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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에 미친놈-22화 (22/39)

〈 22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21

* * *

"우와아······."

빛나는 물결들이 유리를 통해 비추어져 눈이 부셨다. 화려한 무늬의 거북이들은 정윤이를 맞이했다.

"아하핫! 이거이거, 나 보고 있는 거 맞지? 그지?"

그래. 이래야 잼민이지. 되도않는 현실 얀데레짓 하면서 소심하면 잼민이가 아니라고.

정윤이는 얼굴을 유리에 바짝 붙여놓곤 거북이들과 시선을 마주한다.

동물들은 마치 하얀 알과 같은 머리에 달라붙는 것 같다.

"오······."

우리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앞으로 나아 갔다. 유리통로의 끝자락에 오니, 작은 유리 수족관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었다.

"우와······이거 봐 이거! 개구리야!"

"뭐이리 크냐······."

이 장소에는 작은 동물들이 모여 있었다. 뱀,물고기,벌레 등 종류가 굉장히 많았다. 정윤이는 신기한 듯 유리벽을 어루어만졌다.

"이 뱀 진짜길다!"

"······."

정윤이가 뱀이 든 수족관의 유리벽을 두드렸다. 뱀은 놀란 듯 목을 펴며 우리를 응시했다.

"······정윤아. 여기 벽 만지면 안 된대."

"······어디?"

"여기."

"······진짜네."

정윤이는 천천히 유리벽에서 떨어졌다.

쾅!

그 때, 뱀은 기다린 듯이 머리를 강하게 내밀며 유리벽에 쿵 박았다.

"으아악!"

"우왓···!"

정윤이는 많이 놀란 듯 몸을 들썩이며 내게 달려 들었다.

"으앗···!저거 왜 갑자기 달려 들고 저래······."

"······그전에 좀 떨어져줄래···?"

"아······ 미안······."

정윤이는 놀람과 동시에 내게 달려 들어 허리를 붙잡았다. 마치 유압프레스 처럼 팔을 꽉 쥐었다. 내 폐는 압력에 눌려 짧게 숨을 내뱉었다.

정윤이는 부끄러운 듯 아까 전의 활발함은 어디 가고 다시 움츠렸다.

"으음······ 우리 저기 가보자!"

"······응?"

나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인파가 몰린 곳으로 갔다. 거기선 수족관 안의 커다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오······."

"먹이주는 건가···? 우리도 해볼래?"

"응? 어······ 응. 해 보자."

먹이가······

······수족관 옆에 먹이를 받는 통이 있었다.

근데······ 500원이다.

먹이를 줄려면 500원이 필요한 데······ 나는 돈을 안 가져 왔다.

"먹이는?"

"어······ 그게······."

"······500원이네. 그럼,"

정윤이는 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꺼내 500원을 집어넣었다.

곧,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생선살이 나왔다.

"어······ 돈은 어디에서······."

"집에서 지갑 가져 왔어."

정윤이는 다시 활기를 찾은 듯 방방뛰며 수족관 앞에 다가갔다.

"오······ 던지면 되는 건가?"

"그런 거 같은 데?"

정윤이는 먹이를 물에 툭 던졌다.

커다란 물고기는 한 바퀴 돌며 먹이를 집어 먹었다. 빠르게 반응하는 지느러미는 볼 거리를 선사했다. 동시에, 튀는 물살이 내 옷깃에 살짝 묻었다.

"앗, 물튀었다······."

"어디?"

정윤이는 허리를 숙이며 내 옷깃을 확인했다. 뭔가 좀 자세가······

"잠깐만, 닦아줄게."

"······뭐? 어떻게?"

정윤이는 또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뭔 4차원 주머니야 뭐야.

꽃무늬의 손수건이 내 옷깃과 마찰한다.

"······다닦였다."

"어······ 고마워."

우리는 작은 물고기들, 벌레들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곳만 굉장히 커서 다 둘러보는 데 1시간 넘게 걸렸다.

어느 덧 시간을 보니 곧 12시. 아줌마와 만날 시간이다.

"정윤아, 이제 12시야. 식당으로 가자."

"응."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우리는 다시 빛나는 물결이 비치는 유리통로로 돌아왔다. 이 곳에선 정윤이가 가장 행복해 했다.

────────────────

"얘들아, 별일없었지?"

"네. 재밌었어요!"

"그럼 다행히네. 뭐 먹을지 골라봐."

