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꿉친구에 미친놈-10화 (10/39)

〈 10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9

* * *

"으헉, 헉, 헉······."

"하아, 하아······혀,현준아······ 이제 그만······."

밖으로 나와서 아무곳으로 냅다 뛰었다.

누군가 이 상황을 볼까봐······

······나는 난생 처음으로 사람을 때렸다.

처음 느껴보는 손의 감각이다.

살에 손이 파뭍히는 감각······

"헉, 흐윽······ 야, 박현준!!"

"하아······왜, 왜?"

채륜이가 거세게 숨을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왜, 왜······ 그렇게까지······."

"하아······ 너는 왜 저딴새끼한테 맞고있는거야?"

"으흐윽······ 흑······."

"······어?"

"흑······ 으아앙···!"

"왓!? 자,잠깐! 뚝!"

······채륜이가 갑자기 서럽게 운다.

······아주 서럽게.

마치 아주 오랫동안 울음을 참은 것 처럼······

······무슨말을 해줘야할까.

이대로 냅둘수도 없는데······

"괘, 괜찮아······ 그새끼 이젠 없으니까······."

"으아앙! 흐윽······ 으흑······."

"······."

······너무 서럽게 울길래 살짝 안아주었다.

애니에선 히로인이 울때 이렇게 안아주던데······

"흐아앙! 히끅, 으으윽······ 흑······."

"괜찮아. 주변엔 아무도 없어."

"흑······ 으아앙~!"

채륜이가 내 허리를 꽉 잡고 운다.

옷깃이 축축해지는게 느껴진다.

내가 굳이 안지않아도, 채륜이가 내 허리를 당긴다.

───────────

"······이제 좀 괜찮아졌어?"

"흐윽······."

"······어떻게 된 일인진 안 물어볼게."

"흑, 으흑······."

"너한테 꼬이는 벌레새끼들은 이제 없으니 안심해."

"흑······."

채륜이는 아무말없이 그저 내 옷깃만을 붙잡고있다.

축축해서 찝찝하지만, 그래도 채륜이니까.

"미안······."

"뭐가 미안해. 니 잘못 아냐."

"······."

"······그 개새끼는 누구야?"

"다들 잘생겼다고 해서 사귀었는데······."

"······뭔지 알거같다."

안 봐도 비디오다.

진우가 말했던 애겠지.

여자애들한테 인기많은 애.

그래서 나름 인싸인 채륜이도 접근해서 사귄거겠지.

······하지만 실체는 결국 병신새끼.

여자를 도구로 보는 쌍놈새끼겠지.

······왜 이딴일이 잼민이나이에 일어나는진 모르겠네.

"······얼마나 당했어?"

"히끅······ 흐윽······."

"······무서워서 아무한테도 말 못했을거 알아."

"······응."

이런 기분 나도 잘 안다.

······중학교때 당한 적 있으니까.

맞았을때 신고하면 그만이긴하다.

······나중에 보복을 당할까봐 불안해서지.

채륜이도 이 케이스일거다.

"······몇놈 더 있어?"

"흐윽······ 걔 친구는 있을텐데······."

"······걱정마. 니 옆에 오는새낀 다 조진다."

"아, 안돼······ 니가 싸울 필요까진······."

"아까 그새끼 날라간거 봤잖아?"

"······."

······지금은 내가 이학교 짱이다.

고딩이니까.

어떤 일진이 쳐오던간에.

결국엔 싹다 잼민이.

채륜이한테 꼬이는 벌레들은 다 반죽여버릴거다.

"······그래도 니가 싸우는건 보기 싫어······."

"······그럼 너한테 꼬이는 놈들은···?"

"······."

"하아······ 몇놈만 더 패볼게."

"아,아냐! 그건 안돼······."

"그럼 어떻게 이걸 벗어나려고?"

"······니가 내 옆에 있어줘."

"······뭐?"

이 말투 분명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어디선가도 아니지. 매일 듣네.

정윤이 말투인데······

······얀데레 둘은 절대 안된다.

