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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에 미친놈-21화 (21/39)

〈 21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20

* * *

"다녀오겠습니다!"

너무 일찍 일어나서 학교가는건 진짜 좆같다.

가뜩이나 잠도 많이 못 자서 피곤해죽겠다.

"하암······."

"······졸려요?"

"당연하지······ 몇시간도 못 자고 더 일찍 일어났는데······ 너는 버틸 수 있냐?"

"네. 저는 많이 안 자도 괜찮아서······."

"······여기있었구나."

"엇······."

"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침에 못 만났는데······

"어머니한테까지 물어봤는데. 고양이 찾는다고······."

"······우리 엄마한테까지 물어봤어···?"

······시발 현실 얀데레.

······같이 튀어나왔는데, 잔것도 눈치채려나···?

"아······ 그게······ 아침까지 찾고있었어요······."

"······잠은 안잤어?"

"나 피곤해보이는걸 봐라."

"······."

소윤이가 설득하려 대충 둘러댔다.

······우리는 천천히 한 발자국 물러났다.

"······알았어. 일단 빨리 가자."

"어, 으응······."

다행히 넘어간 눈치였다······

브레이크 못걸면 온갖 폭언을 내뱉는 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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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또 졸려?"

"말도 마······ 어제 얼마나 바빴는데······ 새벽에 쳐잤다고."

"으음······ 딸쳤어?"

"지랄하네."

"아하핫! 너라면 그럴 거 같은데~"

이젠 완전히 적응해버렸다.

처음에는 여러 일도 많았고······ 고생좀 했는데.

이젠 익숙한걸 넘어서 완전히 적응해서 살아간다.

문제는······이것들이 대체 언제쯤 철들거냐인데······

더이상 이것들이 성적으로 보이질 않는다. 너무 오래 봐서일까?

"꺼져라······ 나 잘거다······."

"헤헷, 몽정이나 해라."

"한입만!"

"아 좀 꺼져요!"

······내 하렘라이프는 끝장났다.

금발 미소녀 회장님은 게임중독. 젖 커질애는 저 지랄에 도저히 못버티겠다. 현실얀데레에 또 쟤는 너무 부지런해서 싫다.

하아······ 난장판이 따로없다. 이젠 더이상 느껴지는 시선들도 없다.

"우음···! 우리 이따 배치봐야해···!"

"프리시즌인데, 자랭 돌릴까요?"

"뭔 자랭이야! 인생은 실전이야!"

"······또 피방이요?"

"응!"

······아 시발.

"이즈한테 일단 궁썼어."

"코르키 코르키!"

······

난 안경을 안쓰는 시력이였는데, 이것들 때문에 한쪽눈이 0점대로 내려갔다.

"와하핫! 세판 전승이다!"

"······갈게요."

"에? 벌써? 좀만 더 있다가지······."

"그럼, 저도······."

"준이 넌 안돼!"

"으아악! 왜요!!"

정윤이는 지쳤는지 무겁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나는 왜 안 보내주는건데!?

"······현준이 힘들어하잖아요. 저흰 이만 가볼게요."

"······에?"

정윤이는 내 팔을 잡고 일으켜세웠다.

······꺼내주는거야···?

"잠깐! 일곱판 더 남았어!!"

"으아악! 쓰레기새끼!!!"

우리는 다급하게 들리는 목소리를 뿌리치고 이 석양을 받으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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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힘들면 그냥 나오지······."

"나도 나오고 싶었다······."

날이 저물고 선선한 별밤공기가 얼굴에 스친다.

"······분명 뭔가 잊은 거 같은데······."

"······뭘?"

"······아냐. 아무것도."

"······너네 엄마가 오늘 안오시는거?"

"······맞다."

······분명 엄마가 주말에 이렇게 말했었다.

'할머니 보러 가니까, 그 여자애 집에서 있어라~'

"······넌 어떻게 알고있냐?"

"아침에 물어봤을때, 너 데리고 가래."

"······난 혼자있어도 상관없는데."

"도둑들면 위험하다고 우리 집으로 오랬어. 우리 엄마도 아니까 맘편히 와."

