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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에 미친놈-5화 (5/39)

〈 5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4

* * *

"······."

"······현준아."

"······?"

······뭐지···?

······내가 너무 졸았나······

"······정윤아···?"

"왜그랬어······."

"······응?"

얜 또 뭔소리래···?

······자세히 보아하니, 정윤이의 뺨, 턱, 이마에 땀이 흐르고있다.

······나도 그렇다.

······뺨은 눈물인가···?

내 입 안에 침이 가득 맴돌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

아니 말을 하세요 미친년아.

이쁘고 얌전한애가 갑자기 왜이래?

"······아니 말을 하라고."

"······대체 왜 그런거야······."

쌓이는 혼란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못참겠다.

"······야이 씨바ㅡ"

"······어?"

"······어? 응···?"

······?

뭐야?

······정윤이가 숙여서 내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고있다.

"저······밥 먹으러 가자고······."

"어······ 응······"

······꿈이였나?

······아직도 내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뭐였지···?"

생각 할 수록 머리가 과열된다.

호흡이 짧고 가파라진다.

······소름끼치고 무섭다.

그 창백한 얼굴로 날 쳐다보던 눈빛······

오싹해진다.

"······어? 뭐가···?"

"아,아무것도 아냐."

"······그래. 소윤이나 찾으러 가자······."

······소윤이한테 가는 와중에도 내 손이 덜덜 떨린다.

······어지간히 무서웠나보네.

몸집작은 초딩이 뭐가무섭다고······

······어후소름끼져.

뭔가 불길한 예감이 계속 든다.

"······저기, 괜찮은거 맞아···?"

"어···? 응···? 왜?"

"아니······ 계속 떨고있잖아······ 추워?"

······니가 싸늘하다 씨발.

갑자기 정윤이가 무섭게 보인다······

갑자기 왜 이러지···?

······꿈 때문일거야. 그래.

"오빠! 배고프다~ 빨리 급식실로 가자!"

"어······ 응. 그래."

······그래. 밥 먹으면 괜찮아 질거야.

······아니, 이미 괜찮아졌다. 소윤이가 와서 그런가?

······역시 정윤이는 조용하고 싸늘해서 그런거였나···?

······그래.기분탓이였을거야······

아까전까지는 손이 계속 떨렸는데.

이젠 괜찮다. 밥을 먹고 있어서 그런가···?

"근데······ 오늘은 채륜이가 안 오네?"

"ㅔ. 조용하고 좋네요~"

사실, 채륜이가 안 오는게 정상이지만.

어제 딱 한번 같이 논 이후론.

다같이 많이 친해진 느낌이다.

계속 이대로면 빅젖이 내 소꿉친구가 된다고!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오빠. 왜 언니 없으니 신나보여요···?"

"그야, 같이 있으면 내가 맞으니까."

"헐······ 학교폭력?"

"그럴지도···?하핫."

역시 인싸는 없는게 편해.

밥을 다 먹고, 소윤이는 문제집을 가져오겠다고 잠시 떠났다.

······그런데 정윤이가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걸었다.

"······현준아."

"응? 왜?"

"······무슨 일 있지."

"······어? 가, 갑자기 왜?"

"······다 알아. 나도 자주 불안해하니까. 무슨 일 인데? 알려줘."

정윤이가 제대로 파악한다.

······아까 내가 욕해서 그런가?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

"······들어도 이상하게 생각할걸."

"상관없어. 얼마든지 도와줄테니까."

오······ 은근 멋있네.

정윤이한테 이런 면이 있었는지는 몰랐다.

항상 조용하고 싸늘해서 이런 진지한 대화는 못할 줄 알았는데.

앞머리에 살짝 가려진 풀린 눈이, 지금은 나를 째려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뭐 때문 이였냐면······."

"야이새꺄! 여기있었구나!"

아씨. 저 망조의 짐승같은 년이.

중요한 대화 할 때 쳐끼어드네.

"둘이서 뭐해? 오! 설마 고백?"

"아니 또 뭔 개소리야 갑자기 쳐와서!"

"왜 니들 둘이서만 가! 난 자고있었는데······ 좀 깨워주지."

"소윤이랑도 같이 갔었거든? 너 없으니까 조용하고 좋단다~"

"이 망할년이 진짜···!"

"오빠! 나왔어.······어? 언니는 어디갔다 온거야?"

"니가 날 버려서 밥도못먹고 여기에있다!"

"언니가 자질 말든가~"

저 둘은 참 친해보이네.

······근데 난 정윤이랑 제일 중요한 얘기를 못했다.

