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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에 미친놈-20화 (20/39)

〈 20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19

* * *

"······."

"······."

소윤이는 내 눈 바로 앞에서 몸을 웅크린채 점점 더 앞으로 다가온다.

······나는 무시한 채 천장만을 바라본 채로 눈을 감았다.

"······."

"······자요?"

소윤이는 또다시 입을 열어 물어보았다.

······나는 깨어있었지만, 모른 척 하기로 했다.

"······."

"······."

소윤이는 정말로 내가 자는지 확인하는 듯 눈 위에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손으로 인해 발생하는 선선한 바람이 내 눈을 스친다.

"······."

"······."

소윤이는 짧고 연한 웃음소리를 내며 내 얼굴에 점점 다가온다······

······결국 소윤이는 누워있는 내 얼굴 옆에 바짝 붙어있는 자세가 되었다.

······향긋한 샴푸 향기와 어울러져 소윤이의 숨소리도 덩달아 따뜻하게 느껴졌다.

"······."

"하아······."

소윤이의 입에서 나오는 따뜻한 숨결이 더욱 가까워진다.

덩달아 소윤이의 손끝이 내 턱선을 타고 내려간다.

······

······나는 안움직이는 몸을 뒤로하고 눈을 떳다.

"······에?"

"······."

"으,으와아······."

소윤이는 내 눈을 멍 때리고 바라보다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뭐해?"

"그,그게······ 오빠 얼굴에 뭐가 좀 뭍은 거 같아서······."

"······빨리 자야지. 시간이 몇신데······."

"우으······ 늦게까지 힘써서 그런지 잠이 안온다구요······."

"눈이라도 감아. 그러면 뇌는 쉰다고 하니까."

"네······."

······이렇게 말 해봐야······

또다시 소윤이는 내게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점점 더 가까이 조여온다······

······솔직히 좋은데······ 여자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게······

안 그래도 잼민이인데, 잼민이 동생이라니.이거 완전 로리콘이잖아······

······결국 나는 샴푸향기와 가까이서 느껴지는 숨 때문에 잠도 못잤다.

────────────────

"······잘잤어요?"

"······."

······너 때문에 못잤다.

나는 다른 날보다 훨씬 더 침대에서 일찍 일어났다.

아무래도 소윤이가 일어나는 시간인가보다.

근데······ 너무 일찍인거 아냐···?"

"머리감고올게요!"

"하암······ 그래······."

나는 엉킨 머리를 손으로 털며 진한 하품을 했다.

······쟤는 잘 때 왜 저런걸까······

정윤이도 그렇고, 하나같이 다 잠버릇이 이상하다.

하아······ 생각해봐야 답이 나오겠나.

나는 곧 화장실에서 머리를 매만지며 샴푸를 했다.

"야옹."

"······."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녀선······

"이건 다 너 때문이지."

나는 발목에 달려드는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침 산책 나가요!"

"······산책?"

"네! 매일매일 학교가기 전에 냥이랑 공원 한바퀴 돌고와요!"

"······그래서 어제 잃어버린거야?"

"네······."

······부지런하네.

난 학교가기 전에 뭘 하는 건 질색이다.

근데 쟤는 더 일찍 나가서 산책까지 시키네.

나름 존경스럽다.

"오빠도 같이 갈래요?"

"······귀찮은데."

"또 잃어버릴지 모르니까······ 20분이면 되요! 같이 산책나가요!"

"······그럼 뭐······."

나혼자 있어 봐야 할 것도 없고, 소윤이와 함께 산책나가기로 했다.

────────────────

"역시 냥이랑 나가는 아침공기가 최고에요! 오빠도 그렇죠?"

하늘 아래에서 따뜻하게 내려쬐는 햇빛이 내 살결에 닿는다.

선선한 아침의 온도는 선선한 공기를 만들어 내 숨에 불어넣는다.

"······나쁘지않네."

"그렇죠? 그럼 매일 아침에 같이 만나서 산책할까요?"

"싫어."

"단칼에 거절하네요······."

매일 아침마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니.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다.

우리는 시내까지 나왔다. 출근시간이라 바빠보이는 차들이 길게 늘어져있다.

"야옹."

"그래, 여기서 좀만 쉬고 돌아가자."

우리는 어제 고양이를 찾은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았다.

"······아침은 안먹어?"

"아침이요? 그럴 줄 알고 돈 가져왔어요! 뭐 먹고싶은거 있으세요?"

······아침을 나와서 먹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주변에 문을 연 음식점은 잘 안보인다.

"어······ 아침으로 먹을만한게······."

그때, 눈앞에 포장마차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타코야끼라고 적혀있다.

"······타코야끼 어때?"

"······저거요? 음······ 나쁘지않네요. 사올 게요!"

소윤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포장마차쪽으로 걸어갔다.

"야옹."

"너는 뭐 먹을거 없냐?"

"야옹······."

······얘 잘 관리하기라도 하는 건가?

어제도 부주의로 잃어버린 거 같고······

고생이네.

잠시 후, 소윤이는 포장된 타코야끼를 들고 왔다.

"고마워. 돈은 다음에 갚을게."

"갚을필요는 없어요! 먹어요!"