······난 진짜 괜찮은데. 내가 무슨 애인가.

······애구나. 걱정할 만 하네

······근데 진짜 얘 집에서 자야하는 거냐···?

"하아······ 알았다······."

"······다녀왔어요."

"남자애는 데려왔어?"

"저······ 실례합니다······."

"아, 너구나. 얼른 들어와라. 배고프지? 아줌마가 얼른 밥 해줄게."

"네······ 감사합니다······."

정윤이는 기다렸다는 듯 가발을 잡아 던졌다.

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소파에 앉았다.

전에 정윤이가 집가는걸 싫어해서 부모님이 무서운가 싶었는데. 친절하기만 한데?

"근데······ 아버님은······."

"아, 출장갔어."

"······."

······뭔가 느껴지는 건데,아버지가 엄청 엄하려나?

"밥 다됐다. 먹어라."

"감사합니다······."

우리는 수저를 들고 따뜻한 밥을 먹었다.

흰 쌀밥과 맑은 국은 우리 엄마가 한 것 보다 더 맛있었다.

"······우리 애랑 친해지기 어려울텐데······ 고맙구나."

"······네? 그건······."

······부모님도 애가 얀데레인걸 아시는군요.

"애아빠가 엄해서, 말을 잘 못하게 됐거든."

"아······."

······말을 못한다기 보단 애 감정이 억압됐다. 어릴때부터 지랄하니까 애가 이렇게 폭언을 내뱉지.

"학교에선 별 일 없지? 애가 소심해서 맞는다던가······."

"그렇진 않아요."

······애들이 얘를 무서워하지.

"잘 먹었습니다."

"······맞다. 혹시 내일 괜찮으면 우리랑 놀러가지 않을래?"

"······네? 어디를요···?"

"아쿠아리움 이용권이 생겼는데, 유효기간이 내일까지여서. 딱 세장이라 같이 갈 수있는데, 갈래?"

엄마는 주말동안 안오신다. 나는 좀 더 있어야 할텐데 굳이 안가는 것도 손해지.

"그런 거면 뭐······."

"그럼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가자."

"네······ 아,참. 저 잠은 어디서 자요?"

"빈 방 있으니까, 거기서 자면 돼."

"감사합니다!"

진짜 또 같이자는 줄 알았네.더 이상 같이자면 그건 진짜 지루한 러브코미디 소설 쳐쓰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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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은 꽤 깨끗했다. 갈색의 마루 바닥에 창틀엔 먼지하나 없다. 지극히 내 방보다 깨끗했다. 아빠방이려나?

나는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노벨피아를 켰다.

"전집착 호흡!"

역시 웹소설은 집착물이 제일 재밌다.

똑똑─

······누구지? 정윤이인가?

"······뭐해?"

"그냥 좀······."

"할 거 없으면, 내방와서 책이라도 읽을래?"

정윤이는 백발의 엉클어진 머리칼을 잡으며 말했다.

"으음······ 할 것도 없으니······."

"따라와."

우리는 방 밖으로 나와 높은 계단을 짚으며 올라갔다.

"오······."

정윤이의 방은 그야말로 도서관이었다. 빼곡하게 채워진 책장과 책. 거의 대부분의 책은 다 미소녀 그림이 붙어있다.······이거 완전 내스타일인데?

"아무거나 읽어."

나는 제일 예쁜 그림체의 책을 골라서 읽었다.

커다란 침대에 누워 온 집중을 책에 쏟았다. 내 머릿속에는 마치 애니의 한 장면이 연상되고 있었다.

"······."

"······."

정윤이는 어느샌가 내 옆에 바짝 붙어서 책을 읽고 있었다.

방 안은 공기도 멈춘 듯 조용했지만, 이상하게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털썩.

"······음?"

"······."

정윤이는 내 무릎을 배게로 삼아 털썩 누웠다. 얼굴은 예뻐서 백발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우리는 동굴처럼 고요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방 안에는 종이를 넘이는 소리만이 울렸다.

"얘들아, 늦었으니까 얼른 자라."

방 아래쪽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책을 덮고 책장에 끼워넣었다.

"······내일 아침에 보자."

