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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에 미친놈-19화 (19/39)

〈 19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18

* * *

"야옹"

······찾은건가···?

고양이를 찾긴 찾았는데······

······여러마리다.

여러마리가 옹기종기 모여서 마치 회담을 나누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여기중에 소윤이 고양이가 있을까···?

모여있는 고양이는 총 6마리. 갈색2마리 검은색1마리 하얀색3마리.

더러운애 깨끗한애로 골라내면 모르겠는데, 죄다 깨끗하다······ 버려진 애들이 모인건가···?

······소윤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보자.

"여보세요······."

"소윤아, 고양이 찾았는데······."

"······진짜요!? 어디에요? 어디에 있어요?"

"고양이가 여러마리인데, 니고양이 여기에 있어?"

나는 영상통화로 전환하여 고양이들을 보여줬다.

"어······ 냥이는 노란색 하얀색 줄무늬인데······."

이 고양이들 중에 노란색 하얀색 줄무늬는 안보인다.

노란색 바탕은 있어도······

······더 앞으로 가야하나···?

"하아······ 파출소에는 있어?"

"······없어요······."

"······."

······별 수 있나. 더 찾아봐야겠지.

"······좀만 더 앞으로 가볼게."

"······."

액정 너머에는 마치 아무도 없는 듯 조용했다.

"······이제 그만해도 되요······."

"······뭐?"

소윤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화답했다.

"그만해도된다니······무슨···─"

"벌써 밤이에요······ 제가 알아서 찾아볼게요······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피곤한건 맞았으니까······

난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를만큼 멀리 찾으러 나왔다.

그럼에도 안 보이는 건······ 누가 주워갔다거나······

"······그럼, 아침에 고양이사진 붙여놓자. 그렇게 해서 찾는 수밖엔······."

"······그래요······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정말······."

전화가 뚝 하며 끊겼다.

하아······ 좀만 더 가면 나올 것 같은 기분이란말이야······

······소윤이 얘가 이렇게 말 해도 새벽까지 돌아다닐 테고.

······별 수 없지.

밤새면서 함 찾아보자.

────────────────

······진짜 어디있는 거야······

공원에서 이어진 길이 공사현장에 막혀 끊겨진 곳 까지 왔다.

진짜 엄청 멀리 나온 것 같은데······고양이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진짜로 누가 주워갔나본데···?

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돌아가야지. 혹시 몰라? 집에 돌아왔을지······

나는 발등에 철주괴가 올려진 듯 무겁게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몇분을 걸었을까.

거의 1시간을 걷다 드디어 처음에 온 공원에 도착했다.

이미 날은 저물고 밤시간대.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고양이를 찾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가만히 서 있지를 못했다.

"야옹."

"······?"

"미야오옹!"

······갑자기고양이 한마리가 내 발목에 달라붙는다.

마치 무엇을 부탁하는 듯이······

······

'냥이는 노란색 하얀색 줄무늬인데······'

······?

이 고양이 등에는 하얀색과 주황색의 선이 교차하며 줄무늬를 만들었다.

······설마···?

나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소윤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고양이 찾았어?"

"아니요······ 돌아가신 거 맞죠? 더이상 폐를 끼치기엔······."

"······고양이 찾은거같아."

"······진짜요···?"

"응. 하얀색 주황색 줄무늬. 처음에 만난 공원에 있어. 빨리와."

"······지금 갈게요!"

소윤이는 다급한 듯이 통화를 끊었다.

하아······ 이 못된 놈 같으니.

"미야옹······."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야옹."

몇분을 기다렸을까. 한참 뒤에 소윤이가 다급하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미야옹."

"으으······ 흐으으······."

고양이는 소윤이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흐으윽······ 얼마나······ 걱정했는데······."

"야옹."

"너 찾으려고······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알아···?"

"미야옹······."

"흐윽······ 으아앙······."

소윤이는 고양이를 안으며 참았다는 듯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네."

"흐윽······ 으흑······ 고마워요······ 고마워요······ 오빠······ 정말로······."

"미야옹."

"근데······ 어떻게 찾은거에요···?"

"사실 포기하고 돌아갔는데······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더라."

시간은 어느덧 새벽.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저 은은한 백색빛의 조명이 우리를 비쳐주고 있을 뿐이였다.

"······시간도 늦었는데······ 이제 돌아가자. 부모님이 걱정하실거야."

"흐윽······ 네······ 고마워요······ 진짜······."

소윤이는 고양이를 꼭 안으며 나와 같이 돌아갔다.

────────────────

"찾아왔어요······."

"찾았니? 엄청 늦었네······."

"오빠가 도와줘서 찾았어요······."

"······고맙다 애야. 내가 찾으러 갈려고 했는데······."

시간은 어느덧 새벽3시······ 초딩이 이 늦은 새벽까지 고양이 하나 때문에 돌아다녔다.

"그럼, 이만 돌아가볼게요. 안녕히계세요."