"그, 그게 무슨 뜻이야···?"

"······너, 쌘거지···?"

"어······ 응. 아마도?"

"그, 그럼······ 내 옆에······ 붙어있어줘."

"······."

······그 뜻이였냐.

······다행이다.

눈 앞에서 그 강펀치를 봤을테니.

내가 싸움 잘하는 줄 알겠지.

그런 나를 자기 옆에 붙여놓겠다.

안될거 없지.

"······그래. 알았다."

"······고마워."

······아이돌 보디가드가 된 느낌인데.

하아······ 어쩌다 이지랄이 났냐······

───────────

"언니! 어디갔다 왔어?"

"어······그냥······ 보건실······."

"오······ 오빠도 용케 찾아냈네?"

"어, 그, 그래. 아하하······."

"······."

······정윤이가 엄청나게 째려본다.

쟤도 잼민이인지라 무섭지는 않은데.

······채륜이가 죽을까봐 무섭다.

"곧 수업시간이네. 돌아가자."

"응. 이따봐~"

······채륜이랑 정윤이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돈다.

그래서 일단 소윤이를 빨리 보냈다.

"어······ 우리도 이만 돌아갈까···?"

"그래!"

"······."

"어······ 정윤아···? 왜그래···?"

"······그렇게 붙어있으니까 좋아?"

······

약속이긴 하다만.

······너무 붙어있는거 아냐?

여기서까지 붙을필요는 없는데······

"넌 왜그렇게 계속 현준이한테 들이대?"

"사정이 있단다~ 꼬마는 몰라도 돼."

같은 잼민이면서 무슨.

"하아······ 아래가 근질거리나봐?"

"너도 평소엔 만만치않거든?"

"그만하고 돌아가자! 너도 좀 떨어져!"

"칫."

"흥."

───────────

······편하다.

필통이 베개로써 이렇게 좋을수가.

학교는 완전 잠방이다.

퍽!

"아으으······ 뭐, 뭐야······."

"일어나!"

"······갈시간이야?"

"응. 나 화장실 갈 시간."

······?

이 시발년이.

거기까지 붙어가면 난 이대로 끝이다 시발.

"아, 아니 뭔 개소리야 시발."

"그, 그게 아니라······ 혹시 모르잖아? 밖에서 대기해~"

"너 날 뭘로보는···"

"됐고, 따라와!"

채륜이가 내 팔을 잡고 억지로 끌고간다.

······힐끔 봤는데 다행이 정윤이는 자고있다.

이걸 보기라도 하면 다시 서로 엄청 싸워댈거다.

······근데 이건너무 역겨운 짓인데 그만······

"갔다온다~ 어디 가지마!"

"하아······."

······진짜 그냥 벌레들 다 줘패고 상황을 끝낼까?

계속 이지랄이면진짜 그땐······

"야! 뭐하냐?"

"어?"

어······ 얘 이름이 뭐였더라···?

분명 아침에 일진새끼 말해준 고마운 놈이였는데······

"우, 우진···?"

"아? 뭔 개같은 이름이야 그건. 난 진우라고."

아······ 맞다. 진우였지. 이진우.

너무 큰 사건이 일어나서 기억도 안났네.

"아, 맞다! 아침엔 고마웠다."

"응? 뭐가? 난 과자도 안줬는데."

"아니 그거 말고. 일진새끼 알려준거."

"어······ 그게 왜? 좋은정보 얻어서 좋냐?"

"그새끼 개패줬다."

"······에?"

얘 아니였으면 채륜이를 찾으러 못갔겠지.

고마운 애다.

"······뭘 패?"

"걔가 지여친 때리길래 죽빵 먹여줬지."

"······걔 지금 어디있어?"

"내가 어떻게아냐."

"······너 존나 쌔구나?"

"······그런가봐."

일진이라는 애니까······

내가 걔를 팼다는거에 놀랄만하지.

"어쩐지······ 그새끼 안오더라."

"어? 어딜?"

"항상 이채륜한테 와서 뭐라하고 갔어."

