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2
* * *
"······."
"······현준아, 왜 안먹어? 배 안고파······?"
점심시간이다. 나한테는 같이먹을 친구가 없었는데, 다행이 같은 아싸인 정윤이와 친해져서 혼자는 아니게 되었다.
······근데 넌 이걸 쳐먹고싶냐?
내가 고딩일때는 뭐 군대급식에 대해서 문제도나오고 그랬는데.
이것도 사진찍으면 부실급식이라고 말 나올거같다.
양적은건 우리가 초딩이니까 이해하겠는데, 이건 좀 아니다.
아니 학교에 왜오는건가? 밥쳐먹을려고 오는거지 그거아니면 이딴데에 계속 다닐 이유가 없다.
언제한번 의견 넣어보자······
"야,넌 이게 맛있냐?"
"응······? 난 밥 별로 안먹어서······"
"오 박현준! 여기있었구나!"
???????????????????????????????
아니 인싸가 우리 아싸무리에 왜쳐오세요, 존나 관심받게······
······아니 이건 기회다! 채륜이가 뭔생각으로 우리자리에 낀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최대한 이기회에 어떻게든 채륜이랑 친해져서 항상 같이 다니는 사이가 되야한다!
"어······ 니가 왜······?"
"응? 나도 여기 앉으면 안돼?"
"문제는 없는데······"
"아! 채륜아, 나 정윤이랑 밥먹고 도서관갈건데 같이갈래?"
"책은 싫은데······ 그래도 할 건 딱히 없으니 너희들이 간다면야!"
"응······ 어? 우으······"
뭔가 정윤이가 불편해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갑자기 우리사이에 인싸가 끼어서 그런가?
다른애들 눈길이 뭔가 쏠리는듯한 기분인데, 애새끼들 눈치가 뭐가 중요한가, 난 어차피 고딩됐을때 얘들이랑 소꿉친구일텐데!
아침에 채륜이랑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이렇게 커다래질 애랑 점심도 같이 먹을정도로 친해졌다니, 나 꽤 소질있는듯?
"으······ 배불러······"
"그렇게 먹어대니까 그렇지."
"하아? 이새끼가!"
퍽!
"커헉······ 아니왜때려!"
"여자한테 그딴소리하면 쳐맞아야지!"
"으······ 이게······!!"
그래. 내가 참는다 참아. 고등학생이 됐을 때 니 모습을 생각해서······
이것도 나름의 친분을 쌓는다고 보면 되겠지······쳐맞으면서 쌓긴 좀 그렇지만, 그래도 고통끝엔 행복이 있다!
"오······"
"뭘 그리 멀뚱멀뚱 보고만 있어? 도서관 처음오냐?"
"응. 난 책 안읽는다고."
"그럼 대체 왜온거야?"
"니들이 도서관에 간다고하니까."
"아니 넌 다른애들이랑 놀던지······"
"그래도, 한번쯤은 이러고 싶었는걸? 헤헷"
"저······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언제 책을 가져왔는지, 벌써 앉아서 정윤이가 책을 읽고있다.
음······ 어쨌든 같이 있는거니까, 친해지는데 도움이 되긴 되겠지······ 일단 책이나 읽자.
"······."
읽을만한 책이 없다.
무슨 그림책이나 페이지수가 적은 책들밖에 없다······
아무리 초등학교라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않나?
나도 도서관은 잘 모르겠으니 일단 정윤이한테 물어보자.
"정윤아, 혹시 니가 읽고있는책들 다 어디에있어?"
"어······? 이거 내가 집에서 가져온건데······."
"······뭐?"
"여기엔 책이 다 재미없는거밖에 없어서 그냥 내가 가져왔어······."
"그럼 니가 가지고있는 책좀 빌려서 읽어도 괜찮아?"
"어······ 응······ 그건 괜찮아······"
"고마워!"
진짜 여기 도서관 책들이 다 구려서 그냥 정윤이가 가져온 여러 책들중에서 아무거나 빌려 읽고있다.
근데 진짜로 다 일본문학이네······ 얘 진짜로 나중에 씹덕될거같다.