아줌마는 메뉴가 적힌 종이를 스윽 꺼내 들며 보여줬다.

나는 돈까스를, 정윤이는 우동을 시켰다.

"잘 먹겠습니다! 와암······."

정윤이는 배고팠다는 듯 후루룩 먹어 치웠다.

나도 돈까스를 덥석 물었다. 바삭하고 살점에 이빨이 파고드는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근데, 저희 또 둘러보러 가요?"

"아니, 이따가 공연이 있어서. 같이 그거보러 갈 거야."

"오······ 뭔 공연인 데요?"

"어디 보자······."

아줌마는 종이를 꺼내 들어 응시하였다.

"······돌고래공연 보러가."

"오······."

"그전까지 시간 있으니까, 저기에 볼 거 더 있거든? 1시간정도 더 놀다와."

"네."

정윤이와 나는 밥을 다 먹고, 안내받은 곳으로 향했다.

"우와아! 진짜 크다!"

이 곳은 정말 메인디쉬로 보였다. 동굴을지나자 엄청 큰 유리벽이 보였다. 유리벽 속에는 가오리,고래 등 커다란 생물들이 주를 이뤘다.

"와아···! 저거 진짜 커!"

우리는 빼곡한 인파를 뚫고 유리앞 제일 가까이로 갔다.

짙은 푸른색의 물과 풍족한 생물들은 보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와아···! 귀엽다!"

······또 이 현상이다.

이번에는 물개 같은 게 정윤이 앞에 나타났다. 물개는 한동안 정윤이를 빤히 응시하고 돌아 갔다.

"봤어봤어? 방금 진짜 귀여웠지!"

"하핫, 그래. 귀엽다."

잠시 후, 여러 인파들의 탄성 소리가 들렸다. 곧 우리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위에는 정말 엄청 커다란 고래상어가 보이며 지나갔다.

우리는 말없이 위를 향해 쳐다 보았다.

"오······."

"와아······."

고래상어 주변에는 수 많은 가오리와 물고기떼가 둘러쌓였다. 빛은 이 물고기떼에 반사되어 유리에 비쳤다. 마치 사파이어같은 색감은 우리의 눈을 감돌게 해 주었다.

······정윤이는 내 팔장을 껴안았다.

"······?"

"헤헤······ 이쁘다······."

나는 말없이 팔에 정윤이의 얼굴이 닿는 것을 무시했다.

······분위기도 좋으니까.

────────────────

"얘들아, 저긴 어땠니?"

"엄청 이뻐요."

"그렇지? 여기서 제일 볼 만하다더라. 따라와. 이제 돌고래공연 시작한다."

"네."

우리는 아줌마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 광경을 본 뒤론, 발에 허전하고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잘 오셨습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무대에 제일 가까이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무대 위에선 한 남성이 떠들고 있었다.

우리는 곧 한 직원이 나누어 주는 우비를 받았다. 들어 보니, 돌고래가 물을 뿌려대서 옷이 젖든다고 하더라.

그냥 보여주기만 하면 되지. 뭔 물까지 뿌리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여주셨으니, 이제 슬슬 나와줘야겠죠?"

곧 사육사는 높이 물고기 한 마리를 올렸다.

끼엑!

곧, 돌고래가 높이 뛰어 올라 물고기를 덥석 물었다. 동시에 물도 엄청 튀어서 우비가 다 젖었다.

"우와앗···!"

"으갸악!"

정윤이는 내 팔을 꼭 잡고 달라붙었다.

"하하핫, 많이 놀라셨나요? 사과해야지 돌눈아."

"끼에엑!"

돌고래가 물속에서 머리를 쏙 빼고 입을 벌렸다.

"우리 돌눈이가 사과한다고, 눈호강 해준다는데요? 한 번 봐봅시다!"

곧이어, 많은 인파들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울렸다. 정윤이는 이런 시끄러운 분위기가 싫은 듯 조용했다.

"자, 돌눈아 보여줘라!"

사육사가 훌라우프와 물고기를 위로 높이 던졌다. 곧 돌고래가 높이 뛰어 올라 그 속을 통과했다. 동시에 물고기까지 덥석 물었다.

공연장 내에 함성소리가 울려퍼졌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신경 쓴건지 돌고래가 사뿐히 빠져들어 물이 튀지 않았다.

"잘했다 돌눈아!"

"끼에엑!"

사육사는 돌고래에게 물고기를 던져줬다.