"······응."

나는 묘한 분위기로 인사를 나누고 방으로 돌아갔다.

────────────────

"하암······."

어제 고생해서 그런지 엄청 푹자도 여전히 어깨가 뻐근하다.

나는 엉킨 머리를 털며 방문을 열었다.

"잘 잤니?"

"네, 덕분에······."

"다행히네. 씻고 밥먹어라. 좀 있다 출발할거니까."

"네······."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우,우왓······."

"······."

화장실 문을 열자 정윤이는 이미 머리를 감고 있었다. 다행히 옷을 벗지는 않았다······

"나,나중에 올···─."

"······나 눈따가워. 물 안보이는데 좀 감겨줘."

"······."

나는 물을 틀고 정윤이의 백발을 매만지며 적셔줬다.

내가 왜 머리까지 감기냐······

"······이제 됐어."

"······고마워."

나는 옆에 있던 수건을 들어서 탈탈 털어 물기를 닦아줬다.

젖은 머리라도 정윤이의 미모는 여전히 빛났다.

나도 곧 물을 틀어서 머리를 감았다.

"잘 먹겠습니다."

아침은 간단하게 쌀밥과 국 그리고 생선구이로 맛있게 먹었다.진짜로 확실히 우리 엄마보다 요리를 잘한다.

"곧 출발할거니까 준비하고 있어라."

"네."

나는 침대에 누워서 이 푹신함을 온 몸에 만끽했다.

"얘들아, 이제 가자."

"······네."

"······."

정윤이는 꾸미지 않고 평범하게 입었다. 그래도 여전히 저 미모는 빛이 난다.

아줌마는 차 문을 열어서 뒷자석에 우리를 태웠다.

"안전밸트 꼭 매고, 좀 걸릴거니까 기다려라."

"네."

곧 차의 바퀴가 움직이며 출발했다.

────────────────

"······."

나는 그저 창 밖만 바라보고 있다.이렇게 차를 타는건 정말 오랜만이다.

정윤이는 졸린지 눈을 감고 턱을 손으로 괴며 졸고있다.

"우음······."

"······."

정윤이의 얼굴이 기울어져 내 얼굴과 맞닿았다. 부드러운 뺨과 따뜻한 체온이 내 온몸에 전달된다.

"우음······."

······꽤 편해 보여서 나는 이대로 놔두기로 했다.

"다왔다 얘들아."

"으음···?"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눈앞에는 꽤 커다란 파도같은 모양의 건물이 있었다. 푸른색의 유리는 나름 분위기를 잡아줬다.

"입장권 세장이요."

우리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인파속에 섞여 발걸음을 내딛었다.

"어······ 코스가 어떻게 되는거죠···?"

"으음······ 일단, 볼것도 많으니까 12시에 식당에 와서 만나자. 조심하면서 다녀라!"

"네."

나와 정윤이 둘만 남겨졌다. 초딩을 이렇게 내버려도 되는진 이해가 안된다만······

"그럼······ 정윤아, 어디부터 가볼래?"

"으음······ 저기."

저기에 인파들이 꽤 모여드는 푸른색의 통로가 보였다.

"으음······ 저기부터 가서 둘러보는건가···?"

"일단 가보자."

"으음······ 그래."

정윤이는 내 팔을 잡고 차분하게 걸어갔다.

"우와아······."

통로의 유리 밖에는 물고기와 거북이가 떠다니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맑은 색의 물과 많은 물고기들이 훤히 보여 아름다웠다.

"오······."

"······이쁘다."

정윤이는 신기한 듯 유리쪽으로 다가가 얼굴을 댔다.

"······헤헷, 거북이다."

······뭔진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정윤이쪽에 물고기와 거북이들이 모여든다. 예쁜걸 알아보는 걸까···?

"우와아······ 저기로 가보자 저기!"

정윤이는 평소와 다르게 더 들떠하며 나를 재촉했다.

"천천히 가 천천히."

"와아······ 여기 진짜 이쁘다!"

우리는 더 연결된 유리통로로 향했다. 정윤이는 발걸음을 강하게 내딛으며 웃음기를 띄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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