······고요하다.
도서관 안에서 종이를 넘기는 소리밖에 안들린다.
정윤이에게 빌린 책 꽤 재미있다. 옆에 앉아있는 채륜이는 만화책을 가져와서 읽나 싶더니 그냥 자고있다.
정윤이는 여전히 조용하게 책을 읽고있다.
······아름답다.
이 책이 아름다운게 아니라 정윤이가 아름답다.
진짜 나 로리콘인가? 미쳤나보다.
정윤이는 나중에 크면 어떤모습일까······
"쿨······쿨······"
이년이 조용히 코까지 쳐고네.
채륜이는 활발해서 그런지, 하는짓이 지 꼴리는대로 행동한다.
이쁜데다가 크기도 커질텐데, 내가 어떻게해서든 다 참아야지······
근데, 앞으로도 정윤이와 나는 계속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을 것 같은데, 채륜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등하교 집 동선이 똑같아서 다행인데, 그때 제외하면 과연 학교 내에서 더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거기다 다른 이들의 시선도 불편하다.
잼민이새끼들 시선 별로 신경안쓰인다고 했지만,
그래도 난 고딩때까지 완전 아싸새끼였다. 난생 처음으로 시선을 받아보는데, 아무리 초딩들의 시선이라 해도 불편하다.
······그냥 채륜이는 포기해야할까······?
"······."
"돌아갈 시간이네요. 얼른 깨우고 교실로 가죠."
"어······? 벌써?"
"네. 진짜에요. 책 읽느라 시간가는줄도 몰랐죠? 이런 기분을 이자는애도느꼈으면 좋았을것을······"
채륜이는 툭 쳐서 깨우고 교실로 돌아갔다.
"하암······ 잘잤다."
"야, 도서관이 무슨 잠방이냐? 무슨 코까지 골면서 자냐······"
"······뭐? 내가 코까지 골았어?"
"응. 조용히 쿨쿨대던데."
"으악! 주변에 다들렸으려나?"
"그럴지도."
"이새끼야 그럼 깨워줘야지!!!"
"잘 자고 있더만, 왜 그걸 깨우냐? 잘거면 입이라도 막고 자든가~"
퍽!
또 바디블록을 쳐때린다. 와 진짜 성격 개좆같네.
······잼민이라 그럴테니 이해하자. 그래.
"아씨······아프잖아! 왜자꾸때려!"
"흥!"
"······헤헤 사이 좋아보이네······"
너무 목소리가 작아서 채륜이에겐 안들린 듯 하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나는 들었다.
전혀 웃지 않을 것 같던 정윤이가 웃으면서 말했다······아니, 우는듯한 표정인데······?
······그냥 말대꾸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사이좋아보인다니, 이대로면 사이좋은 소꿉친구가 될 날이 머지않을 듯 하다.
그래! 좀만 더 쳐맞아도 다 참는거다! 그래! 이정도의 S급 여자인데!
초등학교라 그런지, 그냥 한숨 잤더니 학교가 빨리 끝났다.
와······ 항상 야자하면서 창밖에 놀던 초딩들 보면서 부러웠는데.
진짜 학교가 빨리끝나니 이정도로 행복 할 수가 없다.
······채륜이 한테는 여전히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서 못다가가겠고, 정윤이는 어떨려나?
"정윤아, 집은 어디야?"
"······어? 어?? 왜???"
정윤이가 엄청 놀란표정으로 말한다.
오늘 만나서 오늘 친해졌는데, 갑자기 집주소 물어보니 그럴만하다고 생각이 든다.
나도 참 눈치없지 시발. 여자들이랑 대화를 해봐야 알지······
"아니, 놀러가는건 아니고! 그냥 같이 걸어가면 어떨까 해서······."
"어······ 그래······ 그정도면······"
다행이 받아주는 듯 하다. 순간 개 미친새끼로 낙인찍힐 뻔 했다.
아니, 애초에 얘는 초딩이잖아. 남여 둘이서 집으로 들어가고 하는짓을, 얘는 어떻게 알겠냐?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게 많은가?
······그럴지도?
