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8
* * *
"우음······."
"······."
······불편해···!
자는데 괜히 껴안아선······
······이래선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다.
움직인다 쳐도 정윤이가 깰 수도 있고······
이상태에서 깼다간 진짜 대참사난다.
"하으······ 헤헤······."
······뭔 꿈을 꾸길래 잠꼬대가 이렇게 심하지?
내 몸을 쥐는 압력의 변화가 빈번이 뒤바뀐다.
"우음······."
"······."
······좆됬다.
화장실 마렵다.
······어떻게 가지?
아까 전보다 더욱 꽉 껴안고있다.
"하움······."
······못 참겠다.
천천히······ 조심히 나가자.
"우으음······"
부스럭대며 겨우 정윤이의 팔 애래로 빠져나왔다.
정윤이가 갑자기 조용해진듯 하지만······ 괜찮겠지.
"어후······ 살것같다."
"······깼어?"
"으아악!"
한순간 내 숨이 멎었다.
설마 진짜로 깼을줄은······
"까,깜짝놀랐잖아!"
"미안······ 내 품에서 나온 것 같아서······."
"······에?"
······니 품은 뭔 니 품이냐.
일방적으로 껴안아서 잠도 못잤는데.
"어휴······ 알았다. 다시 자러가자."
"응!"
······소름돋네.
빠져나간건 어떻게 알고 깨지?
껴안을게 없어서 깬걸려나······
"헤헷······."
"으와앗···?"
또 나를 침대에 밀쳤다.
······달라붙는건 좋은데, 정도가 너무 심하다.
"아,아니 또···?"
"졸리다~ 빨리 자자."
다시 나를 뒤에서 껴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아무리 따뜻해봐야 난 잠 못잔다.
"하암······ 잘잤다~"
"······."
난 못잤다.
"현준아~ 잘잤어?"
"······."
못잤다. 너 때문에.
"······졸려."
"학교에서 자면 될거야~"
말 참 쉽게하네.
그렇게 꽉 껴안아놓고선.
"음······ 배고프다······."
"······그러네."
"밥먹자!"
"······그래."
"좋은아침이에요! 아주머니!"
"응. 잘잤니···?······어? 너 머리가······."
"아······ 저 원래 백발이에요. 학교에선 눈에 띄어서 가발써요."
"어······그래······ 배고프지? 밥 차려줄게."
"감사합니다!"
······확실히 가발을 벗으니 원래 성격이 나온다.
어젠 그렇게 미안해하면서 움츠려있더니.
"우음, 잘먹었습니다!"
"그래~ 같이 학교갈거지?"
"네. 집에 들여보내주셔서 진짜 감사해요!"
······괜히 들여보내줬나?
"야, 이쁜애 사귀었네~"
"아씨······여친 아니라니까?"
"그래그래. 잘 다녀와라."
괜히 들여보내서 엄마한테 이상한 시선만 받았다.
······후회된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어휴······
"······들여보내줘서 고마워."
"아······ 난 힘들었거든?"
"헤헷. 장난이 좀 심했나?"
"너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잤다."
난 정말 갈 때까지 가는 줄 알았다.
"······항상 여기서 튀어나오는데."
"······어?"
"쪼끄만애."
"······소윤이?"
"······응."
아, 그러고 보니 여기에서 소윤이가 나왔었지······
우리가 나름 일찍 나와서 그런가보다.
"헤헷. 이렇게 아무도 없어야 하는데······."
"······."
말 존나 무섭게 하네.
걷다보니 어느새 학교앞이다.
"하암······ 들어가면 바로 자야지."
"맨날 잤으면서."
"이번엔 너때문에 진짜 한숨도 못잤다고······."
"하핫, 미안······ 난 껴안을게 있어야 자거든······."
잠도 참 괴상하게 자네.
······졸려. 점심때까지 계속 자야지.
"······."
"저기······ 살아있니?"
"······."
"안녕···?"
"······?"
······뭐야.
······자고있는데 어떤 미친놈이 깨워.
"······뭔데."
"아······ 그냥 외로워보여서."
"······."
······뭔 잼민이가 앞에서 과자를 먹고있다.
"······먹을래?"
"······됐어."
"그래라~"
실실 웃으면서 계속 먹는다.
······왜 나한테 와서 지랄이지?
