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3
* * *
[전체]chaeryun111(야스오):좆@밥새기 ㅈㄴ못하네ㅋㅋㅋㅋㅋ
[전체]rjsanrtkqkf (제드):니@ㅐ미요^^
잼민이 답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심한가?
······뭐어때. 나도 어릴 때 저랬는데.
"으아악! 이새기 계속 내탓한다고!"
"왜그리 화를내? 심호흡하고 제대로 해봐."
"으······ 이게 진짜···!"
퍽!
"아야! 아니 왜 가만히 있는 나를 때려!"
"같이 엿이라도 좀 날리던가!"
"난 그렇게 품위 없지 않거든?"
"흥."
······얘 이거 츤데레라고 하나?
츤데레라고 하기엔 욕밖에 안박는데.
와중에 정윤이는 옆에서 조용히 책만 읽고있다.
조금이라도 같이 하자고 말이나 걸어볼까?
······아니다. 얘는 이게 좋은거겠지 뭐. 가만히 있자.
"······저기.조금만 조용히 해주실래요?"
"···?"
"······?"
······뭔데 얜···?
아니 피씨방이 시끄럽게 떠드는데지 갑자기 뭔 조용히하래.
보아하니 얘도 정윤이처럼 책을 펼치고있다. 문제집이다.
미친년인가 뭔 여기와서 문제집을 풀어.
"뭐? 피씨방이 노는데지 뭘 조용이해!"
"정도가 과하다구요!"
"하? 여기와서 게임은 안하고 문제집 푸는게 잘하는짓이다."
"언니는 거기서 작작좀 패드립 날리시죠?"
뭐야···?아는사이인가? 뭐저리 친해보이냐.
"저기······ 니들 혹시 아는사이냐?"
"오빠는 누구에요? 언니, 또 남자만들었어요?"
"뭔 개소리야! 우연히 만난거거든?"
"언니가 그런걸로 여기까지 오게 할 능력은 없는데······."
채륜이랑 꽤나 친해보인다.
피방에 와서 공부하는게 미쳤다고 생각이 들지만.
저 단정한 겉모습에 내 첫인식은 안개처럼 사라졌다.
단정하게 묶은 긴 갈색머리에, 옷까지 무슨 와이셔츠를 입어서 중학생처럼 보인다.
딱봐도 채륜이랑은 정반대로 차분하고 품위있게 보인다.
물론, 몸이 딱 봐도 초딩이다. 채륜이에게 언니라고 하는걸 보니 나보다 어리겠지.
얘도 만약 나랑 소꿉친구가 되면, 여동생인 소꿉친구가 되려나?
음······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난 연상이 취향이지, 연하는 질색이다.
내가 무슨 로리콘도 아니고.
"······근데 너는 왜 피방에 와서 공부를 하냐?"
"처음 만났으니 인사부터 하죠. 저는 한소윤 이에요. 이 망할언니랑 어릴때부터 같이 놀았어요."
"야.망할 뭐?"
"어쨌든, 오빠 이름은요?"
"난 박현준. 아니 잠만, 말돌리지 말고 넌 왜 이딴데에서 공부하냐니까?"
······얘 꽤나 똑똑하네?
이게 미쳤나. 제일 중요한 질문을 교묘하게 회피하려한다.
"어······ 그냥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서 싫어요."
"그럼 이왕 여기온김에 나랑 한판만 하자."
"전 언니처럼 놀지만은 않거든요?"
"이게 미쳤나!"
하아······ 얘도 정상은 아니다.
아니 정윤이처럼 가만히좀 있어봐. 얼마나 좋아?
"······?"
얘는 여기서 잠이 오나? 책읽다가 그대로 엎어져 자고있네.
전자파 맞겠다. 게임 안할거면 집에나 가지.
······와근데 진짜 이쁘네. 얌전하니 더 예쁘게 보인다.
앞머리만 좀잘라봐라.
"어······ 얜 누구에요? 저처럼 문제집풀다 자는거에요?"
"뭐야, 얘 언제 자고 있었냐?"
"몰라. 깨우기도 좀 그런데, 일단 놔두자."
"봐요! 저같은애 꽤 있죠? 전 정상이라구요."
아니. 얘는 책읽다 잔거지. 너처럼 머리써야하는데 여길 쳐오진 않아.
"음······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저녁인데?"
"······학원 늦었네. 걍 제껴야지."
"너 학원도 다녔냐?"
"어차피 다 땡땡이 피우는데 상관없어."
"언니 그거 돈낭비에요······ 차라리 저한테 주세요!"
