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15
* * *
"으갸아악!!"
"티모 잡으라고 했잖아!!!"
"······."
이제는 이 잼민이 생활도 익숙해질 터였다.
저 회장은······ 아직 완전히 누나라곤 생각 안들지만.
어쨌든, 고딩까지 커도 나이차가 날 누나니까.
"으아악! 강등!!"
"한판 더?"
"뭔 한판더야! 강등됐는데!"
"그러니까 올려야죠!"
······잠깐만. 이 이상은 내가 쓰러져······
"저······ 그만 하고 이제 좀 집에······."
"돈 내가 낸다니까!? 한판 더!!"
"주나~ 누나가 다 맞아준다니까?"
이것들이 진짜 미쳤나.
이젠 얼굴이고 젖탱이고 몸이고 눈에 뵈는게 없다.
진짜 한 달만에 이것들이 벌레로 보일 수가 있나.
"더 돌리면 다신 같이 안 해줄 줄 알아!!"
────────────────
"하아······ 다녀왔어."
"뭐 하고 다니길래 요즘 이렇게 늦는거야?"
"친구들이랑 노느라."
"니가 웬일이래. 그······ 정윤이? 그 이쁜애랑?"
"걔도 있고······."
"그럼, 다같이 집에 불러와봐라."
"뭔 헛소리야······밥은?"
"어휴, 차려놓았다."
하아······ 살 것 같다.
매일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서 굳어버린 이 몸둥아리를 푹신한 침대로 풀어해친다.
내 계획은 여자랑 친해져서 미래에 친한 소꿉친구를 만드는건데······
어쩌다 강제 게임중독 친구가 되어버렸냐.
진짜 알콩달콩한 양다리 로맨스를 원했는데······
······고딩때 여자1명 없던것보다야 낫지.
······정윤이라도 잡아놓을까?
얀데레라도 관계도가 지금 이지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아······ 이딴 생각 해서야 될 일이 뭐가있냐. 그냥 자자.
────────────────
"······정윤아."
"응?"
"왜 오늘은 우리말곤 아무도 안보일까."
"난 그게 더 좋은데."
"······나도 그래."
평소같으면 이채륜이 다른 의미로 나한테 들박하거나, 소윤이가 '오빠, 안녕!' 하면서 튀어나올텐데.
오늘은 이 하늘 아래 솜같은 구름 위처럼 아주 평화롭다.
"요즘따라 더 피곤하다······."
"그럼 또 자면 되지."
"그게 문제가 아니라 맨날 게임이야······."
"······가끔은 거절해."
"글쎄다······."
어떻게든 여자랑 친밀도를 더욱 높이는게 중요하다.
아무리 지금 좆같아도, 일단 s급 미녀가 될 애들이니까.
······난 도저히 못참겠다.
내 아랫도리나, 내 인내심이나.
"하암······."
"밥먹자."
"벌써 점심시간···? 채륜이는···?"
"······."
······맞다. 얘 현실 얀데레였지.
정윤이가 붉은 눈동자를 차갑게 굳히며 시선을 내린다.
하아······ 뭐 정상인 애가 없어.
"아, 안왔나···? 아하하······."
"······."
"주나! 밥먹으러 가자!"
"어, 으응······."
얀데레 만병 통치약 대선배님.
누나만 오면 정윤이는 바로 움츠려든다.
"근데, 소윤이랑 채륜이는?"
"몰라요. 아침부터 안보였어요."
"으음······ 아픈건가?"
"걱정되요?"
"응. 끝나고 배치 돌려야 하는데······."
······이 시발.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전자파 차단 스티커좀 가지고 다닐까.
"흐음······ 진짜 소윤이도 안오네."
"······왜요? 걘 게임 안하잖아요."
"배치고사인데, 다른사람보단 낫지!"
"하아······ 피방에 넣을 돈은 넉넉해요? 하루에 몇 시간을 있는데······."
"으음······ 그건 채륜이한테 쪼오끔 빌려서······ 아하하······."
진짜 차라리 프로게이머를 해라.
얼굴 때문에 뜰 거 같은데.
방송이라도 하던가.
"근데······ 둘이 친한데 왜 쌍으로 안 온거지? 같이 땡땡이라도 친건가······."
"흐음······ 오! 생각났다!"
"······뭔데요?"
"으음······ 서로······ 아니다. 니가 알기엔 너무 어려!"
"······."
······대충 뭔 생각하는지 알 거 같다.
"저도 알건 다 알아요. 레즈요?"
"헐······ 어디서 그런 거 배웠어?"
