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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에 미친놈-23화 (23/39)

〈 23화 〉 소꿉친구에 미친놈­22

* * *

"잠깐잠깐···! 나 옳아!!"

"······."

······이미 한 번 걸린적이 있었기에 이런 건 예민하다.

"······진짜 안 돼?"

"······응. 옳을 수 있고 그냥 니방가서 자도 괜···─"

"아파서 잠 안와. 조금이면 돼."

"······."

내 손가락이 턱선을 타고 내려갔다. 정윤이는 눈에 이채를 띄우고 꾸준한 눈길을 보냈다.

······같이 자는 건 아니지···? 같이 자는 거만 아니면······

······조금이면 괜찮지 않을까···?

"하아······ 조금만이야? 같이는 못 자."

"응! 고마워!"

정윤이는 폴싹 뛰어 침대 위에 털썩 앉았다. 정말로 아픈지 의심될정도로, 정윤이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책 가져올까?"

"······아니. 더 좋은 거 하자."

"······응?"

정윤이는 피카츄를 내게 쥐어주고 책장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책장 뒤에 손을 쑤욱 집어넣었다.

"으음······ 찾았다!"

"······?"

정윤이는 책장뒤에 넣은 손을 바짝 들어 올렸다. 손에는 검은색 리모컨이 쥐어져 있었다.

"······리모컨?"

"응! 티비보자!"

곧이어 정윤이는 스위치를 딸깍 눌렀다. 리모컨을 꾹꾹 누르자 모니터가 천천히 켜졌다.

"이거······ 되는 거였어?"

"응. 아빠는 잘 안 봐서."

"근데······ 티비론 뭐볼려고?"

"으음······ 잠깐만 기다려봐."

정윤이는 채널을 마구 돌려댔다.

마구 돌리던 채널은 드디어 멈췄다. 잠시 후, 화면이 재생되었다.

"오니니나루요."

······

······채널을 막 돌려 가며 나온 것은 애니였다.

"······이거···?"

"응. 아플땐 이런 거 보는 게 최고야."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내가 얘랑 같은 씹덕이라 다행히지.

정윤이는 몸을 살짝 기울여서 티비를 쳐다봤다.

"헤키레키 잇센···!"

"······."

"······."

우리는 말없이 감상시간을 가졌다. 방에는 칼이 맞부딪히는 소리만이 울렸다.정윤이는 피카츄를 꼭 껴안고 턱을 붙였다. 허리가 비정상적으로 숙여진 자세는 기괴했다.

"히노카미 카구라!"

모니터에는 불똥이 흩날 리는 풍경이 연출됐다. 화질이 꽤나 좋다.

"키토카······."

화면에는 입체적으로 빨간 실들이 솟구치며 퍼졌다. 화면에 튀어 나온 실들은 사르르 불타 흩어졌다.

정윤이도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화면을 쳐다봤다. 입술을 삐쭉 내민 얼굴은 귀여웠다.

"오레토 네즈코노 키즈나와··· 다레니모··· 히키사케나이!"

서걱!

단검은 홍열을 내뿜으며 전신을 휘감았다. 두개골은 홍열과 함께 휘몰아치며 썰렸다.

"······다봤다, 다음거!"

"······."

정윤이는 또 채널을 돌려댔다. 한참 동안 돌린 후, 화면이 켜졌다.

"료이키 텐카이···."

······우리는 다시 티비를 집중해서 쳐다 보았다.

"현준아, 안 자니?"

"네,네?"

"불은 끄고자라."

"네,네에······."

"······."

밖에서 아줌마의 목소리가 울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애니 보느라 시간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시계는 벌써 12시정각을 가리켰다.

"······잘게. 가라."

"······."

정윤이는 못 마땅한 듯 피카츄를 안고 가만히 있었다.

"······얼른 자야 열도 내려···─"

"으아앙! 추우니까 같이 자줘!!"

정윤이는 피카츄를 내던지고 몸을 숙이며 달려 들었다.

"으아악! 나도 옳는다고···!"

"나 심심하니까 같이 자줘어···!"

"안 된다고! 이러다 나까지 옳는다고!"

정윤이는 내 뺨을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렸다. 나는 정윤이의 어깨를 잡고 간신히 밀어냈다.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야지······ 얼른 방으로 돌아가."

"흐으······."

"······?"

······정윤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열 때문에 붉게 물든 두 볼은 눈시울과 어우러져 울 것 같은 표정을 연상했다.······이러다 진짜 울 것 같았다.

"······."

"우으······."