······얘들 이거 소꿉친구로 만들어도 되는건가?
나중에 눈호강할거 생각하면 참아야겠지······ 어휴.
······일단 정윤이부터 깨우자.
"정윤아 일어나! 이제 저녁이야."
"으······ 음···? 벌써···?"
어지간히 피곤했나보네. 이럴거면 그냥 집가지 왜온거야?
"그럼 난 집으로 가볼게. 내일보자."
"그래, 내일보자~"
"······잠깐 오빠! 혹시 폰 있어?"
"어······ 응. 있는데. 왜?"
"오빠 전번좀!"
"······?"
······나 헌팅당한건가···?
난생 처음으로 번호 따여본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연하는 취향이 아닌데······
그래도 뭐, 매일 밤 연락해서 친해지면 소꿉친구는 되겠지.
"그래. 자."
"고마워 오빠!"
"야, 니가 오히려 더 남자 찾는거 같은데?"
"언니만큼은 아니거든?"
"아니 근데 내 전화번호는 왜?"
"저는 알게된 사람 대부분은 다 전화번호로 남기거든요."
아······ 그런거였냐······?
나도 여기 초딩때로 돌아오기 전.
고딩때 폰 주소록에는 몇명 친구들 전번이 등록되어 있긴 하다.
모두 반톡에서 준 거라 단 한 번도 연락해본 사람은 없지만 말이다.
······소윤이도 이 케이스인가?
"······그럼 난 집이 여기라······ 가볼께······"
"그래 정윤아. 잘가."
"······맞다. 이채륜 너는? 더있을 거냐?"
"당연하지! 승급까지 1승남았다!"
"어휴······ 그래라. 내일보자."
그래. 승급전은 못참지. 이해한다.
"······."
솔직히 이렇게 늦게 집에 들어와본 적은 처음이다.
난 항상 빨리와서 애니만 봤으니까. 그 어떤 외출도 하지 않았다.
오늘은 내가 과거로 온 후의 첫 일상.
소꿉친구를 만들기 위한 내 용기는 꽤나 대담했다.
여자 둘이랑 많이 친해지고, 한명이랑은 번호교환도 했다.
"현준아, 밥먹어라!"
······맞다.
이채륜 이 망할년이 간식 사준다고 했는데!
진짜 성격 더럽네이거.
"······잘먹었습니다."
······뭐, 고딩때랑 별 다름없는 맛이다.
과거로 온 후의 처음 맛보는 저녁인데도 말이다.
"······."
잠깐, 일단 생각을 좀 정리해보자.
내가 지금 과거로 왔다고 마냥 좋아할 게 아니다.
내가 왜 과거로 왔는지가 문제다.
베개밑의 소원 때문인건 느낌적으로 알겠는데.
이게 진짜 무슨 도라에몽이냐?
이딴 소리를 누가믿냐고.
······어쩌면 당장 내일아침 다시 내가 고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럼 큰일인데······."
······아니, 큰일은 무슨 큰일. 어차피 다시 현생으로 돌아가는건데.
······그래도 난생 처음으로 친한 여자를 만들었는데.
다시 돌아가긴 너무 아깝다. 심지어 여기에서는 나중에 가면 소꿉친구가 된다.
위잉···위잉···
곰곰히 생각하던 도중, 갑자기 휴대폰의 진동이 울린다.
"······? 알림 울릴게 없는데. 재난문자인가?"
"······."
전혀 안올 것 같았던 문자가 왔다.
"오빠! 지금 시간되요?"
아니······이시간에 갑자기 뭔 문자냐.
······일단 답변하자.
"시간이야 얼마든지 있지."
위잉··· 위잉···
"이거 숙제인데 찍어서 보내야함! 나보다 나이많으니 풀 수 있죠?"
······미친년이네 이거.
초딩이 중등수학 문제를 찍어 보여준다.
나이많아도 똑같이 초딩인데 무슨···········
······요즘 초딩은 다 이런가?
내가 중등과정을 알아서 다행이지······
······대충 풀어서 보낸다. 쉬운거라 어려운 건 없었다.
위잉··· 위잉···
"와! 이거 중학교껀데 잘 푸시네요! 은근 똑똑하네요 오빠. 고마워요!"
"아니, 근데 왜 니가 이걸 풀고있냐?"
"에···? 오빠도 풀잖아요."
"그건 그렇다 치고. 니가 이걸 푼다고?"
"ㅔ."
······성의없게 'ㅔ'가 뭐냐 'ㅔ'가······
그래도 소윤이가 공부를 잘하긴 잘하나보다.