"쉬는시간?"

"응. 아침에 말했잖아. 빡대가리야?"

아······ 말했었지.

개새끼. 꼴좋다. 몇놈 더오면 더 줘패줘야지.

"헤헷. 기다렸어?"

"시발. 이딴짓까지 해줘야해?"

"······응?"

"어쩔 수 없는거잖아~ 이해해라?"

"이 시발······."

"아······."

"······응? 왜그래?"

"······그랬구나."

"······에?"

"이제 이해가 되네. 화이팅^^."

"······어?"

······잠깐만.

이상하게 오해받은 거 같은데.

······확실하네.

하아······ 이상한 소문만 퍼뜨리지 말아라 제발.

───────────

"일어나! 종쳤다!!"

"시발 또 화장실?"

"아,아니 갈시간. 근데 뭔 화장실이야!"

"니가 나까지 끌고가놓고선!"

"언니! 오빠좀 그만 괴롭혀!"

"맞을짓을 하니까 맞는거야!"

하아······ 괜히 붙어있겠다고 했나······

······즙에는 못이긴다.

특히나 이유있는 여자의 즙이면.

정윤이부터 깨워야지.

"정윤아, 가자."

"어."

······나는 갑작스럽게 몸이 굳었다.

잼민이는 안 무서운데······

눈빛 저거 진짜.

어후, 소름돋아.

이채륜 저거 빨리 처리해야겠다.

───────────

"야, 오늘도 피방 갈거냐?"

"아······ 학원 때문에 못간다."

"오빠······ 왜 또 피방을······."

"얜 맨날가서 또 가는줄 알았지."

"나도 맨날놀지는 않거든?"

"맨날놀잖아요!"

소윤이가 내 마음을 대변해준다.

두명이 같은반이라 너랑 못 만나는게 한이다.

"언니때문에 못살겠어요······ 저흰 이만 가볼게요······."

"그럼 그냥 죽어!!"

"으아악! 왜 저한테 그러세요!!"

쟤들은 사이도 좋네.

······다행이 채륜이는 기분 좀 풀린 듯 해서 다행이다.

붙어있으라고 집 같이 찾아오는줄 알았네.

"······잘 싸웠어?"

"······에?"

한동안 조용하던 정윤이가 입을 열었다.

마치 공기도 얼릴 것 같은 차가운 목소리로······

"다친데는 없어보이네."

"······그게 무슨말이야?"

"일진이랑 싸웠잖아."

"······!"

내 몸이 가볍게 들썩였다.

"······어떻게 알았어?"

"대화 다 들었어."

"······깼었어?"

"난 니가 깬 순간에는 잠 못자."

······소름돋아 진짜.

제발 얀데레좀 그만······

"이채륜 애인일테니······ 채륜이가 두들겨 맞는동안 니가 막은거겠지?"

"······."

"무섭다고 징징대면서 같이 붙어달라고 했을테고······."

"······."

"그래서 화장실까지도 같이 간거지?"

"······응."

"······."

잠깐, 멈춰!

이때쯤 얀데레들이 칼로 찌를 순간인거같은데······

"그, 그런사이는 아니니까······."

"아냐, 아무것도 아냐. 그냥 내추측이 맞나 궁금해서."

"어······ 응······."

나는 머리카락 사이에 손을 넣었다.

"······그래도 걔는 아직 불안해할거야."

"그건 나도 이해해."

"응······ 그러니까 이번주까진 좀 붙어있어도 이해해줄래···?"

"······."

······이 멍청한 새끼가 또.

얀데레 앞에서 그딴 소리를 지껄여대면 어떡해.

······난 안죽어. 난 고딩이다.

채륜이가 죽는다고.

"······안될까···?"

"······알았어."

"고, 고마워···!"

"대신에······."

"······?"

"이번주 토요일에 나랑 많이 놀아줘야해?"

"······."

"에헤헤헷."

정윤이가 가발을 위로 벗어던지고장밋빛의 눈동자를 빛내며 활짝 웃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