정윤이는 피카츄를 꼭 껴안고 내 눈을 지그시 쳐다봤다. 붉은 눈시울로 올려다 보는 눈매는 내가 참을 수 없었다.······에라이 시발 잼민이.

"하아······ 내가 졌다. 니 알아서 해라."

"와아···!"

정윤이는 피카츄를 꼭 껴안고 풀썩 드러누웠다. 이불 위의 먼지가 솟아올라 내 콧등을 쓰리게했다.나는 전등의 전원을 꾹 껐다.

"······."

"우음······."

······정윤이의 체온이 높아서 그런지, 내 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우음···!"

"······."

······정윤이는 내 팔을 꾹 잡았다. 피카츄랑 착각한 건지, 푹신한 피카츄와 함께 내 팔은 쥐어 짜졌다.

"우음···!"

"······으악···!"

······정윤이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지금쯤 꿈속에서 밥을 먹고 있을 거다.······어떻게 아냐고? 지금 얘가 문 내 귓볼이 증거다.

이번에는 내 귓볼을 앙 물었다. 높은 체온과 정비례하는 침의 온도가 내 귓볼을 달궜다. 덩달아 나도 체온이 높아지는 기분이었다.

······감기 확정이다 시발.

"헤헤······."

"······."

······시간은 벌써 새벽대. 내 몸은 거의 구속당한 상태다. 양팔은 붙잡히고, 내 허리는 다리에 가위치기당했다.

······나는 이렇게 구속된 상태에서 피곤함에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

"······."

"음냐아······."

······깨어나 보니 상황은 아주 가관이다.

이불은 어질러져 있으며, 피카츄는 내 다리사이에 껴있다. 정윤이는 내 얼굴을 껴안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거의 키스 직전이였는데, 겨우 닿진 않았다.

"······으에···?"

"깼냐?"

"······."

정윤이는 말없이 슬그머니 떨어졌다.

"······으,으와앗···!"

쾅!

······진짜 떨어졌다. 이마를 바닥에 박는 소리는 꽤 경쾌했다.

"아야야······ 으··· 아···."

"······."

"저······ 그게······."

"······."

"미안······아픈데는 없어···?"

"······엣취."

나는 샴푸로 머리를 감았다. 거품이 두 눈을 아른 거리게 했다.

쏴아아······

······기분 탓이였겠지.

머리가 좀 아픈 감이 있다만······ 이 정돈 버틸 만하다.

나는 머리를 털고 화장실을 나왔다.

"현준아, 오늘이 엄마 오시는 날이지?"

"네. 아침먹고 돌아갈 게요."

"······."

아침은 계란후라이와 식빵을 먹었다. 부드러운 후라이와 식빵이 입맛을 감돌게 해 주었다.

"······."

······정윤이는 선넘은 게 미안 한 지 또 움츠려 들었다.

······너는 더 당해야해.

라고 생각하는 와중에도, 나는 정윤이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정윤아, 이젠 안아파?"

"······어? 응······ 안아파······."

"······다행히네."

"······."

정윤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아프다곤 하지만, 여전히 두 볼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이만 돌아가 볼게요."

"그래, 잘 가라."

나는 문을 철컥 열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눈 앞에는 백색의 환각이 일렁거렸다. 몸도 뻐근하고 머리도 아파서······

······그 때, 누군가 내 팔을 착 잡았다.

"······?"

"저··· 밤에는··· 미안···."

"······그걸 여기까지 와서 사과햐냐."

"됐고, 받아."

"······에?"

······피카츄다.

······밤에 그렇게 갖고 놀던 피카츄다.

······이걸 주네.

별로 와닿지는 않지만, 이걸 주는 게 귀여워서 받아줬다.

"······하핫."

"······응?"

"줄게 없어서 이걸주냐······ 그렇게 가지고 놀던 걸······ 이거 침뭍은거 아냐?"

"우으······ 책 주기엔 좀 그래서······."

"그래그래. 푹신하니까 세탁해서 잘쓸게."

"······헤헷, 내일 봐!"

핑 돌던 머리가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았다. 흐릿한 시야도 어느 정도 돌아왔다. 역시 기분 탓이였나 봐.

"나왔다. 거기선 별일없었지?"

"응."

"······그 돈까스모양 인형은 뭐야?"

"어······ 이거? 그냥 받은거."

"그걸 왜 받아? 빨긴 한 거야?"

"······새거야 새거!"

"그래, 알았다······."

사실 빨려고했는데, 좋은냄새가 나서 놔뒀다. 빨기도 귀찮고.

뭔가 이상하게······ 이 냄새를 맡으면 잠이 솔솔 온다. 내가 학교에서도 자고 잠만 쳐자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건 진짜다. 이 피카츄 진짜 수면제다.

