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11
* * *
"······."
점심시간이다!
나답지않게 잠도 안자고 이 시간을 기다린 이유는.
아름답고 청순하신 우리 전교회장님을 보러가기 위해서다.
······잠깐만.
······어디에계실까···?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진우도 알고있는걸 보니 꽤 인기있어보이고······
"으음······."
"새꺄! 밥먹으러가자!"
"······."
······얜 진짜 멍청한건지 둔한건지.
분명 조금전까지 싸워놓고선 들떠있네.
나라면 계속 움츠려있을텐데.
"하아······ 밥이 잘 넘어갈거같아?"
"뭐어때! 이미 다 지난일인걸~ 그리고 나 배고파!"
"어휴······ 니가 그렇다면야······."
"알았어! 소윤이 불러올게!"
어차피 맨날 나한테 오는애라 불러올 필요가 있나 싶지만······
아오······ 근데 전교회장이랑 꼭 친해져야 하는데···!
그래야 내 완벽한 소꿉친구 하렘 라이프가 된다고······
······진우는 좀 알고있어 보이는데 물어볼까?
"······야, 잠깐 뭐좀 물어보자."
"어? 과자 먹고싶어?"
"그게 아니라······."
"에이 아쉽네."
말 존나끊네.
"······전교회장 어디에 있는지 아냐···?"
"······에? 너 전교회장 만나냐?"
"어······ 그,그게······ 아까 일때문에 오라해서······."
친해지고 싶어서라곤 말 못하겠으니 일단 대충 둘러댔다.
"그럼······ 6학년이니까······ 제일 위에층에 있을껄? 잘 찾아봐라."
"그래. 고맙다."
"이 부러운새끼······ 시발 나도 좀 가자."
"니가 왜오냐? 오지마라."
"미련한 새끼······."
전교회장이란게 엄청 인기있나보다.
고딩땐 편집부들한테 재밌는 합성요소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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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몇반에 있는거야···?
반이 한둘이어야지.
쓸데없이 초등학교란데가 커서······
쪽팔리게 다돌아다니면서 찾을수도 없고······
······선생님한테 물어볼까?
나는 6학년층 교무실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 전교회장님 혹시 있나요···?"
"응? 난데? 무슨용건이라도······ 에? 여긴 왜···?"
"어······ 아,아까 감사인사를 못 드려서······."
친해지고 싶다고 하기엔 좀 그래서, 대충 지어냈다.
"어머~ 착하기라도 해라~ 감사할일까진 아닌데······."
"누나 아니였으면 저도 오해받았을텐데요."
"하핫, 그럼 다행이고······ 근데, 지금 점심시간 아니야?"
"에······ 그렇죠."
"그럼 같이 밥먹으러 갈래? 난 이것들좀 정리하고."
"어······ 네! 좋아요!"
······나도 참 발전했구나.
이런 예쁜 누님 앞에서도 이렇게 말 잘하고······
어찌어찌 해서 밥까지 같이먹는다!
채륜,소윤,정윤이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못놀아주겠다.
훨씬 더 아름다우신 누님이 계시거든.
"현준아, 먼저 내려가있어. 금방 내려갈테니까."
"네. 가볼께요."
······내 심장이 빠르게 요동친다.
대화하는데 떨리느라 미치겠다.
진짜 잼민이가 저리 이쁠수가 있냐.
저게 그 찐따같던 잼민이가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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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돌아왔을땐 이미 아무도 없었다.
좀 늦어서 다들 먼저 밥먹으러 간 듯 하다.
채륜이랑 소윤이도 기다리다 간거같네.
······뭐, 상관없다. 몇배다 더 대단한 누나랑 먹으니까.
"어디에 있었어?"
"우와악!!"
나는 숨을 헉 들이마셨다.
"까,깜짝놀랐잖아······."
"어디에 있나 찾으러갔었어."
"화,화장실 갔다오느라······ 아하하."
"채륜이랑 소윤이는 배고프다고 먼저 갔어. 우리도 가자."
"어, 응······."
다행히다······ 안들킨 것 같다.
전교회장이랑 밥먹는거 들켰다간······
······잠만, 얘도 나랑 같이 있어서 당연히 들키는거 아냐···?
"현준아, 정리 끝났어! 밥먹으러가자~"
"왜,왜 하필 지금······."
"······."
······타이밍 최악이네.
최대한 잔머리 굴릴 시간은 좀 줘라···!
