내들었다.
차디찬 유리병의 냉기를 느끼며 뚜껑을 빙글빙글 돌려 열고 40도의 싸늘한 보드카를 한 모금 들이킨다.
모니터 설정을 건드리느라 살짝 복잡해져 있던 머릿속을 알코올로 말끔히 씻어낸다.
“흐흫.”
그에 개운함을 느끼며 실실 웃어제낀다.
그 자리에 선 채로 한 모금을 더 들이키고 있자니, 책상 위의 스마트폰이 윙윙 울어 댄다.
달퐁에게 연락이 온 건가 싶어 컴퓨터 책상으로 휘적휘적 걸어가 폰을 집어 드니,
예상대로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컴퓨터의 플레이챗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연락이 된다니. 이 얼마나 편리한 기술인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삶의 질이 한 단계 상승한 것을 체감하며, 달퐁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달퐁 :
[오옿]
[설치까지 다했네여]
[도와달라 할줄 알았는데ㅋㅋㅋ]
비웃는 건지 칭찬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그 문장에, 나는 픽 웃었다.
이 정도쯤은 그녀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어야,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헛소리고, 그냥 모니터 하나 설치 못해서 낑낑대면 쪽팔리니까 안 부른 거다.
안 그래도 어제 스마트폰을 켜는 법부터 시작해서, 터치하면 작동이 된다는 아주아주 기본적인 것까지 그녀가 가르치려 드는 바람에 상당한 수치심을 느낀 참이다.
모신나강 같은 거 갖다 주고 분해해 보라 하면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을 텐데.
원래 세계에선 죄다 쓸모없는 지식으로 변해 버렸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보드카 병을 입으로 가져가려다 멈칫했다.
머릿속에서 의문이라는 놈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다.
아니. 안타까울 게 있나?
나는 지금 현대의 한국을 살아가려 있는데, 굳이 그런 것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미간이 구겨진다.
무언가 익숙한 냄새가 주변을 휘감는 듯하다.
아니. 사실 억울하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남으려고 노력했는데. 지금 내게 남겨진 것은 뭐지?
술에 절어 있는 몸뚱이?
온전치 못한 정신?
유일한 치료제인 보드카?
이런 상태로 다른 차원이라 해도 무방한 타지에서 홀로 살아가야 한다니. 얼마나 절망적인가?
허공을 바라본다.
먼지와 초연을 머금은 공기가 상당히 무거워진다.
그래.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다.
이렇게 낯설기만 한 세계에서 모든 것을 잃고 헤매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게 있어서 익숙하기 그지없는 그 곳으로
“씁.”
쓸데없는 헛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하는 대가리를 초기화시키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유리병을 입에 꽂고 꿀꺽꿀꺽 보드카를 들이켰다.
희미하게 코끝에 전해지던 혈향과 화약의 냄새가 알코올의 씁쓸함에 밀려 사라진다.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또 지랄이네.
돌아가긴 어딜 돌아가, 미친년아. 이제 여기가 우리 집이다.
고개를 푸르르 털어 잡생각을 훌훌 날려 버리고, 보드카를 한 모금 더 들이킨다.
정신 차리자.
상황은 그렇게까지 절망적이지 않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낯설다면, 익숙해지면 될 일이다.
도시에서의 험난한 생활도 결국 적응해냈는데, 이 평화로운 세계를 버텨내지 못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래.
잃은 게 많다면 그만큼 앞으로 채워나가면 된다.
달퐁과도 같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면서 말이다.
도시의 그 년과 닮은 탓에 새롭다기보단 좀 익숙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간에 말이다.
…달퐁?
“오쁘아.”
(아차.)
답장 보내는 걸 깜빡하고 있었네.
나는 보드카를 컴퓨터 책상에 내려놓고,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붙들었다.
그리고 엄지 두 개를 느릿느릿 움직여 화면 안의 조그만 키보드를 두드렸다.
[ㅎㄴ]
[혽자 가늘ㅇ햇다]
잠시 뒤,
답장이 날아왔다.
달퐁 :
[오우]
[머라는거지]
달퐁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그 반응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키보드에만 익숙해지면 되는 줄 알았더니, 또 다른 복병이 숨어 있었다.
그에 다시금 타자를 치기 위해 엄지를 움직이려는 그 때,
달퐁에게서 다시금 메시지가 날아왔다.
달퐁 :
[아무튼 님]
[그럼 오늘 합방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