우리는 이쑤시개로 동그란 타코야끼를 들어올려 먹었다.

말랑말랑한 식감과 쫄깃한 문어다리가 혀를 자극시킨다.달달하니 맛있다.

"그르릉······."

"······."

고양이가 내 발 옆에서 그르릉대며 빤히 쳐다보고있다.

······배고픈가···?

"······소윤아. 고양이한테 밥은 줬어?"

"어······ 보통은 엄마가 줘서······."

자기가 키우자고 한 거 같은데, 밥도 제대로 안주네······

나는 타코야끼 하나를 집어 고양이 입에 갖다줬다.

"······에? 그거 먹이게요?"

"어······ 사람이 먹는 건 안되나? 문어도 해산물인데······."

"어······못먹을 건 아닌 듯한데······."

고양이는 덥석 물어서 땅바탁에 내려놓고 뜯어먹었다.

어지간히 배고팠는지, 입 주변에 소스가 다 뭍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먹었다.

······새벽까지 찾아다녔지······

"······소윤아, 고양이 찾아오고 밥은 먹였어?"

"······아! 어제 아침부터 새벽까지 없어서 지금까지 굶었네요······."

"······."

나는 뒷목을 문질렀다.

불쌍하기도 해라······ 24시간을 굶었네.

고양이는 허겁지겁 뜯으며 벌써 다먹었다.

"우으······ 미안해······."

"야옹."

소윤이는 고양이를 안았다.

안 그래도 고양이 덩치가 커서 소윤이의 무릅이 무거워 보인다.

"내 것도 한개 먹을래?"

"야옹!"

소윤이는 타코야끼 하나를 집어 고양이 입에 갖대댔다.

이번에는 땅에 내려놓지 않고 직접 손으로 먹였다.

"······그러다 물리는거 아냐?"

"헤헷, 괜찮아요······ 이 정도 쯤은···─ 아얏!!"

······내 저럴 줄 알았지.

소윤이는 고양이 입에 가까이 손을 대고 뾰족한 덧니에 찔렸다.

"흐으······ 피난다······."

"조심좀 하지······ 어디 봐바."

소윤이의 검지 손가락에 핏방울이 맺혔다.

다행히 크게 상처가 난 것 같지는 않다.

"······아파?"

"우으······ 찔렸어요······."

"괜찮아. 이 정도론 안죽어."

"흐에······."

소윤이는 찔린 부위를 살살 매만졌다.

"······밴드 없죠···?"

"······있겠어?"

"우으······ 그럼, 피나니까······ 빨아주세요!"

"······뭐?"

······나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빨아달라고? 피난 손가락을? 나보고?

정말 어이없는 부탁에 내 목소리에 감정이 가득 차오를 뻔했다.

"······그 손가락···? 왜 나한테 빨아달래? 니가 빨아!"

"양치를 안해서 세균이 뭍을 수 있다구요! 오빠가 빨아주세요~"

"피는 그냥 옷깃으로 닦아! 큰 상처도 아닌데 뭘 빨아!"

"고양이 이빨에 세균이 뭍었을 수 있으니까 그렇죠!"

"내 몸은 생각 안해?"

······소윤이는 정말로 부탁하는 듯 눈에 이채가 서리고 반짝였다.

"······진짜로 빨아줘···?"

"······네. 진심으로."

"······."

······진짜 존나 부끄러운데.

어떻게 여자애 손을 빠냐······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는 일이다.

"자! 피 계속 흐른다구요!"

"아,알았으니까···!"

소윤이는 검지를 천천히 내 입술에 갖다댔다.

······손톱이 이빨과 닿았다.

씁쓸한 피의 맛. 쇠맛이 났다······

······내가 이딴짓을 왜 하는···

"······으왓!?"

다 됐다고 생각한 쯤에 갑자기 소윤이는 검지를 끝까지 내 입에 쑤셔넣었다.

나는 순식간에 상체를 뒤로 젖혀 손가락을 빼내었다.

"뭐 하는 거야!?"

"좀 더 깊이 넣어야 잘될 것 같아서······."

"그렇다고 다 쑤셔넣냐?"

"우으······ 죄송해요······."

소윤이는 풀 죽은듯이 고개를 떨궜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조용해졌다.

······내가 너무 소리를 질렀나···?

"야옹."

"······."

내 무릎 위에 고양이가 올라탔다.

······마치 부탁이라도 하듯······

"······죄송해요. 장난이 좀 심했죠···?"

소윤이가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아냐. 나도 소리 좀 질렀는데."

"야옹."

고양이는 소윤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야옹."

"······왜?"

"야옹."

고양이는 소윤이의 무릎에 올라타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마치 사과라도 하듯.

"헤헤······ 얘 사과하나봐요."

"······그러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따지고보면 다 얘가 깨물어서 그런 거지.

······서로 다 문제네. 그 주인의 동물이랄까······

"아하핫···! 간지러워······."

"······빨아주니까 괜찮냐···?"

"네! 이젠 피도 안나고 괜찮아요!"

"근데, 이제 곧 8시인데, 학교는?"

"그럼, 이제 돌아갑시다!"

소윤이는 고양이를 안으며 사뿐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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