"오, 친구니? 안녕~ 난 학생회장!"
"······."
······어라?
······의외로 정윤이가 차분함을 유지하며 가만히 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선 온갖 폭언을 내뱉을텐데······
상대가 대선배라서 그런건가···?
"······친한애 인가 보네~ 그렇게 딱 붙어대선?"
"그,그게 아니라······."
"······."
······뭔데 이거.
뭔데 이 긴장감······
뭔진 모르겠는데······ 둘 사이에 묘한 싸늘함이 느껴진다.
정윤아 깝치지마······ 상대는 전교회장이야······
"배,배고픈데 밥부터 먹으러 가죠···? 아하하······."
"그러자! 나도 배고파~"
"······."
얜 아까부터 내 팔을 잡고선 김예민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다.
······이건 질투중인데······
······상대는 대선배야. 아무일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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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핫, 그랬었니? 걔들은 좀더 패줘야하는데~"
"그렇죠? 괜히 폼만 잡고선······."
"······."
일단 밥을 받고 3명이서 같이 앉았다.
정윤이는 아까부터 의기소침하여 말이 없다.
"근데, 너는 이름이 뭐야?"
"······신정윤."
정윤이가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예민이는 나름대로 분위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있다.
그게 정윤이한테까지 먹힐 진 모르겠지만······
"현준이랑 꽤 친해보이는데, 평소엔 뭐하면서 노니?"
"······같은반이에요."
"같은반이라도 이 나이대에 이성이랑은 잘 안놀텐데······."
"으으······."
······슬슬 정윤이한테서 이빨갈리는 소리가 들린다.
······정윤아. 전교회장한테는 나대지 말라고.
"그럼, 혹시 같이 놀러다닌적은 있어?"
"어······ 한 번 있긴 한데······."
······나는 이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이 말을 한 직후. 몸이 가볍게 들썩였다.
······정윤이의 눈빛이 한층 더 매섭고 오싹해져, 나를 획 쳐다보았다.
"어머, 한 번? 꽤 친하네~"
"어······ 그······그런······가요···? 아하하······."
"이 나이대에 이성이랑 같이 놀러가는건 흔치 않은일이야!"
"······."
······정윤이의 눈빛만으로 알 것 같다.
'왜 그딴말을 쳐해 씨발아'
눈빛으로 나한테 보내고 있다······
"음······ 그러면, 내가 아는 좋은데가 있는데. 언제 같이 한번 가볼래?"
"어······에?"
······갑작스러운 전교회장의 제안.
······좆된거같은데.
얘 지금 폭발직전이다.
"진짜야! 너희들이 재미있어 할만한 데 내가 알아!"
"······."
"······."
우리 둘은 한동안 침묵했다.
정윤이는 상대가 회장이라 나대질 못하는거고.
나는 정윤이 때문에 말을 못하는 거다······
"······어때? 내가 다 쏠테니까!"
"······진짜요···?"
"······?"
······?
······이걸 수락해?
이걸 받아들인다고?
나랑만 있을 줄 알았는데···?
"갈거야? 말거야? 셋이서 다같이 가는거야!"
"······까짓거 가죠 뭐."
"어······."
"현준아, 너는?"
"둘이서 간다면야······."
······이게 뭔일이래.
난 진짜로 정윤이가 밥상 엎는 줄 알았다.
분위기가 한층 더 오싹해졌다.
근데······ 왜 둘이서 나를 두고 싸우는 거 같은 기분이······
······왠지 모르게 기분 참 좋네.
나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럼, 언제로 할까? 이번주말?"
"저희도 마침 주말에 만날려고 했거든요. 주말에 만나죠."
"······뭐야? 너희들 약속까지 잡은거야? 진도가 꽤 빠른데~"
"그러니까 그런사이 아니라고······."
"······."
······정윤이가 점점 더 나한테 들러붙는다.
좀 창피하지만······ 얘 기분이 어떨진 알거 같아서 그냥 놔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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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네~ 둘이서 어떻게 나올지~"
"어떻긴 뭐가요······."
"······."
전교회장이란게 계속해서 후배의 속을 긁어준다.
사람 약올리게 하는게 취미인가···?
"그럼, 이따 하교때 만나자! 전번 알려줄게!"
"네······ 그래요······ 하교때 봅시다······."
"······."
김예민이 돌아가기 전, 정윤이에게 살짝의 눈길을 준 것이 보였다.
······얘 멘탈 괜찮으려나···?