······뭐, 어차피 꿈얘기인걸 듣자마자 그냥 넘어갈텐데.

아무일도 없던걸로 하자.

······정윤이는 불편해 보이는 표정인데.

똥 싸다 끊긴 느낌이려나?

"그래서. 문제집은 왜? 또 도서관가게?"

"응! 숙제해야해."

"으······ 난 도서관 싫은데······."

"그럼 쳐 오질 마!"

"알았어! 가서 잠이라도 잘게."

도서관에서 읽을만한 책을 찾고있다.

······읽을만한 일본 문학이라곤 없지만 말이다.

또 정윤이한테 가서 부탁해야겠다.

"저······ 정윤이? 혹시 책······."

"잠깐 따라와봐."

"······어?"

정윤이가 나를 도서관의 구석진데로 끌고 간다.

······여긴책장으로 가려져 있어서 다른곳에선 안보이는듯 하다.

얘는 이런데를 또 어떻게 알고있냐······

소윤이는 문제푸느라, 채륜이는 자고있어서 못본 듯 하다.

"아, 아니 갑자기 왜···?"

"아까 하려던 얘기 마저 해."

조용히 속삭이는듯 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도 조용히 말했다.

"······사실, 자는동안 네가 내 꿈에 나왔어······."

"······내가 꿈에서 뭔 행동을 했길래 네가 그렇게 불안해해?"

"······그냥 나를 멍하니 쳐다봤어."

"······."

"나한테 왜 그랬냐고 말하면서······."

······존나 이상하게 들리겠지.

자기가 내 꿈에 나와서 쳐다보고 개소리하다 갔다는데.

"······그게 다?"

"응."

"······그게 그렇게 무서웠어···?"

"많이 무섭더라. 그렇게 싸늘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으니."

"······내가 그런 이미지야?"

잠깐잠깐, 갑자기 왜 이래?

자길 욕하는 줄 아는건가?

"아니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

"······."

"······."

······조졌다.

얘는 내가 평소에 자길 무섭다고 생각한 줄 알거아냐.

······시발. 연 끊기게 생겼네.

이걸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뒷목을 문질렀다.

"······나도 잘 모르겠어."

"······."

"······."

······한동안의 정적이 흐른다.

······춥다.

진짜 춥다.

······정윤이가 날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거면, 다행이야."

"······어?"

"난 무슨 니가 누구한테 맞은 줄 알았지."

채륜이한테 맞기는 하는데.

"······그런 줄 알았냐?"

"응. 너무 불안해 하길래. 엄청 걱정했다고?"

······너 때문에 내가 불안해 한건데.

꿈이니까, 별로 신경 안 쓰는걸까···?

······근데 나를 걱정했다라······

······뭔가 기분이 좋은데?

아······존나행복해. 제발 빨리 예쁘게 성장해줘라.

"아하핫······난 또 니가 성격때문에 뭐라 할줄알고······."

"······난 원래 조용한데?······그래도 다행이야. 이젠 괜찮아?"

"응. 고마워."

진짜 천사네.

사실, 아까전까진 무서웠다.

창백하게 쳐다보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래도 덕분에 이젠 안무섭다.

오히려 예쁘다.

······진짜 딴애들에 비해서 완전선녀네.

······다루기도 쉽달까···?

이야기가 끝나자 마자 약속한 듯이 종이 울린다.

"······이제 돌아가자."

"······응. 고마워."

"······헤헷 무슨 계속 고맙대."

정윤이의 입술이 기껍게 찢어진다.

······웃는 모습도 천사같네.

처음으로 정윤이가 웃는걸 본 거 같은데.

"오빠, 체육이라 먼저 갈게. 하교때봐."

"그래."

"우으······저······새끼······ 잡아······."

······얘는 잠꼬대 하면서 잘 쳐자고있네.

미안하다. 니가 아무리 커져도 정윤이를 이길 순 없을 것 같다.

"으······어? 꿈이네······."

"승격전꿈이냐?"

"응······어? 니가 그걸 어떻게아냐?"

"잠꼬대 잘들었다~"

"씨발!!!'

퍽!

"아씨······이젠 익숙하다."

"그럼 더쳐맞을래?"

"아니아니. 죄송합니다."

하아······ 이 폭력배는 진짜 답이 없네.

진짜 젖 커지기만 해봐라. 존나게 갖고 놀려줄테니.

"······."

이번 수업시간에는 잠을 안잤다.

아니, 못잤다. 또 그런 꿈을 꾸게 될까봐.

······어쨌든 드디어 집에 간다.