"이 옆에있는 애 책에서요."
"쿠흡···! 내, 내가 뭘···!"
속이 맥힌 듯 정윤이는 쇄골을 탁탁 치며 얼굴을 붉혔다.
────────────────
"진짜 감기 걸려서 서로 옳아진건가?"
"그런 김에, 우리 집에 놀러올래?"
"······싫어."
"우으······."
납치 될까봐 얀데레 집에는 못 들어가겠다.
난 고자 아니다.
괜히 떡치다 찔릴까봐 얘랑은 못하겠다.
"하아······ 잘 가라. 난 오늘도 피방에 묵을거같다."
"나도 같이 있으면 안 돼?"
"누나가 돈이 없단다."
"우으······ 내일보자."
게임이 이렇게 싫어진 건 처음이다.
뭐든지 과하면 안 좋다니까.
이제 피방만 보이면 머리가 핑 돈다.
"주나! 가자!"
"하아······."
"으아악! 이게 뭐야!!"
건물 문짝엔 직원이 단체로 독감에 걸려 오늘 쉰다는 팻말이 걸려있다.
"으아악!! 오늘이 배치 적기인데······."
^오^ 개꿀
위잉··· 위잉···
주머니 속에서 내 허벅지에 자극이 가해지는 진동이 울렸다.
폰 알림인데······ 광고인가?
······?
"오빠! 부탁인데 약국에서 감기약좀 사다줘ㅠㅠ"
······소윤이가 보낸 문자다.
······진짜 아픈 거였냐···?
근데 난 지금 돈 없는데······
······눈앞에 아주 좋은 토실토실한 먹잇감이 있다.
"저어······ 누나···? 부탁 하나만······."
"응? 뭔 부탁?"
"돈 좀 빌려줘······."
"······갑자기 웬 돈?"
"나한테 쓸 피방 돈 미리 좀 줄 수 있어?"
"······나만 손해 아냐?"
"그땐 내가 알아서 낼게."
"으음······ 콜!"
누나한테서 3000원을 뜯었다.
감기약을 사 오랬으니······
······근데 내가 왜 셔틀짓을 하고있냐.
────────────────
사긴 샀는데······
······소윤이 집이 어디야?
나는 손가락으로 폰 액정을 타닥타닥 눌렀다.
"야, 니 집 어디야?"
위잉··· 위잉···
"어······ 여긴데······ 참고로 채륜언니 집이야!"
소윤이가 지도 사진을 보내주었다.
······?
······니가 왜 채륜이 집에 있냐···?
······진짜 레즈 아냐?
나는 뭔지모를 찝찝함에 소윤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야, 니가 왜 채륜이 집에 있어?"
"어······ 간병하느라······."
"니가 왜 간병을해?"
"바로 옆집이라서. 언니가 아픈데 부모님은 일하러 가셨어."
"흐음······."
납득할 만한 이유다.
······근데도 찝찝하단 말이야.
······여기 맞나?
나는 소윤이가 보내준 아파트의 집주소로 왔다.
······벨을 한 번 눌러보자.
······왠지 떨린다.
난생처음으로 여자의 집에 들어간다.
······잠시 후. 여자의 목소리가 문밖으로 진동하며 울렸다.
"지금 나가요!"
문이 철컥 하며 열렸다.
"오빠! 왔구나! 약은?"
"여기."
"감기약······ 맞아! 고마워! 안으로 들어와!"
집 안으로 들어오자, 은은하고 따스한 향이 내 코를 사로잡는다.
"언니! 오빠가 감기약 사왔데!"
"······뭐? 니가 여긴 왜와!"
"도와주러 와도 지랄이냐!"
"야! 너 내가 사오랬지, 사오라고 시키랬냐?"
"감기약이나 먹어!"
한층 달아오른 분노를 참으며, 차분하게 심호흡을 하였다.
얘는 지금 아프니까.
"왜 감기에 걸린거야?"
"나도 몰라! 뭘 잘못먹었나······."
······내 머릿속에 한 장면이 확 떠올랐다.
'직원이 독감에 걸려 휴업합니다.'
······그 직원이 만든 음식을 먹었나······
"······많이 아파?"
"뭐야······ 갑자기 걱정을 다하고."
"아니, 니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 거 같아서."
"에? 뭔데뭔데?"
"피방 직원이 아팠데."
"······."
"그 직원이 만든거 먹은 거 같은데?"
"재수도 더럽게 없네 씨발!"
왜 나한테 화풀이야.
진짜 젖탱이 커지기만 해봐라.
실컷 놀려줄테니.