······그래. 우등생 소꿉친구 한명쯤은 더 있어야지!
소윤이는 얼굴도 나쁘지 않으니까.
"······근데 넌 채륜이랑 어쩌다 친해진거냐?"
"어······ 어릴때 옆집이였어요."
옆집이라······ 나도 옆집에 여자 한명 있었음 좋겠네.
"그래. 늦었으니 빨리 자라. 그래야 키큰다."
"오빠보다 커질거거든요? 신경끄세요."
······확실한건, 얘도 채륜이랑 친해서 그런지 싸가지가 없다.
"······."
"졸리네. 애니도 다 옛날거라 재미없고······ 그냥 자야지."
······나도 많이 피곤했나보다. 눕자마자 눈이 감긴다······
"······."
······눈떠보니 아침이다.
다행이 내가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진 않은것같다.
······그래도 여전히 걱정된다.
갑자기 내가 다시 고딩으로 돌아가게된다면?
여기에서 친해진 여자애들은?
"······."
"밥이나 먹고 학교로가자."
이번에는 시간이 촉박하지 않게 일찍 나왔다.
일찍 나와서 그런지, 오늘은 채륜이가 튀어나오진 않았다.
······다른애가 튀어나왔다.
"어······ 현준아······안녕······"
"너는 여기에서 나오는구나?"
"······어? 뭐가···?"
"아, 아무것도 아냐."
맞다. 얘는 내가 채륜이랑 어떻게 만나는지 모르지.
······근데 얘는 진짜 착실하네. 착실하게 책읽는다.
이쯤되면 질리지 않나?
"······근데 너는 이렇게 항상 책만읽어?"
"재밌는게 이거밖에 없으니까······"
확실히, 책 읽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긴 한다.
근데 걸으면서 읽는건 좀 안 좋아 보이는데.
"오빠. 안녕!"
······응? 얘도 여기서 튀어나오냐? 나 은근 여자복도 좋네.
채륜이는 늦게 나와서 안됬지만.
"오빠는 책언니랑 친한가보네······"
"어? 그냥 오다가 만난건데?"
"그게 친하다는거야!"
얘가 이런건 채륜이 때문이려나?
이상한 것만 배워가네.
"어······ 근데 아직 책언니 이름도 모르네. 언니 이름이 뭐야?"
"난 신정윤······"
"언니는 책말고 또 뭐해? 학원다녀? 문제집은 풀어?"
아니 이 미친년이 저나이에 공부밖에 안하나?
"아니······ 난 이런 소설들만······"
"에이······ 그럼, 어쨌든 책 보는거니까 점심시간에 나랑 같이 도서관가자!"
"뭐······ 항상 가지만······ 그래······."
"어? 또 같이가게?"
"응! 오빠도 같이 가자!"
또 도서관을 가냐? 갈 데가 없어서?
하긴. 학교에서 할 게 뭐가 있다고. 그냥 조용한데나 가자.
"······그럼 채륜이는 어쩌고?"
"괜찮아. 언니는 다른애들이랑 놀테니까."
"어제 그럴줄 알았는데, 우리 따라왔다니까?"
"어···? 그언니가 도서관을 갔다고?"
"응. 밥도 갑자기 와서 같이먹고."
"······합리적 의심! 오빠 조심해."
······아니 갑자기 또 뭔 개소리야.
얘 이거 진짜 초딩 맞냐?
설마 나처럼 갑자기 과거로 돌아온 고딩 아냐?
이것도 합리적 의심이다.
"그건 내 알빠 아니고. 또 우리 따라오면 어떡해?"
"어······ 따라오면 따라오는거지 뭐! 오빠는 그런거 신경써?"
그야, 갑자기 인싸인 애가 우리 아싸모임에 끼니까 그렇지.
얘 참 답답하네. 똑똑한거 맞나?
책을 좀 읽혀야겠는데. 난독증 느낌 씨게오네.
"어휴······ 그래.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자."
이야기 하다 보니, 벌써 학교 앞 이다.
"그럼 이따 점심시간에 보자 오빠!"
"ㅔ."
"···?"
뭘 놀라. 어제 니 성의없는 답변 맥이는거다.
······정윤이랑은 어차피 같은반이라 편하네.
볼수록 선녀다. 처음엔 음침한 애 같이 보였는데.
용케도 학교폭력이랑 왕따 안당하고 살았네······
어휴. 이딴 등신같은 감옥에 뭐하러 쳐오냐.
가르치는건 좆도 없고 시간낭비같다.
할거라곤 여자만들기······점심때까지 잠이나 자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