"······왜 나한테 말을걸어?"
"아니, 반 친구인데 말도 못거냐?"
"······그건 아니지."
"그렇지?"
"아니 그래서, 뭐 때문에 말건거야?"
"아까 말했잖아~ 외로워보인다고."
"······친구없어보인다고?"
"응. 맨날 잠만자고."
"신경끄셔."
······여자랑만 놀아서 시비터나 싶었는데.
쉬는시간엔 잠만자니 그냥 찐따로 보였나보다.
"······그나저나, 너 이름은?"
"아? 내 이름도 몰라? 반친구인데?"
"전혀 몰라."
"아······ 실망인데. 반애들 다 니 이름은 알고있다고."
"잠만자는데 내이름을 어떻게아냐"
"채륜이랑 같이다니는 애라며."
"······뭐?"
······
······아, 맞다.
이채륜은 인싸지.
"······그게 왜."
"그런 일진이랑 같이 밥먹고 다니다니~ 이름이 안 퍼질 수가."
"······."
이채륜은 초딩때에도 일진,인싸인 애다.
분명 인기많은 애일테고, 노려보는 애도 있었겠지.
······나는 그런애랑 점심도 먹고 떠들어댄거다.
······나 찍힌건가···?
······잼민이 새끼들이 뭘 좀 아네. 이성엔 관심없는줄 알았는데.
"······그래서, 니 이름이 뭐냐니까?"
"난 이진우. 불쌍해서 말걸어준거다?"
"불쌍하긴 뭐가불쌍해. 이렇게나 관심받는데."
"하필이면 저런 일진들한테 찍힐줄이야······."
같이 떠들어댈 친구가 한명 생겼다.
······고딩때도 친구가 있었지.
태준아. 그립다.
난 지금 여기서 소꿉친구 만드느라 고생이다.
중학교 들어가면 저 젖탱이 소개해줄게.
······남이랑 애니얘기하는게 그립네.
"······그래서, 난 어떡하냐."
"오······ 걱정되냐? 신경 안쓰는 줄 알았는데."
"나도 눈치없는건 아니거든?"
"일단, 계속 어울리면 스토커가 생길지도."
"······초딩에 뭔 스토커냐."
"아니, 진짜. 일진들 보통 무서운게 아니야~"
잼민이들이 지랄한다.
······여자랑 논다고 놀리는게 아니라 좀 놀랐지만.
잼민이가 뭔 연애질이야.
"하아······ 일진은 누가있어?"
"어? 몰라?"
"당연히 모르지. 잠만 자댔으니."
"오······ 그럴듯하네. 우리반에 들어와서 지랄하는놈도 있었는데."
"그러니까 누군데?"
"대표적으론 정승빈."
"걔가 뭔짓하냐?"
"음······ 이성에 관심있는 여자애들이 다 좋아하는 애야."
"한마디로 인기남?"
"응."
이성이면 놀려만 댈줄 알았는데.
인기남 같은것도 잼민이엔 있구나.
"걔가 왜 나한테 영향을 줘?"
"너랑 친한 이채륜 전남친이라니까?"
"······???????????"
???????????????
남친도 있냐?
잼민이가?
그딴 여자가?
폭력녀가?
"아,아니 여기에 커플도 있냐?"
"응. 그럼 없냐?"
"나이가 너무 이른데."
"어차피 우리 나이 다 똑같잖아."
"아······."
······맞다.
난 지금 초딩이다.
정신은 고딩이라 생각을 많이하는거지.
나도 남들눈엔 잼민이다.
······여자랑 친해지는데에 미쳐서 깜빡했다.
"하아······ 조언 고맙다. 그럼 잔다."
"그래라~ 다른 여자랑 만나는게 좋을거다?"
······다른 여자.
······정윤이가 제격이긴 하다.
아싸니까.
친구도 없고, 학교에선 조용한애다.
······밖에선 어떨진 모르겠는데.
학교에선 정윤이가 최선이긴 하다.
소윤이도 괜찮을 거 같다.
공부만 해서 이성엔 관심 없을테니.
······근데 이채륜은 절대 포기 못한다.
아니 얼마나 이쁘게 클 애인데 어떻게 포기해.
······일진이란새끼가 대체 뭐길래.