이 향기를 맡을 수록 눈살은 무거워지며 코가 나른해진다.

이상하단······ 말이지······

······

────────────────

"아야야······."

어깨가······ 진짜······ 안움직인다······

목도 담이 걸렸는지, 억지로 돌리면 쓰라린 고통이 닥쳐온다.

잠을 소파에서 자서 그런가, 몸이 만신창이다······ 머리도 아프고······

"나 참, 잠을 소파에서 자냐?"

"아오······ 좀 깨워주지······."

"깨워봤다. 아주 곤히 자더만. 얼른 씻고 밥 먹어라."

"······에?"

······?

······아니 아깐 오후 아니었어···?대체 여기서 몇 시간을 잔거야······

창밖엔 이미 따뜻한 햇살이 커튼을 비추고 있었다.

내 품엔 피카츄가 꼭 껴안겨있다.

······이거때문 아냐···? 이게 무슨 마약인가. 마약베개야?

"안녕. 잘 잤어?"

"······피카츄 뭐야?"

"······응?"

"아니 내가 그 피카츄때문에 지금 몸이 박살 났어······."

"······피카츄가 때려?"

"아니 그게 아니라···! 그거 뭔 베개길래 강제수면을 하게 해 주냐······."

"그렇지? 그거 진짜 편하지?"

"좋은 게 아니라 앉아서 자버려서 근육통이 심해······."

아직까지도 어깨와 목이 아프다. 억지로 움직이려고 하면 쑤시는 통증이 느껴진다.

"으음······ 보건실이라도 가 봐."

"글쎄다······ 뭐, 나중에 괜찮아지겠지."

나는 뒷목을 매만지며 걸어갔다.

"굿모닝!"

"잠깐잠깐···! 때리지 마······."

"때리려는 거 아냐! 내가 뭔 폭력배인 줄 알아?"

······폭력배 맞잖아.

"어쨌든··· 나 지금 몸이 너무 아파서······."

"응? 어디 가?"

"잠을 이상하게 자서······ 근육이 쑤신다."

"······보건실가서 파스라도 붙이고올래?"

"아니······ 이 정도가지고······."

나는 일부로 참으면서 최대한 몸을 가만히 나뒀다.

"으으······."

수업을 듣고 있어도, 계속해서 뒷목이 쑤신다. 수업이라 해 봐야 초딩이라 들을 것도 없지만.

"······아파?"

"······응?"

앞자리의 채륜이가 말을 걸었다.

"어······ 가만히 있어도 쑤시네······."

"보건실이라도 갈래?"

"······."

······내가 보건실은 잘 안 가는데. 이번건 진짜 못 참겠다. 진통제라도 받아와야겠다.

"······응."

"······보건실이 어딘진 알아?"

"······."

······이 학교를 둘러봐야 알지.

제대로 아는 곳이라곤 도서관,급식실,교실 뿐이다.

······둘러보면 나오지 않을···─

"선생님, 현준이랑 보건실 다녀올 게요!"

"······뭐?"

"너는 왜 같이 가?"

"현준이가 길을 몰라요."

"으음······ 알았다. 갔다 와라."

"감사합니다!"

······잠깐만 시발 뭐?니가 왜 같이 가···?

······내 머릿속에는 쪽팔림과 고통이 교차했다.

진짜 존나 창피해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가자!"

"자,잠깐만···!"

채륜이는 내 팔을 잡고 교실 밖으로 끌고왔다.

"자,잠깐··· 왜 내가 너랑 같이 가?"

"너 길 모르잖아."

"둘러보면 나오겠지···!"

"어휴······ 같이 가준다."

채륜이는 점점 더 재촉하며 나를 끌고 갔다.

────────────────

"선생님, 얘 아프데요."

"어디가?"

"저······ 목이랑 어깨가······."

"근육통?"

보건선생은 곧 서랍을 뒤적이며 파스를 꺼내 줬다.

"이거 아픈데에 다 붙여라."

"감사합니다······."

나는 양호실 침대로 들어 가서 파스를 뜯었다.

"으으······."

······큰일이다.

어깨도 안움직이고, 목도 안움직여서 제대로 붙이기 힘들다.

애써 팔을 당겨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저기, 왜 그렇게 오래 걸려? 도와 주랴?"

"······뭐?"

채륜이는 내게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다가왔다. 거리가 좁혀와 따뜻한 숨결이 닿았다.

"으음······ 어깨랑 목이랬지? 자···!"

"······으아!? 자,잠깐만···!"

채륜이는 거세게 내 옷깃을 잡아올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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