"근데, 독감이라는데 너 진짜 안아파?"
"아침엔 어지러워서 쓰러졌는데······ 소윤이가 들어와서 간병해줬어. 지금은 좀 괜찮아."
"착하기도 해라. 너도 얘좀 본받아!"
"본받긴 뭘 본받아! 니가 본받아!"
소윤이가 실실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나 이제 학원 가봐야해. 오빠, 언니좀 잘 부탁해!"
"자,잠깐 내가 얘를 왜 간병해? 감기옳게시리."
"뭐가 어째!?"
"부모님이 맞벌이야! 저녁까지 밥 차려줘!"
"야! 난 요리 못한다고!!"
철컥!
하아······ 존나 막무가내네······
나랑 이 폭력배 둘만 남기면 어떡하라고.
나 아프기 싫다고.
"하아······ 저녁까지 너를 어떻게 봐주냐."
"나도 싫거든. 흥."
채륜이 얼굴에 인상이 잡힌다.
"······심심한데. 니 집에 뭐 놀거 없냐?"
"······게임은 있는데."
"뭔데?"
"음······ 링피트······."
"······."
땀 빼서 낫게?
게임을 한 것도 아닌데, 머리가 지끈하며 아파온다.
"······그거라도 할까?"
"······할 것도 없으니까······ 보스좀 깨주라."
우리는 거실로 가서 소파에 같이 앉았다.
"여기 링콘."
"근데······ 어떻게 하는 거지?"
"잡아땡기고 누르고!"
"그렇게 설명하면 어떻게 아냐."
"설명 다 나오니까 함 해봐!"
조이콘을 이렇게 넣어서······
"······됐다!"
"드래고까지 못했는데 거기서부터 해줘!"
"알았다."
'조깅!'
"······뭘 하란거야?"
"달려! 다리 움직여"
"이렇게?"
오.
가볍게 다리를 움직이며 조깅하는데, 캐릭터가 앞으로 나간다.
'허벅지 들기'
계단지형에 왔더니 허벅지를 들라고 나온다.
"허벅지 들면서 뛰어!"
"오······."
'드래고를 처치하세요!'
"······드래고···?"
"스쿼트야! 앉았다 일어나!"
툭.
"······피가 왜이리 조금 달아?"
"아하하핫! 달긴 달잖아!"
"이거 몇 번 하는 거야? 개 시발 모기딜이잖아!!"
"계속 하라고! 으하하핫!"
채륜이는 계속 뒤에서 깔깔대며 웃는다.
입이 찢어질 정도로.
────────────────
'앉아서 무릅 당기기'
"으아아악! 힘들다고!! 반피도 안달았잖아!!"
"으하하학···! 아하학···! 숨막히겠어······ 아하하핫!"
진짜 저 주둥아리를 꿰메버릴까.
"좀 죽어 씨발!!"
"으하하학···! 포즈 존나웃겨~"
"복근 가드는 뭔 복근 가드야!!"
"으헉······ 으헉······."
20분.
내 옷은 이미 땀으로 젖어버려 거의 내 맨살이 비치고있다.
뒤에선 채륜이가 아직도 입이 찢어지게 깔깔 웃어댄다.
"으아악! 깼다!!"
"으하하학···! 잘했어 잘했어!"
"시발 쳐웃지좀 마!!"
마음 같아선 한 대 때리고 싶은데, 아프기도 하고 내 몸도 안움직여서 참았다.
"아하핫! 웃다보니 배고파졌어~"
"······나보고 하라고?"
"응!"
"굶어. 다이어트도 하고."
"환자는 잘 먹어야 한다고!"
진짜 귀찮게 하네.
내 몸은 이미 근육이 끊어진 듯이 힘이 안쥐어진다.
"땀때문에 옷 다 젖었는데······ 이거 어떡하지······."
"아빠 옷이라도 입을래?"
"혼나는거 아냐?"
"어차피 옷 많아."
"그래? 그럼 옷 좀 가져와봐."
나는 축축해진 옷을 배란다에서 쥐어 짜내었다.
얼마나 땀을 흘려댔으면, 완전 물수건 같이 물이 짜진다.
"진짜 한 1리터는 빼낸 거 같네······."
나는 물을 빼낸 옷을 다시 입고 채륜이 방으로 갔다.
방문을 연 순간. 내 몸은 얼음처럼 차갑게 경직되었다.
"자,잠깐만···! 흐아앗···!"
"옷 좀······ 흐억···!"
눈 앞엔 나체의 채륜이가 흰 피부를 드러내며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