정윤이코인 탑승한다. 채륜이는 답이없다.

"정윤아, 같이가자."

"응."

······전엔 엄청 놀라더니, 이젠 차분히 받아주네.

아까 얘기한거 때문에 그런가···?

"현준아! 우리끼리 가자!"

"응? 뭔소리야?"

"소윤이 버려."

"······삐졌냐?"

"······닥쳐이새꺄!"

퍽!

"시발······바디블록좀 그만쳐맥여!"

"쳐맞을 짓을 하질 마!"

"오빠! 왔어······어? 진짜 학교폭력이야?"

"저건 또 끝나자마자 왜 와서······."

"언니를 냅둘 순 없거든요~"

"······야, 또 피방갈래?"

"가긴 뭘가!"

"에? 어제 재밌었지않아?"

"언니······ 그건 좀······"

"넌 닥쳐."

말넘심······

"가면 니가 뭐 사줄거야?"

"응! 간식 사줄테니 가자!"

"그래놓고 어제 안 사줬잖아."

"어······ 그랬나···?"

기억력 레전드네.

두뇌가 어떻게 되먹은거야?

"어차피 저도 못 가요. 학원 가야 하거든요."

"야, 그냥 나랑 제껴!"

"돈내고 다니는건데 제끼긴 뭘제껴요!"

"어휴······ 그럼, 정윤아. 너는?"

아니, 책만읽는 애한테 뭘 게임을 바래.

"어······ 어제 처음 가보고 가기 싫어졌어."

"넌 피방이 책방인 줄 알아?"

"난 게임 안해서말이야······"

"결정이네. 그냥 다들 갈길가라~"

"으······ 결국 난 학원이잖아···!"

······즐겁다.

고딩 때랑은 차원히 다르다.

······친구가 있는게 이렇게 즐거운 기분인가?

다른 사람과 이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질 정도다.

"그럼, 우리둘은 학원가야해서요. 내일봐요 오빠!"

"내일은 뭔 내일이냐 빡대가리야. 내일 주말이거든?"

어···? 내일 주말이였냐?

날짜도 안보고 살아서 몰랐네.

하아······ 고전애니나 싹다 몰아서 봐야지.

"그래. 그럼 다음에보자."

······정윤이랑 나 둘밖에 안남았다.

서로 대화를 시작할 거리가 없다보니, 그냥 조용히 걷고있다.

"······."

"······."

······너무 조용해서 내가 말을 걸려던 순간.

정윤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현준아. 내일 뭐해?"

"어···? 내일? 주말이니까 그냥 집에만 있는데."

어차피 애니만 볼거다.

"······그럼 내일 나랑 같이 서점 가볼래?"

"······어?"

······? 갑자기?

이거 뭔 데이트 신청이냐?

"······갑자기 왜?"

"항상 도서관에서 나한테만 책 빌리고······나도 책사러 가는김에 니책도 사러 가자."

"······난 돈 없는데···?"

"······두 권 정도는 내가 사줄 수 있어."

······?

······이젠 하다하다 돈까지 주는거냐?

천사가 따로없네.

"아니······ 꼭 그렇게까지 해서 갈 필요는 없는데······"

"아냐. 나도 혼자가기 심심해서 그래. 두 권 정도는 사줄테니까 가자."

"······그래. 나중에 꼭 갚을게."

"갚을 필요는 없긴한데······"

돈도 많나보네.

그래도, 정윤이랑 같이 서점을 간다고?

이건 못참지.

······근데 외롭다고 나랑 같이 가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럼, 내일 학교 앞에서 보자. 잘가."

"응. 너도."

와······ 시발 무슨 데이트냐?

오늘 꿈때문에 단둘이 대화했다고 이렇게 되네.

무슨 미연시같냐 전개가.

······내일 좀 꾸미고 가야할까···?

······천사는 겉 모습은 안 본대.

그냥 항상 그래왔던 모습으로 가자.

아······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대되냐.

거의 뭐 단둘이 데이트 아니냐?

나 밀당 은근 잘하는걸지도?

"······."

졸리다. 빨리 자고 일찍일어나서 준비해야지.

"······."

갑자기 생각난건데, 베개 밑에 정윤이 가슴 크게해달라고 써놓을까?

······내가 과거로 온 것도 이렇게 된건데.

······정윤이도 될 지도?

"······."

······시발 존나 자괴감든다.

이딴 문장을 쳐써놓고 내 머리맡에 두고 잔다니.

"······모르겠다. 그냥 자자."

······정윤이 크기가 커지는 상상만 하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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