······김예민이 돌아가자 마자 정윤이가 내 품에 촐싹같이 달려든다.
"으아아악! 저 씨발년!! 사람이 개로 보이나??"
"지,진정해······ 회장이잖아······."
"회장이란 년이 우리사이에 뭔 지랄이래? 갑자기 와선 어딜 놀러가? 저 여우년······."
······김예민이 가자마자 그동안 참아왔다는 듯이 온갖 폭언을 내뱉는다.
······근데 뭔 우리사이···?
얘도 뭘 참 단단히 착각하고있는 모양인데······
"오빠! 어딜갔다 온······ 뭐하는거야···?"
"너······뭐하는거야! 현준이한테! 얼른 떨어···─?"
"흐으······."
"······얘 왜이래···?"
드디어 보여진 정윤이의 표정은 완전 울상이다.
어지간히 전교회장한테 골려졌으니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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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그게 전교회장이 할 짓인가···? 진짜 희한하네······."
"으으······ 그 씨발년······."
"······이번엔 니가 하는짓 다 이해해줄게."
······채륜이도 은근 머리가 있네.
멍청해서 그런거에 왜 지랄하냐고 할 줄 알았는데.
"음······ 근데 왜 회장이란 사람이 오빠한테 접근을······."
······따지고 보면 다 내탓이다.
내가 괜히 나중에 소꿉친구 만들겠다고 접근해서······
알고보니 회장은 완전 여우년에 이성교재는 수십번 해본 듯 하다.
이게 진짜 요즘 잼민이냐······
"음······ 근데 이미 약속이 정해진거, 토요일날 만나긴 해야지."
"······."
"흐음······ 딱 봐도 또 엄청 골려줄 거 같은데······."
그때, 정윤이가 나에게 작게 속삭였다.
"······걱정하지마. 역으로 조질테니까."
······외출에서의 정윤이는 180도 다르긴 하지.
······근데 저 회장누나는 내 취향이라고!
"······괜찮아. 그냥 만나서 노는건데, 별 일이야 있겠어? 걱정해줘서 고맙다."
"으음······ 무슨 꿍꿍이가 있을거라구요······."
"······걱정되긴 하는데······."
"전교회장이라고. 나쁜짓이야 하겠어?"
"하긴······."
그래. 그냥 만나서 노는건데, 별 일이야 있겠냐.
"수업시간 다 됐다. 돌아가자."
"하교때 잘 하라구요!"
"알았어 알았어. 나중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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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정윤이를 이길 년이 있을줄이야······
뭔가 좀 섬뜩하다.
······오늘은 잠이 잘 안온다.
정윤이도 계속 수그려 책상만 바라보고 있다.
"······끝났다."
드디어 집에간다.
······하지만 회장이랑 또 만나는데······
"정윤아, 가보자."
"으응······?"
"놀러가기 전에 전번은 받아둬야지."
"······싫은데."
어지간히 회장이 싫은가보네.
"그래도, 놀러간다고 약속잡은 이상. 연락처는 필수라고?"
"으으······ 알았다고······."
······왠지 애가 좀 순해진 느낌이다.
역시 사람은 쳐맞아야 고쳐진다더니.
"현준아! 정윤아! 집가자!"
"어······ 네······."
회장인데도 우리반에 바로 와서 말을 건다.
"야 시발 뭔데? 회장이 왜 너한테···?"
"어······ 설명하긴 좀 바쁘다?"
"······야 이 시발새꺄!! 나는 버리냐?"
참 귀찮게 구네.
"정윤아, 가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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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내 연락처."
"네, 저장했어요."
"······."
채륜이랑 소윤이는 우리를 배려해서 먼저 보내주었다.
이럴땐 참 좋단 말이야.
"저······ 그래서, 주말에 어디로 가요?"
"아하핫! 다 계획이 있다니까?"
"그렇다면야······."
음······ 불길하단말이야.
저런 예쁜 누나와 같이 놀러가는거면 진짜 좋긴 한데.
정윤이 속이 얼마나 더 긁힐진 모르겠단 말이야.
"그럼, 난 여기가 집이라서. 내일보자!"
"네. 안녕히계세요."
"······."
드디어 돌아갔다.
······뭔가 회장옆에 있으면 우리가 위축된달까······
"으으······ 저 여자 싫어······."
"그래도 같이 놀러가는거잖아? 즐긴다고 생각하자고."
"으음······ 알았어······."
우리는 조용히 같이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