"와아······ 쟤 진짜 귀엽다!"

정윤이가 긴 침묵을 깨고 내뱉었다.

"하핫, 그러게."

"우음······."

······정윤이는 마치 자기를 봐달라는 듯 팔을 더 세게 조여왔다.

"자, 받아라!"

사육사는 돌고래에게 비치볼을 던졌다.

"끼엑!"

"옳지!"

돌고래와 사육사는 공을 가지고 헤딩하며 주고받았다.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소리와 박수소리가 울렸다.

"잘했다! 먹어라!"

"끼에엑!"

돌고래는 물고기를 왕창 삼켰다.

"와아! 진짜 귀여워!"

정윤이는 더욱더 달라붙어서 남들이 보면 커플처럼 보이게 되었다.

"조,좀만 떨어지면···"

"젖어서 춥단 말이야~"

사육사는 조용히 돌고래와 속삭였다.

"이야··· 요즘엔 저 애들도 연애짓하나 보지?"

"끼엑."

"잼민이들이 말이야······으음······ 결정했다. 저쪽으로 뛰어 올라라. 알았지?"

"끼엑."

잠시 후, 사육사는 크게 소리쳤다.

"아쉽지만, 이제 어느 덧 공연이 끝나가네요. 돌눈아 마지막으로 보여줘라!"

"끼에엑!"

곧 사육사는 물고기를 우리 쪽으로 높이 던졌다.

"오······어······ 에···? 으에에??"

"끼엑!"

돌고래는 높이 뛰어 올라 바로 앞에서 물고기를 덥석 물고 떨어졌다. 돌고래의 공중제비는 아름다웠고, 함성과 박수소리는 크게 울렸다.

근데······ 우리는···?

"으왓···!"

"끄아······."

우리는 엄청난 물세례를 맞았다. 우비를 입고 있어도 옷만 안젖었을뿐. 머리는 흠뻑 젖게 되었다.

"얘들아, 괜찮니?"

"······옷은 안젖었어요······."

"우으······ 다젖었어······."

정윤이는 아예 내 품에 안겨버렸다. 젖은 흰 머릿결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우리는 젖어버렸지만, 정윤이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보였다.

"지금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끼에엑!"

"이게 뭐야······ 가방 다 젖었잖아······."

"물고기주고 물뿌리는 게 끝이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실망하는 소리가 들렸다.

────────────────

"우리한테 던진 거 좀 심하긴 했다 얘들아. 괜찮니?"

"네······ 괜찮아요······."

우리는 차 뒷자석에 앉았다.

"그래서, 오늘은 재밌었니?"

"네······ 덕분에······."

"우음······."

"왜 그래? 어디 아파?"

"피곤해······."

한참 동안 돌아다니다 물까지 맞았지. 나도 엄청 어깨가 뻐근하다.

"이제 돌아가니까 좀 참아라. 출발한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턱에 손을 괴었다.

"우음······."

"······."

정윤이는 내 어깨에 기대었다. 젖어서 차가워진 머리는 내 어깨에 서늘함을 더했다.

······아닌데···?

오히려 내 어깨는 더욱더 따뜻해지고 있었다······

"으으······."

나는 정윤이의 이마에 손을 갖다댔다. 역시나, 손이 따뜻하게 달아오를 정도로 정윤이의 이마는 뜨거웠다.

"저······ 아주머니, 정윤이 열나는 거 같은 데요?"

"······뭐? 진짜?"

"네······ 이마가 뜨거운 데······."

"젖어서 그런가······ 일단 알았다. 집에 가서 해열제 먹자."

"우으······."

창밖의 나무들은 더욱더 빠르게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읏쌰···!"

나는 정윤이의 팔을 잡고 일으켜세웠다.

"들어 가서 얼른 해열제 먹자."

정윤이는 해열제를 꼴닥꼴닥 삼켰다.

"피곤할 테니, 얼른 들어 가서 자라."

"네······."

집에 돌아오고 시간은 벌써 저녁대. 좀 이른감이 있지만, 그냥 내 몸은 피곤했다.

"으아······."

나는 씻고 침대에 누웠다.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으려나?

잠깐 들어 가 볼까 생각 했지만, 채륜이한테 옮은 기억이 있어서 참았다.

······하지만 내가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었다.

똑똑─

"······에?"

"······어지러워. 같이 있어줘······."

"······."

정윤이는 피카츄베개를 꼭 껴안고 내 방문 앞에 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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