그냥 정윤이랑 같이 아무말 없이 걸어가고있다.
뭔가 책이라도 읽으면서 갈 줄 알았는데, 위험해서 그런 짓은 안하나보다.
"야! 어디가냐?"
채륜이가 달려와서 내 머리를 쳤다.
아프진 않아서 왜때리냐고 소리지르진 않았다.
"그냥 집가는데?"
"어? 정윤이집가냐?"
"에?? 진짜??? 우리집은 안되는데······"
"아니 뭔 개소리야! 그냥 서로 자기집 가는 길이라고!"
"아~ 그랬냐? 난또~."
······뭐지? 아니 요즘초딩들 성지식이 풍부한가? 성교육을 아주 제대로 배우나 뭐이리 이상하게 쳐다보냐.
요즘초딩도 아니고 그냥 과거인데······ 성교육 진짜 잘받나보다.
아무래도 얘들 앞에서 이해못할만한 섹드립은 안될 것 같다.
진짜 다 이해해서 병신취급 할듯하다.
"후에~ 근데 니들 다 집가서 뭐하냐?"
"어······ 난 책만 읽는데······"
"하아······ 제발 그 책좀 그만읽어! 만화책도 지겨워 죽겠는데 그런걸 어떻게읽냐?"
"뭐? 만화책이 지겨워?"
"아으······ 순 이상한 짓들만 쳐하잖아! 로맨스는 1도 없고······"
뭐지 이 미친년은? 진짜 섹스라고 하면 얼굴을 붉힐 듯 하다.
"아니 뭔 로맨스야······ 그럼 넌 뭐하는데?"
"나? 피씨방."
피씨발!
과거에서도 잼민이는 잼민이인가보다.
진짜 야스오하면서 패드립 날릴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하······ 이 미친년이랑은 놀기 어려울 듯 하다.
"아니, 너는 할 게 없어서 피씨방을가냐?"
"왜! 그럼 나보고 공부하라고? 같이 게임이나 하자~."
"······아니 같이 가자고?"
"응!"
"나 돈 없는데?"
"내가 다 내줄게! 정윤아, 너는?"
"싫어."
"······."
갑 분 싸.
그래. 정윤이는 피씨방가서 게임이나 쳐할 스타일은 아니긴 하지.
집에가서 부모님 도와주고 공부할 전교1등 스타일이다.
근데 평소에는 말하기 전에 뜸 들이는 찐따스러움이 넘쳤는데,
피씨방 가자고 하니까 즉답이 나왔다.
'싫어.'
"어······ 그럼 우리 둘은 게임 할테니까, 너는 그냥 옆에서 책읽을래? 책상은 있는데······"
"······그래. 집 가서도 책만 읽으니까, 그냥 우리 옆에서 책 읽을래? 외로울텐데······"
"······현준아, 너도 갈거야······?"
잠만, 나 어쩌다 수락한거지? 시발 집가서 애니 볼려고 했는데?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가 떠오르네······
아씨 지금 정윤이도 내가 간다고 하니까 따라갈려고 하는데, 이걸 놓칠 순 없고······
그래. 3명이서 다같이 가는건데, 이것도 소꿉친구가 되기 위한 가장 큰 친밀행동이지!
"응. 정윤아, 너는?"
"······그래. 한번 가볼게."
"아싸! 그래! 돈은 다 내가 내줄게~ 가서 먹을것도 살 수 있으니까 사줄게!"
"오! 진짜? 돈 많나보네?"
"아빠가 숨겨놓은 비상금에서 쌔벼온거지만 말이야~ 우하핫!"
"······?"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거 같은데······?
아, 뭐 어때. 우리 3명이서 같이 피씨방으로 가는건데, 다같이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대로면 얘들이 다 내 소꿉친구가 되는거나 다름없다고! 이건 내 평생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윤이는 게임을 안하는 듯 하지만, 그래도 가끔 쉴 때마다 옆에서 말걸어주면 되겠지 뭐.
자! 계속 미연시 게임처럼 호감도를 쌓는거다! 이 존나커질 채륜이랑 이쁜 정윤이랑!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