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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에 미친놈-18화 (18/39)

〈 18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17

* * *

"······."

"흐아······."

······이게 수박이야 젖소야.

초딩의 발육상태가 아니네.

나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풍선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이 부드러운 감촉에 세게 누를수록 끝도 없이 손이 파뭍혔다.

······잠깐만.

······이거 어떻게 수습하지···?

"······."

"뭐······해······."

누나는 눈을 화둥잔만하게 뜬 상태로 나와 눈이 맞았다.

극장이 칠흙같은 어둠에 둘러싸여 잘 안보여도, 누나의 엄청 빨개진 두 볼이 보인다.

나는 부드러운 감촉을 뒤로하고 재빨리 손을 떼어냈다.

"······."

"······."

우리는 다시 묵묵히 스크린으로 초점을 맞췄다.

······분위기는 좀 더 차갑고, 어색한 상태로······

영화가 끝났다.

칠흙같은 어둠이 사라지고 은은한 오랜지빛의 불빛이 극장 내부를 감싼다.

······한 번만 더 만지고싶다.

"끄,끝났네요······ 나름 재밌었어요······."

"······."

누나는 시선을 피한 채로 빈 팝콘통 내부만을 바라보고 있다.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할까···?

그녀는 시선을 피하고있어도 목까지 붉게 물든것이 보인다.

"저······ 누나···?"

"······응?"

"그······ 아깐······."

"아까 뭐."

"······."

드디어 누나와 시선이 맞았다······

하지만······ 눈매는 매우 차갑게 식어있었다.

정윤이처럼······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수습해야지.

"아깐 정말 죄송했습니다."

"······."

"······."

극장엔 에어컨이 틀어져 쌀쌀한 극장 내부와 이 분위기가 어울러져마치 북극의 한가운 데 처럼 느껴진다.

"······진짜 실수였어요······."

"······좋았어?"

"······네?"

그녀는 방금 전 싸늘한 분위기는 어디로 갔냐는 듯 바로 얼굴을 좁혀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건 왜···─"

"······말 안할거야?"

다시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말 안 하면 정윤이처럼 행동한다는 듯이······

"······좋았어요······."

"······진짜?"

"······네."

"······그럼 더 만져볼래?"

"······뭐요?"

그녀는 내 팔을 잡아 억지로 풍만한 마음에 갖다 놓는다.

······이게 뭔 상황이야······

이제 모두 떠나고 둘밖에 안 남은 극장 안에서

우리는 마치 해선 안 될 짓을 한다.

예전에 이런 곳에서 몰래 했다는 글을 본 거 같은데······

"자,잠깐···! 뭐,뭐 하는 거에요!?"

"······좋다며."

"······."

그녀는 음흉한 눈빛과 표정을 지으며 내 두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나는 겉으론 싫어하는 척하면서도 손을 점점 더 세게 주무르고 있다.

이 감촉은 진짜······ 대형 마시멜로 같달까···?

"으흐······ 기분 이상하단 말이야······."

"와······."

시발 좀 더 만지게 해주세요.

이게 잼민이 수박이야 젖소야······

나는 이 손이 파뭍히는 부드러움에 더욱 몸을 맡겨 점점 더 세게 잡았다.

"흐아아······ 주,준아······ 너무······ 쌔······."

"······으,으아악···! 죄,죄송해요······."

우리는 이 고요한 극장 안에서 음탕한 짓을 저질렀다.

우리는 한동안 말 없이 조용히 바닥만을 바라보았다.

이 은은한 조명이 마치 동굴 안을 연상시켜준다.

······누나가 이 공허에 빠져들 것만 같은 고요함을 깨고 입을 열었다.

"······미안해······."

"······누나가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요······ 제가 실수로 만져대서······."

"······내가 선 좀 넘었지···?"

"······네. 많이요. 만지라고 할 줄은······."

"······그러는 너도 세게 만져댔잖아···!"

"분위기 타서 그만······."

"······아하핫···!"

"헤헤······."

우리는 한참 동안 웃어댔다.

이 은은하고 고요한 극장 안에 모두 울려퍼질정도로 크게.

······겨우 진정됐는지 누나가 말을 꺼냈다.

"이제 저녁인데, 돌아가자."

"······그래요."

우리는 사람이 거의 남지 않은 영화관 안에서 발걸음을 내민다.

────────────────

"······영화는 재밌었어?"

"네······ 뭐······."

"다행히다······영화는 싫어할 줄 알았는데."

"즐겨보지는 않죠."

"내일보자! 그럼 이만~"

"내일봐요."

"······에잇···!"

"으와앗···!"

그녀는 마치 아까처럼 잡아달라는 듯이 풍만한 마음을 내 얼굴에 들이댔다.

내 볼 때기에 계속해서 부드러운 마음씨가 스쳤다.

······어우 좋다 야.

언제 이런 거 경험해보냐.

"······수,숨 막혀요······."

"미,미안······."

누나는 두 볼을 다시 붉혔다.

······내 두 볼도 화끈거리는 느낌이였다.

"······그럼, 내일보자!"

"······네."

나는 천천히 무거운 듯 하면서도 가벼운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겼다.

"다녀왔어."

"저녁은 먹었어?"

"응. 필요없어."

나는 침대에 평소보다 더 뻐근해진 몸을 눕혔다.

"하아······ 진짜 이것보다 더 부드러웠는데······."

나는 배게의 모서리 부분을 잡아 만지작 거리는 시늉을 했다.

이것보다 더 부드럽고······ 더 푹신하고······

그런 거에 대고 자면 소원이 없겠다.

나는 그렇게 이불과 배게를 만지작거리며 잠에 들었다.