"······새벽 3시인데···?"

"그래, 오빠. 이렇게 늦었는데······ 학교 갈때까지 자도 5시간밖에 못자······."

"······상관없어. 이것도 민폐인데······."

"그래도 애야. 지금 애매하게 돌아가는 것 보다 우리 집에서 자고 가는 게 낫지않니···?"

"우린 진짜 괜찮아."

"······잘 곳은 있어?"

"나랑 같이 자면 되지! 침대 넓어!"

"······."

······소윤이랑 같이 잔다고···?

······괜찮으려나···?

······이 기회를 어떻게 놓치냐. 이건 못 참지.

"그럼······오늘만 자고 가겠습니다······."

"얼른 들어가서 자거라. 이렇게 늦었으니까······."

소윤이는 내 팔을 잡아 방으로 끌고갔다.

"오······."

소윤이의 방은 예상대로 엄청 깨끗했고, 넓은 침대에 당기는 테이블이 설치되어있었다.

무슨 부잣집같네.

"흐아······ 진짜 피곤해요······ 얼른 눕고 잡시다!"

"······그래."

······안씻어···?

나는 한참 동안 돌아다닌지라 옷은 이미 땀에 다 젖어버렸다.

소윤이도······ 뛰어다녔을거아냐.

"저······ 소윤아···?"

"······네?"

"······안씻어···?"

"······씻고싶어요···?"

"······너도 씻는게 좋지 않을까···?"

"으음······ 땀이 좀 나긴 했는데······."

"지금자나 10분 늦게자나 거기서 거기지."

"그럼······ 조금만 씻죠······."

······나는 지금 소윤이의 집에 와있다. 다른 사람 집에 와있는건데.

도저히 안씻고 자기엔 서로에게 피해만 줄 것 같다.

"그럼······ 오빠 먼저 씻으세요······."

"어, 그,그럼······."

나는 소윤이가 안내해준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다른 사람 집에서 씻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딩때 권태준 집에서도 씻은적은 없다.

나는 3분만에 물로만 적시고 샤워를 끝냈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온갖 피로를 해소해주는 만병통치약 같은 샤워였다.

"다 씻었다. 그럼······."

"흐앗······."

"······."

······시발.

아직 다 안 끝났다고······

씻는게 끝난거지 옷 입는 건 안 끝났다고······

소윤이는 말도 없이 바로 화장실의 문을 열어버렸다.

옷 갈아입는 도중에 내 나체를 봐버렸다······ 다행히 바지는 입었다······

소윤이는 동공에 지진이 난 듯 시선을 어디에 둘지 혼란스러워 한다.

······이게 채륜이의 심정일까···?

나는 순간 미안함의 감정이 복돋아올랐다.

"미,미안해요···!"

쾅!

"······."

나는 옷을 다 갈아입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소윤이는 화장실 앞에 쭈그려 앉아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지,진짜 죄송해요······ 다 씻은 줄 알고······."

"······그럴 수 있지. 얼른 씻어."

······나도 못된놈인데 뭘.

나는 침대에 누워 고양이랑 놀아줬다.

이 못된놈 때문에 하루종일 고생하고······

"미야옹."

"집사가 고생이다. 조심좀 해라."

"야옹······."

"······다 씻었어요······."

"······."

소윤이는 내 시선을 회피하며 고양이를 불렀다.

"······죄송해요······."

"······아냐. 나도 이해해."

"······어떻게 이해해요···?"

"······나도 그런적 있다."

"······에? 언제요?"

"그건······ 알 거 없고."

소윤이는 불을 끄고 고양이를 내보내며 내 옆에 누웠다.

금방 씻어서 그런지 향긋한 샴푸냄새가 내 코에 스며들었다.

"······진짜 고마워요. 새벽까지······."

"결국엔 찾았잖아. 그럼 된 거지 뭐."

"헤헤······ 항상 느끼던건데, 오빠는 상냥하네요."

적어도 과거로 돌아와서 여자들이랑은 친해지고 싶거든.

내 소심한 성격이 욕망 하나때문에 이리 변할 줄이야.

"······자요···?"

"······."

······잠이 안온다.

무엇보다, 내 옆에 여자애가 누워있고, 저 미친 샴푸향기 때문에 내 코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다.

······이건 또 정윤이랑 다르게 불편하네.

"······당기는 테이블은 왜 있는 거야···?"

"어······ 침대에 누워서 테이블을 당기고 노트북 쓰는거에요."

"······노트북으로 뭐해?"

"그냥······ 인방봐요······."

"······."

······인방충이구나.

미래가 훤하다. 지금 공부 잘해봤자지.

"······자요···?"

"······왜 자는지 계속 물어봐?"

"······저도 잠이 안오거든요."

"······."

"남자랑 같이 자는 건 처음이라······ 뭔가 이상한 기분이지 않아요?"

"······?"

소윤이는 몸을 앞으로 숙여 내 가슴 바로 앞까지 다가온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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