······근데 쟤 애인도 있냐?
인싸라 어느정돈 예상했는데 이리 빠를줄은 몰랐다.
"······."
"······현준아?"
"으음······."
"잘잤어? 점심시간이야."
"······응."
"······왜그래? 무슨 일 있어?"
"······어? 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냐."
······생각하다가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나보다.
하아······ 채륜이를 어쩌면 좋을까.
오늘은 같이 밥 못먹으려나?
"오빠! 밥먹으러가자~"
"······응."
"언니······어? 오빠, 언니 어디갔어?"
"이채륜?"
"응······ 보통이면 오빠 때리고 있을텐데······."
······그러네.
기분 나쁘긴 한데, 진짜로 안보인다.
······먼저 밥먹으러 갔나?
······별일 없겠지.
"······글쎄다. 먼저 밥먹으러 갔으려나?"
"그럼, 먼저 가자."
"어······ 그,그럼 그러자."
이번에도 정윤이가 해결했다.
······해결인진 모르겠지만, 눈빛 하나면 충분하다.
"음······ 진짜 어디로 갔을까?"
"······도서관에 갔나? 아니면 아파서 보건실?"
"신경쓰지마. 밥먹고 도서관이나 갈까?"
"흐읍···! 아,알았어······."
나는 숨을 헉 들이 마셨다.
채륜이만 걱정해서 그런지 정윤이가 계속 째려본다.
얀데레는 질투나게 하면 안됐지······
"다먹었으니까 먼저 도서관에 가볼게."
"자,잠만! 오빠! 나 혼자 두지마!"
어지간히 정윤이가 무서운가보다.
워낙 질투심 쌘 애니까 조심해라.
사실, 밥을 빨리먹고 애들을 두고 나온 이유는.
채륜이를 찾을려고 그런거다.
진우한테 일진얘기 듣고 괜히 걱정되서 그랬다.
······괜한 걱정이려나?
어차피 이게 정상인데.
인싸가 무슨 우리 아싸무리에 껴.
······원래 이게 정상이긴 하다.
······이때 갑자기 복도에 찰진 소리가 울렸다.
뺨을 때리는 소리처럼.
착!
짧은 신음도 들렸다.
"아얏!"
여자 목소리다.
······내 심장이 멈추었다 새차게 뛴다.
······딱봐도 이건 이채륜이다.
일진새끼인지 뭔지랑 관련된.
"이 썅년이 내가 어때서···!"
"뭐해, 병신아."
"으으······?"
······일진인지 뭔지 내 알바냐.
잼민이새끼가 뭐가 잘났다고 애를 때리냐.
"······누구야 씨발?"
고딩이다 씨발아. 다짜고짜 욕질이야.
"얘친구다 새끼야. 왜 애를 때려?"
"······현준아···?"
"아······ 얘랑 같이 다니던 애? 니가 이년 꼬셨냐?"
"벌레가 꼬이는 외모라 미안하네. 너는 아닌가봐?"
"이 씨발새끼가···!"
퍽!
······내 뺨이 일렁이는게 느껴진다.
······공중에 붕 뜬 느낌이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기분.
······이건 내가 맞은거다.
"혀,현준아···!"
"이 새끼가······ 너 때문에···!"
"······."
······
······뭔데.
······안아파.
밀쳐 넘어진거 빼곤 아픈게 느껴지지는 않다.
······난 고딩이잖아.
잼민이가 폼잡고 날리는건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
"······너도 한번 맞아볼래?"
"······뭐?"
푹!
와, 시발 깜짝이야.
내가 날리고도 놀랬다.
경쾌한 소리가 아니라.
진짜 존나쌔서 그냥 얼굴에 박힌 소리다.
정신이 고딩이라 그런지 그대로 고딩주먹이 됐다.
"아윽······ 으아윽······ 아······파······."
"······잠깐만."
"에···? 에?"
······이거 좀 큰일인데?
잼민이한테 고딩주먹을 꽂으니 저기까지 날아갔다.
······내가 초딩때도 채격이 커서 제대로 꽂혔다.
······이거 걸리면 끝장이야···!
채륜이 데리고 도망가자!
"야, 일어서!"
"어······? 뭐?"
"도망가자고!"
"어······."
그대로 채륜이를 일으켜서 밖으로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