────────────────

"하암······."

"······안녕."

"······그래."

······꿈을 꿨다.

······몽정인가?

그 풍만한 마음씨를 마음껏 주무르는······

······이불이랑 배게를 계속 주무르다 꿨나보다······

그래서 그런지 내 몸은 잠을 자도 한층 더 피곤했다.

"······영화 어땠어?"

"······에?"

정윤이는 얼굴을 내게 점점 더 좁히며 다가왔다.

······얀데레는 사람이 아니야.

"어······ 그냥······ 재밌었어."

"······아무 일 없었지?"

"······응. 아무것도."

"진짜?"

"응. 낫띵."

"으음······ 그렇다면 뭐······."

걱정하는 건지 질투하는 건지.

"야, 영화 잘봤냐?"

"응. 재밌더라?"

"나도 갈 걸 그랬나······."

"······."

넌 오지마라.

넌 아직 덜 컷다.

"근데, 오다가 소윤이 봤어?"

"소윤이? 걔는 왜?"

"오늘 항상 만나던 길에 안보이길래······ 니 옆집이잖아?"

"아······ 몰라."

"옆진인데 같이 안다니고 뭔······."

"우으······ 닥쳐!"

퍽!

"아야! 질문도 못해!?"

"여자기분 상하게하는 질문은 하지 마!"

────────────────

"팝콘보다 밥이 맛없다."

"······진짜 안오네."

"걱정돼?"

"너처럼 아플까봐."

"으음······."

채륜이는 쑥스럽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리며 얼굴을 붉혔다.

쟤 왜저래. 오글거리게.

"······끝나고 가볼래? 어차피 옆집인데······."

"······그래 그럼 뭐······."

"니들 또 어디가려고?"

"소윤이 찾으러."

"······귀찮아."

얘가 웬일이래.

나 가는 곳 마다 따라와서 질투하더니.

······친해진 기간이 길어지니까 애들도 바뀌네.

"피방 진짜 안가?"

"지겹다. 소윤이는 니 옆집이지?"

"에이. 텃네텃어."

"준아?"

"······?"

"킬 딸때마다 만지게해줄게······."

"······."

······솔깃해지는데···?

누나는 조용히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아니요. 소윤이도 아플까봐."

"우음······ 알았어······내일보자!"

"옆집······."

나는 채륜이 옆집 문 앞에 서있다.

으음······ 노크부터 해볼까···?

띵동.

"누구세요?"

잠시 후, 어머니처럼 보이는 사람이 문을 열어 맞이했다.

"저······ 소윤이 친구인데······ 소윤이 있나요···?"

"아······ 소윤이는······ 고양이 찾으러······."

"······고양이요···?"

나는 어머니에게 상황을 들었다.

소윤이는 아침일찍 키우던 고양이랑 산책을 나갔는데.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사라졌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찾아다니느라 못 온 거라고······

······그냥 우리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학교가는데 미안해서 그런가···?

나는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소윤이 지금 어디있어요?"

"잠깐만, 위치가······ 공원."

"어디 공원이요···?"

"음······ 여긴데······ 알겠니···?"

내가 어제 간 영화관 근처다.

길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감사합니다. 같이 찾아서 데리고 올 게요."

"고맙다······."

────────────────

공원······ 공원······

분수대가 있는 공원에 도착했다.

소윤이는 어디에······

······

찾았다.

"으앙······ 흐윽······ 어디있어······ 츄르줄게······ 나와······."

"······소윤아···?"

"흐윽···?"

소윤이의 얼굴은 마치 한참 동안 울어댄 듯이 엄청 벌겋게 부어올랐고 눈물자국이 생생히 남아있다.

"······괜찮아···?"

"오빠가······ 왜······."

"걱정돼서 왔지. 아침에 도와달라고 하지······."

"학교가는데 어떻게······."

"난 안가는 게 더 좋거든."

"흐윽······ 으아앙···!"

소윤이는 울음을 엄청 참았다는 듯이 내 품에 달려와 안겼다.

······니가 뭔 채륜이야?

그때랑 똑같네.

진짜 그냥보면 자매같다니까.

소윤이는 한참 동안 내 옷을 축축히 젖히며 오열했다.

"으아앙···! 한월이가······ 한월이가···! 안보여요······ 흐아앙···!"

"괜찮아 괜찮아. 같이 찾아보자."

"흐윽······ 고마워요······."

나는 고양이가 갈 법한 곳을 짐작해보았다.

아침에 잃어버렸으니······ 꽤나 멀리 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누가 찾아서 파출소에 맡겨놓았을지도······

적어도 소윤이가 고양이를 길고양이처럼 더럽히진 않을 테니까.

"······어디 찾아봤어?"

"공원 샅샅이 뒤져봤고······ 골목시장쪽도······ 큰거리에도······ 안보여요······."

"흐음······ 일단, 누가 찾아서 맡겨놓았을지 모르니 너는 파출소에 가봐. 나는 좀 더 멀리가서 찾아볼게."

"네······ 흐윽······ 고마워요······."

소윤이는 급한듯이 뛰어갔다.

······어디로 가지···?

나는 이 시내의 거리를 잘 모른다.

거의 6,7년 넘었는데······ 어떻게 기억하냐.

내 머릿속이 온갖 잡생각으로 복잡해진다.

······일단, 공원 길을 따라서 가보자.

고양이 이름은 냥이인가보지?

설마, 이름을 외쳐봐야 나오진 않을거고······

나는 해가 저물 때까지 공원길을 따라가며 꽤 멀리 나아갔다.

────────────────

"야옹."

"······에?"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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